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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5장 제 6화『깊은 구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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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5장『성도』


제 6화 『깊은 구멍 속으로』


방 안에 있던 건 어두컴컴한 통로였다.

문을 지나치자마자 머리 안쪽이 저리는 듯한 달콤, 비릿한 악취가 풍겨온다.


“나 참, 몇 번을 다녀도 여긴 냄새가 지독하다니까.”

“여길 지나가는 사람으로썬 쬐끔은 청소 좀 해 줬으면 한다니까.”


불평을 내뱉는 남자의 뒤를 나와 엘피가 천천히 따라간다.

걸어가는 도중 통로를 채우듯이 수많은 감옥이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여자들의 모습도.


“……심각하군.”


엘피의 중얼거림을 듣고 나는 말없이 동의했다.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건 주로 아인종 여자들이었다.

인묘종(워 캣), 인랑종(워 울프), 요정종(엘프), 거기다 흙요정종(드워프)까지, 수많은 아인종이 감옥에 들어가 있다.


“………….”


모든 여자들은 옷이 벗겨져 맨 피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누구나 다 생기 없는 공허한 눈을 하고 있으며, 감옥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어떠한 약물을 맞고 있는 건지, 무표정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이나, 쿡쿡 하고 웃고 있는 사람조차 있다.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자 이번엔 작은 방이 죽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방 안에서는 교성이나 비명 소리, 남자들의 천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통로에 배어들어 있는 기분 나쁜 악취는 아무래도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언가가 이유인 듯하다.


“……뭔가 향 같은 걸 피우고 있군. 코가 마비될 것 같다……우웩.”


문 사이에서 기분 나쁜 색깔의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엘피는 코로 킁 하고 소리를 내면서 그 냄새를 맡더니, 구역질을 참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확실히 머릿속이 쑤시는 듯한 기분 나쁜 달콤함을 포함한 냄새다.


“미약이로군. 그것도 인랑종(워 울프)나 인묘종(워 캣)만 대상으로 한 거야.”

“미약……흥분제 같은 건가. 알고 있는 것이냐?”

“예전에 여행하던 도중에 위법 약물을 다루고 있던 범죄자를 붙잡았던 적이 있었거든. 그때 이거랑 비슷한 걸 썼던 걸 봤었지.”


인간한테는 통하지 않고, 수인 계열 아종한테만 작용하는 미약이라는 게 존재한다.

아인종을 욕정시켜 악행을 저지르려고 하는 놈들이 종종 쓰는 것이다.


“이 미약을 맡으면 아인종은 강제적으로 욕정하게 되지……물론 그것뿐이라면 아직 괜찮겠지만 말이야.”

“뭔가 또 있는 것이냐?”

“……그래. 이 미약은 뇌에 큰 부담을 줘. 그 부작용 때문에 뇌에 장해가 생기는 거야.”


1번이나 2번이라면 기억이 날아가는 것 정도로 끝나는 듯하지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사고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점점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이윽고 폐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당연히 각 나라에서 위법 약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취급은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


“크으—,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즐기고 있다니 말이야.”

“마르크스 씨한테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너 또 맛 가기 직전인 여자를 고를 생각이잖아? 정말 취미 나쁘다니까.”

“하, 너도 비슷하잖냐?”


앞을 걸어가는 남자들의 천박한 웃음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진다.


멜트를 신봉하는 녀석들이 이걸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멜트교의 절반이 아직까지 아인 배척을 내걸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아닌 아인종이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코웃음을 칠 것인가.


……뭐가 됐건, 썩어빠졌다.


그 후로 통로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몇 명의 남자와 스쳐 지나갔다.

세뇌한 남자들을 장막 삼아 우리들은 들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개의 방을 봤다.


“크……아아아아!!”

“……윽! 아아아아아!!”


인랑종 여성 두 명이 원형으로 된 넓은 방 안에서 서로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이성의 편린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맹수처럼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

노출되어 있는 팔에는 고통스러워 보이는 주사의 흔적이 보였다.

이성을 잃고 흉폭함을 증대화시키는 약, 혹은 식욕을 이상하게 높이는 약인 걸까.

아마 그런 약물을 사용한 것이리라.


그런 참혹한 광경을 몇 명의 사람이 안전한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

도박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싸우는 두 사람을 향해 뭐라뭐라 소리치고 있는 듯했다.


“아아아아아아아!!”


그 후로 승부는 금방 났다.

여자 중 한 사람이 신체 강화 마술을 사용해 또 다른 여성의 팔을 찢어버린 것이다.’

팔이 뜯겨 나간 여자는 자신의 피웅덩이 속에서 조그맣게 경련했고, 또 다른 여성은 진정 마술을 얻어맞고 땅에 쓰러졌다.


“어디서 지고 앉았어, 임마!”


쓰러져 있는 여자한테 남자가 작은 병에 들어간 액체를 부었다.

직후, 부글부글 하고 팔의 단면이 거품처럼 부풀어오르더니 원래 형태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럴 수가…….”


인체의 결손은 마술이라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마술, 포션을 사용하더라도 기껏해야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 정도가 한계일 텐데.


“『신의 물방울』이로군.”

“신의 물방울?”


『신의 물방울』.

엘피가 말하기로는 「성광신」 하디아와 연이 있는 토지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약초에서 만들 수 있는 약이라고 한다.

하디아한테 연이 있다고 한다면, 강대한 마술이 서식하는 산이나 계곡인 것이리라.

이 주변이라면 설산인 걸까.


약물로써 제조된 『신의 물방울』은 포션처럼 상처를 낫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 효과는 절대적이라, 결손된 손발조차 회복시킨다고 한다.


“다만, 『신의 물방울』에는 강력한 부작용이 있다.”


『신의 물방울』로 회복시킨 부위는 『신의 물방울』을 계속 쓰지 않으면 며칠 내로 썩어 문드러지고 만다.

그리고 너무나 강력한 효과 때문에 몸이 버티지 못해서 사용자의 수명이 크게 줄어들고 만다고 한다.

그건 강인한 육체를 가진 마족이라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몇 세대 전의 마왕이 부하들한테 『신의 물방울』을 쓰게 했던 모양이다만……약의 효과에 휩쓸린 마족들은 지옥의 고통을 맛봤다고 하더군.”


봐라, 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엘피가 여자를 가리킨다.


“으아아아아아아!!”


『신의 물방울』로 팔이 재생된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내질렀다.

남자들은 그걸 보고 웃으며 양동이에 들은 물을 여자한테 끼얹었다.

직후, 여자는 절규하면서 땅바닥을 뒹굴었다.


“……상처에 들어간 『신의 물방울』은 전신의 신경을 민감하게 만들지. 저런 식으로 말이다.”


그냥 물을 끼얹기만 해도 약의 부작용으로 격통이 내달린다.

따라서 마왕군이라도 『신의 물방울』 사용은 금지됐고, 약초는 전부 불태워졌다고 한다.


“……설마, 『신의 물방울』을 쾌락을 위해 쓸 줄이야, 아무리 나라도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울부짖는 여자를 보는 게 너무나 즐거운 것이리라.

남자들이 껄걸 하고 웃는 게 보인다.

남자는 절규하는 여자를 질질 끌어 감옥 안에 내던졌다.


“……아! 괜찮아……? 얘……얘!”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봐도 여자는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지를 뿐이다.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남자는 감옥 밖에서 안쪽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미안하다만, 내일 이렇게 될 건 너희들이라고?”

“……헉…….”

“기대하고나 있으셔.”


그런 미소를 남기고 남자들은 감옥에서 떨어졌다.

감옥 안에서 여자들이 창백한 표정으로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려줘.”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살.려.줘.”


구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여자들한테 등을 돌리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구원을 요청해도 걸음을 멈출 생각은 없다.

나는 복수를 위해 여기로 온 거다.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 줘.”


모든 걸 마친 후,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여자들한테 그렇게 중얼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르크스의 방문이 바로 건너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지하 통로 안쪽에 있는 마르크스의 개인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방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늦었구나.”


개인실로 들어온 세 사람한테 마르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남자들은 마르크스한테 사건의 전말을 보고했다.


고아원으로 숨어 들어가 『미쉘』『시이나』 두 사람을 붙잡았다는 것.

그 후 살해하고 시체를 이쪽으로 가져왔다는 것.

누구한테도 목격당하지 않았다는 것 등등, 마르크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설명한다.


보고를 듣고 마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면 그걸로 됐다. 늦은 건에 관해서는 불문으로 부쳐두지. ……앞으로 반 각 정도 더 늦었다면 먹었을 테지만 말이야.”

“……예! 감사합니다.”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나는 부하를 배려하는 좋은 상관이니 말이야. 그렇지 않으냐?”

“예! 그 말씀대로입니다.”


부하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 건지 마르크스는 책상에 팔꿈치를 올려둔 채로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후로 남자 중 한 사람이 어깨에 짊어메고 있던 포대를 내밀었다.


“그 포대 안에 꼬맹이들이 들어있는 건가?”

“예.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래.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포대를 짊어 멘 남자가 마르크스한테 다가갔다.


“예……마르크스 님.”

“응?”


부하 중 한 사람이 남자 앞에서 포대를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건 한 자루의 검이었다.


“——이걸 받으시지요……!”


눈을 치켜 뜬 마르크스를 향해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등 뒤에선 그걸 보조하듯이 나머지 두 사람이 검을 뽑고 있다.


“……흥.”


마르크스가 살짝 코웃음을 친 직후, 검을 내리치려고 한 부하가 선혈을 내뿜으며 쓰러졌다.

어느새 뽑아 든 건지, 마르크스의 손 안에는 피로 물든 기사검이 쥐어져 있었다.


“오오오오오!!”

“하아아아아아!!”


동료의 시체를 넘어서 뒤쪽에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멍청한 것들.”


마르크스가 쥔 검이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남자 중 한 사람의 상반신이 어긋나 땅에 떨어졌다.


“컥!”

“하앗……!”


동료의 죽음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마지막 남자가 검을 내리친다.

그것보다 빨리 마르크스는 한쪽 손으로 남자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마르크스가 팔을 꺾자, 남자의 몸이 빙글 하고 회전하며 땅에 처박혔다.

직후, 마르크스가 내리친 검이 땅에 쓰러져 있던 남자의 목을 베어냈다.


“네놈들 따위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냐?”


차갑게 쏘아붙이며 마르크스가 검의 피를 떨쳐냈다.

세 남자한테서 기습을 당하고도 전혀 상처가 없는 건가.


“……그렇군. 장식 대장은 아니었다는 건가?”


남자들이 전멸한 걸 확인하고 우리들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냐……네놈들은. 뭘 하러 온 거냐.”’

“뭘, 잠깐 너한테 복수하러 왔을 뿐이지. ——마르크스 피에트로 산달폰.”

“……윽.”


위압을 뿜어내자, 마르크스가 살짝 숨을 삼켰다.

우리들 두 사람을 상대로 하기엔 좀 버거울 거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침입자다! 누구든지 좋으니 얼른 오거라!”

“하하.”


마르크스가 큰 소리로 소리쳐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떻게 된 게냐!?”


뭐, 그것도 당연한 일이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네 부하는 한참 전에 처리해 놨지.”

“……말도 안 돼.”

“남아 있는 건 한창 즐기고 있는 멍청이들뿐이야.”


다시 말해 너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소리다.


“………….”


방 안에 다른 사람의 기척은 없다.

엘피의 마안으로도 그건 확인해 놨다.


“깔보지 말거라, 침입자. 내가 아무런 대비도 안 해 놨을 거라 생각한 거냐?”


탁 하고 책상에 손을 대고 마르크스가 마력을 흘려 보낸다.


“——「마술 찬탈(스펠 디바우어)」

“!? 뭐냐……어째서 발동하지 않는 거지!?”


방에 들어가기 전에 엘피의 마안으로 방의 구조는 확인해 놨따.

안에는 침입자한테 마술을 날리는 『대포』 같은 게 수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르크스가 마력을 흘려 보내는 것과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흘려 보내는 마력을 분산시켜버리면 발동시킬 수 없다.


“……간다, 마르크스.”


검을 뽑고 엘피와 함께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


움찔, 하고.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마왕군의 함정에 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등골에 차가운 게 내달리는 감각.

그 예감에 따라 마르크스한테서 한 번 거리를 두려고 한 타이밍이었다.


“하하, 설마, 정말로 올 줄이야……!”


마르크스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게 보였다.

그건 승리를 확신한 여유로 가득 찬 미소다.


——아니, 그것보다.


“엘피.”

“……그래.”


오한을 엘피와 공유한 직후였다.


“……멍청한 것!!”


마르크스가 두 손을 땅바닥을 향해 내리 꽂았다.

그것만으로도 방 바닥이 박살 나고, 붕괴가 전체로 이어졌다.

마르크스는 아무런 마력도 두르지 않고 있었는데 말이다.


“뭐라고……!?”

“큭!”


바닥이 붕괴하고 나와 엘피는 방 아래로 떨어졌다.

내장이 붕 뜨는 듯한, 기분 나쁜 부유감에 휩싸였다.


어떠한 공작이 되어 있던 건지, 마르크스가 서 있던 부분만 무너지지 않았다.

낙하하는 우리들을 마르크스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 보고 있다.


“이오리, 붙잡거라!”


——「마각 천풍섬」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박차, 엘피가 공중을 이동한다.

나도 엘피의 손을 붙잡아 발판을 향해 올라간다.


“자, 구해 보란 말이다! 영웅의 망령님이여!”


그때였다.

마르크스가 조소를 지으며, 뭔가를 구멍으로 걷어찼다.


“……큭!”


그게 금방 「인간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이어서 두 여자가 낙하하기 시작한다.

두 손발이 묶인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싫어……살려줘!”

“……!”


……젠장, 당했다.

이대로는 우리들과 낙하하는 여자들이 격돌하게 된다.

하지만 피하기만 하면 여자들은 그냥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 녀.석.한테 무방비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크으……윽!”


엄청난 충격이 내달리고, 나와 엘피는 여자들을 부둥켜 안은 채로 다시 낙하하기 시작했다.


“엘……피! 이 상태로 한 번 더 마각을 쓸 수 있겠냐?”

“못 하진, 않는다만…….”


그렇게 말하더니 엘피가 다리에 마력을 흘려 보내려고 했을 때였다.

구멍 속의 공기가 단숨에 변화했다.

엘피의 발에 모이려고 했던 마력이 부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방해 결계(매직 디스터버)」인가.”


이 타이밍에 왕국식 결계가 발동됐다는 의미.

역시나 하고, 그걸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컥……으아아아아아아악!!”

“흐……끄, 끄아아…….”


갑자기 부둥켜 안고 있던 여자들이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우득우득우득 하고 여자들의 몸에서 살점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그녀들의 배를 뚫고 수많은 벌레 같은 게 모습을 드러냈다.


“뭐라고…….”


가느다란 뱀 같은 몸통에 수많은 송곳니가 엿보이는 원형의 커다란 입.

검붉은 혈관을 맥동시키면서 여자들의 몸 속에서 튀어나온 벌레가 우리들을 먹어치우려 한다.

벌레의 송곳니는 「̀진홍의 갑옷」에 막혀 내 몸에 꽂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식들……마력을 흡수하고 있잖아!?”


원형 입에 닿기만 해도 체내에서 마력이 빨려나가는 게 느껴졌다.

엘피도 「마각」을 사용하기 위한 마력이 벌레들한테 빨려나가고 있는 듯하다.


엘피의 마안으로는 볼 수 없던 물리적인 장치.

움직일 수 없던 여자들.

우리의 마력을 봉인한 「방해 결계(매직 디스터버)」

그리고 여자들의 몸 안에 잠복해 있던 마력을 흡수하는 벌레.


……그렇군, 한 방 먹은 건가.

구멍 정도의 함정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타이밍에 드러난 「위압」인 것이리라.


“류자스……!”


깊은 구멍 안에서 우리들은 거꾸로 선 채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시하군.”


구멍 안으로 사라진 이오리 일행을 보고 마르크스가 코웃음을 쳤다.

「영웅 아마츠」가 살아 있었다, 같은 얘기를 들었을 땐 류자스가 제정신인지 의심했지만,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이다.

혹시 몰라 그 남자의 말을 따라 몇 겹이나 함정을 꾸며 놓길 잘했다.


지금쯤 이오리 일행은 땅에 처박혀 고깃덩이가 되어 있으리라.

가령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장치는 다 해 놨다.


쿡쿡 하고 웃으면서 마르크스는 등 뒤에 만들어 놨던 숨겨진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향하는 곳은 지상이다.

슬슬 불러 놨던 키리에가 올 시간이다.


“「영웅 아마츠」의 힘……. 큭큭, 그래, 나중에 먹어 주마.”


그 전에 일단은 키리에의 상대를 해야 한다.

츄릅, 하고 마르크스가 혀로 입가를 핥는 소리가 지하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