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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10화『조력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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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조력자 도착』


「용」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일반적으로는 날개가 있는 거대한 도마뱀의 모습을 한, 이른바 「서양의 용」. 혹은 긴 몸에 작은 사지와 뿔을 지닌, 이른바 「동양의 용」. 아마 그 정도일 것이다.

물론 타츠미도 그 예외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비룡」이라는 단어에서 어렴풋이 「드래곤」이나 「와이번」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이 세계의 비룡은 「서양의 용」도 「동양의 용」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모습은 타츠미가 어렸을 적부터 봐 왔던 친숙한 것이었다.


“……잠자리……이 세계의 용은……잠자리인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용」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긴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나타난 용은 잠자리 그 자체.

기운이 탁 풀려버리고 만 타츠미는 무심코 옆에 서 있는 부인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 왜 그러세요?”


그의 부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뿐.


“……그래……그렇겠지……왕관 앵무새였으니까…….”


그의 부인인 칼세드니아의 전생은 예전에 타츠미가 기르고 있던 왕관 앵무새다. 그도 그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했다.

애초에 왕관 앵무새는 무척 겁이 많은 생물이다.

낯선 것이나 처음 보는 물체가 다가오면 곧바로 패닉——왕관 앵무새 애호가들 사이의 용어로 「왕관 패닉」——을 일으킨다.

과거엔 방을 청소할 때 「그녀」의 우리를 일시적으로 집 밖으로 꺼내 놓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름철일 경우엔 거미나 벌, 잠자리 등이 우연히 가까이 날아오는 경우도 곧잘 있었다.

그때, 「그녀」는 번번히 패닉을 일으켜 우리 안에서 소동을 피워댔었다.

우리 속에서 패닉을 일으킨 상태로 가만히 놔뒀다간 깃털이 우리에 걸려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그녀」가 패닉을 일으켰을 땐 서둘러 근처로 달려가 「그녀」를 진정시켰어야만 했다.

그때까지 겁이 많았던 「그녀」에게 있어서 아마 잠자리도 벌도 거미도 모두 다 「처음 보는 무서운 것」에 불과했으리라.

참고로 「그녀」가 패닉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던 건 한밤중에 일어나는 지진이었다. 작은 지진이라도 패닉을 일으키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과거에 타츠미가 한밤중에 깨어난 횟수는 전부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분명……잠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도 안 남아 있겠지…….”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타츠미였다.




왕도 근처까지 다가온 비룡은 현재 성벽에서 약 1000미터——어디까지나 타츠미의 눈대중으로——정도 되는 지점의 상공에서 떠 있었다.

성벽 옆에 있는 농지로 이어지는 미끼 돼지들을 감정이라도 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성벽 안쪽에 빼곡히 차들어 있는 인간들을 어떻게 사냥할지를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비룡이 무슨 생각으로 공중에 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방어하는 측에게 있어선 조금이라도 준비 시간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자, 비룡이 움직이기 전에 최종 확인을 해 보자.”


타츠미가 과거의 왕관 앵무새와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있었을 때, 옆에서 부가랭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룡이 미끼용 돼지에 유인당한다면, 그때 성벽에서 일제 공격을 가하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거의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고 있어. 뭐, 공격 중 일부가 명중한다면 일단 도움은 될 테지.”


부가랭크의 말을 타츠미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저 비룡이 외견대로 잠자리와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공중에서의 기동력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공중의 기동성을 따져 봤을 때, 잠자리는 지구상의 생물 중에서도 탑클래스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타츠미도 어렸을 적에 경험해 보았는데, 날고 있는 잠자리를 그물망으로 잡는 건 매우 어려웠다.

그런 잠자리——아니, 비룡을 상대로 화살이나 마법을 명중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으리라.


“성벽의 총공격이 실패로 끝나던가, 비룡이 미끼에 유인당하지 않는다면……타츠미. 네가 나가야 할 차례다.”


부가랭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타츠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리 비룡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지근거리에 나타난 사람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려울 게 틀림없어. 너는 전이로 비룡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서 공격을 먹이고, 한 방 먹인 후엔 다시 전이로 여기로 돌아와야 해. 쥬젯페 할배한테 들은 건데, 넌 마력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면서? 육체적인 부상이나 피로는 내가 책임을 지고 전면적으로 돌봐 주마.”

“죄송합니다만 예하. 서방님의 회복은 부인인 제가 하겠어요.”


부가랭크의 말 중간에 칼세드니아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태양신의 최고 사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성녀》 공의 기분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번엔 다른 역할을 맡아 줘야겠어.”

“다른 역할……말인가요?”

“그래. 타츠미가 비룡한테 한 방 먹이고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타츠미가 다시 전이할 때까지 비룡을 억제해 둘 필요가 있어. 당신이랑 그쪽에 있는……자독이었던가? 두 사람은 같이 비룡을 억제해 둬야 해. 사실은 내가 근접용 무기를 사용한 직접 전투랑 회복 마법엔 조금 자신이 있는데, 공격 계열 마법은 영 아니거든.”


부가랭크의 마법 계통은 <성>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말한 대로, 어째선지 직접 공격을 가하는 마법과는 상성이 나쁘다. 따라서 이번엔 타츠미의 회복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태양신의 최고 사제가 이런 말을 했으니 칼세드니아도 공격 마법을 이용한 억제 계획에 참가한다는 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저……최고 사제님? 사제님께서 말씀하시는 게 뭔지는 이해가 가는데요……저랑 칼세 짱 둘만 가지고는 조금 인수가 부족하지 않나요?”


자독이 들고 있는 류룬의 강궁과 칼세드니아의 공격 마법이라면 비룡에게 타격을 가할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비룡의 기동력을 고려해 보면 억제해 둘 사람이 두 사람뿐이어선 화살도 마법도 간단히 회피 당할 우려가 있다.

가장 좋은 건 억제 역할의 인원수를 늘림으로써 비룡의 기동성에 대항하는 것이다.


“그거라면 이미 사람을 불러놨지……오, 마침 온 것 같은데. 둘 다 너무 늦었잖아. 언제 비룡이 다시 움직일지 모르니까 얼른 공격 준비를 시작해!”


부가랭크가 타츠미 일행의 뒤쪽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 목소리를 듣고 타츠미 일행이 뒤를 돌아보니, 성벽 위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오는 두 인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타츠미가 잘 아는 인물이었다.


“에, 엘 씨랑……모, 몰가 씨!?”


그렇다.

타츠미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온 것은 〔엘프의 쉼터〕의 여주인인 엘과 《자유기사》의 이명을 지닌 몰가나이크 두 사람이었다.

계단을 올라와서 흐트러진 숨을 천천히 고르더니 두 사람은 타츠미 일행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늦어져서 죄송해요!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님의 요청으로 여러분들을 도우러 왔어요! 그렇지만 급한 의뢰였다 보니 이곳에 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려버렸어요.”

“아무래도 크리소프레즈 예하께선 잘 아는 사람일수록 연계를 펼치기 쉽다고 생각하신 거겠지. 나도 예하께서 직접 내리신 의뢰다 보니 거절할 수는 없었어.”


정령 마법의 시조인 엘과 《자유기사》라 불리는 마법사로써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몰가나이크. 이 두 사람이라면 비룡을 막아 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어머, 확실히 아주머니의 참전은 든든한걸. 게다가……이런 멋진 남자가 옆에 있으면 그만큼 나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제독이 알랑거리며 애교를 부리더니, 몰가나이크에게 네 개 있는 눈 중 하나를 능숙하게 깜빡여 보였다.

그걸 본 몰가나이크는 약간 기분 나빠하는 듯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장 진지한 표정으로 바꿨다. 아무래도 일단 자독은 신경 쓰지 않는 방침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째선지 칼세드니아는 몰가나이크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옛날부터 알던 사이인 칼세드니아에게도 무슨 말을 건네려고 하던 몰가나이크였으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홱 하고 시선을 돌려버렸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잃고 말았다.


“이, 이봐 타츠미? 혹시 칼세는 1년 전의 그 사건을 아직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 건가?”

“사, 사실은 말이죠, 몰가 씨. 칼세가 화를 내고 있는 건 그 사건이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얼룩 산고양이 사건에 관한 것 때문이라…….”

“얼룩 산고양이?”

“그때……얼룩 산고양이한테 한 번 져서 침울해져 있던 제가 몰가 씨한테 조언을 받아서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는데 말이죠, 실은 그게……그 조언을 줄 역할을 칼세가 남몰래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라…….”


칼세드니아의 비밀스러운 계획 속에는 얼룩 산고양이에게 패배해 침울해져 있던 타츠미에게 자연스럽게 조언을 주고, 기운을 차리게 만들어, 「남편을 내조하는 좋은 부인」을 연출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은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몰가나이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칼세드니아가 보기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날치기 당한 형태인 것이다.


“그, 그랬던 거군……그, 그건 그게……그녀한테 미안한 짓을……한 건가?”


반쯤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몰가나이크가 고개를 갸웃거린 직후, 부가랭크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바짝 긴장해 두라고! 아무래도 손님께서 환영 선물을 드시기 시작한 모양이니까!”


부가랭크가 앞쪽을 가리켰다.

타츠미 일행이 그 방향으로 일제히 시선을 돌려보니, 바로 그때 비룡이 땅에 무리지어 있는 돼지들을 향해 급하강을 하고 있었다.



잠자리 특유의 가벼운 날개 소리를 내면서 비룡이 지상에 무리지어 있는 돼지들을 향해 급하강 했다.

비룡이 가진 두 쌍의 거대한 날개가 주변 공기를 격하게 뒤흔들고, 비룡은 지면과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잠자리 특유의 급격한 기동을 시도했다.

날개 때문에 공기가 뒤섞여 주변에 대량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비룡이 의식적으로 흙먼지를 일으킨 건 아닐 테지만, 이 먼지가 성벽 위에서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던 병사와 마수 사냥꾼들한테서 일시적으로 비룡의 모습을 감춰 버렸다.


“비룡의 모습이——————!!”


공격 지휘를 맡고 있던 타우로드는 한 순간 초조해 했지만, 비룡이 땅에 다가오고 있는 건 틀림없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대형 날개는 돼지의 무리들을 향해 사전 조준을 실행해 놨었다. 설령 모래 때문에 비룡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저 거체라면 정확한 조준을 실시할 필요도 없이 명중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석궁! 발사!”


타우로드가 내린 명령을 듣고 십 몇 대의 대형 석궁이 일제히 포탄을 날린다.

피이이이이이잉 하고 현이 튕기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십 몇 개의 거대한 화살이 모래 속에 있을 걸로 추측되는 비룡을 향해 날아갔다.

막대한 에너지를 담고 발사된 거대한 화살들은 공기를 꿰뚫으며 모래 속에 있는 비룡에게 날아갔다.

그 외에도 평범한 활, 마법 등도 일제히 같은 부분을 향해 발사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화살과 마법들이 닿기도 전에 비룡은 모래 속에서 뛰쳐 나왔다.

그 거체와 비교해 봤을 때 꽤 작은 발에는 여러 마리의 돼지가 잡혀 있었으며, 입 안에도 한 마리의 돼지가 물려 있었다.

비룡은 단숨에 상공으로 올라오면서 물고 있던 돼지의 시체를 씹어서 삼켰다.

뚝뚝 하고 상공에서 돼지의 살점과 피가 성벽 위로 쏟아져 내린다.

병사와 마수 사냥꾼들은 상공으로 다시 올라온 거대한 비룡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타츠미!! 네 차례다!! 억제조는 마법과 활을 준비해!!”


부가랭크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으나, 타츠미는 이미 성벽 위에 없었다.

마법사에게만 보이는 황금빛 마력광의 희미한 잔향만이 타츠미가 《순간이동》을 사용한 흔적이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제 1진의 공격에 참가하고 있던 병사와 기사, 마수 사냥꾼들은 보게 되었다.

거대한 비룡의 옆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비룡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는 것을.

사람이 내리치는 검과 비룡의 거대한 눈——진홍빛으로 물든 여러 개의 눈알이 교차한 순간.

비룡의 머리 위에 황금빛 번뜩임이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