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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11화『‘먹이’에서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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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11화 『‘먹이’에서 ‘적’으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비룡. 그 거구에 걸맞는 커다란 여러 개의 눈알을 향해 타츠미는 손에 쥔 검을 전력으로 내리 꽂았다.

그때, 도신에 마력을 흘려보내서 《마력격》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밑으로 내리친 검은 예상 궤도대로 비룡의 거대한 눈에 명중했다. 하지만 검을 통해 타츠미의 손에 느껴진 감촉은 마치 암석을 내리친 듯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검을 맞히긴 했지만, 이래선 거의 타격을 줄 수 없으리라.

예상 외의 경도 탓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타츠미는 재빨리 다시 《순간이동》을 발동시켰다. 순간, 공중에 있던 그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성벽 위——칼세드니아 일행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스르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나타난 타츠미의 몸이 성벽 위를 미끄러졌다.

곧바로 하반신에 힘을 집어 넣어 자세를 갖춘 타츠미는 하늘 위에 떠 있는 비룡을 올려다 봤다.


“————젠장!! 눈까지 저렇게 단단할 줄이야!”


비룡의 몸 중에도 눈은 부드러운 편일 거라고 예상했던 타츠미는 제일 먼저 그 눈을 노렸다.

확실히 눈은 비룡의 몸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눈알조차 경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공중에서 취하게 되는 불안정한 자세로는 파괴할 수 없다.

외견은 틀림없이 잠자리 그 자체이며, 신체 능력도 그에 비슷한 게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는 비룡. 「최강」의 간판을 짊어진 생물이다. 단순히 지구에 있던 잠자리가 커진 것에 불과한 상대가 아니다.


“괜찮냐, 타츠미?”


타츠미한테 다가온 부가랭크가 말을 걸었다. 그 등뒤에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은 칼세드니아도 있었다.


“저는 괜찮아요. 계속해서 갈 건데 말이죠…….”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이구만?”


고개를 끄덕인 타츠미는 방금 전 알게 된 것을 부가랭크에게 알렸다.


“……그런 거군. 공중에서는 하반신에 힘을 줄 수 없다는 건가.”


두 사람은 하늘에 계속 머무르고만 있는 비룡을 올려다 보면서 말을 나눴다.

비룡은 천천히 타츠미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수많은 눈의 집합체는 가만히 타츠미 일행을 내려다 보고 있었으며, 마치 그들을 감정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러 눈알의 시점이 정말로 타츠미 일행을 보고 있는 건지는 판단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비룡을 보건대, 곧 있으면 활과 마법 사정 거리 내로 들어오게 되리라.

억제조는 제각각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 나가면서 부가랭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한 번밖에 해 보지 않았지만, 《마력격》도 표면이 너무 단단해서 대부분 튕겨나가는 모양이에요.”

“그렇지만 달리 유효한 공격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지……일단 상태를 지켜보면서 한 번 더 해주겠나?”

“알겠습니다.”


부가랭크한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타츠미의 몸은 다시 성벽 위에서 사라졌다.



타츠미는 다시 비룡의 눈앞으로 전이했다.

바로 앞에는 거대한 눈알들. 수많은 눈의 집합체에서 비룡의 표정은 전혀 읽어낼 수 없다.

그 여러 개의 눈쪽에서 시선을 돌리고, 타츠미는 다른 공격 목표를 재빨리 파악했다. 그리고 비룡의 얼굴 안에서 그걸 발견했다.


——겹눈을 공격할 수 없다면, 홑눈은 어떠냐?


잠자리에겐 겹눈뿐 아니라 홑눈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계의 비룡에도 홑눈은 존재했다.

거대한 겹눈과 머리 부분의 경계 부근——억지로라도 인간을 비교 대상으로 든다면, 눈자위 부근에 해당하리라——에서 볼록 튀어나와 있는 상태의 홑눈.

지구에 있는 잠자리의 홑눈은 세 개지만, 이 세계에 있는 비룡의 홑눈은 두 개인 모양이다.

이때 타츠미의 몸은 이미 낙하하고 있었다. 그 낙하 속도를 미리 계산해서 비룡의 살짝 위로 전이한 타츠미는 낙하 속도를 내리치는 검의 속도와 함께 계산해 비룡의 홑눈을 베어냈다.

하지만 타츠미의 검이 홑눈에 닿기 직전, 움직였다.

평범한 생물은 흉내도 낼 수 없을 법한, 잠자리 특유의 공중 활공. 거대한 비룡의 머리 부분이 타츠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옆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거대한 생물이 공중에서 이동하게 될 경우, 당연히 그 주변 공기는 격하게 흔들린다.

갑자기 발생한 이 엄청난 기류 탓에 타츠미의 몸은 제대로 된 저항 하나 못하고 공기에 휩쓸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악!!”


타츠미의 몸은 기류 속에서 이러저리 휘둘렸고, 그러는 동안 그의 시야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타츠미는 필사적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던 시야 속에서 한 순간, 검고 거대한 무언가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게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타츠미의 가슴 쪽에 커다란 충격이 작렬했다. 쿵, 하고 가슴에 박힌 무거운 충격에 타츠미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다행히 가슴을 보호하고 있던 마수 소재 갑옷과 그 밑에 장비하고 있던 체인 아머, 그리고 곧바로 앞으로 내민 방패 덕분에 쇄골이 부러지진 않았지만, 그 충격은 타츠미의 몸을 간단히 날려버렸다.

공중에선 몸을 지탱할 수도, 바닥을 밟을 수도 없는 타츠미는 저항하지도 못하고 하늘 저 멀리 날아갔다.



“서, 서방니이이이이이이임!?”


성벽 위에서 칼세드니아가 비통한 비명을 내질렀다.

공중에서 벌어진 일은 성벽 위에서도 분명히 보였다.

타츠미의 검을 회피한 비룡이 만들어 낸 격렬한 기류. 그 기류에 휩쓸려 번롱당하고 있던 타츠미를 비룡이 떨쳐 내는 듯한 꼬리 일격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비룡과 비교했을 때 한없이 작은 타츠미의 몸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튕겨 날아갔다.

튕겨 날아간 타츠미에게 추격타를 가하기 위해 비룡의 거구가 그를 향해 이동했다.

비룡의 경이적인 속도는 자신이 날려 버렸던 타츠미에게 순식간에 도달했다.


“그건 안 되지!”


피이잉, 하는 날카로운 현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강철 화살이 공기를 꿰뚫으며 비룡을 향해 날아갔다.

자독이 들고 있던 류룬의 강궁에서 발사된 강철 화살. 그 화살이 도중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것이 류룬의 강궁이 지닌 특수 효과다. 그 활에서 발사된 화살은 화염에 휩싸임으로써 위력을 배로 늘린다.

하지만 화염에 휩싸였기 때문에 평범한 목제 활은 순식간에 불타버린다. 따라서 이 강궁에는 강철로 된 전용 화살이 필요해진다.

화염이 깃든 강철 화살이 타츠미한테 달려드는 비룡을 덮쳤다.

하지만 비룡은 그 독특한 기동성을 이용해 공중에서 급정지하여 자신에게 닥쳐오는 화살을 간단히 피했다.


“미루일 짱!! 다음 화살!!”

“알겠어!!”


화살이 빗나간 것을 확인한 자독은 등 뒤에 있던 미루일에게 손을 뻗었다.

미루일은 짊어지고 있던 화살통에서 뽑아 든 화살을 자독에게 넘겼다.

뿌드득,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자독의 전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우람한 두 팔이 강궁을 붙잡고, 나머지 두 팔로 화살을 매긴 현을 당긴다. 우득우득 하는 소리를 내면서 평범한 사람은 당길 수조차 없는 류룬의 강궁이 점점 발사 준비를 갖춰 간다.

이윽고 한계까지 끌어당겨진 류룬의 강궁에서 다시 강철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화염에 휩싸인 채로 하늘을 나는 화살. 하지만 이 화살도 비룡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자독의 단정한 용모에 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화살을 회피한 비룡. 그 비룡을 향해 세 종류의 공격 마법이 날아간 건 다음 순간이었다.

광범위형 <전기> 계통 마법 《전우(電雨)》

관통력 특화형 <화염> 계통 마법 《화염창》

그리고 얼음 정령의 힘을 빌린 《눈보라》.

칼세드니아, 몰가나이크, 엘. 세 사람의 마법사가 날린 강력한 공격 마법이 미묘한 차이를 두고 비룡을 덮친 것이다.



마치 화살을 회피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비룡이 이동한 그 공간에 수많은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곧바로 다음 회피 기동을 취한 비룡이었으나, 광범위하게 효과를 미치는 칼세드니아의 《전우》를 완전히 회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비룡의 거구 중 일부——우측 날개——에 《전우》가 작렬했다. 언뜻 봐서는 얇고 연약해 보이는 비룡의 날개지만, 그것 또한 최강 생물 「용족」의 신체 일부다. 실제로는 강철 이상의 강도를 지닌 날개는 상당한 충격을 입었음에도 《전우》를 버텨냈다.

하지만 한쪽 날개에 타격을 입음으로써 비룡의 기동성이 일시적으로 저하됐다. 그 틈을 노린 것처럼, 이번엔 몰가나이크의 《화염창》이 날아갔다.

비룡은 필사적으로 공중에서 자세를 고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고속으로 날아오는 《화염창》은 비룡의 몸통——잠자리로 따지자면 「가슴」에 해당한다——에 명중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훌륭한 연계. 오랜 기간 콤비를 맺어 왔던 칼세드니아와 몰가나이크가 아니었더라면 해낼 수 없었으리라.

과거의 호흡을 되찾은 순간, 두 사람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직후에 허둥지둥 얼굴을 돌려 버리는 칼세드니아와 그런 그녀를 보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몰가나이크.

관통력에 특화된 《화염창》이었지만, 그래도 튼튼한 비룡의 외피를 꿰뚫을 순 없었다.

하지만 완벽히 무효화된 것도 아니다. 인간이라면 돌멩이가 맞은 정도의 데미지라 하더라도, 데미지는 확실히 들어가고 있다.

공중에서 어떻게든 자세를 갖춘 비룡에게 이번엔 벼락과 얼음 폭풍이 휘몰아쳤다.

칼세드니아의 《전우》보다도 광범위한, 얼음 정령의 힘을 빌린 《눈보라》. 물론 이 마법을 날린 것은 엘이다.

거대한 비룡의 신체 대부분을 휩쓰는 눈보라가 몰아치며, 저온과 눈보라에 포함된 얼음 파편이 가차없이 비룡에게 데미지를 준다.

평범한 마수라면 이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이지만, 그래도 강대한 비룡의 생명력을 전부 깎아낼 수는 없다.

거대한 네 날개를 펄럭이면서 비룡은 곧장 《눈보라》의 효과 범위에서 탈출했다.

거구 중 여러 부분이 약간씩 얼어붙어 있긴 하지만, 《눈보라》를 맞고 있던 시간 자체가 짧았던 만큼 아마 별다른 타격은 주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동료들이 공격을 날리고 있는 사이, 타츠미는 공중에서 간신히 전이를 발동시키고 있었다.

다시 성벽 위로 돌아온 타츠미는 아직 균형 감각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건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그런 타츠미에게 부가랭크가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괜찮나?”

“예……아, 아직까지는…….”


태양신의 최고 사제가 타츠미를 회복시키고 있는 동안에도 칼세드니아 일행은 비룡에게 공격을 계속해서 날리고 있다.

그녀들의 공격은 대부분이 빗나가고 있었지만, 가끔씩 어떻게든 명중시키고 있었으며 타츠미가 자세를 정돈할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벌어 두고 있었다.


“……굉장하군 그래.”

“예?”

“네 동료들 말이다. 원래는 맞추는 것조차 어려울 텐데, 상당한 확률로 비룡에게 공격을 맞히고 있으니 말이야.”


부가랭크는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도중에도 비룡에게서 시선을 떼고 있지 않았다.

타츠미도 실감했지만, 공중에 있는 비룡의 기동성은 정말로 이상하다. 그 비룡에게 칼세드니아 일행은 상당한 확률로 공격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은 그들의 기량과 연계 효과 덕분이리라. 억제조 네 사람은 동시에 공격을 날리는 게 아니라, 미묘한 시간과 표적 궤도를 계산하면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비룡의 이상한 기동성으로도 그들의 공격을 완벽히 피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실제로는 억제조의 공격이 70% 이상 빗나가고 있으니, 역시 비룡의 기동성은 무시무시하다 할 수 있으리라.



조금씩이라고는 해도 칼세드니아 일행은 착실히 비룡에게 데미지를 축적시켜 갔다.

이대로 진행하게 된다면 언젠가 비룡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타츠미가 엷은 기대감을 품었을 때. 갑자기 그것이 일어났다.

그때까지는 회피 행동만 취할 뿐이었던 비룡이 곧장 타츠미 일행이 있는 성벽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금까지 <마>에게 빙의당해 식욕만을 이상할 정도로 비대화시켰던 비룡. 하지만 그때 새로운 감정이 부풀어 올랐다.

미약한 것이라고는 해도,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작은 생물들. 그 생물들에게 분노의 감정이 솟아오른 것이다.

<마>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는 해도, 비룡도 생물이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에게 생물의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인 분노를 품는 것은 당연하다.

<마>에 의해 비대화 된 식욕과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에 대한 분노. 그 두 가지가 비룡 속에서 하나로 뭉쳐져 새로운 목적으로 설정되었다.

저 가증스러운 작은 생물들을 전부 먹어 치워 버리는 것. 그것이 비룡의 새로운 목적.

그것은 어느 의미에선, 비룡이 작은 생물들——타츠미 일행을 「적」이라 인식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저 먹는 존재일 뿐이던 「먹이」에서, 쓰러트려야 할 「적」으로.

비룡은 새로운 살의를 담아서 성벽 위에 있는 타츠미 일행을——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성벽 위에 있는 모든 병사와 마수 사냥꾼들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