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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4장 제 7화『브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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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4장 제 7화 『더부살이』



그것은 찾아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갈 곳을.

그때까지 그것이 살아가고 있던 곳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따라서, 그것은 새로운 「집」을 찾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그때까지 그것이 살아가고 있던 곳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길고 긴 시간이 흐르는 도중, 계속해서 존재해 왔던 그것. 지금까지도 그것은 수많은 것들 속에서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최근까지 그것이 살아가고 있던 곳은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곳에선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그것은 새로운 「집」을 찾기로 했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시골이라는 시골, 마을이라는 마을. 수많은 인간들의 집락을 봐 왔지만, 그것이 살아가기에 적합할 것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도시 골목의 한 구석편에서, 그것이 천천히 이동한다.

인간들한테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인간들 중에는 그것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도 있지만, 그건 극히 소수의 얘기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인간들 사이를 빠져 나가면서, 그것은 자신이 살아갈 곳은 찾다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마음에 드는 「집」은 상당히 보이지 않았다.

이 집락에도 알맞는 장소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그것은 드디어 찾아냈다.

그것이 살아가기에 딱 맞는 「집」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그 「집』은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어떤 「집」보다도 기분 좋다는 사실을.

그것은 「집」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더니, 곧바로 그 「집」 안으로 춤을 추는 듯한 발놀림으로 다가갔다.




아름다운 장식으로 치장된 의자.

그 의자에 앉아있는 노년의 남자가, 눈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향해 입을 뗐다.


“……그렇군. 상당히 재밌는 생각을 하는 녀석인데 그래.”

“예. 현장을 맡긴 자로써, 그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늘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여, 그 사람한테 그대로 지휘권을 맡겼습니다.”

“아, 그건 상관없다. 현장의 최고 책임자는 너였던 것이다. 그런 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걸로 됐다.”


노년의 남자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몸을 맡기더니, 그대로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이국의 지식이라……어땠지? 네 눈으로 보기에, 그 이국의 의료 지식을 이 나라에 보급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무릎을 꿇고 있는 인물은 이 질문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 뒤, 노년의 남자를 올려다보면서 대답했다.


“그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지식은 이 나라의 상식과는 상반되기 때문에, 설령 폐하가 주선해서 보급시키려 하신다 하더라도,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지요.”

“역시 그런가…….”


노년의 남자는 등을 의자에 내맡긴 채로 눈을 감았다.

그 개인적으로는 좋은 건 뭐든지 도입한다는 정책에 기피감은 없었지만, 주변을 납득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노년의 남자는 그대로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고의 바다 속을 천천히 헤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그동안 무릎을 꿇고 있던 사람도, 노년의 남자의 등 뒤에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의 호위로 보이는 기사들도 불평하나 늘어놓지 않고 노년의 남자가 다시 사고의 바다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타우로드.”


노년의 남자가 눈을 뜨더니, 무릎을 꿇고 있던 남자를 내려다봤다.


“쥬젯페한테……네 부친과 다시 얘기를 하고 싶구나. 그 영감탱이한테 그렇게 전하거라.”

“뜻대로.”


무릎을 꿇고 있던 인물――타우로드 크리소프레즈는 다시 눈앞에 있는 노년의 남자한테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방――알현의 공간――에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봐, 타우로드.”


하지만 갑자기 예상외의 인물이 말을 걸자, 타우로드는 자리에 멈춰 서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폐하……언제부터 그곳에…….”


타우로드의 시선은 노년의 남자가 앉아있는 호화스럽게 장식된 의자――왕좌의 등 뒤에 있는, 몇 겹이나 쳐져 있는 커튼 속을 바라봤다.

아니, 타우로드가 보고 있는 건 그 커튼 일부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소년의 얼굴이다.

커튼의 뒤쪽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낸 그 소년.

나이는 14살이나 15살 정도. 성인보다 살짝 어린 티가 남아있는 인상의 소년으로, 몸에 입고 있는 옷들은 전부 최고급품이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모습을 드러내도, 타우로드를 포함한 기사들은 놀라긴 했어도 혼을 내려곤 하지 않았다.

소년은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자신이 불러세운 타우로드를 무시하고 왕좌에 앉아있는 노년의 남자를 불렀다.


“있잖아, 할아버지.”

“뭐냐?”


왕좌에 앉아있던 남자도 또한 딱히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그 소년의 말에 대답했다.


“지금, 할아버지가 방금 한 얘기에 나온 그 사람은, 소문의 <하늘> 마법사를 말하는 거지?”

“그래, 맞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혹시 할아버지 말이야, 쥬젯페 할아버지를 여기로 부른다는 건, 그 <하늘>의 마법사도 여기로……궁정으로 부를 생각 아냐?”


왕좌에 앉아있던 남자는 소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씨익 하고 웃을 뿐.

하지만 소년은 그걸 긍정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이라, 어린 티가 남아있는 얼굴에 왕좌의 남자와 매우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말야, 그때……나도 같이 <하늘>의 마법사를 만나게 해 주면 안 돼?”




아침……이라기보다는 한없이 낮에 가까운 시간.

겨우 타츠미는 잠에서 깨어나,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손목시계를 집어 들곤 시간을 확인한다.


“……우와. 이런 시간까지 잠들어 있던 건가…….”


낮에 가까운 시간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무의식중에 옆을 살펴보니, 그곳에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편안하게 자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 편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타츠미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평소엔 칼세드니아가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아침 준비를 해 줄 텐데 오늘은 그녀도 늦잠을 자는 모양이다.


이러는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타츠미는 어제 있던 사고를 떠올리고 그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고쳤다.

어제는 궁정 훈련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처리하느라, 칼세드니아가 체력과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마법을 썼던 것이다.


“칼세도 지쳐서 늦잠 정도는 자겠지.”


그렇게 생각한 타츠미는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칼세드니아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짝 이불을 들춰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잘 보니 칼세드니아가 그의 팔을 꽉 붙잡고 있다.

타츠미는 그녀를 보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눈을 좁히곤, 살짝 그녀의 손가락을 자신의 팔에서 떼어냈다.

어디, 칼세드니아가 일어나기 전에라도 세수라도 할까 하고, 실내용 헝겊신을 신으려고 했을 때,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어라?”


발밑을 쳐다보니, 헝겊신이 좌우 반대로 놓여 있었다.


“……이상하네. 저녁에 자기 전에 분명히 정리해 뒀을 텐데…….”


손을 뻗어 신발을 똑바로 고친 다음, 타츠미는 다시 신발을 신었다.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타츠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우물로 가기 위해 침실을 뒤로 했다.





“죄, 죄송해요!!”


겨우 눈을 뜬 모양인 칼세드니아가 머리카락을 다듬지도 않고 거실로 뛰쳐 들어왔다.


“좋은 아침, 칼세. 오늘은 신전도 쉬는 날이니까, 허둥대지 않아도 될 텐데?”


어제 사고에 관해 쥬젯페한테 보고를 하자, 그가 오늘은 그 업무의 보상으로써 특별히 휴일을 준 것이었다.

따라서, 오늘은 두 사람 다 아침부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하, 하지만, 서방님한테 아무런 아침도 드리지 않을 수는…….”

“그러니까, 내가 먼저 일어났을 때 정도는 내가 혼자 차려먹겠다니까. 뭐, 칼세 너랑 비교해 보면 별다른 건 못 만들지만 말이야.”


일본에 있었을 때, 집안일 같은 걸 거의 해본 적이 없던 타츠미이다.

혼자 살게 됐을 때도, 식사는 대부분 인스턴트식품을 사는 정도라, 자취 경험은 전혀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수 사냥꾼으로써 야외 생활을 해야 할 필요도 있어서, 어중간한 요리라면 만들 수 있게 됐다.


“안 돼요! 주인님의 식사를 만드는 건 제 소중한 역할이니까요! 이 역할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양보할 수 없어요! 설령, 서방님 본인이라 하더라두요!”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칼세드니아. 타츠미로써는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사다.


“그럼, 부탁할게. 사실대로 말하자면 배가 엄청 고프거든.”

“네! 바로 준비할게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곤, 고개를 끄덕인 칼세드니아가 곧장 부엌으로 향한다.


“어머?”


그녀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어젯밤 제대로 정리해 뒀을 터인 목제 그릇이 몇 장이 싱크대 위에 그대로 빠져나와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정리했을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지금부터 식사를 준비를 하는 데에 이 그릇을 쓰면 될까 하고 생각을 고쳐먹곤,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날은 하루 종일 집 안에 있던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였지만, 가끔씩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시려고 찻잔에 우려 놨던 차가, 어느새 텅 비어 있다거나.

식사 중에 반찬이 하나, 먹은 기억도 없는데 사라져 있다거나.

닫아놨을 터인 창문이 열려있다거나.

누가 장난이라도 치나 싶었더니, 바깥에 말려두고 있던 세탁물이 거둬져 있다거나, 낮엔 쓰지 않을 침실 안이 어느새 청소되어 있다던가, 그러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우리들 말고 또 누가 있는 건가……?”


타츠미는 거실에서 시선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일본에 있었을 때, 다른 사람들 모르게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와 다락방 같은 곳에 숨어들어 있었다는 괴담 같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걸 떠올린 타츠미는 이 집에도 누군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숨어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거 집 안을 조사해 봐야겠는데…….”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서방님이 말씀하신 대로 무언가가 이 집에 살기 시작한 건 맞을 거에요.”

“뭐라고? 대체 뭐가!?”


무심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불안하다는 듯이 집 안을 둘러보는 타츠미.

하지만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는……브라우니가 이 집에 들어온 게 아닐까 싶어요.”

“브라우니?”


브라우니라는 건 집에 기생하는 정령이다.

브라우니는 자신이 기생하는 집에 있는 사람들한테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고, 사람들 앞에 모습은 드러내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집이나 거기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라고 칼세드니아가 타츠미한테 설명했다.


“확실히 시시한 장난들뿐이긴 했는데, 이게 계속 이어지면 좀 문제 아닐까?”

“괜찮아요. 부엌에 브라우니한테 줄 식사를 준비해서 놔두기만 하면, 그들은 장난을 안 치게 되니까요. 오히려 브라우니가 사는 집에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할 정도에요.”

“흐음. 마치 부엌신 같네.”


뭐, 무해한 정령이라면 같이 살아도 상관없으려나, 하고 타츠미도 생각했다.

게다가 부엌신처럼 집에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면,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부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그 집과 가족을 마음에 들어한 브라우니는 때때로 가사 같은 것도 도와준다고 한다. 세탁물이 거둬져 있다거나, 침실이 청소되어 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그럼, 이 집과 우리들이 브라우니의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아마, 그런 것 같아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그래……그럼, 브라우니.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이리하여,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더부살이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아……하지만, 밤에 저랑 서방님이 같이 있을 때의 침실은……엿보면 안 돼요?”


칼세드니아는 뺨을 붉히면서 마지막으로 그렇게 덧붙이고, 힐끔 타츠미를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