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3장 제 5화『들을 가치도 없다』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3장『죽음의 늪』


제 5화 『들을 가치도 없다』


그 뒤로 우리들은 카렌의 마차에 타서 레이포드 영주로 향하게 됐다.
의뢰를 받아들이는 동안, 또 우리들의 용무가 끝날 때까지 카렌의 저택에서 머물러도 된다는 것이다.

“………….”

덜컹덜컹하고 바퀴가 굴러가며,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죽음의 늪 미궁까지 걸어서 갈 생각이었으니, 마차를 탈 수 있게 된 건 행운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오리 씨는 아버님과 지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관계이셨나요?”
“……예전에 갓슈 씨가 제 목숨을 구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카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예전에 그와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갓슈는 상냥한 성격을 가진 마술사였다.
온화하고, 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정도로 겁쟁이인 남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혼종……『반마(半魔)』이기도 했다.
마족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나,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을 인간은 모욕의 의미를 담아 혼종이라고 부른다.

갓슈는 귀족이긴 했지만, 혼종이었기 때문에 매우 깊은 상처를 입은 듯하다.
하지만, 갓슈는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
차별을 무시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게 됐다.
많은 영주민들이 갓슈를 따르고 있던 걸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갓슈는 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특기였다.
레이포드 가문에 대대로 전해지는 『요석(要石)』이라고 하는 결계 마술의 효력을 높이는 마력 부여품을 사용해서 영지를 공격하는 마왕군한테서 사람들을 지켜냈다.

『저는 아마츠 씨처럼 싸울 수 없습니다. 피를 보기만 해도 겁에 질려 버릴 정도로 겁쟁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저라도 결계 마술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싸우지 않더라도, 가족을, 동료를, 영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마츠 씨.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대화했을 때 갓슈는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그때까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무심코 숨을 삼켜버리게 될 정도로 박력을 내뿜고 있던 게 기억난다.

그 뒤로 한동안 지나, 나하고 파티원들은 사천왕『천변』의 계략에 빠져 궁지에 몰렸다.
연속된 전투로 피로한 상태에서 『천변』과 대량의 마물들이 밀려들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천변』이 끌고 온 마족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그 때, 구하러 와 준 게 갓슈였다.
싸우는 걸 싫어했을 텐데 병사를 다스리고 달려와 준 것이다.
그가 친 결계 덕분에 우리들은 한숨을 돌리고 『천변』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그 때, 갓슈가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루시피나와 디오니스는 뭔가 계책이 있었을까?

“………….”

카렌의 얘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갓슈의 아내는 죽어버리고 만 듯하다.
갓슈 본인도 행방불명 상태가 되어 있다.
그 녀석은 아직 무사히 있을까?

그 때 생각했다.
갓슈처럼 『용기』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나 같은 것보다 훨씬 『용사』하고 어울리는 건 아닐까 하고.
아무한테도 휩쓸리는 일 없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갓슈 레이포드 같은 남자야말로.

“………….”

그 뒤로 몇 시간 뒤.
해가 저물기 시작했을 즈음, 우리들은 레이포드 영주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본 레이포드 영지는 예전보다 활기가 사라져 있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전에 봤을 때는 영주 전체가 활발했던 것 같은 인상을 느꼈던 것이다.
해 저무는 시간이라 그런 건지, 지금은 쇠퇴해진 것처럼도 보인다.

……무리도 아닌가.
영지 안에서 마물의 피해가 나오고, 거기다 행방불명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영주인 갓슈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서 활기가 있는 편이 이상할 것이다.

카렌한테 안내를 받아, 우리들은 레이포드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다.
역시 30년이나 지나있기 때문인지 외견은 크게 바뀌어 있다.

마차에서 내려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들이 머물게 될 객실을 안내한 뒤, 식당에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하인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모양인지, 몇 사람이 열심히 요리를 나르고 있다.

거기서, 드레스에서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카렌과 쟌이 찾아왔다.
카렌의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쥐어져 있었다.

“카렌 씨, 그건……?”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거에요.”

그 편지에는 레이포드 가문 당주 대리로서, 카렌이 황성으로 오라고 적혀있던 듯하다.
미궁 봉인 임무에 관해 전해야만 할 말이 있다고.
카렌의 안색으로 봐서 별로 좋은 보고는 들을 수 없을 것 같군.

“……미궁의 봉인에는 레이포드 가문에 전해지는『요석(要石)』이라는 마력 부여품이 사용되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결계의 핵(要)이 되는 돌을 말하는 거에요.”
“그건 지금 어떻게 됐지?”
“올리비아 씨가 미궁을 점령했을 때, 그녀가 가져가 버리고 만 것 같아요.
『이건 결계를 치기 위한 도구. 그러니까 지금부터 결계를 칠 내가 써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카렌은 두, 세 번, 요석, 그리고 점령하고 있는 미궁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걸 완전히 무시하고 결계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결계 봉인은 레이포드 가문한테 주어진 명령이에요. 아버님과 어머님이 사라진 이상, 제가 영지를 지켜야만 해요……!”

불안할 텐데, 카렌은 굳세게 말했다.
……갓슈하고 똑 닮았군.
그를 닮아서 카렌이 영주 주민들을 매우 걱정하고 있는 게 전해져 온다.

“하지만……그 올리비아라는 여자는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짐작가는 부분은, 있어요.”

카렌이 눈을 감고 감정을 억누르듯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이미 눈치 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저는 혼종이에요.”
“……뭐, 마력의 질로 봐서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눈치 채고 있었지.”
“올리비아 씨는 인간 이외의 종족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저희를 아니꼽게 보는 건 아닐까 하고요.”

갓슈와 카렌한테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과 더불어, 레이포드 영주에는 아인이나 반마가 여럿 살고 있다.
마왕군 때문에 살 장소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갓슈가 받아들여줬다고 한다.

예전에 올리비아는 아인이나 반마를 『더러운 가축』이라고 표현했었다.
카렌이나 갓슈가 맘에 들지 않아, 라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얘기는 아니다.
그 외에도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움직임을 저지하고, 고문하면서 차근차근 들어보면 된다.

“정말이지……이번에 다룰 상대도 또 제대로 된 녀석은 아닌 것 같군.”
“애초에 제대로 된 녀석이 있던 적이 없었고 말이야.”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을 먹었다.
왕국의 귀족이라면 식사의 매너가 어쩌니, 평민하고 같이 먹을 수 있겠냐, 같은 말을 꺼냈을 텐데, 카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에 대기하고 있는 하인들은 아무 말 없이 우리들을 노려보고 있지만.

“내일, 제국으로 꼭 가야 해요. 이제 막 의뢰한 참인데 정말 죄송해요.”

제국, 인가.

“그 제국으로 우리들도 데려가 주지 않겠나?”

엘피가 그런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들은 얘기로 봐선 올리비아는 카렌한테도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카렌이랑 같이 움직이면 그 여자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상관없어요.”

뻔뻔한 부탁이었는데, 카렌은 미소로 응대해 줬다.
그냥 데려가 달라고 하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아서 호위로서 따라갈 것을 제안했다.
카렌은 “부디 부탁드려요!”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도 제국으로 가게 됐다.

저녁을 먹은 뒤, 욕탕을 빌려서 땀을 씻어 내고, 우리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들은 얘기지만, 올리비아는 제국을 습격했던 마물을 격퇴한 걸로 귀족이라는 지위를 받은 듯하다.

제국은 실력을 중시하는 나라다.
맨 처음에는 아인이나 반마를 배척했지만, 한 때 황제가 병에 걸려 죽을 뻔 했을 때, 아인인가 마인인가가 그 병을 고쳐 줌으로서, 그 뒤로 아인도 반마도 받아들이게 됐다.
인간이라도 아인이라도 반마라도 결과를 남기면 인정받는다.

올리비아가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건, 마족 퇴치의 공적이 제국한테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군을 나와 귀족으로서 에리에스틸 영지에 틀어박혀 있다는 듯하다.

“……그 여자한테 어떻게 복수할지, 지금 이 동안 생각해 둘까.”

내일 제국에서 복수에 쓸만한 물건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마차에 타서 제국으로 출발했다.
마차에 타고 있는 건 카렌과 하인, 그리고 우리들이다.
호위도 맡고 있었는데, 가는 동안에 마물하고 조우하는 일은 없었다.

“다 도착했어요!”

그란실크 제국, 수도 반델.
제국은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각(城殻) 도시라고도 불리고 있다.
30년 전 전쟁에서도 이 성벽의 존재는 매우 컸다.

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대성문은 문지기에 의해 지켜지고 있지만, 카렌 덕분에 간단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오…….”

대성문을 지나간 너머에 있는 제국의 수도는 온천 도시 이상으로 번창해 있었다.
마술 연구가 활달한 만큼, 곳곳마다 불을 밝히는 마력 부여품이나 결계가 설치되어 있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들어가겠지.

엘피도 감탄한 모양인지, 그 광경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오리, 이오리! 저기에 맛있어 보이는 빵 요리를 팔고 있다. 생선 알을 끼워 넣은 것 같구나!”
“그래, 그런 것 같네.”

그래, 알고 있었어.
네가 보는 건 그쪽이지?

“일단 황성으로 갈게요.”

쟌은 반대했지만, 나하고 엘피도 동행인으로서 황성으로 들어가게 해 주는 듯하다.
왕국이라던가 제국이라던가, 여행 도중에 몇 번이나 방문한 경험은 있지만, 동행인으로서 가는 건 처음이군.
엘피는 곧바로 명란젓을 넣은 프랑스 빵 같은 걸 사서 와구와구 먹고 있다.
후둑후둑 하고 빵가루를 떨어트리면서 옷에 묵은 그걸 툭툭 털어 준다.

“이오리 씨하고 엘피 씨는 뭔가 오빠랑 여동생 같네요.”

그걸 보고, 카렌이 웃는다.

“뭐, 반대라면 모를까, 내가 여동생이라고!?”
“후후, 맞아요. 실제론 오빠랑 여동생은 아닌 거죠?”
“네. 이 녀석하고 저는 연이 있어서 같이 여행하고 있을 뿐이지, 혈연은 없어요. 같이 행동하게 된 것도 바로 얼마 전이죠.”
“어머, 그런가요? 무척 사이가 좋아 보여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건 줄 알았어요.”
나는 여동생 같은 게 아니다! 라며 말하면서도 엘피는 빵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뜨리고 있다.
이 녀석, 분명 나보다 나이 많을 텐데 말이야…….
왜 이렇게 안타까운 걸까.

“카렌 님, 슬슬 황성입니다.”
“……그러네요.”

이러고 있는 사이에 황성에 도착했다.
마술에 강한 내성을 가진 소재로 만들어진 백금의 성이다.
성벽과 마찬가지로 방어 마술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상급 마술을 날려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왕궁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다.

“훗……내 성하고는 비교할 바도 안 되는군.”

자랑스럽게 말하는 엘피의 손에서 빵을 빼앗아 주머니에 넣고 나서 가방에 넣는다.
성 안에서 툭툭 하고 빵 부스러기를 흘리면 내가 참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을 위해서다.

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카렌이 병사한테 이름을 댔다.
레이포드 가문의 문양과 황제한테서 받은 편지를 보여주자 간단히 출입 허가가 내려졌다.

“거기 계신 분들은?”
“제 동행인이에요. 이 분들도 출입 허가를 내 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무기는 전부 받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병사한테서 신체검사를 받고, 무기나 마력 반응이 있는 걸 전부 건넸다. 
트러블이 생기면 안 좋기 때문에, 비싼 것들은 미리 가방 속에 넣어 더ᅟᅮᆻ다.
엘피도 정체를 숨기는 반지를 끼고 있지만, 검마안 급 정도의 체크를 하지 않으면 분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반지에 대한 건 들키지 않고,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쟌하고 여러분들은 거기서 기다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녀 오시죠, 카렌 님.”

그렇게 해서, 카렌은 알현의 공간 쪽으로 걸어갔다.
남겨진 우리들은 대합실 같은 곳에서 대기하게 된다.
방 바깥에는 경비가 있는 것인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는 없다.

“………….”

방에 들어오고 나서 쟌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다.
여전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말을 걸어 봤지만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이 남자, 대체 뭐냐…….”

엘피는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쟌을 보고 있다.
나는 부드러운 소파에 기대어 천장의 샹들리에를 바라보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용은 이번 사건에 관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대충 예상은 가고 있지만.
어디까지 예상의 범주지만, 그 여자라면 이.것. 정도는 할 것 같으니 말이다.
남은 건 그 확증을 확보하는 것 뿐이다.

“엘피, 여기 오는 도중에 별난 포션을 팔고 있었지?”
“그래. 그 치유 효과가 지속되는 녀석 말이구나? 그게 뭐 잘못 되기라도 한 거냐?”
“아니, 돌아갈 때 몇 개 살까 해서.”
“흠……?”


순수하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만. 어느 사.용.법.을 떠올렸다.
이걸 사용하면 재밌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카렌이 돌아왔다.


돌아온 카렌의 안색은 나빴다.
창백하고, 상당한 쇼크를 받은 것 같다.

“카렌 님, 어떻게 되신 겁니까!?”
“……레이포드 가문은……미궁 봉인의 임무에서 벗, 어나게 됐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카렌은 알현의 공간에서 있던 일을 말했다.

황제가 직접 미궁 봉인의 해임을 내린 듯하다.
레이포드 가문 대신에, 올리비아한테 미궁 봉인의 임무가 내려졌다고 한다.

“……『요석』도, 올리비아 씨한테 양도하라고 하더군요.”
“그럴 수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실종되고, 남은 자신이 영지를 지켜야 한다고 카렌은 굳세게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다.
얼굴은 창백하고, 몸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카렌 씨, 괜찮으세요……?”
“괘, 괜찮, 아요. 그것보다, 황성에서 나가죠. 이제, 볼 일은 끝났으니까요…….”

불안한 발걸음으로 카렌이 방에서 나간다.
뭐라 말을 걸어야 할지 떠오르는 게 없어서, 우리들도 그녀의 뒤를 이어 나갔다.
쟌은 카렌의 조금 뒤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머나 어머나, 거기 계신 건 카렌 씨가 아닌가요?”

방을 나와서 조금 걸었을 때.
뒤에서 카렌을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들은 기억이 있다.

“……주인공이 납신 것 같구나.”

뒤에 서 있던 건 긴 붉은 머리칼을 양 옆으로 길게 묶은 여자였다.
장미를 연상시키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도시 안에서 스쳐 지나가면 무심코 눈으로 쫓아갈 정도의 미모도 있다.


20살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용모를 보고 숨을 삼킨다.

“…………!”

올리비아 엘리에스틸.
30년 만에 본 배신자의 모습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 때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잘 지내셨나요, 미궁 봉인의 임무에서 해임하게 된 기분은 어떠신지요?”
“……올리비아, 씨.”
“이걸로 명실공히, 미궁 봉인은 제 역할이 된 거로군요. 이거, 역시 황제 폐하란 말이죠.”
“……그, 건.”
“당신 같은 혼종한테 봉인을 맡기고 이 이상 제 영주 주민들한테 피해가 나오면 저도 참을 수 없답니다.”

기세등등한 올리비아의 말에 카렌이 후들후들 하고 몸을 떨어댄다.

“뭐, 당연한 결과랍니다. 영주님도 무책임하게 실종되셨잖아요? 도대체 당신의 아버님은 어디 계신 걸까요?”

악의를 다 드러내면서 올리비아가 비웃는다.
아마츠하고 얘기했을 때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게 본성인 걸까.

“제대로 미궁을 봉인하지 못했던 벌이 내려질지도 모르겠네요! 혼종이고, 무책임하고, 맡겨진 임무도 제대로 마치지 못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카렌 레이포드 야앙?”
“……큭…….”

그 말을 듣고 카렌은 올리비아한테서 등을 돌려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아무 말 없이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던 쟌도 그 뒤를 쫓았다.

“어머어머, 정곡을 찔려서 도망쳐 버렸나요?”

그런 카렌의 뒷모습을 보고 올리비아가 비웃는다.

“………….”
“어머나, 당신들은.”

거기서 처음으로 올리비아는 이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모험가인가요? 조잡한 타인을 데리고 다니다니, 제대로 된 하인도 없는 것 같군요. 뭐, 저 더러운 혼종한테는 어울리지만 말이에요.”

내 정체는 눈치 채지 못하고, 올리비아가 그렇게 매도한다.

“가자, 이오리.”
“그래.”
“어머어머, 무시인가요?”

말을 들을 가치도 없다.
네가 입에 담아도 되는 건 사죄와 후회, 고통으로 일그러진 단말마 뿐이다.

등을 돌리고 우리들은 카렌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