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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4장『고아원』
제 9화『결함품』
봉쇄된 문을 베어내고, 아마츠와 미쉘은 지하실에서 나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미쉘의 시야에 펼쳐진 건 익숙한 고아원의 풍경.
그게 지금은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보였다.
위쪽에선 아직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
“지금은 우리들만 도망치는 거야.”
“……응.”
아무리 아마츠라도 내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
지금은 한 시라도 빨리 고아원 밖으로 나가서 도시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미쉘은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고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고아원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싼 숲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 둘러싸인 숲 속을 나무들 틈 사이에서 비춰드는 햇살이 어슴푸레 밝히고 있다.
여기까지 전력질주로 달려온 미쉘의 체력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한 번 숲 속에서 호흡을 고르기로 했다.
나무에 걸터앉아 거친 호흡과 심장 고동을 억누른다.
“……이상해.”
불쑥, 나무에 기대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아마츠가 중얼거렸다.
푸르스름한 달빛에 비춰진 아마츠의 표정은 어딘가 사납다.
“……왜 그래?”
“지하 도중에서부터 갑자기 우리들의 방해 요소가 줄어들었어. 지금도 주변에 아무런 기척도 안 느껴.”
그건 좋은 일이 아닌가, 하고 미쉘은 생각했다.
혹시 릴리와 죠지는 아마츠의 실력을 보고 포기해 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마츠한테 물어보니,
“아마 그건 아닐 거야.”
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로 아마츠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이 정도로 포기할 만한 인간이 아니니까.”
“……그럼, 왜 공격해 오지 않는 걸까?”
“모르겠어……. 아직 뭔가 숨겨둔 수단이 있는 걸지도 몰라.”
숲에서 탈출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자, 라고 아마츠는 말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체력을 회복시킨 뒤 전력으로 이 숲을 탈출한다.
이대로 근방에 있는 도시로 달려가서 미쉘이 구조를 요청하고, 아마츠는 시이나와 다른 애들을 구하러 고아원으로 돌아간다.
그런 계획을 세웠다.
“……만약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살 곳도 없고, 가족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시이나와 다른 애들을 구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거둬줄 장소는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고민해 보니, 문득 무서워져서 몸이 부르르 하고 떨렸다.
“살아, 갈 수 있으려나…….”
“……괜찮아.”
미쉘의 머리에 아마츠의 따뜻한 손이 올려졌다.
머뭇머뭇, 살짝 망설이는 듯한 손길로 아마츠가 미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서툴렀지만, 상냥함이 느껴졌다.
“바깥 세계는 넓어. 너희들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장소도 분명 있을 거야.”
“……그럴까?”
“그래. 이렇게 어엿한 너라면, 밖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야.”
상냥한 말투로 아마츠가 말한다.
“게다가 고아원 같은 건, 이곳 말고도 잔뜩 있으니까.”
“…………?”
갑자기 아마츠의 말투가 바뀌었다.
마치 그 눈으로 봤던 것 같은, 그런 말투였다.
“오빠는, 바깥 세상을 본 적이 있는 거야?”
“――어?”
허를 찔린 듯한,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라, 이……상한데.”
당혹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아마츠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얼굴에 손을 갖다댔다.
그 뒤로 곧장 “아니.” 하고 고개를 들었다.
“……사실은 말이지,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 저 지하실에 있던 배양기 속이 나한테 있어서 전부였으니까.”
“그럼……밖으로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야?”
“잘 생각해보니, 그러네. 필사적이라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달빛이나, 바람이나, 흔들리는 나뭇잎이라던가, 전부 처음 봤어.”
처음 겪는 경험이야, 라며 아마츠는 기쁜 것처럼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동시에 미쉘은 그 얼굴이 슬픈 것처럼 보였다.
“전부 처음이라,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말이야. 딱 하나, 마음속에 아주 강렬히 피어오르는 감정이 있어.”
“……뭔데?”
옛날에 있던 일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아마츠는 말했다.
“이 세계에는 행복이 잔뜩 있고……나는, 그걸 지키기 위해서 태어난 거라는 마음.”
“오빠……정말로, 동화책에 나오는 영웅 같아.”
미쉘이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을 듣고 아마츠는 고통을 견디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그런 게 아냐. 영웅 같은 게, 아냐.”
아마츠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태어나자마자 계속 들어왔던 그 말을.
――이번에도 실패작인 것 같군. 영웅에는 한참 거리가 먼, 평범한 결함품이야.
――그렇게 많은 재료를 소모시켜 놓고선……쓰레기 그 자체네. 수치스러운 줄 알렴.
――뭐어―, 이 녀석 실패작인 거야아? 가짜 결함품이라니, 뭘 위해서 태어난 건지 전혀 모르겠네.
그런 소리를 계속 들어왔다.
아마츠/호문쿨루스는 영웅이 아니라고.
가짜이자, 결함품인, 무가치한 실패작이라고.
“……나는 진짜 영웅(아마츠)가 될 수 없는, 가짜 결함품이니까.”
가짜. 결함품.
아마츠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을 듣고 미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는, 가짜야?”
“……응, 맞아.”
아마츠는 수긍했다.
그걸 듣고, 미쉘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안 되는 거야?”
뭐, 하고 아마츠가 몸을 굳혔다.
말문이 막힌 아마츠를 보고 미쉘은 말을 이었다.
“오빠는 나를 구해줬잖아. 가짜 같은 건,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나는….”
“나를 구해주려고 하는 그 마음도, 가짜야?”
“그건…….”
그건――다르다.
다를, 터다.
애매한 의지와는 정반대로 아마츠의 마음은 다르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럼,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
살짝 미소를 지으며 꺼낸 미쉘의 말에 아마츠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곤,
“……고맙다. 미쉘.”
그렇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럼 이상하지. 오빠가 고맙다는 말을 하다니, 오히려 내가 해야 할 말인데.”
“아니, 이상하지 않아.”
“아니, 이상해, 이상한걸. 게다가 옷차림도 이상해. 거의 알몸이잖아.”
“어, 어쩔 수 없어. 도망칠 때 바로 커텐만 찢고 옷으로 삼은 거니까…….”
“노출도 많아. 오빠는 변태.”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그건 지옥 같은 장소에서 확실히 두 사람이 나눈 대화였다.
◆
호흡을 가다듬은 두 사람은 이동을 개시했다.
어두운 밤길을 아마츠가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나무뿌리 같은 곳이 노출된, 걸어가기 힘든 곳도 아무 문제 없이 달려간다.
미쉘이 따라갈 수 있는 건 아마츠가 천천히 달려가 주고 있는 덕분이리라.
어째서 밤길을 나아갈 수 있는 거냐고 미쉘이 물어보니, “태생적이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마츠는『영웅 아마츠』를 재현시키려고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라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원래부터 신체 능력이 높고, 밤눈도 좋다고 한다.
“……마술은 아주 조금밖에 못 쓰지만 말이야.”
『영웅 아마츠』는 강대한 마술을 몇 개나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츠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 마술.
『변용(変容)』과『경화(硬化)』.
몸을 변형시키는 마술과 딱딱하게 만드는 마술만 쓸 수 있다는 듯하다.
인간과는 구조가 다른 호문쿨루스이기 때문에 습득할 수 있었던 마술.
영웅은 커녕 마물이나 마족 같다며, 아마츠는 스스로를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도, 오빠는 충분히 굉장한걸.”
“……그래?”
“그럼. 그 마술이 있으면, 모험가나 성당 기사가 될 수 있을 거야.”
“모험가……, 성당 기사라…….”
달려가면서 아마츠는 미쉘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아이들을 구하고 난 다음엔, 해 봐도 괜찮을지 모르겠네.”
해 봐, 라고 말하며 미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츠라면 분명 어디로 가든지 유명해질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으리라.
만약 모험가가 된다면 A랭크까지 올라가 버릴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보고 싶네.”
생각을 곱씹듯이, 아마츠가 중얼거렸다.
“……! 미쉘, 온다!”
그 직후, 나무 뒤쪽에서 거대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순찰형 흙 거인(골렘)이다.
여기저기서 두 사람을 포위하는 것처럼 살짝 땅을 흔들어 대면서 흙 거인이 밀려오고 있다.
“……위험한데. 미쉘, 이쪽이야.”
그 숫자를 보고 아마츠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다음, 곧바로 탈출을 시도했다.
미쉘의 손을 이끈 채로 흙 거인의 포위망의 틈을 빠져나가 전진한다.
뒤에서 엄청난 숫자의 흙 거인이 쫓아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
팔의 모습을 바꿔, 아마츠는 등 뒤에 있던 나무들을 한꺼번에 베어냈다.
쓰러져 가는 나무들이 흙 거인과 격돌하더니, 그것들의 속도를 늦췄다.
“……좋아,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아마츠는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다.
그래도 이 고아원 주변의 구조는 릴리와 조지가 미리 새겨놨었다.
기억과 지형을 대조해 보며 아마츠는 숲을 나아간다.
흙 거인과 만나는 것도 예상한 범위 내, 도주한 루트는 뚫린 길 중에선 가장 출구와 가까운 것이었다.
“하아……하아…….”
손을 이끌고 달려가는 미쉘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호흡도 거칠고, 한계가 가까워진 게 엿보였다.
“미쉘,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힘내……!”
“으, 응……!”
앞으로 얼마 안 남았다는 말에 미쉘은 느려질 뻔 했던 발에 힘을 넣었다.
질척질척한 땅을 건너가고, 땅 위에 튀어나온 나무뿌리를 뛰어넘어 두 사람은 숲을 나아간다.
“좋아, 앞으로 조――――”
그리고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근처에 있던 나무가 폭발했다.
직후, 아마츠의 오른팔이 어깨 부근부터 절단되어 허공을 맴돈다.
“으……윽!”
“오빠!?”
고통을 견디면서 주변을 탐색하고 아마츠는 이해했다.
산산조각 나서 부서진 나무는 폭발한 게 아니다.
발판으로 사용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날아간 것이라는 것을.
“이거이거, 너무 반응이 느리잖아, 응!?”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
미쉘은 그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건――――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온다.
지면을 박살내면서 땅으로 내려온 그 인물은.
달빛을 쐬어 번쩍이는, 잿빛 머리칼.
날씬하고 큰 키에 사납게 일그러진 칠흑의 두 눈동자.
“너는……!”
“……오빠가, 한 명 더!?”
아마츠와 판박이인 한 청년이었다.
“――여, 결함품.”
하지만 그가 짓는 표정은 아마츠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악의와 적의로 칠해져 있는 듯한 눈동자는 마치 야수 같다.
어금니를 드러내고 비웃어 대면서 그 청년은 말했다.
“영웅이 와 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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