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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4장 제 8화『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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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4장 제 8화 『방문자』


새로운 해를 기원하는 신년제도 점점 날짜가 가까워져, 랄고필리 왕국의 왕도인 레반티스 도시도 점점 활기가 넘쳐가고 있다.

축제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찾아온 행상인이나 곡예인 같은 사람들 말고도, 왕국 각지의 귀족도 점점 왕도에 모여 들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어 간다. 그리고 한편, 각종 범죄율도 올라가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나날이 긴장감이 높아져 가는 중이기도 했다.

사람이 점점 늘어가면서 평범한 병사들만으로는 인수가 부족해져, 각 신전의 신관 기사들도 또한 이 시기에만큼은 도시 치안 유지에 힘을 쓰게 된다.


물론 타츠미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바스나 니즈 삼형제, 혹은 선배 신관 전사들과 함께 교대로 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순찰하고 있었다.

서바이브 신의 성인이 새겨진 쇄자갑(체인 메일)을 입고, 방패와 검을 장비한 상태에서 도시를 순찰한다. 대체로 반나절 정도 순찰을 한 다음, 서바이브 신전으로 돌아와 다른 신관 전사들과 교대한다.

타츠미 일행 신관 전사는 소속된 신전을 중심으로 한 주변 구획을 맡게 되고, 그 외의 구역은 병사들이 순찰한다. 선배 신관 전사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도시를 순찰하고 있으면, 지금까지 들어가 본 적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타츠미한테는 살짝 신선한 체험이기도 했다.


그렇게 임무를 마치고, 타츠미는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같이 있다는 인상이 강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지만, 신전의 업무 관계상, 일단 둘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는 없다.

때문에, 오늘도 홀로 신전을 나온 타츠미. 칼세드니아는 아직 업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오늘밤 저녁 식사 때 쓸 식재료를 사려고 시장으로 발을 옮긴다.

그리고 그때였다.

갑자기 들어본 적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은.


“이봐, 당신이 타츠미 야마가타인가? 흑발흑안의 이국 남자라고 들었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시선 끝에 있던 건 한 소년.

나이는 15살 정도일까. 타츠미보다도 약간 나이가 적어 보인다.

이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적갈색 머리카락과, 엷은 잿빛 눈동자. 입고 있는 건 한눈에 봐도 고급품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것들뿐이니, 아마도 귀족의 자제일 거라고 타츠미는 대충 예상을 했다.


“그런데요……당신은?”

“아, 나는 졸트. 편하게 졸트라고 불러 줘.”


싱글싱글 인상 좋은 미소를 지은 졸트라는 소년. 그는 타츠미한테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슥 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타츠미는 그를 경계하면서도, 상대가 귀족처럼 보인 것도 있어서 그가 내민 오른손을 쥐었다. 그러자, 졸트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당신의 대한 얘기는 쥬젯페 할아버지한테서 자주 들었어. 늘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거든.”

“네? 쥬젯페 씨의 지인이신가요……?”

“응. 일단, 칼세하고도 아는 사이야. 내 할아버지랑 쥬젯페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친구라서 말이야. 나도 어렸을 적엔 쥬젯페 할아버지한테 공부를 배운 적도 있었고. 그런 연으로 칼세하고도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어.”


그의 할아버지와 쥬젯페가 지인이라면, 그와 칼세드니아가 지인이라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게다가 쥬젯페의 지인이라는 걸 듣고, 타츠미는 이 졸트라는 소년에 대한 경계심을 약간 풀었다.

아무래도 졸트도 타츠미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지만, 그걸로 마음 상해하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저한테 무슨 볼일이신가요?”

“아아, 그렇게 딱딱한 말투로 말 안 해도 되는데? 자, 좀 더 편하게, 응?”


얼굴에 띄우고 있는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고 말하는 졸트. 아무래도 꿍꿍이속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싫어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타츠미는 그에 대해 점점 호감을 품기 시작했다.


“알겠어, 졸트.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아, 좋은데, 좋아. 앞으로도 그 말투로 좀 부탁할게? 그래서, 용건 쪽은……그러네, 여기서 서서 얘기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 어디서 차분히 앉은 다음 얘기하지 않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칼세를 나한테 양보해 주지 않을래?”

“절대로 안 돼.”


적당한 가게를 찾아서 음료수를 주문한 타츠미와 졸트.

여자 점원이 주문을 받고 떠나가는 걸 확인한 졸트는 갑자기 본제를 꺼내 들었다.


“뭐? 즉답? 내 조건은 아직 얘기도 안 했는데?”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내보이는 졸트. 그에 비해, 타츠미는 그에 대한 경계심을 단숨에 최대까지 끌어올렸다.


“내가 꺼낼 조건을 듣고 나서부터 결단해도 늦지 않잖아?”

“필요없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든, 나는 칼세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거야.”

“흐응. 사실은 말이지?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한데, 나 꽤 신분 높다? 지금은 아직 무리지만, 장래에 내가 실권을 잡으면 부도 명예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구? 뭣하면, 이 나라의 고위 귀족 자리에 앉혀줄 수도 있는데? 게다가 칼세 대신 내 여동생이랑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줘도 되는데?”

“얼마나 많은 부나 명예, 지위나 권력을 준다고 해도……칼세랑 바꾸기엔 한참 모자라.”

“아니, 부랑 명예, 지위랑 권력보다 한 여자 쪽이 더 좋다는 거야?”

“물론이지.”

“우와, 또 즉답했어…….”


어이없다는 듯한 졸트의 표정. 그런 그를 보며, 타츠미는 명백히 분노의 시선을 졸트한테 보냈다.


“그것보다, 그런 시시한 걸 얘기하기 위해 내가 신전에서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건가?”

“뭐, 너를 기다리고 있던 건 틀림없는데. 사실은 내 할아버지가 타츠미를 부른다고 하길래, 그때 만나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할아버지가 그렇게 만나고 싶으면 네 발로 직접 가는 게 예의라고 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만나러 왔다는 거지.”

“그렇게까지 해서 나랑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칼세를 빼앗아가려고 그랬던 거냐?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네 대화에 어울려주는 건 여기까지다.”


타츠미는 테이블 위에 은화 몇 닢을 두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봐도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의 타츠미. 하지만 어째선지 졸트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그렇구나. 확실히 쥬젯페 할아버지가 말한 그대로의 녀석이네.”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졸트는 표정을 바꾸더니, 타츠미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너를 시험하는 듯한 짓을 해서 미안했다. 졸트리온 레조 랄고필리의 이름을 두고, 정식으로 사죄하지.”

“…………뭐?”


졸트가 정식으로 풀네임을 얘기했을 때, 타츠미는 무심코 몸을 경직시켰다.

이름이 3음절로 구성된 사람, 그리고 랄고필리라고 이름을 대는 사람. 그게 이 나라에서 어떤 신분을 나타내고 있는 건가. 타츠미도 쥬젯페한테서 배운 적이 있었다.


“와, 왕……족……?”

“응, 나는 어엿한 왕족인데? 말했잖아? 내 신분은 꽤 높다고 말이야. 일단, 내 할아버지가 현재 국왕, 내 아버지가 차대 국왕이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장남이니까,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순조롭게 가면, 다다음 대의 국왕은 나라는 거지.”


높다는 수준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도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좋을 신분이다.

이번엔 타츠미가 얼빠진 표정을 지을 차례였다. 그런 타츠미를 보고 졸트가 다시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진짜로 미안하다? 네가 쥬젯페 씨가 말한 대로의 인물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다시 자리에 앉은 타츠미와 졸트. 점원이 가져다 준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은 다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아아, 편하게 얘기하라니까. 확실히 나는 왕족이지만, 여긴 공적인 장소도 아니고. 지금까지 얘기했던 대로 해도 되는데?”


여전히 넉살 좋은 미소를 짓는 졸트를 보고, 타츠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는데……그래서, 방금 그건 무슨 소리였던 거야?”

“그럼, 다시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가 원했던 건 칼세가 아냐. 타츠미, 너였어.”

“나, 나……? 그 소린, 나보고 네 부하가 되라는 소리냐?”

“아니아니. 확실히 유능한 녀석이나 희귀한 재능을 갖고 있는 녀석을 내 근처에 두고 싶긴 하지만, 내가 너한테 바라고 있는 건 부하가 아냐. 내가 너한테 바라고 있는 건……내 친구가 되어줬으면 하는 거야. 그것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절친으로, 말이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절친이 되라는 졸트의 말에 타츠미는 저도 모르게 눈을 치켜떴다.


“아니 그게? 내 입장이 입장이잖아? 그러니까 이것저것 이유를 대면서 달라붙는 녀석들이 잔뜩 있다고. 근데, 그런 녀석들을 간단히 신용할 수는 없잖아. 물론 개중에는 신뢰할만한 사람도 있지만, 그런 녀석들도 가문이니 뭐니 해서 이것저것 있단 말이야, 이게. 내가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굴면, 그것만으로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같은 거 말이야.”


졸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타츠미도 이해할 수 있다. 순조롭게 간다면 다다음대 국왕이 될 졸트의 주변엔 수많은 사상을 끌어안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그런 녀석을 간단히 신용할 수 없는 그의 마음도 당연한 것이다.

또한, 장래의 왕과 친해진다면 그걸 질투하는 사람도 당연히 나타나리라.


“하지만, 너라면 신뢰할 수 있다. 방금 그 얘기를 듣고 나는 확신했거든. 그야 그렇게 간단히 즉답해 버리니, 이건 뭐, 신뢰할 수밖에 없잖아?”


졸트가 타츠미가 칼세드니아와 헤어질 조건으로써 제시한 건, 그의 여동생과의 혼인. 그건 장래 왕의 여동생과의 혼인이다.

왕족과의 결혼 정도 되면,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타츠미는 그 조건을 훌륭할 정도로 간단히 거절했다. 확실히 「여동생과의 혼인」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땐 졸트가 장래의 왕이라는 걸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가 상당히 신분이 높은 귀족이라는 건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 졸트가 내건 혼담 얘기를 딱 잘라 거절했다는 소리는, 타츠미한테 정치적 야심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애초에, 어째서 너는 『절친』을 원하는 거야? 절친이라는 건 『되어 줘』라고 말한 다음 되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네 주변에도 좋은 녀석이 있을 텐데.”

“응. 확실히 성실성의껏 나한테 충성을 바치는 녀석도 있거든? 근데 말이야, 나, 동경하고 있거든. 내 할아버지랑 쥬젯페 할아버지, 그리고 해양신 달가베 교단의 최고 사제인 굴그나드 할아버지라던가……옛날부터 친구 사이라서 말이야. 지금도 험담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니까?”


그런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어렸을 적부터 가까이서 보고, 졸트도 언젠가는 할아버지들처럼 마음 놓고 사귈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친구』는 그럭저럭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종 관계가 생긴단 말이지.”


졸트는 살짝 쓸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왕족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그래도, 역시 나는 할아버지들 같은 『절친』이 있었으면 해.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서로를 지탱해 주고……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말을 툭툭 내뱉을 수 있을 『절친』을 말이야. 할아버지한테는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잖아. 나한테도 그런 존재가 있어도 괜찮지 않겠어?”


졸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그의 절실한 소원. 그가 진지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타츠미도 묵묵히 그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 점으로 보아, 타츠미는 신분이 신관이고 나라의 조직에서는 벗어난 사람이니까, 나랑은 주종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친하게 지내도 주변에 있는 귀족 녀석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굴지 않을 거 아냐? 게다가 네 뒤에는 쥬젯페 할아버지가 있어. 왕족과 쥬젯페 할아버지를 적으로 돌리려는 녀석은, 귀족 중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타츠미 너한테도 야심이 없다는 건 방금 전 막 확인했고 말이야, 라며 졸트가 덧붙였다.





“그나저나, 칼세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네. 방금 전 그 대화, 칼세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맨날 냉정한 그 녀석이 네 뜨거운 말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봐 보고 싶었어.”

“그래? 칼세는 굳이 말하자면, 데굴데굴 표정이 바뀌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졸트는 칼세드니아의 지인이라고는 해도, 그건 타츠미와 재회하기 전의 그녀에 불과하다.

예전의 그녀는 신관으로써의 최소한의 지인 관계는 있었지만 별로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미소나 가짜 미소 정도는 지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무뚝뚝한 편이었다. 그런 타인한테 다가가려 하지 않는 점도 또한, 《성녀》라고 불리게 된 이유 중 하나였지만.

하지만 타츠미와 재회한 이후로, 칼세드니아는 표정이 밝아지고 부드러워졌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하지만 졸트는 타츠미와 재회한 다음 변화한 칼세드니아를 알지 못했다.

요 몇 년 간, 칼세드니아는 타츠미를 소환할 준비 때문에 이것저것 바빴고, 동시에 신관으로써 해야 할 일도 있었다. 그리고 타츠미를 소환한 뒤엔 거의 타츠미와 늘 같이 있었기 때문에, 졸트와는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뭐? 칼세가 표정을 데굴데굴 바꾼다고……? 우와, 말도 안 돼. 뭐야 그게.”


또다시 얼빠진 표정을 보여주는 졸트. 그런 졸트를 보고 이번엔 타츠미가 웃을 차례였다.

이제 타츠미의 마음속에 그의 대한 경계심은 없다. 그리고 그의 심정을 들은 지금은, 절친이 될지 말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그와 우정을 쌓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 믿겨? 그럼 이번에 우리들 집이라도 와서……아니, 그보다 애초에 왕족이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문득 타츠미는 그 사실을 떠올렸다. 장래 왕이 될 사람이 고작 혼자서 이곳을 걸어다녀도 될 리가 없다.


“아아, 그거라면 괜찮아. 할아버지한테는 제대로 허가도 받았고. 할아버지가 허가를 내렸다는 건, 우리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호위병이 세 사람이나 네 사람 정도 이 주변에 있다는 거야. 게다가 지금은 너도 같이 있고 말이야. 너라면 여차 할 때 나를 데리고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잖아?”

“뭐, 도망치는 것뿐이라면 그럭저럭 자신은 있는데…….”

“그치? 나도 네 능력에 대해서는 들었으니까 말이야. 아, 참고로 성에서 나올 때는 비밀 통로를 사용했습니다~.”

“토, 통로……? 화, 확실히 성에 통로는 당연히 있겠지만…….”

“그런 거야. 그렇지, 이렇게 된 김에 비밀 통로를 2,3개 정도 가르쳐 줄까? 너만 괜찮다면 거길 지나서 내가 있는 곳으로 놀러와도 되는데? 물론, 칼세도 같이 말이야.”

“…………그런 성의 비밀 통로는……나라의 최고 중요 기밀 정보 아냐……?”


무심코 두통을 느끼는 타츠미였다.

물론, 타츠미가 그럴 마음만 생기면 통로 같은 걸 쓰지 않더라도 궁정에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통로는 둘째 치고, 집으로 놀러 오는 건 환영이야. 다만, 사전에 연락을 해 준다면, 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야. 갑자기 찾아와도 우리들이 집에 있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그러네. 오랜만에 칼세랑도 만나고 싶으니까, 다음번에 다시 너희들 집에 실례 좀 할게. 물론, 사전에 연락은 보내둘 테니까.”


타츠미와 졸트는 꿍꿍이속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것이 앞으로 희대의 명군으로써 알려지게 되는 졸트리온 왕과, 《천상(天翔)》의 이명으로 불리게 될 마법사의 만남이자, 친구로서 만나게 된 첫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