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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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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고아원』
제 12화 『그 유지를 이어받아서』
피부를 찌르는 듯한 차가운 공기.
뺨을 스쳐 지나가는 눅눅한 호흡의 감촉에 미쉘은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몸에 기름이 잔뜩 낀 남자의 얼굴이 시야 한 가득 펼쳐져 있었다.
“……히익…….”
“잘 잤어, 미쉘 짱?”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미쉘은 손발이 포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뿐만 아니라, 옷이 벗겨져 속옷만 남은 차림이었다.
욱신욱신 하고 아파오는 머리를 억누를 수조차 없다.
공포에 휩싸여 주변을 둘러보니, 맨 처음 시이나를 찾아냈던 그 넓은 실험실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 돼지 같은 남자는 바닥에 눕혀져 있는 미쉘을 넙죽 엎드려 바라보고 있다.
남자가 숨을 내쉴 때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것만 같은 눅눅한 악취가 미쉘의 코를 찔렀다.
“파파, 마마! 미쉘 짱, 일어난 모양이야.”
“그러니그러니. 다티스, 잘 됐구나.”
“다 짱을 위해서 데려 온 거니까, 네가 원하는대로 해도 된단다.”
방에는 죠지와 릴리도 있었다.
안쪽에 설치된 의자 같은 기구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저, 건…….’
그 두 사람 옆에 잿빗 청년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똑닮은 용모……지만, 저건 아마츠가 아니다.
헷갈릴 리도 없다. 저 야수 같은 눈매를 한 청년은 오르가다.
오르가가 여기 있다는 건, 그와 싸우고 있던 아마츠는 어떻게 된 걸까?
“오, 오빠는, 어떻게 된 거야……!?”
릴리와 죠지를 향해서 누워있던 미쉘이 소리쳤다.
그 큰 목소리에 다티스는 눈을 홱 하고 동그랗게 뜨더니,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오빠……? 아아, 그 결함품을 말하는 거냐.”
“그딴 건, 이미 당연히 처분했지.”
“거짓말…….”
믿기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
“거짓말이 아냐. 그 뒤, 내가 철저하게 박살냈으니까 말이야. 완전 박살난 그 녀석의 모습을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더라. 망할 년.”
“그럴……수가.”
성대가 달라붙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죽었다. 내가 도망칠 수 있게 필사적으로 싸워줬던 오빠가.
눈물이 치밀어 오르고, 미쉘은 몸을 떨어댔다.
“오, 빠…….”
“진짜 완전 개죽음이잖아, 그 자식 말이야. 모처럼 비참하게 기어다니면서 내 발을 붙잡고 있었는데 말이야. 제일 중요한 네가 못 도망치면, 전부 소용이 없잖아!”
“으……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미쉘이 오열을 토해낸다.
자신이 실패한 탓에 아마츠의 노력을 쓸모없게 만들고 말았다.
미쉘을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 너덜너덜해진 몸으로도 아마츠는 계속 싸워왔는데 말이다.
“후후, 아아, 울고 있는 미쉘 짱 귀여워!!”
다티스의 거체를 이끌고 미쉘의 몸 위로 올라간다.
억지로 고개를 들게 만들곤, 미쉘의 얼굴을 혀로 핥았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핥아 마시며, 다티스는 그 쾌락에 몸을 떨어댔다.
“파파, 마마. 얼른 그거 해 줘! 미쉘 짱한테 보여주고 싶단 말야!”
“여보, 다 짱이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해 주죠.”
“그래, 지금 바로 할게. ……오르가, 슬슬 마력 보충을 하마.”
“그렇군,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힘을 모아둬야 해. ……저딴 쓰레기 때문에 힘을 소모했다니 굴욕이군.”
오르가의 몸에 몇 개나 되는 코드가 연결된다.
코드 끝에는 그 의자형 기구가 있었다.
“자 미쉘 짱! 자아아알 보고 있어야 해!”
“……아…….”
억지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다티스가 미쉘의 고개를 들어올리게 했다.
시선 끝에 있는 건 그 의자다.
그 위에 한 소녀가 앉혀져 있다.
“시이나…….”
“응, 맞아. 시이나 짱이랑 사이가 좋았다면서? 지금부터, 저 애가 삐쩍 마른 미라가 되는 걸 보여 줄게!”
“아……아아아아…….”
시이나도 속옷 차림으로 의자에 포박되어 있었다.
몸은 바짝 야위었고, 그 눈에는 생기가 없다.
머리 위에 달린 귀는 축 늘어졌고, 광택이 있던 피부나 입술에서는 수분이 사라져 있었다.
“하아……하아……! 미쉘 짱 엄청 좋은 표정 하고 있어!”
고간을 크게 부풀리며, 다티스가 숨을 거칠게 몰아 내쉰다.
그대로 미쉘의 허벅지에 그것을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말이지! 하아, 저 애는! 마력을 빨려서 죽는 거야. 후우, 후우…….”
“그만둬…….”
“아하, 안 돼. 저 애는 이미 질렸으니까 다 빨아들여서 죽이는 거야! 시이나 짱 대신 미쉘 짱이 왔으니까. 후우, 후우우.”
아마츠가 살해당하고, 눈앞에서 시이나도 죽기 직전이다.
자신은 어떻게 할 방도도 없다.
이대로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살해당한다.
‘그건 이미, 바꿀 수 없지만……!’
“……악!”
최소한의 저항으로 미쉘은 얼굴을 쓰담고 있던 다티스의 손가락을 악물었다.
그 추악한 살점을 이로 깨물었다.
“아아!? 아파아파아파아파아프다고오!!”
“……읍! 읍!!”
얼굴을 얻어맞으면서도 미쉘은 입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다티스의 피가 뚝뚝 하고 흘러 넘친다.
“다 짱!?”
“이 자시이이이익!!”
곧바로 달려온 죠지의 발차기가 미쉘의 배를 걷어차고, 그 작은 체구가 뒤로 떠밀렸다.
뼈가 부러지는 기분 나쁜 감촉이 미쉘을 덮쳤다.
그때 심장에 상처가 난 건지, 입 안에 피의 맛이 퍼졌다.
“아아아아아!!! 파파아! 마마아! 아파아아!”
“다티스! 괜찮니!?”
비명을 지르며 다티스가 땅에서 허우적댄다.
곧바로 달려간 죠지와 릴리를 두드려 패면서 굵은 목소리로 돼지처럼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 아파아파아파!! 이대로는 죽을 거야, 죽어버릴 거라구우우우!!”
“지금 내가 바로 고쳐줄게!!”
죠지가 그를 억누르고, 곧바로 릴리가 치유 마술을 걸어 손가락의 상처를 낫게 했다.
“이놈, 미쉘!!”
“잘도 다 짱한테!!”
후욱후욱 숨을 몰아 내쉬면서 미쉘은 말했다.
“꼴……좋다.”
그 순간, 다티스가 얼굴의 지방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절규했다.
“나한테 상처를 입히는 녀석 따위, 장난감으로 삼을 수 없어! 죽여! 파파! 지금 당장 저 녀석을 죽여줘!!”
제일 사랑하는 아들한테 상처를 입힌 존재를 살려 둘 이유가 없다.
죠지가 미쉘의 머리칼을 붙잡고 의자가 있는 곳까지 질질 끌고 간다.
“네놈은 시이나랑 같이 마력을 빨아들여서 죽여 주마! 아들을 상처 입힌 벌이다!!”
“으……윽…….”
마치 얻어맞는 것처럼 의자에 앉혀졌다.
죠지가 뭐라 영창하자, 의자에서 포박구가 나타나 미쉘을 꽁꽁 묶었다.
이제부터 전에 방에서 봤던 남자처럼 마력이 다 빨려나가 죽는 것이리라.
“어째서…….”
“뭐라고?”
“어째서……이런 짓을 하는 거야. 전에, 죠지랑 릴리는 나한테 가르쳐 줬었는데.”
추욱 의자에 기댄 채로, 미쉘은 물어봤다.
“인간도 아인도, 모두 다 좋은 점이 있다고……. 나, 행복했었는데…….”
미쉘의 말에 죠지와 릴리는 얼굴을 마주보더니, “그 말대로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도 아인도, 둘 다 훌륭하지.”
“그래, 그 말대로야.”
군침을 삼키는 듯한.
퉁퉁 살진 돼지 스테이크에서 방울져 내리는 육즙 같은.
욕망으로 번들번들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은 말했다.
““――둘 다, 좋은 실험 재료로 써먹을 수 있지””
아아, 하고 미쉘은 깨달았다.
두 사람이 고아원을 열었던 건, 실험 재료를 모으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아이들한테 상냥하게 대해줬던 그 태도는 전부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게다가, 실험이 성공하면 돈도 되지. 오르가가 마왕을 쓰러트린 날엔 돈도, 명예도, 전부 들어올 거다.”
“구역질나는 마족도 멸망시키고, 우리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 아아, 인간도 아인도, 공평하게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존재야.”
자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황홀한 표정으로 릴리가 말했다.
“추출한 마력을 사용하면 이렇게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어. 그렇지도 않으면, 너희들처럼 지저분한 고아를 데려 올 리가 없잖니?”
지저분한.
그때까지 고아원에서 보여줬던 태도의 그녀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이다.
그건 전부 연기였고, 내면에서는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냐고, 미쉘은 경악하고 있었다.
“시이나처럼 기분 나쁜 아인을 거둬준 것도 그걸 위해서야. 인간의 아이들보다도 거두기 쉽고,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걸.”
“그렇다고 해서, 다티스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짜증나지만……멜트 신님은 말씀하셨지.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라, 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은 너희들한테 시간을 쪼개서 의식주를 제공해 주고 있는 거야.”
뭐가 멜트 신이냐며, 미쉘은 구역질을 하고 싶어졌다.
멜트라는 신이 가르쳤던 대로라면 신은 절대로 두 사람이 한 짓을 용서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은 전부 다 올바르게 행동하다고 믿으며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들이 없었더라면, 어차피 네놈들 고아는 굶어 죽었을 거다. 한때라도 살 수 있는 집을 준비해 준 거니, 오히려 우리들한테 감사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
“그래. 그런데다가, 너처럼 쓰레기들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해 주는 거니까, 울면서 기뻐해야지.”
당당하게 말하는 두 사람을 보고 미쉘은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을 정도로 추악하다, 라고.
어째서 이런 사람들한테 자신들이 희생양으로 삼아져야 하는 것일까.
어째서 이런 사람들한테, 오빠가 살해당했어야 하는 것인가.
“파파! 마마! 얼른 해 줘!”
“그래, 미안하구나. 하하, 그런 거다. 지금 당장 쥐어짜내서 죽여 주마.”
다티스가 재촉을 하자, 두 사람은 대화를 끝맺었다.
추악하게 비웃더니, 의자의 장치를 동작시키기 시작한다.
“하하! 그 결함품한테 소모했던 마력은 너로 보충해 주마. 그 녀석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려나?”
“……윽…….”
“뭐, 이미 죽었으니까 알 수도 없을 테지만 말이야!!”
코드 너머에 있는 오르가가 미쉘을 비웃는다.
“마력이 빨려 나가는 건 괴롭다구! 나를 깨무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바―보!”
다티스가 껄껄 웃는다.
“흥. 자, 죽어라.”
“작별이네. 앞으로 너 같은 게 들어오지 않도록 경계는 소홀히 하지 않을게.”
그렇게 의자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몇 분도 지나지 않는 사이에 미쉘과 시이나는 마력이 빨려나가 죽을 것이다.
아마츠의 전투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아마츠의 죽음은 아무런 가치가 없던 것으로 바뀌고 만다.
‘그런 건……싫어……!’
고통으로 몽롱한 의식 속에서, 미쉘은 그걸 강하게 부정했다.
“……해줘.”
아무한테도 닿지 않는다.
도우러 와 줄 사람은 없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구해줘……!”
마지막으로 미쉘은 쥐어짜내듯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래.”
――그 소리침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날아와서 의자와 오르가를 연결하고 있던 코드를 절단한다.
코드의 절단면에서 파직파직 하고 전류가 역류했다.
“뭐……뭐냐!?”
넓은 방의 어두컴컴한 한구석.
어둠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그곳에서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금안의 소녀와,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검정색인 소년.
그 두 사람 다 미쉘은 본 적 없는 사람이다.
“……오, 빠……?”
하지만 검은 소년을 보고 미쉘은 어째선지 아마츠와 닮았다고 느꼈다.
“누구냐, 너희들은!”
고함치는 죠지를 보고, 검은 소년은 매우 추악한 걸 보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그 뒤로 미쉘을 바라봤다.
“……네가 미쉘이냐?”
미쉘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검은 소년은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바로, 구해 줄 테니까.”
◆
“엘피, 나는――――”
엘피와 함께 성도를 돌아다녔던 그날 밤.
나는 어떤 대답을 내렸다.
“그 녀석들이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면……복수를, 포기할까 해.”
원망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살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은 두 사람을 죽이는 건, 과거 내가 지키고 싶어 했던 걸 부수게 된다.
그러고 싶진 않았다.
아이들의 미소를 부수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음,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그 말을 따르마. 확인하러 갈 테지?”
엘피는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래. 심야가 되면, 그 고아원으로 가자.”
그렇게 우리들은 성도를 나와, 다시 고아원으로 향했다.
고아원을 둘러싸고 있는 숲에는 수많은 흙거인(골렘)과 감시용 마술이 설치되어 있다.
「은폐」와「마술 찬탈(스펠 디바우어)」로 그걸 돌파한 다음, 신중하게 숲을 나아간다.
“――――”
고아원 안에 들어가기 직전.
그 도중, 숲 전체를 내달리는 듯한 마력의 파동을 느꼈다.
일단 고아원을 들어가는 걸 멈추고, 그 마력의 근원을 향해 달려갔다.
“……!”
“이건……아마츠인가.”
거기서 나는, 「과거의 나」와 만났다.
아니……정확히는 나르다.
정확히는 「영웅 아마츠」를 모방해 만들어진 전투용 호문쿨루스다.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호문쿨루스는 나한테 말했다.
『아이들을 구해 달라』고.
맨 처음엔 무슨 함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호문쿨루스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구해줬으면 한다고.
“어쩔 거냐.” 라고 엘피가 눈짓으로 물어봤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 맡겨 둬.”
그리고 우리들은 고아원에 침입했다.
아이들은 2층 계단에서 잠들어 있으며, 뭔가를 당한 낌새는 없다.
위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 봉인된 방 말고는 없겠군.”
꼼꼼하게 닫혀져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 그 너머에 있던 건 지하실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계속 나아가다, 그리고――.
““――둘 다, 좋은 실험 재료로 써먹을 수 있지””
또, 나는 실망하게 됐다.
미소 따윈, 맨 처음부터 아무데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고 말았다.
“……정말로, 너희들은 나를 몇 번이나 실망시켜줘야 기분이 풀릴 거냐?”
“당신……어제 고아원에 왔었던……!”
날카로운 목소리로 릴리가 소리치는 걸 무시하고,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확인했다.
죠지, 릴리, 그리고 아마도 두 사람의 아들일 다티스.
의자에 묶여 있는 두 여자애와,
“――――!”
방금 전까지 있었던 또 다른 호문쿨루스 「오르가」가 사라져 있었다.
“하하하!!”
마술을 사용한 고속 이동으로 오르가가 다가온다.
오른손에 쥔 검이 엄청난 기세로 내리쳐지는 게 보였다.
비취의 태도로 막아내기도 전에 엘피가 앞에 섰다.
“그리 두지 않는다……!”
마력을 두른 팔로 오르가의 일격을 막아낸다.
마력과 마력이 격렬하게 부딪치더니, 불꽃이 튀었다.
“으라아아아!!”
오르가의 일격이 엘피를 공중으로 내질렀다.
바람의 마술을 이용해서 오르가가 그 뒤를 쫓는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발로 차는 듯한 동작으로 엘피를 농락한다.
“……얕보지 말거라, 인형.”
――『마각 ・천풍섬(魔脚・天風閃)』
엘피의 발에 마력이 둘러진다.
직후, 엘피도 오르가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박차 공중을 이동했다.
『마완(魔腕)』과 칼날이 몇 번 교차하더니, 격렬하게 불꽃을 튀기며――
“칫…….”
힘에 밀린 오르가가 땅에 처박혔다.
직후 바람으로 기세를 죽이고 곡예사처럼 회전해서 착지한다.
이어서, 엘피도 땅으로 내려왔다.
“너, 상당히 강하군. 그 결함품보다도 훨씬 더 쓸만한데 그래.”
서로 격돌한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아직 상당한 여력을 남기고 있다.
과연, 저 호문쿨루스, 상당히 강한 모양이다.
“……거기 있는 남자, 너는 뭐냐? 너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르가가 쳐다본다.
“아무것도 아냐……그냥 복수자지.”
“아앙?”
“그나저나, 죠지랑 릴리. 뭘 하고 있나 싶었더니, 「영웅 아마츠」의 호문쿨루스를 만들고 있었을 줄이야.”
이 숲 주변에서 목격됐다고 하는 영웅 아마츠의 유령.
이걸 보는 한, 호문쿨루스가 탈주라도 해도 그걸 목격한 사람이 있던 거겠지.
……시시하군.
“내가 제공한 세포를 이딴 일에 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무, 무슨 소리를……?”
“……모르겠냐? 그럼, 바로 가르쳐 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노려보자, 죠지와 릴리가 부르르 하고 몸을 떨었다.
“뭘 하고 있나, 오르가! 얼른 이 녀석들을 처리해라!”
“다 짱, 이쪽으로 오렴. 파파랑 마마가 지켜 줄 테니까.”
“응.”
저 세 사람은 소녀 두 명이 앉혀져 있는 의자 근처에서 가만히 있다.
구하러 가려면 일단 오르가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가르쳐 주겠다고? 지금 바로 죽을 너희들이 뭘 가르쳐준다는 거지?”
“안심해라. 너한테 가르쳐 줄 건 없으니까.”
“……너, 그 결함품 정도로 짜증나는군.”
찌릿찌릿 하고 오르가가 마력을 방출시킨다.
잿빛 머리칼에, 저 장신.
아마도 내부에 내포한 방대한 마력의 영향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리라.
“결함품이라는 건, 숲에 쓰러져 있던 그 호문쿨루스를 말하는 거냐?”
움찔, 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소녀가 반응하는 게 보였다.
분명, 미쉘이었던가.
그 호문쿨루스가 목숨을 걸어서 지키려고 했던 소녀.
“아아, 봤던 거냐? 그래. 그 녀석은 나랑 똑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지. 뭐, 약하기만 한 결함품이지만 말이야.”
“………….”
“이 몸이야말로, 그 「영웅 아마츠」를 완전 재현한 완성형이다. 같은 인간을 기초로 삼고 있는데, 어째서 그 녀석이랑 나는 이렇게까지 다른 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르가는 도취해 있는 것처럼 유창하게 혀를 굴려댄다.
“그딴 만만한 녀석이 아마츠일 리가 없는데 말이야.”
“………….”
“그러니까 그 녀석은, 결함품인 가짜라는――”
“이제 됐어. 닥치고 있으라고,「결함품」”
뭐? 라고 오르가의 몸이 굳었다.
뒤에서 엘피가 작게 웃고 있다.
“큭큭. 아마츠의 복제품이라면, 이 인형은 정말 엄청난 결함품일 테지.”
“……그래. 결함품에, 가짜인 건 바로 너다, 오르가.”
적어도.
그 호문쿨루스의 구하고 싶다는 의사는, 진짜였다.
눈앞에 있는 가짜와는 다르다.
“이……이 몸이, 가짜라고……?”
부들부들, 오르가가 몸을 떨어댄다.
쿵쿵 하고 땅을 구르며 어금니를 드러내고 소리쳤다.
“죽여 주마. 이 망할 새끼들아아아아!!”
오르가의 모습이 사라졌다.
바람 속성 마술을 사용하면서 벽을 박차고, 방 안을 용수철처럼 튀어 다닌다.
“이오리. 저 인형은 너한테 맡겨둬도 괜찮겠나?”
“그래. 바로 처리할게.”
대화 도중에도 오르가는 태풍처럼 방 안을 뛰어다니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다니. 이 몸이 가짜라고? 하, 좋아. 지금부터 너한테 진짜의 일격을 가르쳐 주마.”
“………….”
“너희들도, 저 꼬맹이를 구하러 온 걸 테지? 지금 정했다. 너희들도, 저 꼬맹이들도, 내가 박살을 내서 죽여주겠어. 그 결함품이랑, 똑같이 말이야!!”
과거의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있다는 건 기분이 나쁘군.
그 호문쿨루스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이 녀석은 무리다.
짜증이 치밀어서, 참을 수가 없다.
“받아라아!!”
바로 옆을 오르가가 지나간다.
충격파로 땅이 크게 깎여나가고, 파편이 바람에 흩날린다.
“하하하하하하하! 뭐냐, 너! 눈으로 쫓지도 못하잖아!! 그딴 걸로 잘도 이 몸한테 시비를 걸었군 그래! 영웅 되시는, 바로 이 몸한테 말이야!!”
큰 소리로 비웃어대면서 오르가가 계속해서 고속으로 이동한다.
“후회해도 늦었다고, 쓰레기. 저기 있는 여자랑 같이, 지금 당장 박살을 내――”
“그럼 얼른 오라고. 가짜.”
“……그래, 죽어라.”
발판을 박살내며, 오르가가 달려든다.
작은 태풍이 형태를 이룬 듯한 기세다.
“죽여라, 오르가!”
눈앞으로 오르가가 달려든다.
오른손에 깃든 『용사의 증표』가 쑤셔온다.
예감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그걸 사용할 수 있다고.
조소를 띄운 채로, 검을 내리친 오르가의 일격을,
“――【영웅 재현(더 레이즈)】
나는 마력으로 강화한 팔로 막아냈다.
충격파가 방 전체를 휩쓴다.
실험 도구가 덜컹덜컹 흔들리고, 땅으로 떨어져 간다.
“……뭐?”
공격이 막힌 오르가는 그때까지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넋이 나가 있었다.
“끝이냐?”
“뭐, ……큭!!”
오르가가 크게 뒤로 도약했다.
그리고 다시 바람으로 자신을 강화해서 달려들었다.
팔로, 가볍게 튕겨낸다.
“오…….”
수많은 참격이 날아든다.
비취의 태도로 그 모든 참격을 절단했다.
“오오……!”
사방에서 바람, 화염, 물, 흙, 모든 속성의 마술이 날아왔다.
그 모든 걸 마술로 없애버린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필사적인 포효를 내지르면서 오르가가 연속으로 공격해 온다.
마술, 검술, 체술, 온갖 공격을 가볍게 피한다.
“뭐냐!? 대체 뭐냐고, 너는!?”
오르가의 얼굴이 초조로 일그러져 간다.
인정사정 없이 전력의 공격을 계속해서 퍼붓고 있다.
그래도 나는 단 일격조차 맞지 않는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어째서 이 몸의 공격이 통하지 않지!?”
“………….”
“이 몸은 최강이란 말이다! 영웅이라고!? 이런 건 말도 안 돼!!”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약한데, 결함품.”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 것처럼 오르가가 검을 휘두른다.
튕겨내고, 피하고, 흘려보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이 정도로 영웅? 하, 웃기지 말라고. 이 정도로는 디오니스한테조차 이기지 못해.”
“거짓말 치지 마! 이 몸은 최강이라고! 어떤 녀석이든 나한테는 이길 수 없어! 마왕도, 이 몸한테는!”
“오르테기아 상대라면, 맨 처음 일격에 네가 죽고 끝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실력차를 겨우 확인할 수 있던 것이리라.
오르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절규했다.
“――슬슬, 끝을 내볼까.”
“히익…….”
“방금 전부터 계속, 영웅이니 뭐니 시시한 소리를 지껄여 댔었지?”
비취의 태도에 마력을 두른다.
사용하는 건, 『귀검』이다.
“지금부터 네가 말한, 영웅(진짜)의 일격을 선사해 주지.”
“서, 설마…….”
창백한 얼굴로 오르가가 뒷걸음친다.
“너, 너……오리지널……!?”
“정답.”
“시, 싫어……싫어, 죽고 싶지 않아!!”
오르가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려 한다.
“비참하군. ……그 녀석은 좀 더, 깔끔했다고.”
“싫어어어어어어어! 이 몸은, 이 몸은 진짜란――――”
마력이 담긴 참격이 날아간다.
“잘 가라, 가짜.”
막으려고 앞으로 내민 검을 반으로 부러트리고, 경화 마술을 돌파해서.
과거의 내 마력을 두른 일격이 오르가를 정면으로 양단했다.
“―――――”
공포로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오르가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한 조각의 살점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뭐……? 뭐, 가?”
“어? 어떻게, 된 거야?”
몇 초 정도 지나서, 죠지와 릴리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오르가의 모습을 찾고 있다.
“오르가! 뭘 하고 있는 거냐!”
“얼른 이리 나와! 저 녀석들을 얼른 죽이란 말이야!!”
대답은 없다.
이걸로, 겨우 오르가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리라.
후들후들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뭐냐, 지금 그건……. 심상 마술……인가?”
“그, 그것보다, 지금 그 마력 패턴은. 그럴 수가, 거짓말…….”
“어, 파파? 마마? 왜 그래……?”
죠지와 릴리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다티스만 혼자서 부모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러니까, 바로 가르쳐 주겠다고 했잖아?”
“네, 네놈……설마, 그럴 리가…….”
“그래, 오랜만이로군.”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심상 마술의 마력을 느끼고, 내 정체를 깨달은 것이리라.
“죠지 이그나스 엘바나히트에, 릴리 파미나 안블럼. ……아, 지금은 결혼해서 릴리 쪽은 성이 바뀌어 있던가?”
“거짓말이야……말도 안 돼!”
“마, 마마, 파파, 무슨 소리야?”
“좀 조용히 하고 있어!!”
마음에 여유가 없던 건지, 죠지는 그렇게 귀여워하던 아들한테 노성을 내질렀다.
릴리는 그걸 달래줄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아마츠……인 거냐?”
“그래, 맞아. 너희들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돌아온 거지.”
그렇게 말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히익…….”
“오지 마라!”
죠지의 울부짖음과 함께, 땅에서 수많은 흙거인(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쿵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다.
“방해 되는군.”
그리고 엘피의 마안 공격으로 단숨에 소멸했다.
골렘들의 잔해가 땅으로 폴폴 떨어져 내려온다.
“내 흙거인(골렘)이, 이렇게, 간단히…….”
“……간다.”
땅을 박차, 죠지와 릴리한테 달려든다.
“싫어, 오지 마!!”
“이, 망령이……!!”
릴리의 마술이 땅을 타고오더니, 발밑이 움푹 패였다.
거기서 죠지의 마술이 탄환처럼 쏟아져 내렸다.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지형을 바꿔서 움직임을 봉한 다음 공격한다.
역시 성당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던 만큼 전투에 익숙하다.
“뭣……!?”
신발에 마력을 흘려넣어 발판을 무시하고 달려간다.
신발의 효과 덕분에 내 움직임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창벽(蒼碧)의 신발.
내가 밟고 있는 땅의 단점을 전부 무시하고 이동할 수 있는 마력 부여품이다.
사용하는 건 처음이지만, 이 효과는 진짜인 모양이다.
죠지와 릴리가 있는 힘껏 공격을 날려대고 있다.
그 모든 공격을 내가 정면으로 베어냈다.
밀려오는 흙거인(골렘)도 엘피의 마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히익……!”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은 다티스를 등 뒤에 감추는 것처럼 뒷걸음질 친다.
이 상황에서 감싸는 걸 보면, 아이에 대한 애정은 진짜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애들을 생각해 주지 않은 건데.
죠지와 릴리한테 주의를 기울인 채로, 의자에 앉혀져 있는 소녀를 본다.
두 사람 다 의식을 잃었다.
오르가와의 전투 여파가 닿았기 때문이리라.
“……이제 괜찮아.”
검을 휘둘러 그 몸을 속박하고 있던 포박구를 파괴했다.
자유로워진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안전한 곳까지 데려 가서 땅에 두었다.
미쉘이라는 소녀의 호흡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쇄골이 부러져서 내장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또 다른 묘인종(워 캣) 소녀는 좀 더 심했다.
몸 안에서 마력이 뽑혀져 있다.
이대로 방치해 두면 쇠약해져서 죽고 말 것이다.
“죽게 두지 않아.”
이 두 사람도, 다른 애들도.
반드시 구해 보이겠다.
……그 녀석과 약속했으니 말이다.
“……이건 심하군.”
“포션을 넘겨라. 이 두 사람은 내가 처리해 두지.”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서 엘피한테 건넸다.
“이봐, 이오리.”
두 사람의 입에 포션을 흘려넣으면서 엘피가 나를 보지 않은 채로 물어봤다.
“……왜?”
“안심했나? 저 녀석들이 악인이라, 걱정 없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
뒤를 돌아봐, 나이프를 투척했다.
도망치려고 했던 다티스의 허벅지에 나이프가 꽂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다 짱!?”
“네놈, 무슨 짓을……!”
돼지처럼 울부짖으면서 땅을 굴러다니는 다티스.
달려가는 두 사람한테도 마찬가지로 나이프를 투척했다.
“끄아아아아악!”
“히, 히익……으그으으윽!”
“마마! 얼른 고쳐줘! 죽어, 죽어, 죽는다구우!”
세 사람의 시끄러운 절규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기……기다려 줘! 살려 주게!”
죠지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말한다.
무시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마윈. 벨트가. 올리비아. 디오니스. 이 녀석들의 이름을 듣고, 뭔가 떠오르는 건 없냐?”
“서……설마.”
“그래. 여기로 올 때까지 내가 죽이고 왔던 녀석들의 이름이야.”
후들후들 세 사람이 몸을 떨어댄다.
“죠지, 릴리. 너희들은 나를 배신했지.”
“아, 아냐……! 우리들은, 그게…….”
“류자스나 다른 애들한테서 너희들의 정보는 얻었어. 돈에 눈이 멀어 나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도 말이지.”
“그, 그건…….”
창백한 표정으로 뭔가 말하려고 해도, 변명조차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
“너희들이 마음을 고쳐 먹어서……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었더라면, 복수하지 않고 손을 거둘 생각이었다고.”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의 안색이 바뀐다.
활로를 찾아냈다는 것처럼 눈의 색깔이 바뀌었다.
“우, 우리들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서 고아원을 연 거다!”
“그래! 어제 당신들도 위쪽의 상황을 봤잖아……!?”
“아, 아마츠 공……! 부탁이네, 살려 주게…….”
“부탁드릴게요!!”
달라붙는 것처럼 두 사람이 나한테 말한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죽였던 아이들을 원래대로 돌려놔.”
“뭐……?”
“전부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 다음, 지금 당장 이곳으로 데려오란 말이야.”
“그, 그건…….”
그건 불가능하다.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엘피. 방금 물어봤었지. 나한테, 안심했냐고.”
“………….”
“……아냐. 실망했어. 역시, 나한테는 보는 눈이 없다고 말이야.”
조금은, 믿고 싶었던 자신한테.
하지만, 내가 틀렸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히 바뀌지 않는다.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녀석들이라면 맨 처음부터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타인을 모멸하고, 비웃지는 않는다.
“나는 복수와 타협을 할 뻔 했어. 너희들 덕분에, 그걸 깨달았지.”
“히익…….”
“그러니까 더 이상, 타협은 하지 않아. 나를 배신한 녀석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너희들한테, 지옥을 보여주도록 하지.”
마술을 발동시킨다.
“그, 그만――”
그렇게 나는 세 사람의 의식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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