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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3장『죽음의 늪』
제 21화 『결정한 결과를 믿고서』
눈을 뜨자, 붉은 머리칼 여자가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윽!?”
“꺄악!”
무심코 윗몸을 일으켜 버려 서로 이마를 부딪치고 몸부림친다.
그 고통으로 의식이 분명해져서 내가 카렌의 저택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으으…….”
……글썽거리는 눈으로 머리를 억누르고 있는 게, 카렌이라는 것도.
그 뒤로 나는 미궁핵을, 엘피는 자기 몸을 회수했다.
갖고 있던 포션을 전부 사용해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거기서 한계가 찾아왔다.
나는 그곳에서 기절하고 만 것이다.
“두 분이 살아 계셔서……정말로 다행이었어요……!”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면서 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렌의 얘기에 따르면 카렌이 지위하고 있던 병사가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듯하다.
미궁이 정지하자마자 공황상태에 빠진 마물이 미궁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걸 기다리고 있던 카렌 일행이 마물을 전멸시키고, 그 뒤에 미궁 안으로 들어간 듯하다.
내부의 독 늪은 미궁핵이 사라져서 무해해졌다는 모양이다.
다른 함정도 동작하지 않았다.
미궁이 정지하고 나서 반나절 정도만에 우리들은 구출된 것 같다.
그 뒤로 이틀 넘게 나는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그 녀석을 떠올렸다.
“……맞아. 엘피는……?”
방 안에 엘피의 모습이 없다.
그 녀석은 나 이상으로 디오니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포션을 마신 뒤엔 나하고 같이 디오니스한테 복수했었는데…….
설마, 싶긴 하지만.
“엘피 씨는 이오리 씨한테 겹쳐지듯이 쓰러져 계셨어요.”
“……그래서, 지금은요?”
“반나절 정도에 눈을 뜨셔서 지금은 식사 중이세요.”
……아아, 건강한 것 같네.
“마을 쪽은, 괜찮나요?”
“네, 지금은 진정되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 디오니스의 습격으로 몇 명인가 희생자가 나온 모양이다.
두 개의 영지가 황폐해져서 지금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카렌이 말했다.
“……그런가요.”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이 정도 피해로 끝난 건 이오리 씨랑 엘피 씨 덕분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카렌의 표정에는 피로는 있어도, 지난번처럼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두 분 덕분에, 제 영지……아뇨, 많은 사람들이 구해졌어요. 게다가 제국을 위협하고 있던 미궁도 공략해 주셔서……정말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카렌을 보고 말문이 막힌다.
나는 그저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권리 따윈, 없다.
“……맞다. 이거, 물의 마장한테서 되찾아 왔어요.”
“『요석』……!”
디오니스를 죽이기 전에 확실히 회수해 뒀다.
카렌이 받아든 요석을 손에 쥐고 눈을 내리깐다.
“미궁이 사라졌으니까, 지금 드려도 늦었을지 모르지만요…….”
“아뇨.”
카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돌은 『영주민을 지키고 싶다』라고 하는 저희들 레이포드 가문의 인간의 의사가 담긴 결정이에요. 되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가요.”
“하지만……그렇구나.”
카렌이 요석을 끌어안으면서 문득 중얼거렸다.
“이제, 미궁을 봉인하지 않아도 되는 거네요.”
긴장이 풀린 것처럼 카렌이 무릎을 꿇는다.
“그래……그렇구나…….”
뚝뚝 하고,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부모님의 죽음에, 영주로써 역할을 마쳐야만 한다.
그 중책에서 해방된 한 여자의 오열을 한동안 나는 듣고 있었다.
◆
화염이 내뿜어진다.
죽 나열된 희생자의 사체가 순식간에 불탄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는 게 보였다.
디오니스와 부하 마물한테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디오니스가 표본으로 삼고 있던 여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결정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이미 목숨이 끊어져 있었다.
나나 엘피라도 그 사람들을 구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갇혀 있고 나서 몇 년이나 시간이 지났겠지.
디오니스의 말투로 보아, 가족이나 친구, 살고 있던 마을은 이미 없다.
구해줬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아니.”
그건 살아있는 사람의 위선적인 논리다.
아무도, 죽고 싶어하지 않았다.
살아남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구했으니까, 전부 죽였다고 디오니스가 말했다.
살해당한 사람들은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 사람들이 편안히 잠들 것을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서 있던 건, 낯선 여자와 소녀다.
“당신 분들이 물의 마장한테서 어머니를 해방해 주신 거군요.”
“………….”
표본으로 삼아져 있던 여자 중 한 명이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의 어머니였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마왕군의 습격을 당하기 전에 마을에서 나와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혼자 살아남았다고.
“어머니를 구해 주셔서……감사합니다.”
여자가 나한테 고개를 숙인다.
“………….”
여자 옆에 있던 소녀가 내 옷 소매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할머니를 구해줘서 고마워!”
푸른 하늘에,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높이까지.
◆
카렌의 저택에서 정신을 차린 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카렌한테는 디오니스한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어떤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해 뒀다.
“그 분이라면 지금은 교회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고아원, 인가요.”
“네. 지도로 보면……이 부근이네요.”
카렌이 가리킨 곳에 다음 복수 대상이 있다.‘
그것도, 두 사람.
부부로써 거기서 살고 있다는 모양이다.
“두 분 다 옛날엔 상당히 우수한 연금술사(알케미스트)였다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길러주고 있는, 성부모(聖父母) 같은 분이라도 들었어요. 여러분들의 지인이신가요?”
성부모, 말이지.
“……네. 그런 거죠.”
그래, 30년 전의 지인이지.
“그렇군요. ……하지만, 이 부근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으니까 조심해 주세요.”
“이상한 소문……?”
어디까지나 평범한 소문이겠지만요, 라는 말을 덧붙이고 카렌이 말했다.
“이 부근에서 몇 번인가――『영웅 아마츠』가 목격되고 있다는 것 같아요.”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
“……호오.”
두 분이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괜찮겠지만요, 하고 카렌이 쓴웃음을 지었다.
◆
레이포드 영지를 나와 우리들은 동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황도에서 우리들을 부르고 있었다만, 가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이냐?”
며칠 전, 레이포드 영지에 황제의 사자가 찾아왔다.
미궁을 토벌한 우리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리였다.
“보답이라는 명문 아래, 어차피 이것저것 얘기만 듣게 될 뿐이야. 가는 만큼 손해라는 소리지.”
그러니까 우리들은 그걸 정중하게 거절했다.
제국쪽의 이해력이 좋았던 덕분에, 억지로 우리를 잡아두는 일 없이, 이렇게 다음 목적지로 나아가고 있다.
“우물……우물…….”
옆에서 엘피의 씹는 소리가 들린다.
우걱우걱 먹고 있는 건 구운 오징어나 문어, 조개에 꿀을 발라 꼬치에 꽂아둔 것이다.
그걸 방금 전부터 몇 개나 먹고 있어서 손이나 입이 꿀로 끈적끈적해져 있다.
……더러워.
“……맞아. 미궁에서 어떤 부분이 돌아온 거지?”
“양 다리다.”
툭툭 하고 무릎을 두드리면서 엘피가 대답했다.
“그럼, 이걸로 머리, 양팔, 양 다리가 돌아왔다는 건가.”
“음, 남은 건 몸통과 심장 뿐이로구나. 그러는 너는 어떤 게냐?”
엘피가 묻고 있는 건 내 마력을 말하는 거겠지.
나는 세 번째 미궁핵을 흡수했다.
“……솔직히 아직, 전성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데.”
이전보다도 쓸 수 있는 마력은 더욱 늘어났다.
대체로 전성기의 4할 정도일까.
전혀 마력을 쓸 수 없었을 적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괜찮아졌다.
“……흠. 아, 그러고 보니, 그 심상 마술은 뭐였던 거냐?”
“……그거 말이구나.”
『영웅 재현(더 레이즈)』
그때,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른 심상이다.
너무 갑작스러웠으니 자세한 건 별로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영웅시대(전성기) 때의 내 힘을 재현하는 마술……이겠지.”
나는 그저 휩쓸려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피의 말 덕분에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한테는 『구하고 싶다』라는 감정이 있었고, 행동하고 있었던 거라는 걸.
……그 결과로 얻은 심상 마술이지만, 그 영웅을 재현하는 기술이라는 것도 조금 복잡한데 말이야.
나는 더 이상, 용사도 영웅도 되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도 쓸 수 있는 거냐?”
“……미묘한데. 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때 그 정도의 감각이 없어.”
“그런가. 뭐……뭐가 어찌됐건, 네 심상 덕분에 살았다. 고맙다, 이오리.”
발을 멈추고 이오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걸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도 입을 열었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건, 내 쪽이야.”
디오니스가 엘피를 권유했을 때, 나는 배신당하는 줄 알았다.
또 동료한테 배신을 당하고 살해당하는구나 하고.
하지만 엘피는 말해 주었다.
동료를 배신할 정도라면, 죽는 편이 낫다고.
게다가 심상 마술을 쓸 수 있던 것도 엘피가 있어 줬기 때문이다.
그 말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대로 절망하고 모든 걸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건 내 쪽이다.
“엘피 네가 있어준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일을 마쳤어. 휩쓸리고만 있던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러니까, 고맙다.”
“……흐, 흥. 당연한 소리로구나.”
딴청을 피우며 엘피가 거만하게 팔짱을 낀다.
“전에 말했지. 신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정하라고.”
“……그래.”
디오니스는 말했었다.
복수자끼리 서로 어울리는 건 이상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목적은 같더라도 어차피 배신당한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려 가는 건 단순히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이라는 걸.
그래도.
“너하고 같이 한다면, 마지막까지 복수를 끝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신용하겠어, 엘피스자크.”
늦구나, 하고 엘피가 웃는다.
그 표정이 해산물 꼬치의 꿀로 더럽혀져 있어서 뭔가 이것저것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디오니스한테 복수를 한 걸로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올리비아, 디오니스.
이걸로 4명한테 복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복수 대상은 몇 명이나 남았다.
손에 얻은 심상 마술을 사용하면 류자스의 『인과 반장』도 돌파할 수 있겠지.
기다리고 있어라.
남은 복수 대상도, 남김없이 죽여주마.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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