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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5장 제 8화『복수자는 날을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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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5장『성도』


제 8화 『복수자는 날을 세우고』


「영웅 아마츠」로써 마왕군과 싸우게 된 지 얼마 안 지났을 때의 일이다.

왕국의 마술사들과 마왕군의 거점지로 향해 나아가고 있었을 때, 공격을 받고 깊은 계곡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마왕군 사천왕 「천변(千変)」이 친 결계 때문에 마술도 쓰지 못하고, 나는 그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츠 공!?』

『젠장……마술만 쓸 수 있었다면!』


주변의 마술사나 기사는 떨어져 가는 나한테 반응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당연하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마술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젠, 장……!』


신체 강화 마술조차 쓸 수 없다.

아무리 『용사의 증표』에서 힘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

땅에 떨어지면 산산 조각나서 죽을 뿐이다.


『어째서……내가, 이딴——』


어이없는 끝.

내장이 치밀어오르는 듯한 부유감이 느껴지면서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그러던 중 류자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야!』


위를 올려다 보니 류자스가 바로 위에 있었다.

절벽으로 뛰어 내려 나를 뒤쫓아 온 것이다.


『멍청한 놈! 멍 때리고 있지 마!』


류자스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거친 손놀림으로 팔을 붙잡았다.

직후, 류자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우리들한테 돌풍이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낙하 속도가 감소했고, 우리들은 무사히 땅으로 착지했다.


『야, 긴장 풀지 말라고, 아마츠』

『미안, 류자스. 살았어. 고맙다』

『……쳇. 이딴 곳에서 죽으면 곤란하다고. ……이런 곳에서 말이야』


꾸중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류자스한테 쓴웃음을 짓고 나서 계곡 안으로 이동했다.

얼른 다른 일행과 합류해야 한다.

계곡 안에 있는 대량의 마물을 류자스가 마술로 불태운다.


『야, 류자스. 이 결계 안에서 어떻게 마술을 쓸 수 있는 거야?』


걸어가면서 류자스한테 문득 떠오른 의문을 질문해 봣다.

방금 전 낙하 도중 쓴 바람 마술도 그렇지만, 류자스는 결계 안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마술을 쓰고 있었다.

다른 마술사나 기사는 전혀 마술을 쓸 수 없는데 말이다.


『……이 계곡은 「천변」의 결계로 가득 채워져 있지. 이렇게까지 거대한 결계는 뭔 짓을 해도 해제할 수 없어. 그러니까 결계 중 일부에만 구멍을 뚫는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류자스는 팔을 내지르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톱을 세웠다.

잘 살펴 보니, 류자스가 닿은 공간만 결계가 사라져 있었다.


『이렇게 결꼐가 없는 공간을 만들면 잠깐이긴 하지만 마술을 쓸 수 있는 거다』

『…………』


류자스를 따라해 봤지만 나는 결계를 부술 수 없었다.

그걸 보고 류자스가 혀를 찼다.


『……그 정도도 못하면서 용사 운운하지 마!』

『……미안』

『아예 그만둬 버리라고. 너한테는 짐이 너무 무거워. 용사의 이름은 말이야!』


그렇게 류자스한테 몇 번이나 매도 당하면서 계곡 안을 나아간다.

박으로 나갈 수 있던 건 그 후로 몇 시간 뒤의 일이다.

결국 그때 당시의 나는 결계에 구멍을 뚫을 수 없었다.


『……멍청한 놈』


이건 영웅이라 불리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시절.

말투는 사납지만,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줬다며, 류자스를 존경하고 있었을 시절의 기억이다.



팔에 달라붙는 벌레를 떨쳐내고 눈앞에 있는 공간에 손톱날을 세운다.

구멍 안에는 제각각 다른 총 5개의 결계가 동시에 전개되어 있었다.

5개 결계에 모두 구멍을 뚫고 결계가 없는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 냈다.


“——「돌풍」”


그 틈 사이에서 억지로 마술을 발동시킨다.

구멍 안에 돌풍이 휘몰아치자 나와 엘피의 낙하 속도가 늦춰졌다.

동시에 주변에서 꿈틀대고 있던 벌레들을 날려버렸다.


“아이러니하지 않냐, 류자스.”


네가 가르쳐 준 마술 덕분에 네 함정에 대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엘피, 그대로 그 사람들을 들고 있어줘.”

“그래, 맡겨만 두거라.”


엘피한테 지시를 내리고 다시 결계에 구멍을 뚫는다.

류자스의 성격을 떠올리고 그 녀석이 함정을 설치해 놨을 법한 장소를 향해 「마술 찬탈(스펠 디바우어)」를 날렸다.


좌우의 벽, 그리고 착지 지점.

설치되어 있던 술식에서 마력을 억지로 뽑아내서 그 기능을 정지시켰다.


“……역시 꽤 버겁군.”


류자스 놈, 상당히 꼼꼼히 결계를 친 모양인데.

가벼운 마술을 썼을 뿐인데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되는 마력이 소모됐다.

행동 장해 결계도 있는 모양인지, 움직임도 둔해졌다.


몇 초 후, 우리들은 지면에 착지했다.

주변에 아무런 기척도 없는 걸 확인하고 곧장 여자들을 땅에 내려놨다.


“……아.”

“………….”


마르크스 때문에 구멍으로 떨어진 여자들의 몸 안에는 그 벌레들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들한테 대처하기 위한 함정 중 하나이리라.

배를 뚫고 나왔기 때문에 여자들은 이미 빈사상태였다.


“……심하군.”


배낭에서 미리 갖고 있던 포션을 꺼내서 배 주변에 뿌려 주었다.

동시에 치유 마술을 사용해 상처를 아물게 한다.

치유 마술은 그렇게 잘하진 않지만 영웅 시대에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배워두길 잘했다.


이걸로 지금 당장 죽진 않게 됐을 것이다.

바깥 병원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살 수 있으리라.


“이오리, 이 방에 있는 건 우리들뿐인 것 같구나. 아무래도 그 마술사는 없는 모양이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엘피가 치유가 끝나는 타이밍을 재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기로 한 모양이군.”


마르크스한테 복수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

그건 선정자를 데리고 온 류자스다.

여기로 오기 전 대화를 나누면서 엘피와 그 녀석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 마술사들은 어떻게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게냐?』


걸어가면서 엘피가 물어봤던 질문.


마르크스한테 미리 귀띔을 주고 자신들은 그걸 관찰한다.

혹은 마르크스를 이용해서 직접 나를 뭉개뜨리러 온다.


『이번 건에서 있을 수 있는 건 이 두 가지야.』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녀석과 연관이 없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냐?』

『그 가능성은 낮아』


류자스는 그래 봬도 신중한 성격이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결코 덤비지 않는다.

나락 미궁에서 동료를 데리고 공격했던 것도, 설산에서 있던 기습도, 모두 승산이 있었기에 취한 행동이었으리라.


『설산에서 내가 심상 마술을 쓴 걸 보고 그 녀석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와 자신의 전력 차이를 확인하기 전까진 그 녀석이 직접 공격해 올 일은 없어.


『고아원에서 싸우고 있을 때 손을 대지 않았던 것 우리들을 가늠해 보고 있었기 때문인 건가』


지난번엔 실력 가늠 정도로 끝마친 모양이지만, 슬슬 이쪽의 전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찾아올 시기다.

거기서 마르크스라고 하는 절호의 도구가 있다면 쓰지 않을 리가 없으리라.


『문제는 그 전투를 보고 그 녀석이 어떻게 움직일 거냐는 거지』


고아원의 전투를 보고 우리들한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 녀석은 공격해 올 것이다.

마르크스를 버리는 말로 삼아서라도 이쪽의 숨통을 끊으려 하겠지.


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그 녀석은 마르크스를 이용해서 우리들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간파하러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추잡한 남자한테 손을 대기 전에 그 마술사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간파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로구나』

『추잡……. 뭐 그렇게 되겠지. 상당히 귀찮지만 말이야』


그 후로 류자스가 개입해 있었을 경우에 설치되어 있었을 함정을 몇 개 정도 예상하고 사후 저치를 하기 위한 포석을 쌓고 난 후에 이 저택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류자스의 마력을 감지했을 때엔 습격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게 역효과를 불렀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류자스는 상태를 지켜보기로 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때 우리한테 경계를 품게 만드는 성가신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내가 공격하기 전에 마르크스를 지켜준 것이리라.


“……어디.”


우리들이 떨어진 건 지하다.

마르크스의 개인실을 통해서 미리 지하와 연결 시켜뒀던 것이리라.


방에는 「방해 결계(매직 디스터버)」 외에 「마력 강탈 결계」, 「마력 속박 결계」, 「행동 방해」, 「마력 소비 극심화」 같은 결계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결계를 치는데 얼마나 많은 마석을 썼을는지.

틀림없이 이 결계를 친 건 류자스일 테지.


“엘피, 마력은 괜찮냐?”


다른 결계의 효과도 방해되지만 엘피한테 있어서 가장 성가신 건 「마력 소비 극심화」일 것이다.

마안을 사용하기만 해도 평범한 사람은 말라 비틀어질 정도의 마력이 소모된다.

거기다 분신체를 유지하고만 있어도 평상시에 상당히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문제 없다. 오래 머무는 건 좋지 않다만 말이다.”


내 마력도 빨려나가고 있지만 장비하고 있는 마력 부여품 덕분에 결계의 효과를 반감하고 있다.

『마법 방어의 팔찌』와 『비취의 태도』, 『홍련의 갑옷』 효과 덕분이겠지.


하지만 그 효과가 있어도 버틸 수 있는 건 십 몇 분 정도일 것이다.

여자들도 길게 버티진 못한다.

이곳에 머물 의미도 없고, 얼른 이동을 시작하도록 하자.


“미안. 그 사람들을 좀 옮겨 줄 수 있겠어?”

“후후, 네 가녀린 팔로는 힘들 테니 말이다.”

“………….”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피는 여자들을 가볍게 들어올려 두 팔에 끌어안았다.

여전히 엄청난 완력이다.

엘피와 함께 방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음.”

“……누가 마중이라도 나왔나 보군.”


바닥에 깔린 돌 타일.

그 틈 사이에서 붉고 가녀린 물체가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 여자들의 배를 뚫고 나왔던 벌레들이다.


원 형태의 입을 사각사각 움직이며 땅을 기어서 다가오고 있다.

그때까지 본 적 없는 생물이다.

여행 중에 상당히 많은 수의 마물을 봤는데 이런 벌레와 만난 적은 없다.


“뭐야 이 놈들은. 마물인 건가?”

“……이상하군. 이런 종류는 나도 모른다.”

“신종……인가?”

“……아니.”


엘피는 아주 잠깐 마안을 발동시키더니 “역시 그렇군.” 하고 중얼거렸다.


“마물 특유의 마력도 느껴진다만……이 놈들은 굳이 말하자면 호문쿨루스에 가깝다.”

“호문쿨루스……? 이놈들이?”

“그리고, 별로 듣고 싶진 않을 테다만……이 놈들의 마력, 미약하나마 네 게 섞여있구나.”


그 말을 듣고 대부분의 사정을 이해했다.

내 마력이 섞인 호문쿨루스에 가까운 생물.


“……죠지와 릴리가 만들어 낸 실험 생물이겠지.”

“저거, 아마츠 벌레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

“헛소리 집어 치워.”


돌바닥에서 기어 나온 벌레의 숫자는 이미 100을 넘기고 있다.


“……귀찮지만 화염의 마술로 날려버릴까.”

“됐다. 나한테 맡기거라.”


엘피는 씨익 하고 사나운 미소를 짓더니,



“——물.러.나.라.”



벌레들을 노려보며 위압했다.

다음 순간에는 마치 썰물처럼 벌레들이 바닥 안으로 도망쳤다.


“관찰해 보건데, 저것한테 지성은 없다. 본능 덩어리라는 거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는 건가?”

“그래. 아마츠 벌레한테 너 정도의 기골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그 이름 부르지 마.”


방을 나아가고 안쪽에 있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안쪽에서 뭔가가 소리도 없이 날아왔다.


“……어이쿠.”


회피한 직후, 철퍽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온 물체가 등 뒤에 있던 돌바닥에 떨어졌다.

치익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돌바닥 중 일부가 녹아내렸다.

산성 같은 것이리라.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공격을 한 게 뭐였는지는 곧바로 알게 됐다.

방 중앙에 거대한 벌레가 있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봤던 뱀 같은 형상을 한 벌레와는 다르다.

둥근 몸통에서 여덟 개의 목이 자라나 있었다.

각각의 목이 흐느적거리고 있고, 그 입에는 수많은 송곳니가 돋아나 있었다.


“엄청나게 미묘하군. 호문쿨루스로 이런 것까지 만들어 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엘피, 이 방에 다른 함정은 없냐?”


아주 잠깐 눈을 진홍빛으로 빛내더니 엘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거대 아마츠 버……거대 벌레가 함정인 걸 테지. 이 방에는 결계 외의 장치는 없다.”

“……그래. 그렇다면 저 녀석을 쓰러트리면 함정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몰라.”


『————』


그렇게 두진 않는다, 라는 듯이 벌레가 머리를 쳐들었다.

세 개의 목이 크게 입을 벌리더니 그 내부에서 녹색 액체를 기세 좋게 방출했다.

돌바닥을 녹인 공격은 저건가.


산성탄의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엘피와 함께 어렵지 않게 회피한다.


『————!』


벌레가 몸을 질질 끌면서 그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다가온다.

몇 개의 목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벌레가 머리를 내리쳤다.


“……흡!”


떨어져 오는 목을 바로 아래에서 검으로 베었다.

벌레의 몸이 공중을 맴돌고, 육중한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진다.

절단된 목은 움질움질 땅을 버둥거리다 곧 움직이지 않게 됐다.


“……하앗!”


목이 떨어져 나간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목은 계속해서 떨어져 왔다.

날아오는 목을 한 개, 두 개, 계속해서 절단해 나간다.


『————』


남은 목이 5개가 됐을 때, 이대로는 목이 베이기만 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이리라.

벌레가 일단 거리를 두더니 몸을 이끌며 뒤로 물러나려 한다.


“——「마안 회신폭(灰燼爆)」


하지만 그걸 가만히 놔둘 엘피가 아니다.

그때까지 모아두고 있던 마력을 벌레한테 방출했다.

약간 사용한 마력을 억누른 듯한 느낌이 있는 폭발이 벌레를 덮친다.


『—————!!』


찰나, 남아있던 목이 입을 크게 벌렸다.

즈즉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폭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아원에 있던 마력을 흡수하는 장치랑 똑같군. 내 「마술 찬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양이야.”

“……마안은 못 쓰겠군.”


부르르 하고 벌레의 몸통이 떨리더니, 절단된 목이 단숨에 재생됐다.

아무래도 높은 재생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마술은 통하지 않는다.

물리 공격으로 데미지를 입혀도 바로 재생된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의 마력은 소모되고 있다.

느긋하게 싸우고 있을 시간은 없다.


【영웅 재현(더 레이즈)】를 쓰는 수도 있지만, 이 결계 안에서 쓰면 소모 마력이 장난 아니다.

마르크스가 남아있다는 걸 고려해 보면 여기서 소모하는 건 좋지 않다.


“이오리, 이 결계 안에서도 너는 마술을 쓸 수 있었지 않으냐?”

“……어. 그렇게 많이 쓰진 못하지만 말이야.”

“그럼, 얼음을 만들어 낼 수는 있느냐?”


그 말을 듣고 엘피의 의도를 이해했다.


“구두룡(九頭龍,히드라)인가.”

“그래. 머리 숫자는 다르다만 저 재생력도 그렇고, 목 숫자도 그렇고, 매우 비슷하다.”


비슷하다면 똑같은 대처법이 통할 가능성도 있는 건가.


“좋아. 너는 여자들을 안은 채로 뒤로 물러나 있어.”

“혼자서 싸울 생각인 게냐?”

“진짜 구두룡이랑 비교해 보면 별다른 놈은 아니니까 말이야.”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덟 개의 목이 동시에 산성 탄환을 날린다.

그와 동시에 몸통을 이끌면서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


산성 탄환을 피하면서 벌레한테 달려든다.

접근시키게 놔 두지 않겠다며, 벌레가 세 개의 목을 동시에 움직여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았다.


첫 번째 공격을 피한다.

두 번째 공격을 흘려 보내고, 되받아친 칼날로 세 번째 목을 절단시켰다.

녹색 혈액이 뿜어져 나온다.


“「빙결격(氷結撃,프리징)」


그 상처에 마술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피와 함께 상처가 얼어붙었다.


『————』


내가 도망칠 곳을 가로막듯이 벌레가 머리를 내리친다.

하지만, 느리다.

틈을 빠져 나와 스쳐 지나가듯이 목을 베어낸다.

동시에 빙결격을 퍼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역시나.”


벌레가 몸부림치지만 방금 전처럼 목이 재생하진 않았다.

재생시키려고 해도 상처가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


벌레는 어째서 상처가 낫질 않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대처법만 알아내면 나머지는 간단하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기를 깨달은 것일까.

나를 경계하듯이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다.

그걸 무시하고 나는 벌레한테 검을 휘둘렀다.


“——앞으로 다섯 개.”



모든 목을 잃고 몸만 남은 벌레가 땅에 쓰러졌다.

몸통이 살짝 떨리고 있지만 움직이는 기척은 없다.


벌레의 잔해를 지나쳐 우리들은 방 밖으로 나왔다.

문을 지나가니 순식간에 결계의 효과가 사라졌다.

역시 방금 전 방에서 우릴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리라.


“……꽤나 꼼꼼하게 결계를 쳐 놨군 그래.”


빠져나온 문을 살펴보니, 바깥 벽에는 빼곡하게 마술이 새겨져 있었다.


“혹시 모르니 파괴할 테냐?”


엘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두는 편이 나아. 류자스 녀석이라면 해제한 순간에 폭발하도록 설치해 놨어도 이상하지 않거든.”

“……흠. 아, 정말이군. 「폭발(익스플로전)」 술식이 새겨져 있구나.”


역시나.

술식에 간섭한 순간 함정이 작동하는 구조.

뭐, 왕국의 「의식의 공간」에서 있던 일을 갚으려는 걸 테지.


“미안하다만, 그딴 거에 걸려드는 건 너뿐이다, 류자스.”


결계는 방치해 둔 채로 앞으로 나아간다.

혹시 모르니 함정을 경계하며 걸어갔지만,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여긴 그냥 통로인 듯하군.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니 통로 중간에 엄중하게 봉인된 방을 발견했다.

엄중하게 관리된 문을 보고 발을 멈췄다.

마술로 문을 해제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그곳에 있던 건 약품 선반이었다.


“으윽, 코가 마비될 것 같은 냄새다.”


엘피는 코를 억누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약을 관리하고 있는 방인 모양인데.”


약품 선반에는 수많은 위법 물약이 들어가 있었다.

알고 있는 물약도 몇 개 보였다.

그 중에는 온천 도시에서 헬가한테 사용했던 「귀신의 손톱」 같은 것도 있다.


“……흠.”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몇 가지 약을 들고 배낭 속에 집어넣었다.


“응? 뭐에 쓸 생각인 게냐?”

“그래.”


「신의 물방을」을 손에 쥐고 엘피를 향해 웃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