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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3장『죽음의 늪』
제 1화『움직이는 그림자, 다음 목적지』
온린 왕국의 왕도 브레이온.
궁정의 위쪽에 존재하는 국왕한테 허가받은 인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한 방.
넓긴 하지만 장식 하나 존재하지 않는 수수한 공간이다.
소리 하나 없이, 정적에 휩싸인 방 안.
그곳에 여러 명의 사람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건 밤하늘을 묶어 넣은 듯한 칠흑의 로브.
각자 오른팔 소매에 금색 자수로 숫자가 새겨져 있다.
무에 뛰어난 사람이 봤다면 눈치 챘을 것이다.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들의 이상함에.
그리고 마술의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일류 마력 부여품(매직 아이템) 그리고 내포한 대량의 마력을.
기차조차 능가하는 무술에, 궁정 마술사에 버금가는 마술사.
그들의 이름은 『선정자(選定者)』.
마술, 무술, 온갖 전투 무술을 익힌 왕국의 정예.
국왕한테서 석차를 배명받고, 왕국에 해가 될 자를 선정해서 처분하는 걸 생업으로 삼고 있는 집단이다.
국왕의 명령 아래, 왕도에서 떨어져 임무를 맡고 있던 선정자들이 궁정 한 방에서 모두 모여 있었다.
선정자들은 누구 한 사람 입을 떼지 않는다.
방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여어.”
방 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궁정 마술사 로브를 입은 장년의 남자다.
손질되어 있지 않은 붉은 머리카락에, 멋대로 자라게 내버려둔 수염.
움푹 패인 두 눈동자는 온갖 망집을 꽉꽉 눌러 집어넣은 듯한, 탁한 광채를 발하고 있다.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보는 사람한테 난잡한 인상을 느끼게 하는 용모.
하지만 그는 선정자들이 쏘아대는 중압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들의 정면에 섰다.
“국왕 폐하께서 내린 명령은 간단하다.”
아무런 전제도 없이, 그 남자는 쉰 목소리로 선정자들한테 고한다.
“용사 아마츠키 이오리는 포박, 생사는 상관없다. 죽여서라도 그 남자의 신병을 구속해라. 방해하는 자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처리해라.”
““――예””
박자가 딱 맞는 짧은 대답.
그걸 마치자마자 선발자들이 움직인다.
“그 자식은 실패한 모양이군. 뭐, 처음부터 기대 같은 것도 안 했지만.”
아무도 없게 된 방 안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움푹 패인 눈동자를 좁히며 남자가 말한다.
“――자, 아마츠. 복.수.를 시작해 볼까.”
궁정 마술사.
『대마도』류자스・기르반.
그렇게 비웃은 그의 오른팔.
아무것도 없을 터인 그곳에는 붕대로 정성들여 감싼 팔이 붙어 있었다.
◆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코를 간질이는 물씬한 바다 냄새.
구름 없는 하늘과는 다른 파란색이 시야에 펼쳐져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러기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온천 도시를 떠난 지 며칠, 나하고 엘피는 연합국 항구 도시에 와 있었다.
항구 도시인 만큼, 고기잡이배를 몇 개나 볼 수 있다.
붙잡은 물고기를 들고 돌아가는 어부들의 모습을, 엘피는 양손에 든 온천 만쥬를 먹으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다음 목적지는 제국이다.
연합국과 제국은 사이에 바다가 있어서 가기 위해선 배로 바다를 건너야만 한다.
때문에, 우리들은 연합국 남쪽 끝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왔다는 거다.
“바다라……. 신선한 물고기 요리도 먹어보고 싶군…….”
폭식 대마왕인 엘피를 잡아 끌고 제국행 배를 찾았다.
바다 날씨가 험하거나, 마물이 있으면 배가 뜨질 않는 경우가 흔하지만, 다행히도 제국행 배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항구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온천 도시에서 봤던 듯한, 무척이나 모험가다운 풍채의 사람들도 서성거리고 있었다.
“여기에도 모험가는 있구나.”
“애초에 모험가 자체가 아직 연합국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바다를 건너는 배 대부분은 모험가를 경호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여기 있는 모험가 대다수는 그 호위 임무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뭐……우리들도 모험가이긴 하다만.”
연옥 미궁 사건 뒤, 이러니저러니 해서 나하고 엘피는 모험가로서 등록을 했다.
등급은 A랭크.
모험가로서 활동할 예정은 없지만 등록할 때 받은 길드 카드는 신분 증명서로도 쓸 수 있다.
모험가 제도는 각 나라가 주목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길드 카드를 보여주면 어느 정도 신뢰는 받을 수 있을 터다.
얼마 정도 걸어가 도서관에 들어갔다.
길드 카드를 보여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빈 자리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나락 미궁, 연옥 미궁. 두 개의 미궁이 함락됐으니 슬슬 마왕군이 움직일 거다.”
“……네 존재는 상대한테 들켜 있었지.”
저쪽이 어디까지 우리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벨트가한테서 이것저것 캐물어 봤지만, 그 녀석은 디오니스의 심부름꾼 같으니,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마왕군도 그렇지만, 아마 왕국도 나를 쫓고 있을 거야.”
“그 류자스인가 뭔가 하는 녀석인가. 한 번 싸워 봤다만,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별다른 위협은 안 될 테지.”
“아니.”
고개를 저으며 엘피한테 설명한다.
옛날 왕국에 있었을 때 들었던 『선정자』의 정보를.
“흠…….”
“한 명 한 명이 A랭크를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녀석들이야. 류자스가 다스리고 있다 생각하면, 질 것 같진 않다만 귀찮아.”
뭐 30년 전의 정보니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의외로 약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경계는 해 두지.”
그런 얘기를 나눈 뒤, 나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졌다.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바다와 관련 있는 자료가 많다.
눈에 띄는 자료는 찾아 냈지만, 알고 싶은 정보는 실려있지 않았다.
“이오리, 아까부터 뭘 알아보고 있냐? ……그건 30년 전의 전쟁 기록인가?”
“그래. 배신자 중 한 사람하고 관련 있는 정보가 없나 하고 찾아보고 있었어.”
그 녀석이 제국에 있다는 건 모험가들한테서 들은 정보로 파악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은 귀족 행세를 하고 있는 듯하다.
“전쟁 중에 그 녀석의 행동 정보가 없나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운 좋게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야.”
뭐, 정보가 없더라도, 그 녀석이 뭘 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잘 됐군. 이 사이에 내 복수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 두마.”
목소리 톤을 낮추고 엘피가 얼굴을 들이댄다.
“연옥 미궁에서 그 귀신족하고 싸웠을 때 내가 말했지. 그 귀신은 내 부하의 시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그래.”
“내 부하를 직접적으로 죽인 녀석……그 안에, 네 복수 대상이 들어 있다. 디오니스하고 루시피나다.”
빠득, 하고 이를 갈면서 엘피가 말을 잇는다.
“……그 두 사람의 복수 때는 나도 손을 대도록 하겠다.”
디오니스와 루시피나.
그 녀석들은 내가 가장 복수하고 싶어하는 전 동료다.
그 두 사람한테는 마윈이나 벨트가 같은 녀석들보다도 처참한 복수를 해 줘야만 한다.
그 녀석들을 엘피한테 넘기는 건 아무리 그래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나도 나 혼자서 복수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복수는 나하고 너 둘이서 실행한다. ……그러면 안 되겠나?”
“…………, 알겠어.”
여기까지 오는데 엘피한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다.
내 복수를 할 때도 몇 번이나 어울리게 했다.
게다가 이 제안이라면 거절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정해졌군. 내 중압궤를 이용해서 납작이로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그건 안 돼. 그렇게 간단히 죽여 버리고 싶진 않아.”
나하고 엘피는 『동료』다.
그렇다면, 내 사정에만 어울리게 하면 안 되겠지.
……동료, 니까.
◆
그 뒤로 1시간 정도 지나고, 배가 출항할 때가 됐다.
길드 카드를 보여줘 할인을 받고 싼 가격으로 탈 수 있었다.
가는 곳은 제국.
거기 있는 것은 오장 미궁 중 하나, 죽음의 늪 미궁.
그리고, 내 복수 대상 중 한 사람.
『그 여자』한테 실행할 복수 방법을 떠올리면서, 제국으로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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