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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19화『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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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19화 『각성』


몰가나이크의 일격이 칼세드니아한테 닿기 직전.

곧바로 움직인 타츠미의 몸이 칼세드니아를 떠밀었다.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한테 떠밀려 그녀는 버티지 못하고 땅에 엎어졌다.

하지만, 타츠미는 그녀를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칼세드니아하고 교차하는 듯한 자세가 된 타츠미한테 <<자유 기사>>의 흉기가 덮쳐들었다.

가슴에 일직선으로 내달리는 작열. 동시에 확, 하고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피.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몸에서 힘이 빠져가는 듯한 느낌을 받은 타츠미는, 그곳에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광기에 지배당한 몰가나이크는 약간 남아있던 의식으로 피웅덩이에 쓰러진 남자를 찬찬히 내려다봤다.

이 남자는 벌레다. 자신의 소중한 꽃에 달라붙으려고 한 해충이다. 내버려 두면 언젠가 소중한 꽃을 시들게 만들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이제 괜찮다. 꽃을 더럽히는 멍청한 해충의 청소가 끝났으니까.

달라붙어 있던 해충이 사라져서 꽃도 분명 기뻐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땅에 엎어져 있는 그의 꽃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거기서 그는 위화감을 느꼈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꽃. 그런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그의 꽃은 눈을 크게 치켜뜨고 피웅덩이에 쓰러진 해충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아, 그런가. 그는 수긍이 갔다.


해충의 시체를 봐 버려서 그의 소중한 꽃은 기분이 나빠지고 만 것이다. 아리따운 꽃한테 있어서 처참한 벌레의 시체 같은 건 기분 나쁠 게 틀림없다.

괜찮다. 바로 시체를 정리하도록 시키겠다.

누군가한테 시체를 치울 것을 명령하려고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신전 정원에는 그하고 그의 꽃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서, 그는 떠올렸다.

동료 신관 전사한테 아무도 정원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누군가――그가 아주 잘 아는 누군가의 명예를 위해서 다른 사람을 여기에 다가오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게 누구였던가, 지금 그는 떠올릴 수 없다. 그가 전부터 잘 알고 있으며, 뭔가 신세도 졌던 사람이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건 그한테 있어서 사소한 일이었다. 그한테 있어서 중요한 건 그의 꽃을 지키는 것이니까.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갑자기, 그의 꽃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하얀 신관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곳에 무릎을 꿇고는 쓰러져 있는 벌레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잠시만 계세요! 지금 바로 치유 마법을…………!!”


그의 꽃이 주문 영창을 시작한다. 잘 살펴보니,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해충의 가슴이 약간 들썩이고 있다.

과연 해충, 질긴 수명만큼은 평범하지 않군. 그런 걸 생각하면서 그는 해충을 끌어안고 있는 그의 꽃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걸 눈치 챈 꽃이 영창을 이어가면서 째릿, 그를 노려봤다.

그 시선의 날카로움은 마치 부모의 원수를 보는 것 같아서. 분명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는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꽃은 시선만으로 그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 꽃의 태도를 보고 그는 점점 화가 나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지?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걱정하고, 너를 위해서 해충을 청소해 줬는데.

그의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런 그의 귓가에서 껄껄 하고 누군가 즐겁게 비웃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금방 그의 의식에서 사라졌다.


분노가 끓어오른 그는, 그의 꽃을 손으로 붙잡아 힘을 넣어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꾸욱, 하고 그의 몸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게 닿는다. 물론, 그의 꽃의 몸이다.

동시에 털썩 하는 소리도. 그가 꽃을 끌어당기면서 꽃이 끌어안고 있던 벌레의 몸이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거 놔!! 어, 얼른 치유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주인님이……!!”


꽃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그리고 그를 보지 않고 비통한 눈으로 쓰러져 있는 벌레를 바라보고 있다.

어째서지? 나한테는 그런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면서, 어째서 벌레 따위한테 그렇게 필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

의문이 분노를 가속시킨다.


――그래. 네 마음을 깨닫게 해 줘. 힘으로라도 깨닫게 해 주면 돼.


다시 귓가에 들려오는 기분 좋은 목소리. 그 목소리의 말대로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생각해, 버리고 만다.

방금 전엔 그 목소리에 저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한테는 이미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저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목소리가 말하는대로 힘으로 그의 꽃을 진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


눈동자에 떠오른 붉은 빛이 더욱 광채가 늘어난다.

그는 한손으로 꽃의 양손을 붙잡더니, 남은 한손을 꽃의 가슴 부근으로 뻗었다. 옷이 찢어져 깊은 골짜기가 보이는 그 가슴 부근으로.

그는 신관복이 찢어진 곳을 단단히 붙잡고는 힘을 넣어 신관복을 찢었다.

다시 그의 꽃이 비명을 지른다.

커다랗고 하얀, 형태 좋은 두 개의 과실. 얇은 천에 감싸여 있었을 뿐인 무방비한 그 과실이 햇살 아래에 드러났다.




찢어진 신관복을 더욱 크게 찢어져 그녀의 상반신은 거의 알몸과 마찬가지 상태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다 드러나게 된 상반신을 가리려고도 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그녀가 사랑하는 소년의 곁으로 달려가려고 몸을 비틀뿐.

평상시의 그녀라면 침착하게 공격성 주문을 영창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소년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 그녀는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얼른 치유 마법으로 그를 치료해야 해.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그는 숨이 끊어지고 말 거야.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맴돌고, <마>에 홀린 <<자유 기사>>를 마법으로 공격하는 것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방울 같은 눈물이 그녀의 매끈한 볼을 적셨지만,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의 허리부터 밑까지 간신히 매달려 있는 신관복의 잔해가,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흔들 흔들린다.

그게 거슬렸던 건가. 그게 아니면 더 천박한 욕망에 의해 움직인 것인가. <<자유 기사>>의 자유로운 한쪽 손이 이번엔 그녀의 하반신으로 다가간다.

그녀는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지금 그녀는 오랫동안 재회를 꿈꾸다가 드디어 다시 만날 수 있던 사랑스러운 소년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 기사>>의 손이 신관복의 잔해에 닿았다. <<자유 기사>>의 팔이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옷을 벗겨내려고 할 때, 어째선지 그녀의 저항이 멎어 있었다.

그때까지 필사적으로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 그저 계속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그의 꽃이 저항을 멈추자 그한테 아주 약간 남아있던 이성이 의문을 품었다.

드디어 저항하는 걸 포기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꽃의 표정을 살펴보니.

그때까지 보여주던 비통함이 사라지고, 대신 떠올라 있던 건 경악.

어떻게 된 건가 하고 그녀의 시선을 좇아보니, 그녀의 시선은 쓰러져 있던 벌레한테 향해져 있었다.


“아, 안 돼요……! 지금……지금 무리하게 움직이면 상처가 더…………!!”


꽃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그러면서도 다급한 목소리.

지금.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던 벌레가 천천히 그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그의 소중한 가족이 비통하게 울부짖는 소리. 그 목소리가, 새까만 어둠 속에 떨어지려 하고 있던 그의 의식을 아슬아슬한 부분에서 붙잡았다.

아직까지 칼에 베인 가슴에서는 피가 계속 흐르고, 그의 주변에 있는 피웅덩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의 비통한 목소리에 대답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발버둥친다.


아무 생각 없이 뻗은 손가락이 떨어져 있던 단창에 닿는다. 그는 그걸 꽉 붙잡더니, 단창을 지팡이 대신으로 삼아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하다가――다시 자기가 만든 피웅덩이 안으로 넘어졌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일어나려고 하다가 넘어지고, 일어나려고 하다가 쓰러진다.


몇 번이나 그걸 반복하다가 겨우 그는 일어나는데 성공했다.

후들거리면서도 머리를 흔들어 보니, 몽롱한 시야 안에서 그의 소중한 가족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입고 있는 신관복의 상반신은 잔인하게 찢겨져 나가 간신히 속옷으로 지켜진 그녀의 하얗고 아름다운 두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걸 본 그는 성욕보다도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분노는 등 뒤에서 그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유 기사>>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다.

내가 한심한 탓에 그녀를 힘들게 하고 말았다.

속옷이 남아있다고는 해도, 대낮에 가슴을 드러내다니 그녀 정도 되는 나이의 여자한테 있어서는 참기 힘든 굴욕일 것이다.


――미안해. 내가 약한 탓에 너를 힘들게 만들어서.


마음속으로 그녀한테 사과하면서 그는 그녀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마치 스폰지 위를 걷는 것처럼 발밑은 푹신푹신하고, 당장에라도 또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남은 모든 힘을 허리와 다리에 끌어모아, 그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이제 싫어. 절대로 싫어. 이 이상, 가족을 잃어버리는 건.


그의 뇌리에 부모님과 여동생이 죽었을 때의 사건이 떠오른다.

실려온 병원의 침대 위. 겨우 의식이 돌아온 그한테 경찰과 병원 관계자가 불행한 사실을 전달했다.

그 때 느낀 상실감. 마치 세계가 무너진 듯한 터무니없는 절망감.

그래도 그가 어떻게든 살아갈 기력을 가졌던 건 당시엔 자그마한 존재였던 그녀 덕분이다.


그한테 남겨진 마지막 가족. 소중한 작은 가족.

그는 그 작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최후의 작은 가족과도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수명을 다한 작은 가족. 결국 외톨이가 되어버린 그는 한때라고는 해도 자살조차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한테 희망의 빛이 찾아들었다.

이세계에서 아름다운 여자로 전생한 그의 작은 가족이 그를 이세계로 소환해 준 것이다.

이세계에서 다시 만난 그의 사랑스러운 작은 가족. 그녀는 이미 그가 잘 알던 작은 존재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녀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는 결심한 것이다.

이 이세계에서 그의 가족과 살아가자. 이번에야말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족을 지키자, 라고.


확실히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해서 당혹감은 있다. 불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도, 곁에 그녀가 있어 준다면. 소중한 가족이 있어 준다면, 이세계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있어준다는 게 전제다.

지금, 바로 그녀가 힘들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느긋이 자고 있어도 될 리가 없다. 잠들어 있을 수 없다.


――확실히 나는 약하지만. <<자유 기사>>는커녕, 분명 다른 사람보다도 약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를 절대로 지키겠다고 정했어. 이제, 가족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


한 걸음. 또 한 걸음,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하지만 그는 확실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결국 그의 다리는, 그녀한테 닿았다.




“……놔…………코를……내려……놔…….”


작디작은 목소리. 그야말로 벌레한테 어울리는 가냘픈 목소리.

일어선 벌레는 후들거리면서도 이쪽으로 걸어온다.

다 죽어가는군. 딱 좋다.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 주지.

그는 끌어안고 있던 꽃을 풀어주고 칼집에 넣어뒀던 애검을 다시 뽑아들었다.

지금, 벌레는 무방비한 상태――휘청휘청 하고 균형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태로 다가오고 있다. 그 몸을 이번엔 세로로 두 동강을 내 주겠다고, 그는 양손으로 쥔 검을 크게 위쪽으로 치켜올렸다.


벌레의 다리가, 그의 검의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그 순간을 재서 겨누고 있던 검을 수직으로 내리친다.

그의 검이 벌레의 머리 부분에 닿으려고 한 순간.

갑자기 빛이 폭발하더니, 벌레의 모습이 사라졌다.




내던져진 그녀는 드러난 가슴을 숨기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광경을 봤다.

휘청휘청 다가오는 그녀의 소중한 소년. 그 소년을 향해서 크게 치켜올린 검을 내리치는 <<자유 기사>>.

그녀는 한 순간, 머리부터 다리 끝까지 절반으로 쪼개진 소년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자유 기사>>의 검이 소년의 머리에 닿기 직전.

그건 소년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그럴 수가…….”


지금, 그녀의 눈――마법사로서의 눈에는 확실히 보인다. 그녀의 소중한 소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마력의 광채가.


“주, 주인님한테 마력이……게, 게다가 이 마력의 크기는…….”


그녀는 알 수 있다. 뛰어난 마법사인 그녀는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그 거대함을.

그건 그녀 자신이 내포한 마력조차 가볍게 능가할 정도로. 게다가, 그녀가 놀란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화, 황금색 마력빛……? 서, 설마……그건……?”


멍하니 중얼거리는 그녀의 시선 끝에, 갑자기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자유 기사>>의 검이 허공을 벴다.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내리친 검이 헛손질을 치자, 무심코 자세를 무너트린 <<자유 기사>>의 등 뒤. 그곳에 그녀의 소중한 소년이 나타났다.

촤르르륵, 하고 소년의 신발이 땅하고 맹렬한 포옹을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자유 기사>>의 등 뒤에 나타난 소년은 손에 쥔 단창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는, 그 손잡이 부분을 있는 힘껏 <<자유 기사>>의 머리를 향해 때려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