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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13화『황금빛 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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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5장 제 13화 『황금빛 독의 꽃』


마치 금속이 날카롭게 부딪치는 듯한 기이이잉, 하는 소음이 하늘 한 가운데에서 울려 퍼졌다.

황금색 빛의 꼬리를 늘어트리면서 맹렬한 속도로 비룡에게 달려드는 타츠미. 그가 앞으로 내지른 검의 끝부분이 비룡의 몸을 찌른 것이다.

그렇지만 비룡의 기동 능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곧바로 그 거구를 옆으로 돌려서 타츠미의 돌격을 피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타츠미의 비행 속도는 그것마저 웃돌고 있었다. 어쩌면 비룡에게도 자만심이라는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타츠미의 검은 회피 기동을 취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이동시킨 비룡의 몸 쪽을 베어내곤, 그 거구에 비하여 가늘고 작은 다리를, 한쪽에 붙어 있던 세 개의 다리를 모두 다 절단시켰다.

날카로운 검은 가시가 수없이 돋아나 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하얀 액체를 흩뿌리면서 지상으로 떨어졌다.

비룡이 기이이이익 하는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틀림없이 고통 때문에 내진 포효였으리라.

비룡의 다리를 날려버린 타츠미는 교착 이후에도 그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비행을 이어나가 대공에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비룡을 향해 칼날 부분을 내질렀다.

이때, 이미 비룡은 타츠미를 향해 고개를 겨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늘」이라 하는 자신의 영역에서 상처를 입음으로써 분노의 화염이 다시 격하게 불타오른 듯했다.

비룡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탁탁 하고 맞부딪치면서 타츠미를 향해 고속으로 날아갔다. 타츠미도 다시 그런 비룡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성벽 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칼세드니아 일행과 왕국의 기사, 그리고 병사들이 비룡과 타츠미가 다시 격돌한다고 생각했던 순간, 다시 비룡이 옆으로 이동했다.

비룡은 거구를 옆으로 이동시키면서도 타츠미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비룡은 지근거리에서 타츠미를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비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진홍빛 화염. 화염은 공중에서 크게 퍼져 나가면서 타츠미의 몸을 집어 삼켰다.

성벽 위에서 보고 있던 자들이 비명 소리를 내지르기도 전에, 키이이잉 하는 단단한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전이를 이용해 화염의 포위망에서 벗어난 타츠미가 비룡의 네 날개 중 하나, 그 일부를 박살낸 소리였다.

파락파락 하고 비룡의 투명한 날개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던 도중, 계속 비행을 이어나가고 있던 타츠미의 신체가 갑자기 태양빛을 반사하던 날개 파편 안으로 녹아 사라지듯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타츠미가 비룡의 몸 바로 아래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그 속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직진하는 속도로만 보자면, 현재 타츠미는 비룡보다도 빠르다. 하지만 공중에서 펼치는 회전 능력으로는 비룡 쪽이 더 우세했다.

따라서 타츠미는 공중에서 회전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는 그저 똑바로 날아가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타츠미한테는 《순간이동》이 있다. 전이를 이용한다면 타츠미는 직진을 하면서도 자유롭게 그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순간이동》을 되풀이하며 늘 비룡을 향해 직진하는 타츠미.

아무리 비룡의 기동성이 반칙 수준으로 재빠르다 하더라도, 지근거리에서 나타나 고속으로 날아오는 타츠미의 공격을 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다.

왕도의 하늘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몇 번이나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드디어 결정적인 파괴의 소리가 몇 번째인지 모를 타츠미와 비룡의 교착 순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소리는 비룡의 몸에서 난 소리가 아니라, 타츠미의 손 안에서 울려 퍼진 것이었다.


“——————어?”


하늘을 질주하고 있던 타츠미의 입에서 매우 얼빠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의 칼날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지상으로 떨어져 갔다.

방금 전 들렸던 파괴음. 그것은 비룡의 신체가 박살난 소리가 아니라, 타츠미의 검이 한계를 맞이한 소리였던 것이다.

타츠미의 검은 칼세드니아한테서 선물 받은 물건이다. 확실히 상당히 좋은 물건이긴 하지만, 마봉구 부류는 아니었다.

아무리 어떠한 명도라 하더라도 몇 번이나 칼을 암석에 내리치면 언젠간 부러지게 되듯이, 타츠미의 검은 비룡의 신체라고 하는 딱딱한 물체와 몇 번이나 교착하게 된 결과, 순식간에 그 내구 한도를 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방금 전 펼친 몇 번의 격돌 동안 비룡의 신체 표면에는 수많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네 개 있는 날개의 온갖 부분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다리는 한쪽 세 개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 치명상이라 부르기엔 힘들었다.

그런데도 타츠미는 비룡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를 잃고 말았다.

대용할 무기를 가지러 칼세드니아가 있는 곳으로 한 번 돌아갈까? 타츠미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타츠미가 비룡 주위에서 떠나간다면 비룡은 다시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습격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성벽을 지나치고 왕도를 습격할지도 모른다.

타츠미와 비룡은 몇 번이나 공중에서 교차하고 있던 동안, 상당한 속도에 도달해 있었다. 따라서 주변에 피해는 끼치지 않고 있었으나, 지금 이때는 그것이 타츠미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타츠미는 도신이 부러진 검의 손잡이를 내던지고 예비 무기인 단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사용하고 있던 검조차 비룡의 거구와 비교해 보면 작은 물체에 불과했는데, 이런 단검으로는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다.

자신을 쫓아오는 비룡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타츠미는 등줄기에 기분 나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자각했다.




칼세드니아는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를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이건……서방님이 갖고 계시던……검의…….”


덜그렁 하는 메마른 소리를 내며 발밑에 떨어진 부러진 검의 도신. 그걸 본 부가랭크와 타우로드, 그리고 타츠미의 동료들도 또한 칼세드니아와 마찬가지로 안색을 바꿨다.

그들이 있는 성벽의 하늘 위에선 타츠미와 비룡의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다.

타츠미와 비룡의 전장은 저 아득한 하늘 위에 있기에 동료들의 마법이나 자독이 갖고 있는 류룬의 화살마저 통하지 않는다.


“……타츠미가 궁지에 빠졌는데……우리들은……아무것도 못 한다니……!!”


자독이 분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어금니는 어느새 자신의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입 끝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독만 그런 심정인 게 아니었다. 미루일도, 엘도, 몰가나이크도. 타우로드와 부가랭크도 또한, 분하다는 표정으로 하늘 위에서 교차하는 타츠미와 비룡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칼세드니아도 그 진홍빛 눈동자에 불안한 기색을 띄우면서 타츠미가 날아다니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타츠미가 갖고 있던 검의 부러진 도신을 꽉 끌어안으면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건 성벽 위에 모여 있던 기사나 병사들한테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었다.

「하늘의 왕」이라고 불리는 비룡. 그 비룡과 인간이 호각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 게다가 원래는 비룡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공중에서 말이다.

인간과 비룡의 공중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전투는 왕도에 남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도에서. 네 개의 신전에서. 귀족들이 사는 구획에서. 일반 시민들이 지내는 마을에서.

테라스나 베란다에서. 각 집의 창문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말없이 하늘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무기를 잃은 타츠미는 그저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이곳에서 도망친다면, 현재의 타츠미라면 비룡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타츠미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고, 때때론 전이도 섞어서 하늘을 계속 날아다니면서 타츠미는 비룡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이미 타츠미는 이 새로운 비행 마법을 완전히 제어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의 이미지를 통해 완성된 비행 마법이다. 현재 타츠미는 물 속에서 수영하는 것보다도 훨씬 자유롭게, 구체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던 것이다.

그런 타츠미를 따라잡지 못하는 비룡은 짜증난다는 듯이 몇 번이나 화염을 토해 냈지만, 타츠미는 그 화염을 《순간이동》을 이용해 간단히 회피했다.

그렇게 하늘을 맴돌면서 타츠미는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계속해서 찾으려 애썼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단검으로는 도저히 비룡한테 맞설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타츠미한테 남아 있는 무기는 단 하나.

타츠미는 비룡한테서 잠깐 시선을 떼곤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그곳엔 주홍빛 가느다란 사슬이 몇 겹이나 둘러진 장갑이 장착되어 있었다.

과거 《대마도사》가 애용했다고 하는 무기. 『아마릴리스』 라고 하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붙어 있는 그 무기는 아직까지 타츠미의 팔에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아예 이 장갑에 마력을 흘려 넣어서 직접 비룡을 공격해 볼까?


검에 주입시킨 마력을 폭발시키는 《마력격》. 그것은 꼭 검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마릴리스』는 타츠미의 오른팔과 주먹과 손등, 그리고 손목부터 팔꿈치 언저리를 보호하는 형태의 장갑이다. 독특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이 장갑을 장비하여 공격한다면 작은 단검보다도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츠미가 반쯤 자포자기 심정을 그렇게 판단하고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시킨 그 순간.

마치 주입시킨 타츠미의 마력에 반응하듯이——아니, 그것은 틀림없이 타츠미의 마력에 반응했다.


“…………『아마릴리스』?”


타츠미가 작게 중얼거린 그 이름에 응답하며 장갑에 둘러져 있던 사슬이 풀어졌다.


그것은 마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순간 같았다.


풀어진 사슬은 황금색 빛——타츠미가 흘려넣은 마력의 빛——을 머금으면서 천천히 타츠미의 주변을 선회하듯이 맴돌았다.

그리고 타츠미의 손 안에서 각성한 『아마릴리스』의 정보가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그래. 너를 완전히 각성시키기엔……마력이 부족했었구나.”


타츠미가 처음으로 『아마릴리스』를 이전시키셔 장비시켰을 때, 둘러져 있던 사슬은 자연스럽게 해제되었다. 그것은 전이 때 사용했던 마력에 반응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마도사》의 유산을 완전히 각성시키기엔 주입된 마력의 양이 부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타츠미의 머릿속에 흘러 들어간 정보는 이 유산의 이름뿐. 그때, 만약 타츠미가 조금 더 많은 양의 마력을 이 유산에 흘려 보냈더라면 그곳에서 각성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타츠미는 《마력격》을 발동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마력을 『아마릴리스』에 주입시켰다. 그것이 방아쇠로 작용하여 《대마도사》의 유산은 새로운 사용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래. 요점은 도화선이라는 거잖아.”


『아마릴리스』가 준 정보. 그것을 토대로 타츠미는 이 아름다운 무기의 사용법을 완전히 이해했다.

타츠미는 천천히 비행 속도를 줄여갔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는 이 하늘 위에서 『아마릴리스』라고 하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은 타츠미가 고속으로 날아다닐 필요는 더 이상 없다.


“좋아, 가 볼까 『아마릴리스』. 이게 우리들의 첫 싸움이야.”


완전히 속도를 0으로 만든 타츠미는 공중에서 정지한 채로 가만히 비룡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천천히 맴돌고 있던 황금빛 사슬이 타츠미의 의사에 따라 끝부분에 달린 추(닻)을 날카롭게 세웠다.

지금,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지금 이 순간 그 꽃잎을 활짝 개화시킨 것이었다.



타츠미가 정지한 것을 의아하게 여기지도 않고, 비룡은 곧장 타츠미를 향해 날아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비룡의 거구. 타츠미는 그것을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도망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취한 행동은 단 하나.

다가오는 비룡을 향해 천천히 오른손 손가락을 겨눴을 뿐이다.

마력을 주입시킴으로써 황금빛 사슬은 마치 그의 손발처럼 타츠미의 의사에 따라 움직인다. 주인의 의사를 따른 황금빛 사슬이 공중을 내달리더니 사슬에 달려 있던 닻 부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룡의 배 아래에서 사슬의 닻 부분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비룡의 바깥 표피를 관통했다.

드워프만이 제련할 수 있다고 하는 주금광. 그 독특한 금속제의 추는 비룡의 단단한 표피를 간단히 관통했다.

원래는 타츠미의 《순간이동》으로는 물체의 일부만을 전이시킬 수 없었으나, 『아마릴리스』 에게만은 그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대마도사》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던 만큼 이 유산은 역시 특별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게 끝인 것도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바깥 표피를 관통한 감촉을 사슬을 통해 느낀 타츠미는 곧바로 더 많은 마력을 주입시켜 비룡의 체내에서 마력을 폭발시켰다.

비룡의 단단한 표피는 타츠미의 《마력격》마저도 버텨내는 강도를 지녔다. 하지만 체내에——바깥 표피의 안쪽에 직접 유입된 마력의 폭발은 반대로 단단한 표피에 가로막혀 비룡의 몸 속을 마구 헤집어 놨다.

다시 비룡의 입에서 비통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츠미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가느다란 황금빛 사슬.

실제로는 7~8미터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지만 《순간이동》과 조합시킴으로써 무한한 사정 거리를 자랑하는 가공한 무기로 변한다.

또한 이 주금광제의 사슬은 흘려 넣은 마력을 그대로 전달한다.

타츠미의 손가에서 한 번 날아간 황금빛 사슬은 공간마저도 초월하여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도화선으로 변하고, 타츠미가 정한 표적을 확실히 파괴시키리라.

과거 《대마도사》를 통해 그 힘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던 무시무시한 독의 꽃은 새로운 주인 아래에서 다시 그 위용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