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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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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고아원』
제 10화 『품어두고 있던 마음을』
똑같은 얼굴, 똑같은 색깔의 머리칼, 똑같은 키.
입고 있는 옷 말고는 전부 아마츠랑 똑같다.
그런데도 이 청년은 너무나도 아마츠와 달랐다.
부수수하고 긴 잿빛 머리칼에 쳐다보면 겁에 질릴 것 같은 날카로운 빛을 내뿜는 칠흑의 두 눈동자.
흉기라는 걸 단숨에 알아볼 수 있는 검을 한쪽 손에 쥐고, 판초를 입은 그 청년은 사나운 미소를 짓고 있다.
“오빠……!”
절단된 팔의 단면을 억누르면서 아마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쉘이 달려가려고 하자, 아마츠는 남은 팔로 그녀를 제지했다.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너는 내 뒤에 숨어 있어. 저건……위험해.”
수많은 흙 거인(골렘), 엄청난 숫자의 함정을 돌파해 온 아마츠가 『위험해』라고 평가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끼고 미쉘은 숨을 삼켰다.
방금 전부터 아마츠는 단 한 순간도 저 청년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이봐, 거 참 시시한 액션인데. 영웅이 왔다고? 좀 더 반겨줘라.”
아마츠의 피가 방울져 있는 검을 만져대면서, 청년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왔다.
미쉘과 아마츠가 자신한테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고 있는 듯했다.
“영웅……이라. 나 말고도 몇 개 더 만들어져 있었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네가 그런 거구나.”
“그래, 정확해. 하지만 너희들 결함품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너는, 우리들과 다르다고?”
“당연한 걸 묻지마, 쓰레기. 그냥 봐도 알 수 있잖아? 너희들 가짜랑도, 결함품과도 다른――명실 공히, 내가 완전한 영웅(아마츠)야.”
자신만만하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르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청년이 얘기한다.
영웅을 자칭하는 그 청년은 보통은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생각이 안 드리라.
그렇다, 보통은.
――영웅.
청년이 뿜어대는 이상한 위압은 그 말을 흘려듣지 못하게 만든다.
다만, 그 불길한 느낌은 굳이 표현하자면 「마왕」이라는 호칭 쪽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고 미쉘은 생각했다.
“바로 뒈져버리는 개체와도, 제대로 된 지성을 가지지 못한 개체와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개체와도 달라! 나야말로 영웅 아마츠의 분신――두 번째 영웅, 오르가님이다.”
청년――오르가는 가슴을 펴더니 큰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입에 댔다.
「영웅 아마츠」를 재현시키기 위해 몇 십 개체나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오르가는 자신이야말로 그 완성형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런 네가, 릴리와 죠지한테 명령을 받아서 여기까지 온 거냐?”
“명령? 아니, 아니지. 너희들이 우리들을 위협하는 「악」이라 온 거야.”
“우리들이, 악……?”
“나는 언젠가 마왕을 죽이고 세계를 구할 영웅이다만――아직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서 말이다. 한동안은 산제물이 필요하거든. 그런 산제물을 도망치게 만드려는 너희들은, 영웅의 길을 방해하는 악이지.”
당연하잖아? 라고 말하는 오르가를 보고 아마츠가 주먹을 꽉 쥔다.
상냥했던 아마츠가 처음 보여주는 분노였다.
“너는, 고아원에서 희생되어지고 있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거냐?”
“뭘 화내고 있냐? 너 멍청이 아니냐? 그 녀석들은 세계를 구하기 위한 초석이 되고 있는 거라니까? 바라던 바겠지.”
“……큭….”
그럼 어디, 하고 오르가가 손뼉을 친다.
뿜어대는 마력으로 인해 판초가 흔들리고, 앞으로 몸을 숙인 자세를 취했다.
“결함품은 얼른 뒈져 버려라. 나는 저기 있는 꼬맹이를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아서 말이다.”
“아…….”
뒷걸음치는 미쉘을 감싸주듯이, 외팔이가 된 아마츠가 한 발 앞으로 나온다.
절단된 단면은 아물어 있었고, 이미 피는 멈춰 있었다.
“물러나 있어, 미쉘.”
“오, 오빠…….”
오르가가 마력을 몸에 두르고, 아마츠가 팔을 변형시킨다.
“너는, 내가 지킬 테니까――!”
「영웅 아마츠」의 복제품끼리의 전투가 시작됐다.
◆
“하하하하하하하하!!”
먼저 움직인 건 오르가 쪽이었다.
땅을 박살내면서 도약하더니, 아마츠한테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숲 속에 울려퍼진다.
“큭……!”
아마츠는 경화시킨 팔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을 막아냈다.
그 직후, 충격에 버티지 못했던 아마츠의 발판이 박살난다.
자세를 무너트린 아마츠를 보며 오르가는 새된 웃음소리를 내지르며 걷어찼다.
“커, 헉!”
팔을 땅에 꽂아 발차기에 맞은 기세를 죽이려 하는 아마츠를 향해,
“느리다고, 결함품!!”
회전하면서, 오르가가 총알처럼 검을 휘두른다.
아마츠가 발을 뻗어 몸을 옆으로 이동시킨 직후, 그 바로 옆을 오르가의 일격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여파만으로도 주변 나무들이 들썩인다.
“윽…….”
그곳에서 발생한 충격파는 나무 뒤쪽으로 물러나 숨어있던 미쉘한테조차 여파가 갔다.
너무나 엄청난 풍압에 미쉘은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오빠…….”
아마츠와 오르가의 전투는 매우 격렬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오르가를 아마츠가 딱딱하게 만든 팔로 공격한다.
아마츠의 일격과 함께 땅이 크게 도려내질 정도다.
역시, 아마츠는 강하다.
하지만 오르가는 그것보다 더 강했다.
아마츠의 공격은 오르가한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싸움의 기초조차 모르는 미쉘이 보기에도 아마츠가 불리하다는 건 일목요연했다.
“……하, 아!!”
몇 번째 반복되는 공방.
오르가의 공격을 피한 아마츠가 틈이 생긴 오르가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헛손질을 친 오르가는 그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
“……큭!”
하지만 직후 오르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마츠가 날린 횡단 발차기 일격을 유유히 피하더니, 하늘 위에서 오르가가 입을 일그러트린다.
“또…….”
방금 전부터 오르가는 저렇게 물리 법칙을 무시한 동작을 보였다.
그 때마다 원래는 상대한테 들어갈 터였던 공격이 허공을 치고 말았던 것이다.
“――멍청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박차, 오르가는 총알처럼 낙하했다.
그 끝에, 팔을 휘두른 아마츠의 모습이 있다.
회피 동작을 취한 아마츠였지만, 오르가 쪽이 훨씬 더 빨랐다.
“――너무 느리다고!!”
아마츠가 팔을 강화시켜 공격을 막아내도, 오르가가 날린 참격의 엄청난 위력에 튕겨 날아간다.
그 직후, 폭발이 일어난 걸로 착각할 정도의 충격이 숲을 뒤흔든다.
나무를 부러트리면서 아마츠가 공중을 맴돌았다.
“그럴 수가, 오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쉘의 비명 소리를 없애듯이 오르가가 폭소를 내뿜었다.
“정말 최고로 기분이 좋군! 이렇게 싸워보면 내가 얼마나 강한지 느껴져.”
“으…….”
“아아! 역시 이 몸은 최강이다!!”
“……큭!”
쓰러진 채로 아마츠가 계속 웃어대는 오르가를 향해 팔을 뻗었다.
미쉘의 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법한 속도의 찌르기――하지만 오르가는 또다시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회피한다.
“야, 방금부터 누굴 노리고 있는 거냐? 이렇게 틈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제대로 공격 좀 맞춰 보라고?”
“……바람 마술인가.”
도발하는 오르가를 무시하고 아마츠는 그 부자연스러운 동작에 대한 답을 입에 담았다.
――바람 속성 마술.
오르가는 몸에서 바람을 방출시켜, 물리 법칙을 무시한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답! ……그래서? 어쩌라고?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네 약해빠진 「변용」이랑 「경화」가지곤 나를 따라잡을 수 없겠지?”
“이……자식!”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마츠가 몇 번이나 팔을 휘두른다.
하지만 단 한 번조차 오르가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피하고, 튕겨 나가고, 흘려 보내고――아마츠의 모든 공격은 오르가한테 통하지 않는다.
저 아마츠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낼 만한, 오르가는 그런 탁월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무런 상처가 없는 오르가와는 정반대로 점점 아마츠의 몸은 상처가 늘어갔다.
아마츠가 움직일 때마다 오르가의 검이 흔들린다.
그때마다 경화되어 있을 터인 아마츠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미쉘……!”
이윽고, 온몸에서 피를 흘린 아마츠가 나무 뒤에 숨어있던 미쉘을 불렀다.
“내가 시간을 벌게! 그러니까 도――――”
“몇 초 벌 생각이냐아?”
“커, 허……억!”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오르가의 검이 아마츠의 배에 꽂혀 있었다.
숨을 내뱉으며 아마츠가 땅에 엎어진다.
“오빠!?”
“오오, 굉장한데, 가짜. 나랑 싸워서 「1초」나 시간을 벌다니 말이야! 자랑해도 좋다니까?”
“미쉘……오지 마!”
땅에 웅크린 채로, 아마츠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려고 하는 미쉘을 제지했다.
“작별이다, 가짜. 이 뒤는 영웅한테 맡기고, 잠이나 자라!”
“……큭!”
마력을 두른 칼날은 경화시킨 아마츠조차 절단시킬 수 있으리라.
오르가의 팔이 내리쳐진다.
――그, 직후.
“뭐지……?”
오르가의 발밑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솟아나왔다.
그건 순식간에 오르가의 발을 붙들더니, 그 움직임을 봉인시켰다.
“뭐냐, 이건…….”
그런 말을 내뱉자마자, 오르가는 휙 하고 주변에 시선을 돌렸다.
어느 새인가. 아까 베어냈던 아마츠의 팔이 땅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래. 팔, 이야.”
엎어져 있던 아마츠가 고통을 견뎌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절단됐던 왼팔.
전투 중에 아마츠는 그걸 조작시켜 땅 속에 은폐시켜 둔 것이었다.
“칫…….”
오르가가 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경화된 팔은 떨어지지 않는다.
오르가의 몸을 단단히 땅에 고정시켜 두고 있었다.
“제대로 공격을 좀 맞춰 보라고, 였던가. 좋아, 그 말대로 해 주지.”
“너 이 자식……!”
“――미안.”
아마츠의 팔이 모습을 바꾸더니, 거대한 검으로 바뀐다.
마력을 잔뜩 쏟아부어 경화시킨 팔이 오르가의 어깻죽지부터 옆구리를 베었다.
“――――”
“――――”
그리고 경악스런 표정을 지은 두 사람.
아마츠와 미쉘이 눈을 치켜뜬다.
“멍청이가.”
미소를 지은 한 사람.
오르가가 사납게 웃고 있었다.
“네 따위가 사용할 수 있는 마술을 이 몸이 못 쓸 거라고 생각했냐?”
아마츠의 일격은 오르가의 피부에 1mm도 상처를 내지 못했다.
경화――오르가가 사용한 마술한테 완전히 막혀 있었다.
“그럴, 수가…….”
“뭘 놀라고 있는 거냐? 당연하잖아. 애초에 너 같은 결함품 가짜가 이 몸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진・짜」인 이 몸한테 말이야.”
“나는…….”
철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오르가를 포박시키고 있던 아마츠의 팔이 산산조각 난다.
“오빠――”
“주제 넘은 것도 정도가 있다고, 쓰레기.”
오르가의 일격이 아마츠를 베었다.
◆
――나는, 구하고 싶었던 거야.
아마츠/호문쿨루스는 「영웅 아마츠」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다.
그 영웅의 머리칼, 손톱, 체액, 마력, 전투 데이터.
온갖 샘플을 이용해서 죠지와 릴리가 발견한 「상실 마술(로스트 매직)」으로 만들어낸 가짜.
“완성이다!”
“겨우, 「영웅 아마츠」를 재현시킬 수 있었어!”
맨 처음으로 들었던 건 환희로 들뜬 죠지와 릴리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그때까지 몇 개체나 되는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형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형태를 유지했던 게,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오리지널이었던 「영웅 아마츠」의 얘기를 듣고 아마츠/호문쿨루스는 생각했다.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그런 영웅이.
하지만 곧바로 그건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란 걸 깨달았다.
아마츠/호문쿨루스는 두 종류의 마술밖에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영웅 아마츠」가 행사했다고 하는 강대한 마술은 그 무엇 하나 쓰지 못했다.
『결함품이네……』
『들뜨게 해놓고선. 안 되겠어, 실패작이야』
가짜.
실패작.
결함품.
그런 욕을 얻어먹은 뒤, 아마츠/호문쿨루스는 다시 실험실의 배양기에 집어 넣어졌다.
실패작이긴 하지만 육체를 유지한 샘플로써 보존되게 된 것이었다.
그 뒤로 실험실의 배양기가 아마츠/호문쿨루스의 세계가 됐다.
평소엔 잠을 자다가, 데이터를 모을 때만 눈을 뜬다.
그런 생활을 몇 년이나 보냈다.
아주 잠깐, 눈을 떠 있는 동안.
――구해줘.
목소리를 들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떨어지게 된 부모의 이름을 소리치는 이름을.
――구해줘.
목소리를 들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몇 번이나, 목소리를 들었을까.
그러던 나날을 보내던 중, 아마츠/호문쿨루스는 깨달았다.
“――――”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구조를 요청하는 아이를 보고, 뭔가를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를.
――구해줘.
그 외침은 점점 커져갔다.
마음을 태우는 듯한 충동은 점점 퍼져갔다.
“……나는.”
하지만 그 소리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건 분명, 자신이라는 존재의 오리지널이었던 사내(아마츠)의 마음이다.
그러니, 그 욕구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가짜인 것이다.
그런 혐오감조차 느꼈다.
――구해줘.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는!”
충동에 이끌린 채로 아마츠/호문쿨루스는 배양기를 박살냈다.
바깥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고 나서야 아마츠/호문쿨루스는 겨우 깨달았다.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마음이 너무나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계속, 몸을 움직이게 하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구해줘……』
미쉘이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그때가 되어서야, 아마츠/호문쿨루스는 겨우 깨달았다.
“――나는, 구하고 싶었던 거야.”
◆
“아――――”
선혈을 내뿜으면서 아마츠는 땅에 엎어졌다.
상처가 깊어서,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변용」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의 상처는 아물게 할 수 있지만, 눈앞에 있는 오르가가 그걸 가만히 둘 리도 없다.
――적어도, 미쉘만큼은.
끊어질 것만 같은 의식을 붙들어 메며, 눈을 열자마자.
아마츠는 절망했다.
“오빠……!”
바로 눈앞에, 미쉘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을 부르면서, 피로 더럽혀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마츠의 상처를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다.
“어째서…….”
“걸작인데, 응? 네가 노력한 게 전부 헛수고였다는 소리야.”
오르가는 아마츠와 미쉘을 내려다 보며,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다.
틀렸다. 이 거리에서는 미쉘을 오르가한테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
그렇게 느끼고, 아마츠는 절망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었다며.
“뭐, 당연한 결과라는 거잖아? 악이 패배하고, 정의가 승리한다. 가짜가 패배하고, 진짜가 승리한다. 너 같은 쓰레기가 지는 건 당연하다는 거지.”
“………….”
“그렇게 침울해지지 말라고. 쓰레기가 쓰레기 같은 결과밖에 못 내는 건 당연하잖아?”
――그, 말 대로다.
오르가의 말을 인정해 버리고 마는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아마츠는 깨닫고 말았다.
결함품인, 가짜.
그런 자신이 완성형한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고.
“……미안, 미쉘.”
“오, 빠…….”
“가짜인 나로선……무리였어.”
――너를, 구할 수 없었어.
자신의 힘으로는 오르가를 쓰러트릴 수 없다.
미쉘을 구할 수 없다.
고아원의 아이들도 구할 수 없다.
체관이라는 감정에, 아마츠는 마음이 짓눌려――――
“――아니야……!”
――그걸 없애버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빠는, 가짜 같은 게 아냐……!”
“――――”
“왜냐면, 나를 구해준 건, 바로 오빠니까!”
직후,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쉘의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바닥을 구른다.
“꺄악……!”
“닥쳐, 애송이.”
오르가의 발이 미쉘의 등을 걷어찬다.
“이 녀석은 가짜라고. 정말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 진짜라는 건 말이다, 바로 이 나를 말하는 거다.”
“……아니, 야.”
“…………앙?”
오르가한테 등을 밟힌 채로 미쉘은 고개를 쳐들었다.
저항하면서, 아마츠의 눈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오빠는, 너 같은 놈이랑은, 달라……!”
“…………좋아, 죽여주지.”
오르가가 검을 쥐었다.
“그 녀석들은 나한테 살려서 보내라고 했다만……내 알 바 아냐. 너는 악이다. 영웅을 모욕한, 쓰레기 창년이지. 그래, 여기서 죽여야 해.”
오르가가 검을 치켜든다.
몇 초 후, 미쉘은 어쩔 방도도 없이 살해당하리라.
검이 내려쳐지기 직전.
아마츠는, 확실히 들었다.
――구해줘, 라는 미쉘의 목소리를.
“――――”
나로썬, 쓰러트릴 수 없다.
나로썬, 오르가한테 이길 수 없다.
나로썬――――.
힘은 없다.
하지만, 이상은 있다.
반드시, 미쉘을 구하고 싶다.
――그러니.
“……앙? 뭐냐, 너.”
소리친다.
마음에 새겨져 있던 그 말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그 심상을.
――심상 마술 【거짓되지 않은 진실의 포효(인델리블 로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가짜가 아닌――틀림없는 소리침이, 오르가한테 꽂혔다.
―――――――――――――――――――――――――――――――――――
조금만 더 있으면 이오리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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