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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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 18화 『<마>의 속삭임』
――저 여자가……저 여자의 부드러워 보이는 육체를 갖고 싶지 않나?
소리 아닌 소리가 귓가에서 들렸을 때, 그의 심장이 두근 하고 한 순간 크게 맥동했다.
끼기기긱, 하고 소리가 나는 듯한 어색한 동작으로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그녀를 봤다.
처음으로 신전에서 퇴마사로서 사명을 받았을 때 이후로 계속 같이 파티를 맺어왔던 그녀.
계속, 계속 그가 마음을 품어왔던 그녀.
그런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것이다.
――그래. 저 여자를 내 걸로 만들어 버리면 돼. 자아, 잘 보라고. 저 찢어진 옷에서 흘러넘칠 듯한 가슴을. 저건 너한테 보여주고 있는 거다. 유혹하고 있는 거다. 자, 저 여자의 유혹에 따라 줘라. 그거야 말로, 저 여자가 바란 것이니까――
귓가에서 계속 속삭이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그――몰가나이크는 칼집의 검을 허리에 찬 채로, <<성녀>> 쪽으로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하지만, 몰가나이크의 걸음은 한 걸음으로 멈추고 말았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무언가. 그 무언가의 정체를 잘 알고 있을 텐데, 몽롱한 그의 머리에는 어째선지 그 정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경고가 울리고 있었다.
몰가나이크는 검을 떨어트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들어서는 안 된다. 귓가에 속삭이는 이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선 안 된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무엇이나 기분이 좋아서. 몰가나이크의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왜 그러지? 저 여자가 갖고 싶지 않은 건가? 너는 한참 전부터 저 여자를 사랑해 왔을 텐데? 지금이라면 저 여자의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고? 전혀 사양할 필요는 없어. 저 여자의 모든 걸 네 걸로 만들어 버려라.
속삭이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몰가나이크가 칼세드니아를 본다.
전부터 계속 사랑해 왔던 여자. 그의 사랑은 그녀하고 만났을 때부터 시작됐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다. 다른 어떤 남자한테도 넘겨주지 않고 영원히 자신의 품 안에 가둬두고 싶다.
그녀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어떤 위험에서도 반드시 그녀를 지켜 내겠다고 남몰래 자신의 신한테 맹세를 했을 정도로.
그런 상반되는 두 개의 감정이 몰가나이크의 마음속에서 격렬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서 두 개의 감정이 서로 부딪치고, 그러면서도 그녀를 소중하게 싶다는 감정 쪽으로 저울이 기울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시야 한편에, 뭔가 움직이는 게 들어왔다.
그건 한 남자.
최근 이 신전에 나타나 칼세드니아와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남자. 솔직히, 몰가나이크는 그게 달갑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미약한 동요. 그 미약한 동요를 재빨리 눈치 챈 「무언가」는, 그 부분을 쿡쿡 자극했다.
――저 남자가 마음에 안 드는 거냐? 그렇다면……처리해 버리면 되잖아? 저런 날파리를 네 소중한 여자한테 들러붙게 해도 괜찮은 거냐?
괜찮을 리가 없다. 저딴 정체도 모르는 남자를 소중한 그녀의 곁에 내버려 둔다니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 시끄러운 날파리 같은 건 얼른 짓눌러 버리면 되겠지. 분명 네 소중한 저 여자도, 저 파리가 들러붙어서 당황하고 있을 게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맞아. 다른 많은 귀족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분명 칼세드니아도 저 남자가 들러붙어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래. 그렇고말고. 저 날파리를 처리하는 건 네 소중한 여자를 지키는 것과 이어지는 행동이다. 그렇게 하면 분명 저 여자도 너한테 감사하고 더 마음을 허락하겠지.
저 남자를 청소해라. 그러면 칼세드니아는 기뻐해 줄 거다.
기쁘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어하는 그녀의 표정을 뇌리에 그리면서 몰가나이크는 발밑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애검을 주웠다.
「그건」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먹이로 삼은 인간. 전 먹이었던 인간도 마음에 커다란 욕망을 끌어안고 있었지만, 이 인간도 그에 지지 않을 정도의 욕망을 품고 있었다.
욕망이야말로, 「그것」의 양식.
생물들은 적게나마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 야생 동물한테도 식욕이나 번식욕 같은 여러 가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조금이나마 이어져 있으며, 욕망으로서는 그렇게 강력한 게 아니다.
생명을 얻어 살아가는 것들 중에 가장 강력하고 복잡한 욕망을 갖고 있는 것. 그건 틀림없이 인간일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실로 여러 욕망이 솟구치고 있다.
식욕, 금전욕, 색욕, 출세욕 등등.
크고 복잡하며 끈적끈적하게 부패한 욕망일수록 「그것」들한테는 진미가 된다. 그래서 「그것」들은 인간한테 빙의하려고 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빙의하고 있던 인간의 욕망도 진미였지만, 이번 인간의 욕망은 그 이상으로 진미가 될 것 같다.
한 여자한테 품은 순수한 연정. 하지만 그 순수한 마음도 때에 따라 지나치게 되면 시커먼 독점욕으로 바뀐다.
「그것」은 빙의한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자극해서 증폭시켜 끈적끈적하게 부패한 욕망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부패의 방향으로 기운 욕망을 먹는 것이다.
지금도 이 인간이 여자한테 품은 애정을 강렬하고 극심한 독점욕으로 바꿔 주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 인간의 정신력은「그것」이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튼튼했다.
거뭇거뭇한 독점욕으로 변화시킨 연정을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목적을 변경했다.
여자의 독점욕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녀의 옆에서 어슬렁거리는 남자한테 가진 질투심을 부채질 해 주지.
질투도 또한 독점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부추김으로서 마음속에서 격렬하게 불타고 있던 질투라는 이름의 검은 불꽃은 지금까지「그것」이 맛봐왔던 어떤 욕망보다도 맛있었다.
자, 저 남자를 죽여라. 그리고 다음에는 저기 있는 여자도 더럽혀 버려라.
조금씩 조금씩, 빙의한 인간의 이성을 벗겨내면 언젠가 이 인간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따르는 마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은 씨익, 하고 불쾌한 미소를 지으면서 빙의한 인간의 마음에 솟아오르는 검은 욕망을 계속 삼켰다.
“몰가……?”
그때까지와는 정반대로 갑자기 공허한 표정을 지은 몰가나이크.
그는 천천히 목을 돌리더니, 찬찬히 칼세드니아를 바라봤다.
공허했던 그의 두 눈동자에 조금씩이지만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빛은 평상시에 깃들어 있던 엄격하면서도 상냥한 그의 눈동자 빛과는 다른, 께림칙하다고 할 정도로 붉디 붉은 빛으로.
“모, 몰가……? 서, 설마……발디오 님 말고도 당신까지…….”
그건 <마> 한테 빙의당했다는 증거.
지금까지 칼세드니아가 항상 같이 싸워왔던 최강의 전사. 그 전사가 마물로 변해버릴 줄은.
그 사실을 바로 믿지 못하고 무심코 우뚝 서서 멍하니 몰가나이크를 계속 바라보는 칼세드니아.
그런 칼세드니아한테서 몰가나이크는 뒤쪽에 있던 타츠미로 시선을 옮겼다.
타츠미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몰가나이크의 표정에 엄청난 분노가 떠올랐다. 그는 주워든 검을 치켜올리더니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타츠미를 향해 달려 나갔다.
악귀 같은 형상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몰가나이크. 그 엄청난 형상에 솟아오르는 공포가 쇠사슬이 되어 타츠미의 마음과 몸을 옭아맨다.
아주 잠깐 사이에 타츠미가 있는 곳에 도달한 몰가나이크는 치켜올린 검을 타츠미의 머리 위로 내리친다.
하지만, 내리쳐진 칼날이 타츠미한테 닿기 직전, 보라색 전격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옆에서 날아든 전격으로 인해 몰가나이크의 몸이 떠밀려 나아간다.
겨우 공포에서 해방된 타츠미가 벼락이 날아든 쪽을 살펴보니, 그곳에는 오른손을 내민 칼세드니아의 모습이 있었다.
“아무리 몰가라 하더라도, 내 주인님을 다치게 하려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딱 잘라 선언하더니, 새로운 주문을 영창하면서도 몰가나이크와 타츠미 사이에 끼어들었다.
방금 전엔 멍하니 서 있었던 그녀였지만, 사랑하는 소년의 위기에 제정신을 차린 듯했다.
주문이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칼세드니아의 손에서 벼락이 뿜어지더니, 쓰러져 있는 몰가나이크의 몸을 꿰뚫는다.
벼락에 맞을 때마다 몰가나이크의 몸은 움찔움찔 하고 뭍으로 건져내진 생선처럼 튀어오른다.
“야, 야, 치코……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냐……몰가 씨, 괜찮아……?”
“괜찮아요!! 확실히 조절하고 있고, 몰가는 이 정도로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님을 다치게 하려고 한 이상 이것도 엄청 봐 주는 거에요!!”
딱 잘라 말하는 칼세드니아. 그 눈은 완전히 각오가 단단히 서 있었다.
아이코―, 같은 표정을 짓는 타츠미. 하지만 타츠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몰가나이크가 무사하기를 빌 뿐이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쓰러진 몰가나이크는 다시 몇 번이나 벼락을 맞아, 이미 신음소리조차 내고 있지 않다.
아무리 몰가나이크가 강인한 전사라고는 해도 이제 슬슬 위험한 거 아냐? 하고 타츠미가 걱정했을 때. 겨우 칼세드니아의 주문 영창이 그치고, 전격의 연속 공격도 끊어졌다.
“…………지금이라면 그도 약해져 있을 테니, 주문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 있겠죠. 이 틈에 몰가한테 빙의한 <마>를 퇴치하겠어요.”
세 번째 <<퇴마술>> 영창을 시작하는 칼세드니아.
아무래도 단순히 몰가나이크를 아프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약하게 만들어서 주문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트리려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 칼세드니아의 말에 “진짜인가?” 하고 타츠미가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에 주문 영창을 완성하자, 쓰러져 있는 몰가나이크를 청정한 빛이 감싼다.
<<퇴마술>>의 파마의 은빛. 이 빛에 붙잡힌 <마>는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윽고 소멸되고 만다.
때로는 힘이 강력한 <마> 가 파마의 빛에 저항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버틸」뿐. 한 번 파마의 빛에 갇혀버리면 <마> 가 빛에서 도망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하지만 지금. 칼세드니아의 <<퇴마술>>의 은빛 안에서 뭔가가 기세좋게 뛰쳐나왔다.
뛰쳐나온「무언가」――몰가나이크는 마치 짐승처럼 포효를 내지르면서 칼세드니아한테 덮쳐들었다.
정화의 빛에 타들어간 <마>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 분노가 빙의체인 몰가나이크한테 전해져, 완전하게 자아를 상실한 몰가나이크는 그 검의 칼끝을 사랑하는 여자한테 겨눴다.
그건 완전히 기습이었다. 이때까지 정화의 빛에 붙잡혀 거기서 도망친 <마>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칼세드니아한테도 약간의 방심이 있었다.
몰가나이크의 잘 단련된 육체가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일을 이뤄낸 것일까.
악귀 같은 표정으로 자신한테 달려드는 친한 친구. 게다가, 그 손에는 위험한 빛을 내뿜는 검을 쥐고서.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치켜뜬 칼세드니아. 그 몸은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칼세드니아의 눈앞에서 몰가나이크는 검을 쥔 팔을 크게 벌렸다. 거기서 쏟아진 신속의 검격은, 칼세드니아의 가녀린 육체를 간단히 양단할 것이다.
바로 옆으로 미끄러져 오는 흉기.
멍하니 서 있는 채로 회피할 여유도 없는 <<성녀>>.
달려드는 칼날은 곧바로 속도를 높여, 방금 전 칼세드니아가 날린 전격 같은 은빛 번개로 변한다.
그리고, <마>에 빙의된 <<자유 기사>>의 칼날이 <<성녀>> 의 몸으로 덮쳐들었다.
확실히 휘둘러진 <<자유 기사>>의 검.
주변에 흩뿌려지는 진홍색 선혈.
철퍽, 하고 자신의 얼굴에 뿌려진 피를 닦지도 않고, 칼세드니아는 땅에 엎어져 멍하니 그 광경을 봤다.
몰가나이크의 검이 그녀에 다다르기 직전.
그녀의 몸은 누군가 옆에서 강하게 떠밀어 그대로 땅으로 쓰러진 것이다.
땅으로 쓰러진 칼세드니아의 옆얼굴에, 뜨뜻미지근하고 끈적한 붉은 액체가 떨어진다.
동시에 주변에 퍼지는 철의 냄새. 지금까지 퇴마사로서 마수나 마물과 몇 번이나 대치해 왔던 칼세드니아한테는 익숙한 피 냄새였다.
그리고, 옆으로 쓰러진 채로 위를 올려다 본 그녀가 본 건.
<<자유 기사>>가 휘두른 검에 의해 가슴이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 땅으로 쓰러져 가는 그녀가 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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