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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 6화 『같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피곤에 쩌들어 있었다.
칼세드니아가 연 문을 빠져나와, 거실로 들어간 타츠미는 그대로 풀썩 하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엄청 지쳤어…….”
“수고 많으셨어요.”
“그러는 칼세도 수고 많았어.”
“네, 고마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사고 현장 쪽은 어떻게든 진정이 됐다.
타츠미의 트리아지 개념을 도입한 것 덕분에 최종적으로는 누구 하나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다만, 역시 칼세드니아를 포함한 마법사들의 소모도 극심해서, 일부 목숨의 영향이 없는 중상자들까지 치유를 하지 못해, 나중에 다시 치유 마법을 걸어주게 됐다.
타츠미도 칼세드니아나 타우로드, 그리고 가일한테 지원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사고 현장에서 지시를 계속 내릴 수 있던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타츠미의 피로는 육체적인 것보다도 정신적인 게 더 극심한 모양이다.
“……타우로드 매형이 갑자기 나한테 현장 지휘를 맡으라는 소리를 했을 땐, 당황했다니까.”
“어머, 서방님은 멋지게 책무를 마치셨는걸요? 게다가……단단히 자리를 잡고 여기저기서 지시를 내리고 계시던 서방님은……무척 멋지셨어요.”
“아……응, 그래……고, 고마워.”
칼세드니아가 자신을 보고 멋지다고 하자, 타츠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그런 타츠미의 모습을 바라보며 칼세드니아는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온화하고 기분 좋은 침묵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의 집――최근, 이웃들은 「야마가타 씨의 집」이라던가 「야마가타 가」라고 부르고 있다――의 거실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그 정적을 갑자기 칼세드니아가 깨부쉈다.
“아, 잊고 있었어요! 바로 목욕 준비를 할게요.”
“아, 맞다. 식사는 돌아오기 전에 신전에서 했지만, 역시 목욕은 하고 싶네.”
왕궁 사고 현장이 진정되자,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를 포함한 각 신전에서 현장으로 달려온 협력자들은 현장 책임자인 타우로드한테서 감사의 말과 함께 신전으로 돌아갈 허가를 얻었다.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일단 서바이브 신전으로 돌아가 일이 어떻게 됐는지를 쥬젯페한테 보고한 다음, 신전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따라서 피로는 엄청났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자버릴까 싶었지만, 역시 목욕을 하면서 오늘 하루의 피로와 땀을 씻어내고 싶다.
특히 칼세드니아는 환자의 피로 더러워지는 걸 싫어하지도 않고 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분은 타츠미보다 더 강하리라.
“그럼 피곤할 텐데 미안하지만, 목욕 준비 좀 부탁할게.”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칼세드니아는 기쁘다는 듯이 대답하곤 곧장 욕장으로 향했다.
야마가타 가에 있는 목욕 준비는 전부 칼세드니아의 마법에 의존하고 있다.
《물 생성》 마법으로 욕탕에 물을 채우고, 《가열》 마법으로 그 물을 데운다.
그리고 목욕 준비가 다 되면 먼저 타츠미가 들어가고, 그 다음에 칼세드니아가 목욕을 한다.
이건 타츠미가 들어가서 살짝 미지근해진 물을 다시 칼세드니아가 《가열》로 다시 데우기 때문이다.
칼세드니아가 목욕 준비를 하러 간 걸 살펴본 타츠미는 갈아입을 옷 같은 걸 준비한다.
그때, 자신이 갈아입을 옷 말고도 칼세드니아가 갈아입을 옷도 착실히 준비해 두는 타츠미였다.
맨 처음엔 그녀의 속옷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동요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엔 완전히 익숙해져 그러는 일도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건 결코 그가 칼세드니아한테 품은 애정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그가 속옷에 대해 이상한 집착이 없을 뿐이다.
그렇게 타츠미가 두 사람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목욕탕에서 칼세드니아가 돌아왔다.
어째선지 미안한 듯한,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째서 칼세드니아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타츠미는 짐작 가는 부분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 그게……목욕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칼세드니아가 말하길, 아무래도 오늘은 낮에 치유 마법을 너무 많이 사용한 모양이라, 마력이 고갈 직전이었던 것 같다.
따라서 욕탕에 물을 채운 뒤엔, 어떻게든 딱 한 번 물을 데울 수 있을 만큼의 마력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그래. 그럼 칼세, 네가 목욕을 해. 나는 이대로 자던지, 마을 욕탕 쪽에 가도 되니까.”
“그, 그게요―, 그거 말인데요……혹시……혹시, 서방님만……괜찮으시다면…….”
칼세드니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비비적비비적 몸을 움츠려 대면서 타츠미를 올려다 봤다.
“……그, 그러니까……가, 같이……안 하실……래요? 저, 저랑……목욕…….”
그 순간.
타츠미도 또한, 칼세드니아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뜨거운 물 표면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새하얗고 커다란 두 개의 산.
그 끝부분에는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달려 있으며, 주변의 하얀 증기가 합쳐져서 한층 선명하게 보인다.
잘 생각해 보면, 이건 그냥 평범한 지방 덩어리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나 남자의 관심을 끄는 걸까.
칼세드니아를 등 뒤에서 껴안은 듯한 형태로 함께 욕탕에 들어가 있는 타츠미는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아름다운 어깨 너머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두 개의 산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남자한테 있어서 영원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무심코 생각해 보기도 하거나.
물론, 절반은 현실도피 때문이기도 하다.
야마가타 가의 욕탕은 결코 크지 않다. 따라서, 둘이서 같이 들어가려고 하면 이렇게 타츠미가 칼세드니아를 끌어안는 형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넓적다리 위에 올라가 있는 칼세드니아의 부드러운 엉덩이라던가, 물과는 또 다른 따스함을 가진 그녀의 몸 같은 부분이, 타츠미를 여러 의미로 고민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오랜만이네요……서방님……아니, 주인님이랑 이렇게 같이 욕탕에 들어온 건…….”
한편 칼세드니아는 어땠나면, 타츠미의 고뇌도 눈치 채지 못하고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라? 칼……치코랑 같이 목욕하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이 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한 지 약 1년. 지금까지 몇 번이나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이렇게 같이 욕탕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을 터.
타츠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칼세드니아는 생긋 미소 지으면서 어깨 너머로 칼세드니아를 돌아봤다.
“그렇지 않은걸요? 봐요, 예전엔 곧잘 같이 목욕을 했었잖아요.”
“예전……? 아아, 치코 네가 아직 왕관 앵무새였을 때 말하는 거구나?”
칼세드니아가 아직 타츠미의 애완동물이던 왕관 앵무새였을 적.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일본에서 같이 살고 있었을 땐 가끔씩 같이 목욕을 했던 적이 있었다.
같이 목욕을 한다, 라고는 해도 지금처럼 같은 욕탕에 들어가 있던 건 아니다.
왕관 앵무새였던 치코는 세면장에 채워둔 물로 목욕을 한 뒤, 욕탕에 잠겨 있는 타츠미의 머리 위에서 입욕 후 깃털 손질을 한다, 라는 게 그들의 목욕 방법이었다.
왕관 앵무새를 포함한 새의 깃털 표면에는 기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기름이 약간의 물방울이나 먼지 같은 걸로부터 깃털을 보호한다.
하지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면 그 기름 성분이 사라져 버려서, 최악의 경우엔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설령 겨울이라 하더라도 치코는 늘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고, 그 뒤에 타츠미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던 것이다.
“이렇게 주인님이랑 함께 욕탕에 들어오는 게……사실은 제 오랜 꿈이었거든요.”
“그랬구나……말만 해 줬으면, 언제든지 같이 목욕을 했을 텐데.”
“그, 그런……그런 부끄러운 말을……제가 먼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칼세드니아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홱 하고 돌린다.
“그렇지만, 오늘은 칼세 네가 먼저 요청했잖아?”
“오, 오늘은 특별한 거에요……! 그, 그야……오, 오늘은 마력이……그러니까…….”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면서 칼세드니아가 입속에서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다.
타츠미는 그런 칼세드니아가 사랑스럽게 보여서, 그녀의 몸에 팔을 둘러 등 뒤에서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럼……다음번부터는 내가 먼저 부탁할 테니까……또, 같이 들어와 줄래?”
“네……물론이에요…….”
칼세드니아는 자신의 등을 타츠미의 몸에 내맡기면서,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대로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어색함에서 나오는 침묵이 아니라, 그저 상대의 존재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필요 없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만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칼세드니아는 자신의 배를 간질이듯이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주인님?”
그녀는 등 뒤를 돌아보더니, 살짝 날카로운 눈매로 사랑하는 남자를 노려봤다.
“미안. 치코의 피부가 너무 기분 좋아서……나도 모르게.”
딱히 미안한 기색도 없이 타츠미가 웃는다.
칼세드니아가 볼을 부풀리며 그런 타츠미를 노려본다.
물론, 그녀는 화가 나 있는 게 아니다. 타츠미가 자신을 만져주거나 칭찬해 준 게 기뻐서……다시 말해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다.
“주인님은 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제 몸을 만진다니까요…….”
“내가 만지면 싫었어?”
“……다 알면서 말씀하시는 거죠?”
칼세드니아가 시선을 피한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작디 작은 목소리. 하지만 근처에 있는 타츠미한테는 확실히 들렸다.
“응……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본 거야.”
타츠미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팔에 힘을 넣어 칼세드니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정말!! 장난꾸러기 주인님은 정말 미워요!!”
입으로는 “정말 미워요!!” 라고 하면서도, 칼세드니아의 표정에 떠올라 있는 건 미소다.
그녀는 타츠미의 품속에서 몸을 돌리더니, 살짝 억지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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