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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20화『<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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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20화 『<하늘>』


마법의 계통에는 각자 특징적인 색깔이 있다.

예를 들면 칼세드니아가 가장 적성이 높은 <성> 계통. 이 계통의 마법을 사용할 때, 마법사는 백은색 빛을 낸다.

그 외에도 똑같이 칼세드니아를 예로 들자면, <화염>은 진홍, <바다>는 짙은 파랑, <나무> 는 녹색, 그리고 <전기>는 보라.

그리고 지금, 타츠미가 갑자기 뿜어내는 황금색 마력빛.

그건 과거에 단 한 명만이 소유했다고 전해지는, <하늘>이라 불리는 전설과도 같은 계통의 마력빛이었다.




옆으로 강하게 날린 단창의 일격.

창술은커녕 전혀 무술을 배우지 않은 타츠미의 그 일격은, 이른바 『야구공 치기』라고 불리는 단순한 구타에 불과했다.

양손으로 쥔 단창을 그저 단순히 수평으로 휘두를 뿐. 원래 창 사용법하고는 거리가 먼 초보라는 걸 확연히 알게 해주는 공격 방법.

그래도, 창의 손잡이는 확실히 마물로 변한 몰가나이크의 옆머리를 친――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몰가나이크는 한 번 휘둘렀던 검을 강제로 머리와 창 손잡이 사이에 끼워 넣는데 성공했다.

단련된 육체를 가진 몰가나이크의 기량이 이뤄낸 일인지, 그게 아니면 <마>가 빙의해서 그의 신체 능력이 올라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건가.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세를 무너트리면서도 몰가나이크는 간신히 방어에 성공해서 타츠미의 혼신의 일격을 막아냈다.

다시 몰가나이크는 교묘하게 검을 다뤄, 타츠미의 단창을 멋지게 튕겨내 버렸다.

이런 걸 보아, 몰가나이크가 타츠미 같은 초보자가 아니라 숙련된 전사라는 걸 알려주는 증거일 것이다. 아무리 마물로 변했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몸에 익은 전투 기술까지 녹슬어 버린 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어에 성공했다고는 해도, 자세를 무너트렸기 때문에 타츠미의 공격을 받게 되는 형상이 되어, 제아무리 <<자유 기사>> 하더라도 몇 걸음 헛발을 디디게 된다.

그래도 재빨리 자세를 정돈한 몰가나이크는 뒤를 돌아보는 것처럼 검격을 날렸다. 타츠미하고는 몇 걸음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해도, 그만큼 재빨리 달려들면 충분히 타츠미를 검의 범위 안으로 포착할 수 있다.

타츠미를 덮치는 날카로운 검격. 하지만, 몰가나이크의 검은 다시 허공을 베고 말았다.


다시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자유 기사>>의 붉은 빛이 깃든 두 눈동자가 치켜떠진다. 그 <<자유 기사>>의 등 뒤에 다시 타츠미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의 손에 이미 무기는 없다. 무기 대신에 주먹을 단단히 쥐고, 황금빛 빛을 두른 오른 주먹에 힘을 가득 담아 몰가나이크의 얼굴을 때린다.

등 뒤에서 또 날아든 기습 공격. 제아무리 <<자유 기사>>라도 이건 곧바로 반응할 수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목을 꺾어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리고, 타츠미의 주먹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초보자의 주먹이니, 별다른 위력 같은 게 있을 리도 없다. 설령 얼굴을 때리더라도 몰가나이크가 실제로 받을 충격은 미미한 것.

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주먹이 몰가나이크의 얼굴에 닿은 순간 거기 깃들어있던 황금색 빛이 작열하더니, 판금제 갑옷을 두른 몰가나이크의 몸을 간단히 날려버렸다.


튕겨나간 몰가나이크는, 그래도 땅 위를 몇 번 굴러서 기세를 죽이고, 예상 이상의 충격에 휘청거리며 머리를 몇 번 흔들면서, 다시 자세를 고쳐 적인 타츠미의 모습을 날카롭게 바라봤다. 아니, 바라보려고 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거기 있었을 터인 타츠미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다.

적의 모습이 사라진 것 때문에 무심코 멍하니 행동하는 몰가나이크. 하지만, 뛰어난 전사의 감각이 등 뒤에서 다시 뭔가의 기척을 느꼈다.

그 감각을 따라 앞 쪽으로 몸을 던진다. 땅에서 한 번 굴러 일어나 등 뒤를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주먹을 휘두른 자세의 타츠미가 있었다.





땅에 쓰러진 채로 일어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모습을 눈으로 계속 쫓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츠미하고 몰가나이크의 전투를 보고 있던 그녀는 타츠미의 이상할 정도로 빠른 이동속도가, 그와 직접 대치하고 있는 몰가나이크보다도 훨씬 잘 보이고 있었다.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타츠미는 몰가나이크의 등 뒤에 있다. 칼세드니아한테 그건 단순히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차원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이동……?”


중얼, 하고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건 틀림없는 <하늘> 계통에 속하는 마법의 이름이었다.




예전에, 티에트 자무이 라고 하는 위대한 마법사가 있었다.

<<대마도사>>라는 이명으로 불리며, 역사상에서 오직 한 명만이 존재했던 <하늘>의 적성 계통을 가진 마법사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 혼자 사용할 수 있던 <하늘>은 계통으로 따지면 <성>의 상위 계통이자, <빛>의 최상위 계통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하늘>이 다루는 건 시공간. 다시 말해, 공간을 뛰어넘고 시간을 다루는 마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 칼세드니아가 타츠미를 소환했을 때 사용한 마법 의식도 티에트가 남긴 것으로, 원래는 <하늘>의 계통 마력이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다.

그걸 칼세드니아는 <하늘>에 가장 가깝다고 치부되는 <성>을 대용하는데 성공했다.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량의 마력과, 신전 지하에 있는「성지」에 넘쳐흐르는 대량의 마력을 합쳐 사용함으로서 거의 강제로 발동시킨 것이다.


물론, 그녀의 마법사로서의 기술이 높은 것도 타츠미를 소환하는데 성공한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

칼세드니아의 눈앞에서 소멸과 출현을 반복하는 타츠미는 시공간을 다루는 <하늘> 계통의 대표적인 마법으로 알려진 <<순간 이동>>을 사용하는 게 틀림없다. 적어도, 칼세드니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마력을 가지지 않았을 터인 타츠미가 어째서 갑자기 마법을, 그것도 전설이라고까지 불리는 <하늘>의 계통 마법을 발동시키고 있는 건가.

그 이유는 물론 칼세드니아도 모른다.

게다가, 그의 가슴 상처에서 흐르는 출혈까지 멎어 있었다. 어느새 치유 마법까지 발동시키고 있는 것 같다.

치유 효과가 있는 마법이 존재하는 건 현 시점에서는 <빛> 하고 <물>, 그리고 그에 속한 상위와 파생 계통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늘> 은 <성> 이나 <빛> 의 상위 계통. 그렇다면 <하늘>에도 치유 효과를 가진 마법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주, 주인님이 역사상 두 번째 <하늘>의 마력 소유자……?”


현재 상황도 잊어버리고, 칼세드니아는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열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타츠미의 모습을 계속 쫓아갔다.





소멸과 출현을 반복하는 타츠미의 기습.

하지만, 그게 통한 건 맨 처음 몇 번뿐이다.

지금까지 무술을 익히기는커녕, 주먹으로 다투는 싸움조차 거의 한 적이 없는 타츠미다.

공수의 정권 찌르기도 아니거니와, 복싱의 스트레이트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고, 휘두를 뿐인 초보자의 공격이 지금까지 실전을 거듭해온 진짜 전사한테까지 통할 리가 없다.


지금도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난 타츠미의 공격을 몰가나이크는 어렵지 않게 피했다.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그가 자신의 사각에 나타날 것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사각에서 날아든 공격이라고는 해도, 올 걸 미리 알고 있으면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게다가, 몰가나이크는 타츠미의 공격을 반격하면서도 행동을 할 여유조차 있었다.

하지만, <<자유 기사>>의 공격도 또한 타츠미가 피해버리고 만다. 물론, 그 모습을 없애는 걸로.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그 칼날이 적의 몸을 베는 일은 없었다.

내리쳐 봐도. 쳐올려 봐도. 수평으로 휘둘러 봐도. 물론, 찌르기를 내질러도.

마치 아지랑이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타츠미의 몸에 칼날이 닿는 일은 없다.


확실히 타츠미의 공격은 몰가나이크한테 있어서 어린애 장난과 마찬가지다. 기습이 기습이 아니게 된 지금,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 뿐인 조잡한 공격으로는 아무리 공격한다 한들 몰가나이크의 몸을 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공격도 전혀 통하지 않는 건 그의 마음에 커다란 불만과 분노를 품게 했다.


고작해야 벌레 주제에! 윙윙 하고 주변을 날아다니는 것밖에 못하는 주제에!


벌써 몇 번의 검격을 날려대는 몰가나이크. 하지만, 이번에도 또 타츠미의 모습은 갑자기 사라진다.


어디냐!? 이번엔 어디서 나타나는 거지!?


방심하지 않고 주변의 기척을 살핀다. 하지만, 이번엔 타츠미의 기척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뭘 언제까지 놀고 있을 생각이냐? 저딴 날파리는 얼른 해치워 버려라.


시끄러워.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다고!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한테 마음속으로 반론하면서, <<자유 기사>>는 방심하지 않고 타츠미의 모습을 계속 찾는다.

화가 나 있는 건 <<자유 기사>> 혼자가 아니라, 그한테 들러붙어 있는 <마>도 마찬가지였다.


그 인간한테서 느껴지는 마력은 <마>한테 있어서는 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의 마력보다도 더욱 위험했다.

방금 전 황금빛으로 빛나는 주먹으로 빙의한 인간이 얻어맞았을 때, 전신이 찢겨나가는 듯한 충격을 느낀 것이다.

그건 방금 전, 저쪽에서 누워있는 여자한테서 받은 충격보다도 훨신 강력한 것으로.


그래서 <마>는 빙의해 있는 인간을 부추겨 한시라도 빨리 저 인간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다.

<마>의 초조감이나 분노는 빙의한 인간의 초조감이나 분노도 가속시킨다.

<<자유 기사>>한테 남겨진 약간의 의사가 <마>한테서 전해지는 초조감이나 분노로 점점 물들어 간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분노가 한계점에 달했을 때, 몰가나이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마치 짐승처럼, 하늘을 향해서.

하지만, 그 포효가 갑자기 우뚝 하고 멎는다.

분노가 잔뜩 담긴 붉은 눈동자. 그 눈동자가 크게 치켜 떠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몰가나이크의 눈동자에, 그건 확실히 비쳐져 있었다.


<<자유 기사>>의 머리 위에서, 발을 밑으로 두고 하늘에서 똑바로 떨어져 오는 타츠미의 모습이.


타츠미는 몰가나이크의 등 뒤 같은 곳이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 이전한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의외로 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각의 사각이 아닌, 의식의 사각. 초보자인 타츠미가 <<자유 기사>>한테 공격을 맞추기 위해선 이미 기습 이상의 기습밖에 방법이 없다.

타츠미가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하늘로 이동한 건지는 불명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습은 성공을 맞이하게 됐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번엔 타츠미가 포효를 내지를 차례였다.

하늘 위로 이동한 타츠미는 낙하 속도라는 동료를 얻어 바로 밑에 있는 <<자유 기사>>를 급습한다.

타츠미의 존재를 눈치 챈 몰가나이크가 서둘러 낙하지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도망치기에는 그와 타츠미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먹잇감한테 달려드는 사나운 독수리처럼, 황금색 빛에 감싸인 타츠미의 발꿈치가 <<자유 기사>>의 얼굴에 꽂힌 건 그 직후였다.




황금색 빛이 작열했다.

주변에 펼쳐지는 황금색 빛은 마치 폭풍처럼 신전 정원에 있는 나무들이나 풀들을 힘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황금빛 폭풍을 가장 심하게 맞은 건 나무들이나 풀이 아닌, 몰가나이크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마>다.

타츠미의 발에 깃들어 있던 황금빛 마력이 그야말로 파도가 되어 몰가나이크의 체내를 휩쓸었다.


황금색 빛은 그의 체내에 깃들어있던 어둠을 구축하면서 그 제일 깊이 숨어들어 있던 <마>를 덮쳤다.

황금색 빛은 그야말로 무수한 바늘처럼 실체를 가지지 않은 <마>의 몸에 꽂혀, <마>를 너덜너덜하게 부숴버린다.

소리로 나오지 않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마>가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생물한테 빙의해, 매우 일그러진 욕망을 삼켜왔다.

그렇게 해서 힘을 모으고, 이 녀석은 인간한테도 빙의하게 될 수준까지 이르렀다.

인간한테 빙의할 수 있게 되고 나서도, <마>의 힘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결국엔 칼세드니아의 <<퇴마>> 마법에도 몇 번이나 저항해낼 만큼의 힘을 얻었다.

그 <마>가.

마치 아침 햇살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황금색 빛한테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한다.


――뭐, 뭐냐, 이 빛은!? 뭐냔 말이다, 이 마력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마>는 빙의한 인간의 몸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결의도 이미 늦었다. <<자유 기사>>의 체내는 황금색 마력빛으로 넘쳐 흘러, 이미 <마>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방향에서 덮쳐드는 황금빛 파도에 휩쓸린 <마> 라는 존재는 점점 그 존재가 깎여나가――결국엔 이 세계에서 완전히 소멸됐다.




거칠게 몰아치는 황금빛 폭풍. 그 폭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바닥에 엎드려 필사적으로 버티는 칼세드니아.

폭풍이 겨우 멎고, 슬슬 몸을 일으킨 칼세드니아는 주변을 둘러봤다.

타츠미하고 몰가나이크가 있던 장소는 얕게 도려내져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근처에 있던 잡초는 베여 날아가고, 나무들의 잎은 대부분이 날아가 있었다.

그리고, 칼세드니아의 루비 같은 눈동자가 얕게 도려내져 패인 부분에 쓰러져 있는 타츠미의 모습을 비췄다.


“주인님!?”


칼세드니아는 서둘러 일어나 급히 사랑하는 청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그녀의 커다랗고 하얀, 아름다운 두 가슴이 출렁출렁하고 흔들리자, 칼세드니아는 다시 지금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떠올렸다.

칼세드니아는 양손으로 풍만한 가슴을 끌어안고, 그대로 쓰러져 있는 타츠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뺨을 갖다 대, 그가 확실히 숨을 쉬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죄송해요, 주인님. 잠시만 빌릴게요.”


타츠미의 몸을 끌어안으면서도 그가 입고 있는 하급 신관용 신관복을 벗겨, 그걸 자기가 걸친다.

그의 신관복도 그의 피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어 있지만, 타츠미의 피이기 때문에 칼세드니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기절해 있는 타츠미한테서 옷을 빼앗는 건 마음이 꺼림칙했지만, 그의 가슴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벗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타츠미의 신관복도 가슴 언저리가 크게 찢어져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칼세드니아의 상반을 가려 주었다.


그리고, 다시 타츠미의 가슴에 난 상처를 살펴본다. 그의 가슴에 세로로 길게 베인 상처는 완전히 아물진 않았지만 출혈은 멎어 있었다. 심장도 확실히 뛰고 있고, 호흡도 거칠긴 하지만 얕진 않다.

목숨의 지장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칼세드니아는 치유 마법 영창을 시작한다.

백은색의 엷은 빛이 그녀의 손에 깃들고, 그 손을 타츠미의 상처 위로 올리자 은색 빛은 상처에 스며들더니 곧바로 그 상처를 치유해 갔다.

그의 상처가 완전히 아문 걸 확인하고, 칼세드니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의 발 밑에 타츠미,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몰가나이크. 그리고 거기서 더 떨어진 곳에 발디오. 총 3명의 남자가 쓰러져 있다.

타츠미가 괜찮은 걸 확인한 그녀는 발디오, 이어서 몰가나이크의 순서대로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렇지 않게 몰가나이크가 마지막 차례로 돌아간 건,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의 호평이 상당히 낮아져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또한, 만약을 위해서 쓰러져 있는 몰가나이크의 몸을 <<수목 포박>>으로 포박해 둔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가벼운 상처는 있긴 하지만 목숨에 별 지장은 없는 것 같다.

마물로 변한 인간의 <마>를 물리쳤을 경우, <마> 하고 그 인간의 결속이 너무 강하면 <마>를 물리쳤을 때 폐인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완전히 <마>한테 더럽혀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의식을 잃고 있는 몰가나이크와 발디오의 정신 상태까지 확인할 방도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타츠미와 같이 여기서 다른 곳으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그녀 혼자서는 남자 세 명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불러올 필요가 있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사람을 불러와서 천천히 쉴 곳으로 옮겨 드릴 테니까요. 그리고…….”


칼세드니아는 주변을 다시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더니 다시 타츠미의 옆에 꿇어 앉아, 그 복숭아빛 입술을 타츠미의 볼에 살짝 대었다.


“……구해 주셔서……감사해요……무척……무척 기뻤어요.”


양쪽 뺨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이면서 타츠미의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세 사람을 옮겨줄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 오늘 여기서 일어나 자신이 본 걸 할아버지인 쥬젯페한테 보고하기 위해서 칼세드니아는 빠른 걸음으로 신전 정원에서 나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