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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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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죽음의 늪』
제 20화 『디오니스 하베르크』
글자 수랑 장면 전환이 많습니다.
――――――――――――――――――――――――――――――――――
――나를 깔보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마왕군한테서는 배신자라고 욕을 먹고, 인간이나 아인한테서는 믿을 수 없다고 꺼려진다.
그런 운명을 짊어진 귀신족에서 나, 디오니스 하베르크가 태어났다.
귀신족한테는 다들 태어날 때부터 두 개의 뿔이 나 있다.
두 개의 뿔로 마력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이마에는 뿔이 하나밖에 나지 않았다.
마술을 사용하려 해도 다른 귀신족들보다 상당한 수고가 필요했다.
몸도 약해서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조차 져 버린다.
어이없는 몸이다.
『뿔이 하나라도, 너는 어엿한 내 아들이다』
장점이라고는 커다란 몸집밖에 없는 주제에, 쓰레기 아버지는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디오니스. 네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단다』
뿔 하나가 없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게 아닌데,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나한테 미소 지었다.
『오빠! 나한테 마술 가르쳐 줘!』
뿔이 두 개 나 있는 주제에, 특기인 물 마술조차 빼앗으려 하는 약아빠진 여동생은 나한테 어리광을 부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웃기지 마.”
마을 녀석들은 누구나 다 뿔이 하나밖에 나 있지 않은 나를 가엾이 여겼다.
그게 마음에 안 들고, 매우 짜증이 나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뿔이 없는 결핍자인 나를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바보 취급하고 말이야.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나를 깔보고 앉았어.”
나를 깔보는 걸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온갖 일에 손을 댔다.
나한테는 재능이 있었다.
검도 마술도 체술도, 조금 연습한 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보다 더 잘 했다.
마술 제어하고 근력은 그만큼 기술로 보충했다.
겨우 몇 년 만에 나는 마을에서 최강이 됐다.
뿔이 하나인 만큼 핸디캡이 있는데 마을 녀석들은 나보다 약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웃겨 죽겠군.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재능이 없는 쓰레기였으니까.
오히려 내가 동정해 버릴 정도라고.
『디오니스는 굉장하네. 엄청, 멋있어』
그런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 안다는 척 다가온 소꿉친구 창년, 샤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뒤로 얼마 있어, 나는 최강의 물 마법사――『물귀신』이라 불리게 됐다.
쓰레기장의 쓰레기들한테 숭상을 받는다는 건, 그럭저럭 기분은 좋았다.
그 뒤로 내 시선은 귀신족 바깥으로 향해졌다.
계속해서 귀신족(나)를 깔보는 열등종 녀석들이 짜증난다.
그때부터 나는 결심했다.
나 말고 모든 걸 깔봐 주겠다고.
짓밟고, 능욕하고, 비웃어 주겠다고.
그래서 인간 주제에 잘났다는 듯이 행동하는 아마츠를 배신했다.
루시피나의 권유에 응해 마왕군에 가담하기로 했다.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 주제에 잘났다는 듯이 빌린 이상을 떠들어 대는 아마츠가 기분 나쁘다.
인간 주제에 나보다 강하다니, 있어서는 안 된다.
저 녀석도 마을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나를 격려하고, 가엾이 여기고, 깔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당했을 때 그 울 것만 같은 표정을 봤을 때, 절정하는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자신은 이용하는 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류자스를 배신했을 때도 상쾌했다.
전에 아마츠가 구했던 사람이나 아인들을 학살하는 건 버릇이 될 정도의 쾌감이었다.
다른 종족 말고도 나한테 복종하려 하지 않았던 귀신족은 전부 죽여줬다.
부모님도, 여동생도, 울부짖는 꼴을 비웃으며 질척거리는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줬다.
얼굴만큼은 괜찮았던 샤레이는 절망과 격통 속에서 죽이고 표본으로 삼아줬다.
땅을 기어 다니며 신발을 핥은 벨트가만큼은 살려줬다.
『화염 귀신』같은 안 어울리는 호칭을 갖고 있던 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언젠가 죽여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연옥 미궁에서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낙담했다.
아마츠를 죽였다는 걸로 마왕군의 거점지, 미궁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끝낼 생각은 없다.
마왕성에서 잘난 체 하고 있는 마왕을 죽이고, 나를 깔보고 있는 모든 종족을 짓밟아 주겠어.
『귀신화』를 쓸 수 있게 됐다.
상실 마술(로스트 매직)도 익혔다.
지금 나는 아무한테도 지지 않는 최강의 존재다.
지금까지 잔뜩 다른 사람이 나를 깔봐 왔으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깔봐 주겠어.
인간도, 아인도, 마족도, 모든 걸 노예로 삼아 주겠어.
모든 걸 짓밟고, 절망 속에서 죽여주겠어.
그리고 모든 것에 만족하면서 나는 편안하게 죽을 거야.
마력에 섞이다니 참을 수 없다.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해, 명계에서 자아를 계속 유지할 거야.
행복한 죽음을 맞이해 주겠어.
그게, 그것이야말로――――.
“――――아?”
몸이 흔들려 눈을 떴다.
어째선지, 온몸이 아프다.
어찌된 일인지, 마력이 결여되어 있다.
“나는, 뭐가…….”
기억이 애매하다.
천천히 눈을 뜬다.
“――일어났어, 디오니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건.
악마처럼 상냥하게 미소 지은, 아마츠의 모습이었다.
◆
“히익!”
내 얼굴을 보고 디오니스가 살짝 비명을 지른다.
뒷걸음치려 하다가, 발을 묶고 있는 쇠사슬에 막혔다.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땅에 엎어졌다.
“뭐, 뭐야, 이게.”
“쇠사슬이야. 보면 알잖아?”
도망치지 못하도록 느긋하게 잠들어 있는 동안 매달아 뒀다.
“……큭! 아, 안 부서져……!?”
디오니스가 파괴하려고 힘을 넣었지만 쇠사슬은 차르륵 하는 소리만 날 뿐이다.
어찌 됐건, 『영웅 재현(더 레이즈)』상태 동안 창조해 놓은 물건이니까 말이야.
“……큭! 아마츠,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대, 대체 뭘…….”
“진정해. 일단, 네 이마를 확인해 보면 어때?”
“이마……?”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디오니스가 이마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거기에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걸 눈치 챈 듯하다.
“아……아아아악!?”
“네 뿔, 꽤 무르던데. 엘피가 살짝 쥔 것만으로도 반으로 부러졌어.”
“내 뿔이이이이이잇!?”
귀신한테 있어서 뿔은 상당히 중요한 기관이다.
귀신족은 마력의 조절을 뿔로 하고 있다.
그래서 뿔이 없으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마술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어, 어째서 이딴……!”
“일어나서 공격하면 곤란하니까 그런 거지.”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심하잖아! 이, 이래선 이제 마술을 쓸 수 없다고!?”
남빛 머리칼을 헝클어트리며 디오니스가 울부짖는다.
이제 막 일어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는 소릴 하는군.
“안심해, 디오니스. 곧 마술을 사용하지 못해도 곤란하지 않게 될 테니까.”
“뭐……?”
“엘피.”
신호를 내린 순간, 디오니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으로 치켜 올라간 디오니스가 비명을 질렀다.
“히익……!”
“흠, 편리하군. 이 쇠사슬.”
쇠사슬 끝은 공중에 떠 있으며 마력에 따라 반응한다.
그걸 지금 엘피가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너한테 어떻게 복수해 줄까, 꽤 고민했어.”
“보, 복수……?”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의 디오니스한테 천천히 말을 건다.
“순수하게 고통을 줄지, 지속 포션으로 계속해서 고통을 줄지, 독 늪을 마시게 할지…….”
“그, 그런 짓을 나한테 할 생각인 거냐!? 미쳤군!!”
“……그래. 그래서 그런 심한 짓은 안 할 거야. 너한테 어울리는 건, 『물』이다.”
신호를 내린다.
순간, 엘피가 제어하는 쇠사슬이 움직여 공중에 떠 있던 디오니스를 물 안으로 처박았다.
“모처럼 이 방에는 물이 엄청 많이 있으니까, 그걸 안 쓰면 손해잖아.”
“커, 헉!”
물에 처박힌 디오니스가 물속에서 발버둥친다.
발을 묶여있는 탓에 디오니스는 손을 허적허적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윽고 숨이 막혀 무심코 물을 마셔버렸을 때,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눈치 챈 모양이다.
“커……헉! 구, 구우우!? 구우우우웁!!”
자유로운 손으로 배를 억누르며 필사적인 형상으로 절규한다.
그 동안에도 대량의 물을 마셔버리고 있는 듯하다.
“구우우……웁.”
“흥.”
흰자위를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엘피가 쇠사슬을 당겼다.
지면에 처박힌 디오니스가 엄청난 양의 물을 입에서 토해냈다.
“……이오리. 보기 힘들다만.”
“참아 줘.”
미간을 찌푸리는 엘피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우욱우욱 하고 물을 토해내는 디오니스한테 시선을 돌렸다.
물을 토해내면서 배를 억누르고 발버둥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평범하게 물을 마신 정도로는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지 않겠지.
하지만, 지금 디오니스한테는 살짝 특별한 장치를 해 놨다.
“뭐……뭐야, 이게!!”
“자고 있는 동안, 네 위에 장치를 걸어 놨어.”
위에는 음식을 소화시킨다는 역할이 있는데, 구비되어 있는 기능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기능 중에는 십이지장 쪽으로 음식을 조절해서 보낸다는 것도 있다.
위 끝부분에 있는 『유문』이라는 부위의 기능인데……그 부근의 기능을 『치유 마술』로 의도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지금 디오니스는 물을 마시면 그대로 물이 십이지장 쪽으로 곧바로 흘러들어가 버린다는 소리다.
장 쪽에 엄청난 기세로 물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유문……? 내, 내 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지만, 디오니스는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단 소리야.”
“……야, 야, 아마츠. 방금 전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나, 나를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응……?”
“물어볼 필요도 없지. 당연하지 않느냐.”
디오니스의 질문에 쇠사슬을 들어올리면서 엘피가 중얼거린다.
정말이지 그 말대로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하면서, 비참하게 죽여줄 거야.”
디오니스한테 절망의 표정이 드리워진 걸 확인하고 나서 엘피가 다시 물 속으로 처박았다.
◆
“어……푸…….”
디오니스가 아등바등 물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발이 쇠사슬에 묶여있기 때문에 풀려있는 팔을 휘저을 수밖에 없다.
뿔이 부러진 탓에 쇠사슬은 파괴하지 못하고, 또한 마술도 쓸 수 없다.
“앗……아마즈! 구해……!”
열심히 고개를 쳐올리고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있다.
그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러 오는 게 엄청나게 웃기다.
방금 전까지 보여주던 위풍당당한 모습은 다 어디 간 거야.
“너는 『물의 마장』에다가 『물귀신』이었지. 호칭에 물, 물이라고 붙어 있잖아. 물을 좋아하는 거 아냐?”
“아바아! 가, 우버버!”
“이건 우리들의 선물이야. 마음껏 물을 마셔.”
“……! ……!”
아무래도 마음에 들은 모양이군.
“그만……! 딱히, 나는 물을 좋아하는 게!?”
“흠, 물귀신이여. 사양할 필요는 없다고?”
고개를 쳐든 디오니스한테 엘피가 마안을 쓴다.
조절을 한 『중압궤』로 숨을 들이마시려 한 얼굴을 물속으로 처박는다.
어푸어푸 하고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디오니스를 엘피는 매우 차가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물을 들이마시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지만, 숨이 막혀지자 디오니스는 입을 열고 말았다.
그때마다 엄청나게 물을 들이마시고 고통스러워한다.
그게 계속 반복된다.
엘피도 슬슬 익숙해져서 디오니스가 힘이 다하기 조금 전에 마안을 해제하고 있다.
기절하지도 못하고 디오니스는 물고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그아아.”
디오니스가 중력에 저항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려고 하고 있다.
“왜 그러지? 열심히 고개를 쳐들라고.”
“히익……히익…….”
“『너희들 열등종은 나한테 깔봐지면 돼』였잖아? 그럼 얼른 고개를 쳐들어야지, 안 그러면 우리가 깔본다고?”
“……큭!”
내 말에 아직 화를 낼 기력이 남아있던 모양이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면서 나를 노려본다.
“아아, 미안. 그래선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를『올려다 볼』수밖에 없구나?”
“아마즈! 웃기지……어붑…….”
말하던 중에 디오니스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푸핫……흐으……하아하아…….”
그 뒤로 50분 정도 지났을까.
디오니스는 이미 오열을 흘리며 우리들한테 도와달라고 빌고 있다.
머리는 질척질척하게 흐트러지고, 머리는 물과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끈적끈적해져 있다.
이대로 질질 끄는 것도 여흥이 없다.
그러니까 엘피한테 신호를 내려서 디오니스의 포박을 살짝 느슨하게 해 줬다.
그에 따라 디오니스는 손을 뻗으면 아슬아슬하게 발판에 손이 닿게 됐다.
“다행이네. 손을 뻗으면 물에서 얼굴을 내밀 수 있다고?”
“큭……!”
이미 말할 기력도 없는 듯하다.
울상을 지은 채로 디오니스가 손을 뻗어온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수면으로 내밀면서 어떻게든 발판에 손이 닿았을 타이밍에――
“끄악!?”
발판을 붙잡은 손을 나이프로 가볍게 찔렀다.
고통으로 손을 발판에서 빼, 다시 물속에서 발버둥치게 된다.
“어, 어재서……?”
“살고 싶은 거잖아? 그럼, 열심히 해 보라고.”
“――――”
내 의도를 디오니스가 눈치 챈 듯하다.
맨 처음부터 발판을 붙잡게 할 생각 따윈 없다.
“~~~~~!!”
그걸 이해하고 있어도 디오니스는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가끔씩 엘피가 마안을 사용해 물 안으로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붙잡지 않은 발판으로 손을 뻗는다.
“내 세계에선 지금 너 같은 녀석을 가리켜서,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라고 하는데 말이야.”
발판을 붙잡는다.
나이프로 찌른다.
발판을 붙잡는다.
나이프로 찌른다.
“그반해……손이!! 아바아아바아!!”
“양팔에 양팔을 검으로 찌른 상대를 앞에 두고, 잘도 나이프로 찔린 정도로 울상을 지을 수 있군 그래.”
“거업……어푸!”
디오니스의 양손은 찔린 상처로 너덜너덜해지고, 수면이 붉게 물들고 있다.
“주거! 주거주거주거주거죽어……!”
이윽고, 발판을 쥘 악력도 남지 않게 된 듯하다.
손을 뻗지도 못하고 디오니스는 또 물속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게 됐다.
자 그럼.
슬슬, 다음 단계인가.
◆
“우붑……쿠붑……우웨에에에엑!”
다시, 디오니스가 물에서 끌려나온다.
구토를 하면서 입에서 엄청난 양을 토하고 있다.
“역시나 『물의 마장』. 마술도 안 쓰고 입에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살려줘……살려줘!!”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처럼 필사적인 목숨 구걸이 시작됐다.
“훔친 돌을 돌려줄게! 미, 미궁핵도, 엘피스자크의 몸 일부도 넘길게! 다른 배신자에 대해서도 가르쳐 줄게! 아마츠! 아, 아니, 아마츠 님! 용서를……! 용서해 주세요!!”
“……흠. 이오리, 이렇게 말하고 있다만?”
“그럼, 일단 그 배신자의 이야기라는 걸 들어볼까.”
나불나불 하고 디오니스는 빠른 말투로 동료의 정보를 팔아 치운다.
그 태반이 이미 류자스의 기억에서 얻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수확은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외에도 루시피나랑 디오니스한테 협력이 녀석이 있던 모양이다.
그 이름은 기억 속에 잘 넣어 뒀다.
“그래서, 달리 뭐 정보는 없는 거냐?”
“이, 있어! 있습니다! 엘피스자크 님의 동료에 대한 얘기입니다만……!”
“……호오.”
엘피의 동료는 분명 오르테기아 일행한테 학살당했다.
하지만 그건 전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학살 장소에서 도망친 사람이 있는 듯하다.
“………….”
엘피는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처럼 입을 다물어 버렸다.
“봐요……잔뜩 얘기했잖아요!! 살려 주세요!!”
“……그래. 그럼, 디오니스. 좋은 제안이 있는데, 들어볼래?”
“들을래! 들을래, 들을래 들려줘!!”
휙휙 고개를 끄덕이는 디오니스.
어쩔 수 없으니 제안을 했다.
“땅을 기어 다니면서, 눈을 치켜뜨고 바닥을 핥으면서, 『저는 저보다 약한 상태를 괴롭힐 수밖에 없는 무능력한 쓰레기입니다. 배신해서 죄송했습니다』라면서 사죄하면, 목숨만큼은 살려 줄게.”
“뭐……!”
그 제안을 듣고 새파랗게 질려있던 디오니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뭐, 마음속으로는 격분하고 있는 거겠지.
격 떨어져, 격 떨어져 하고 깔보고 있던 상대가 그런 소리를 꺼냈으니까.
어떻게 할지 보고 있자.
“――――흑!”
디오니스가 땅을 기어 다녔다.
그리고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바닥에 혀를 댔다.
눈물을 떨구면서 바닥을 할짝할짝 핥으면서,
“저……저는 약한 상대를 괴롭힐 수밖에……없는……무, 무능력한 쓰레기……입니다. 배……배신해서, 배신해서……죄송, 해, 했습니다……!”
정말로 내가 한 말대로 사죄를 했다.
조금, 놀랐다.
이 녀석의 높은 자존심으로 보아 “그딴 짓을 할 수 있겠냐!” 라면서 화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까지 해서라도 죽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 아마츠, 님……. 말씀하신 대로 했으니……사, 살려, 주시겠죠?”
“그래.”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디오니스가 나한테 손을 뻗는다.
“――거짓말이야.”
비취의 태도로 뻗어온 손을 베어냈다.
“끅……?”
“살려줄 리가 없잖아. 방금 너가 말했잖아? 『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그냥 믿을 수 있는 거지? 나는 이해 못 하겠어』라고.”
“흐에……으에에에에에!?”
“나도 이해 못 하겠는데. 이때가 되어서도 아직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네 신경을 말이야.”
팔을 감싸쥐며 디오니스가 울부짖는다.
“그때, 나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게다가.”
“아아아아아아아아!!”
이어서 퍼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뚝뚝 하고 붉은 덩어리가 비처럼 주변에 떨어진다.
“흐에?”
디오니스의 다른 팔도 손목에서 사라져 있었다.
“――내 부하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엘피가 눈을 진홍색으로 물들이며 그렇게 말했다.
“바……브, 브……브.”
입에 붉은 거품을 물면서 디오니스가 경련을 시작한다.
정보도 다 들었고, 상당히 괴롭힐 수 있었다.
앞으로 2단계를 거쳐서 끝을 내기로 하자.
가방에서 마석을 꺼낸다.
마석으로 마력을 대가로 삼으면서 나는 디오니스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
“아.”
모든 걸 다 끝냈을 때 쯤, 디오니스가 눈을 떴다.
그것과 동시에 잘려진 팔의 고통에 신음한다.
디오니스는 지금 대자로 뻗은 상태로 공중에 떠 있다.
이 녀석이 지금까지 잔뜩 만들어 왔던 표본처럼.
“슬슬 끝을 내 볼까, 디오니스.”
“으으……! 기다려……죽이지 마……! 우리들, 동료잖아……?”
“……날 너무 웃기게 하지 마라. 동료일 리가 없잖아.”
살짝 비명을 지르며 디오니스가 엘피스자크한테 시선을 돌린다.
“내가 나빴어. ……! 며, 명령 받은 거야! 네 동료를 죽이도록 오르테기아한테……! 전부 그 녀석이 나쁜 거라고!”
“……이오리. 류자스라고 하는 남자도 그렇다만, 네 지인이라는 녀석들은 왜 이렇게 체념을 못 하는 게냐?”
내가 알고 싶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하고 디오니스가 울부짖는다.
“너희들은 항상 그런단 말이지. 다른 사람을 짓밟고, 상처 입힐 때는 깔깔 웃어대는 주제에, 막상 자기가 그 입장이 되면 울면서 구해달라고 빌기 시작해. 야, 너는 그렇게 구해달라고 한 사람을 구해 준 적이 있어?”
와들와들 몸을 떨면서 디오니스가 소리쳤다.
“……! 나는 말이야, 천재라고! 인간이니 다른 아인이니, 열등종하고는 다르다고! 쓰레기를 청소하는 게 뭐가 나쁘단 거야!!”
“……마지막 부분에는 나도 동감이네. 너라는 쓰레기를 청소하는데 나는 아무런 죄악감도 안 느껴.”
“히익……!”
마무리다.
움직일 수 없는 디오니스를 비취의 태도로 가리킨다.
“30년 전, 나는 마왕성에서 너한테 가슴을 꿰뚫렸지. 그 빚을 여기서 갚겠어.”
“히익!? 싫어!! 싫어싫어싫어!! 그딴 짓을 하면 죽어버려!!”
“그래, 죽는 거야, 너는. 이대로 가슴을 꿰뚫려서, 물 저편에 가라앉으면서 말이지.”
“죽기싫어죽기싫어죽기싫어! 나는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거야! 행복하게 죽고 싶다고! 나는 명계에 갈 거란 말이야!!! 죽기 싫어, 그만 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푸슉, 하고 검이 가슴을 관통했다.
“흐어, 헉.”
숨을 내쉬고 디오니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로 디오니스는 물속으로 떨어졌다.
수면을 붉게 물들이면서 물 저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저걸로 된 것이냐?”
엘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깝긴 하지만, 필요한 짓이니까 말이야.”
◆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물 깊은 곳으로 가라앉으면서 어금니에 넣어놨던 포션을 깨부순다.
만약을 위해 준비해 놨던 최후의 보험.
가슴에 꿰뚫린 치명상의 상처가 살짝 아물고, 약간 체력이 회복된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아마츠도엘피스자크도다죽여주겠어절대로용서안해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손목을 앞으로 뻗어 물 안을 나아간다.
뿔이 없더라도, 아주 약간 마술을 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손목을 뻗은 방향으로 마술을 사용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물의 마장』이자 『물귀신』이라고.
이 정도 역경은 간단히 넘어 보이겠어.
방에 있던 물 안쪽에는 밖으로 통하는 감춰진 통로가 있다.
거기까지 헤엄쳐 간다면 내 승리다.
상처를 치료하고 그 두 사람을 죽여주겠어.
내가 맛본 몇 천배의 고통을 주겠어.
뭐가 복수냐, 원수를 갚았다는 거냐, 멍청한 놈들.
마무리를 제대로 안 지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무능한 녀석들 같으니.
나는 반드시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거야.
이딴 곳에서 죽을까 보냐.
명계로, 나는 명계로 갈 거다.
감춰진 통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로 탈출해서, 나는――――
“――――”
뭐지?
시야가 한 순간, 하얗게 물들어서……
“――윽!?”
시야 한쪽에 눈이 펼쳐져 있었다.
눈.
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눈.
저 눈이고 이 눈이고, 나를 보고 있다.
나를 깔보고 있다.
비웃고 있다, 바보취급하고 있다.
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
“히익!”
회두른 손.
거기에 찰싹 하고 눈이 달라붙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옷, 피부, 모든 곳에 눈이 있다.
전부, 나를 깔보고 있다.
“아아아아아아부어크악!”
호흡이 거칠어지고 물이 입속으로 들어온다.
숨을 못 쉬겠다.
“브그어어어어어!?!”
물이 위 안으로 들어온다.
차가워아파아파아파아파차가워아파아파!!
“으그으오오오오오!?”
한쪽에 펼쳐진 눈 탓에 숨겨진 통로가 안 보인다.
어디가 앞이고 뒤이고 아래고 위인지도 구별이 안 간다.
물이 들어온다.
눈이 나를 깔보고 있다.
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줘!!
“으으으으읍!!”
입을 다물어도 몸이 산소를 요구해 바로 열리고 만다.
그때마다 물이 들어온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부……그아아아아.”
그런데 눈이 사라지지 않는다.
눈만이 선명하게 계속 남아있다.
싫어.
거짓말이야, 뭐야 이게 말도안돼.
싫어싫어죽기싫어죽기싫어죽기싫어!!
“으오오……우으……읍!”
나는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거야!
나는 『물귀신』디오니스 하베르크라고!?
이렇게 비참하게죽기싫어싫어!!
싫어무서워무서워누가좀구해줘나를구해줘!!
루시피나, 류자스, 아마츠, 엘피스자크 누구라도 좋으니까 누가 좀!!
어두워어두워어두워어두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잘못했어, 배신한 내가 잘못했으니까아아!!
부탁이야, 부탁드립니다. 아마츠님엘피스자크님구해주세요부탁드립니다!
루시피나 때문이야, 그 녀석의 말에 홀려서, 아아아아아아아싫어싫어거짓말이야그때,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 싫어싫어누군가 나를 구해――
“오”
죽기 싫――――
◆
세뇌 마술.
올리비아한테서 훔친 기술을 디오니스한테 사용했다.
디오니스의 뇌내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 줬다.
그 녀석은 깔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으니까, 『깔보는 눈알』의 이미지를 잔뜩.
그 탓에, 갖고 있던 마석을 엄청나게 써 버리고 말았다.
시간도 상당히 걸렸고 말이야.
가슴을 찌를 때, 일부러 치명상에서 빗겨서 찔렀다.
죽지 않도록 치유 마술도 살짝 걸었다.
어째서 그랬냐 하면, 그 녀석을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력 결핍과, 극도의 피로감.
그 탓에 의식이 멀어져 가고 있다.
“끝났군.”
“……그래.”
엘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의식을 유지한다.
디오니스.
너는 분명히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했었지.
사후의 세계――명계로 가기 위해서.
명계로 가기 위한 조건은, 후회 없는 만족스러운 죽음.
“이봐, 디오니스.”
조용해진 수면을 향해 내가 물었다.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냐?”
들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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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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