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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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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고아원』
제 7화 『행복의 뒤편』
유마를 배웅한 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목욕을 한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나눠진 방으로 흩어져고, 이불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음…….”
미쉘은 문득 목이 타서 눈을 떴다.
바깥은 아직 어둡고, 주변에선 잠에든 아이들의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어중간한 시간에 일어나 버렸네, 라고 생각하면서 미쉘은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등불은 없고, 복도는 조용한 정적에 가득 차 있었다.
한참 전에 소등 시간이 찾아왔었기 때문에, 깨어나 있는 사람도 없다.
늘 떠들썩한 고아원과는 동떨어진 정적에, 미쉘은 살짝 무서워졌다.
‘하지만……무서워하면 시이나가 날 보고 웃을 거야.’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간, 틀림없이 시이나가 자신을 놀리고 말 것이다.
낮에 성장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계속 어둠을 무서워하고 있을 수많은 없다.
흥 하고 코로 소리를 낸 뒤, 미쉘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밑으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목을 축였다.
볼일을 마치고, 원래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했을 때였다.
“――――”
“――!”
저 멀리서 릴리와 죠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은 안 들리지만, 뭔가 허둥대는 듯한 모습이다.
“……무슨 일일까….”
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시이나가 가 버린 지금, 시이나의 몫까지 자기가 릴리와 죠지를 지탱해 줘야 한다.
“……좋아.”
잠깐 망설인 뒤, 두 사람을 걱정한 미쉘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나아가 보니,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릴리와 죠지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아놨던 방이다.
“……?”
평소엔 도저히 열리지 않던 문이, 어째선지 살짝 열려 있었다.
지금이라면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러 갈 수도 있겠지.
약속을 지키고 돌아갈 것인가, 이 문 너머로 나아갈 것인가.
고민한 끝에, 미쉘은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만에 하나, 릴리와 죠지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걱정이다.
……게다가, 솔직히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도 신경 쓰인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문을 열곤, 미쉘은 조용한 발걸음으로 문 안에 발을 디뎠다.
안에는 불빛이 전혀 없어서 어두컴컴하다.
언니한테서 배운 마술로 등불을 킨 뒤, 미쉘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자 계단이 있었다.
그 아래쪽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서,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계단 너머의 모양이 마치 괴물이 입을 떡 벌린 것처럼 보여서, 미쉘은 부르르 하고 몸을 떨었다.
머뭇머뭇, 미쉘은 밑으로 내려간다.
“릴리……죠지……?”
불러 봐도 대답은 없다.
그저, 구웅구웅 하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온다.
“……!”
긴 계단을 전부 내려온 뒤, 미쉘은 숨을 삼켰다.
계단 너머에 있던 건, 상당히 넓은 통로였기 때문이다.
몇 가지로 길이 나뉘어 있으며, 여러 방들이 보인다.
천장에 설치된 등불이 지하를 밝히고 있었다.
‘지하에 집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시험 삼아 몇 개가 있는 문 중 하나에 손을 뻗어봐도 문이 잡겨 있는 건지 전혀 열리지 않는다.
귀를 대어 봐도, 안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음….”
열려 있는 방을 찾아서 미쉘은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이미, 맨 처음 목적보다도 지하를 탐색하자는 호기심이 앞서 있었다.
비밀 기지 같은 지하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면서 걸어다닌다.
복도는 자주 청소를 하고 있는 건지, 먼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밤인데도 불이 켜져 있어서 살짝 눈이 따갑다.
“――――”
“…………?”
한동안 걸어가자,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걸어가 보니, 지금까지와는 살짝 분위기가 다른 철제 문이 있었다.
문 틈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에 누가 있는 모양인지, 중얼중얼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죠지……?”
그때, 미쉘은 자신이 죠지와 릴리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동시에 출입금지라고 했던 방에 들어온 것에 대한 죄악감이 솟아올랐다.
머뭇머뭇 미쉘은 그 철제 문에 다가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안을 들여다 봤다.
“……윽….”
문을 연 순간 안에서 형용하기 힘든 악취가 풍겨져 왔다.
이 방은 청소를 하고 있지 않은 건가, 매우 비린내가 난다.
옛날에 아빠가 잡아왔던 생선 같은 냄새라고, 미쉘은 생각했다.
문 사이로 볼 수 있는 범위에 본 적 없는 기구가 있었다.
특히 커다란 기구 같은 물건이 몇 개나 죽 늘어서 있다.
‘실험실……이려나?’
두 사람은 옛날에 엄청난 실력의 연금술사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방은 그 실험을 하고 있는 방일지도 모른다.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 건지 흥미가 일어나, 미쉘은 문을 더 열어봤다.
‘……어?’
방에 죽 늘어서 있는 의자에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천으로 눈이 가려져 있으며 입에도 재갈이 물려져 있다.
양손과 양발을 의자에 묶여 있으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죠지가 아니다.
“……! ……!”
재갈 밑에서 뭐라 소리치고 있는 건지,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묶인 손발을 풀어보려고 버둥거리고 있어서 의자가 달그락달그락 살짝 흔들리고 있다.
“――으흐흐흥.”
“……헉.”
그때, 미쉘의 사각에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남자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생리적인 혐오감이 느껴지는 듯한,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소리가 섞여있다.
이것도 죠지의 목소리는 아니다.
목소리의 주인이 보일 때까지 문을 열고, 미쉘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하아……하아…….”
돼지의 마물처럼 비대하게 살찐 전라의 남자가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으며, 전신에 기름이 져 있어서 번들번들 빛나고 있다.
온몸에 붙어있는 군살이 숨을 내쉴 때마다 푸들푸들 흔들리고 있다.
머리털만큼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그게 오히려 혐오감을 늘려주고 있었다.
‘뭐야……저거…….’
방금 전부터 풍겨오는 이 냄새는 저 남자한테서 나는 냄새인 것 같다.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것만 같은 소름 돋는 느낌에, 미쉘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오―, 귀여워라. 후우―, 후우―.”
잘 보니, 그 남자는 뭔가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언가한테 기름기 가득한 몸을 슥슥 문지르고 있다.
‘뭘, 하는…….’
문을 살짝 열고, 그 남자가 뭘 하고 있는 건지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아……어……?”
남자 밑에 있는 무언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미쉘은 그 밑에 있는 그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크림색 머리칼에,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깔의 고양이 귀.
가족과 만난다며 기뻐하면서 고아원을 떠난 절친.
“시이나, 짱……?”
말도 안 돼.
그렇게 부정하면서도, 남자 밑에 있는 묘인족(워 캣)은 아무리 봐도 시이나였다.
옷은 입고 있지 않았으며, 전라 상태로 땅바닥에 누워 있다.
얻어맞은 건지, 피부에는 아파 보이는 멍자국이 몇 개나 보였다.
마치 며칠이나 식사를 하지 않은 것처럼 야위어 있었으며 의식을 잃고 있었다.
‘왜……? 어째서……?’
시이나는 이틀 전 릴리와 죠지를 따라가 고아원에서 나갔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지?
시이나 위에 올라타 있는 저 기분 나쁜 남자는 대체 누구?
“응훗, 이렇게 야위어선, 가여워라. 춥지? 내가 따뜻하게 해 줄 테니까 잠깐만 참아~.”
끈적끈적한 말투로 남자가 시이나한테 말을 걸고 있다.
살진 몸을 시이나한테 붙이더니, 니글니글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 ……!”
덜컹덜컹 하고, 안쪽에 있던 의자에서 한층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앉혀져 있는 남자가 날뛰고 있는 것이다.
“………….”
기분 나쁜 호흡을 멈추고, 돼지 같은 남자가 의자 쪽을 바라봤다.
“시끄럽네!! 나는 지금, 이 애랑 사이 좋게 지내고 있단 말야!!”
“…………!”
“아으으으으으으!! 나는 시끄럽다고 했잖아!!”
짜증이 난 남자가 소리치면서 몸을 떨어댔다.
기세 좋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군살을 출렁거리면서 남자는 의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내 말을 안 듣는 녀석은, 이렇게 할 거라고!!”
의자에서 뻗어나와 있는 코드 너머에, 투명하고 커다란 돌 같은 게 있다.
남자는 그걸 만지고, 어떠한 주문을 영창했다.
――직후.
“으으으으으으읍――――!”
의자 위에 앉아있는 남자가 펄쩍 뛰었다.
물에서 건져내 올려진 물고기처럼, 묶여있는 상태로 미쳐 날뛴다.
그 동안, 재갈 밑에서 흐릿한 절규가 울려 퍼진다.
“……!”
변화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신체가 점점 야위어 간다.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피부의 색깔이 흙빛색으로 바뀌어 갔다.
몸이 야위어서, 눈가리개와 재갈이 땅에 떨어졌다.
“끄가가가가가가가으가가가각!!”
거품을 물고, 눈을 치켜뜨며 남자가 절규한다.
너무나 잔혹한 광경에 미쉘은 소리조차 낼 수가 없었다.
몇 분 후, 똥오줌을 지리면서 미쳐 날뛰는 남자의 기세가 점점 약해져 간다.
그리고 비쩍 마른 미라 같은 상태에서 남자는 숨을 거뒀다.
움푹 패인 눈과, 크게 벌려진 입은 남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코드 너머에 있는 투명한 돌이 어느새 피처럼 붉어져 있다.
마치 남자의 피를 빨아들인 것 같은, 소름끼치는 색이었다.
“시이나 짱! 이제 우리들을 방해하는 녀석은 사라졌어!”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가, 남자는 기쁘다는 듯이 바닥에서 잠들어 있는 시이나한테 말을 걸었다.
“응흣, 자고 있는 얼굴, 귀엽다아~.”
남자가 시이나한테 얼굴을 들이밀곤, 뺨을 혀로 핥았다.
“응, 후힛! 맛있어! 맛있엉!”
너무나 엄청난 광경에, 미쉘의 머리가 이해하질 못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으응!”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건지, 남자는 움찔움찔 몸을 떨어대면서 몸을 젖혔다.
방에서 풍기는 비린내가 한층 심해졌다.
“후우우. 그럼 시이나 짱. 한 번 더 저 의자에 앉자. 조금씩 마력을 빨아들여 줄 테니까, 알겠지?”
남자는 숨을 내뱉은 뒤, 시이나를 들어올리고 의자가 있는 쪽으로 끌고 갔다.
질질하고, 야위어진 시이나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갈 뿐이다.
“시이나 짱의 울부짖는 목소리는, 방금 그 쓰레기랑 달리 귀엽단 말이지. 아하아, 이런 귀여운 여자애가 삐쩍 말라서 죽는다니, 참을 수가 없어…….”
구해야 해.
미쉘의 머리에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후들후들 떨려서, 당장에라도 풀썩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때.
끼익, 하고 철제 문이 소리를 냈다.
“누구야!!”
“히익!”
남자가 홱 하고 이쪽을 향해 돌아본다.
시선이 맞았다.
“누구야……? 너, 마마가 아니구나!”
“히, 아아아아아아악!”
다음 순간, 미쉘은 도망치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머리속에 있던 생각은 전부 공포로 칠해져 버려 엉망진창이었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발에 걸릴 뻔 하면서, 계속해서 달린다.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거겠지.
‘숨어야 해……’
근처에 있던 방으로 들어가려 해도, 문이 잠겨져 있다.
다음도, 그 다음도 열리지 않는다.
울부짖으면서 열리는 문을 찾다가, 여섯 번 째 문이 겨우 열렸다.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가려고 하다가,
“으윽…….”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에, 미쉘의 움직임이 멈췄다.
방금 전 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약하다.
그게 죽음의 냄새라는 걸, 미쉘은 바로 눈치 챘다.
사체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의자에 앉혀져 있던 남자처럼, 몸이 비쩍 말라있다.
이 냄새는, 이 사체들한테서 나는 것이다.
“아……아아….”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이.
몇 십 개나 되는 사체가 대충 굴러다니고 있다.
“…………어?”
그 사체 중 하나에 눈길이 갔다.
꽤 새로 생긴 시체인 건지, 산 위에 있는 작은 남자애의 사체.
갈색 머리칼과, 마르고 긴 귀는 본 기억이 있다.
바로 오늘 아침에 고아원을 나갔던, 정령종(엘프) 소년.
“유마……군?”
그렇게 입으로 내뱉은 순간, 미쉘은 깨달았다.
깨닫고, 말았다.
――굴러다니고 있는 시체들 중 몇 개에, 본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을 찾았다며 고아원을 뒤로 한 아이들.
“우웁…….”
토사물을 바닥에 뿌려대곤 미쉘은 휘청휘청 뒷걸음질을 쳤다.
방 문이 메마른 소리를 내며 닫혔다.
“봐 버린 모양이구나.”
등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 미쉘은 퍼뜩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슬퍼보이는 표정의 죠지와 릴리가 서 있었다.
“어째서 우리들이랑 한 약속을 깬 거니?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 아. 유, 유마 군이, 유마 군이! 유마군만 있는 게 아냐, 다른 애도! 다, 다들 죽어서, 그 방에서……!”
지리멸렬한 단어로 호소해 봐도, 두 사람은 매우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래, 알고 있고 말고.”
“그게 어쨌다는 거니?”
그 냉정한 모습에, 미쉘은 자신의 몸이 급속도로 식어가는 걸 느꼈다.
“나 참……너는 운이 안 좋구나. 하필이면, 이런 때에 들어오다니.”
“봉인하는 걸 잊어 버렸던가.”
“당신, 앞으로는 조심 좀 하세요. 그래서 지난번에도 애가 들어왔었으니까.”
‘이 두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안타깝구나, 미쉘.”
“그래, 정말로.”
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
늘 그랬듯이,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다.
다만, 그 눈은 사람한테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기질적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그런 것보다, 시이나 짱이! 괴, 괴물한테!”
움찔, 하고 두 사람이 움직임을 멈췄다.
“……괴물?”
“으, 응! 돼, 돼지! 돼지 괴물이――.”
찰나, 미쉘의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
바닥에 기세 좋게 쓰러지곤, 등이 땅에 힘차게 부딪쳤다.
얻어맞았다고 깨달은 건, 몇 초 후의 일이었다.
“네노오오오옴!!! 우리들의 아이를 괴물이라고 부르지 마라아!!”
“다 짱을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이 쓰레기!”
죠지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씩씩 콧김을 내뿜었고, 릴리는 날카롭게 소리를 내질렀다.
“가축 주제에! 지금 당장 마력을 쥐어짜내서 죽여 주마!”
미쉘은 이미,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가 가득 차서, 뇌에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곳에서 달려나간 건 목숨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등 뒤에서 두 사람의 절규가 들리고 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미쉘은 계속해서 달려갔다.
“――――”
우둑, 하는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직후, 눈앞에 있던 통로 바닥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뭐, 뭐야…….”
그건 점점 크기를 늘려가더니, 이윽고 3미터 정도 되는 인형이 됐다.
전신이 바닥 재질로 구성된 『흙 거인(골렘)』이다.
굳어있는 미쉘을 향해 흙 거인이 팔을 크게 위로 치켜 올렸다.
“아――”
어른의 몸통 정도 되는 두께의 흙 거인의 팔이 내리 쳐졌다.
미쉘을 짓뭉개려고 고속으로 팔이 다가온다.
죽음의 공포 때문에 몸이 움츠러들어서 미쉘은 그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살려줘…….”
주마등은 없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미쉘은 쥐어짜내듯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흙 거인의 팔에 짓뭉개――――
“――――그래.”
――그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에 진동이 퍼지게 만드는 그 소리를 듣고 미쉘이 감았던 눈을 뜬다.
미쉘을 짓뭉갤 터였던 흙 거인의 팔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건, 잿빛 머리칼이었다.
천으로 몸을 가렸을 뿐인 간소한 복장을 한 키가 큰 남자.
처음 보는 남자가 미쉘을 흙 거인한테서 지켜내는 것처럼 서 있다.
“……누, 구……?”
남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미쉘을 보고, 남자는 살짝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마츠, 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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