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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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 14화 『남몰래 품어왔던 마음』
“그럼, 사위의 기색은 어떠한가?”
쥬젯페는 자신한테 차를 끓여 준 자신의 보좌관인 발디오한테 물어봤다.
“그 사위 분은 오늘 잡일을 했다는 것 같더군요. 5의 각이 될 때까지 일을 한 뒤엔 칼세와 같이 도시로 외출을 나간 것 같습니다……실례입니다만, 예하. 그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음? 사위가 신경 쓰이는 겐가?”
“그거야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요. 저하고 칼세는 칼세가 예하의 양녀가 됐을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니까 말이지요. 따지고 보면 칼세는 제 여동생 같은 존재입니다. 그 여동생이 어디서 온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오빠를 대신하는 마음으로는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합니다.”
진지하게 칼세드니아를 걱정하고 있는 듯한 보좌관을 보고 쥬젯페는 싱긋 하고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신경 써주는 건 나도 기쁘네만, 사위라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지금, 이미 칼세를 멈출 사람은 아무도 없네. 한 번 목표를 포착한 그 녀석은 설령 어떤 장해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뛰어넘어서……아니, 부숴버려서라도 뚫어버릴 테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일세. 그건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테지?”
“확실히……저래 보여도 칼세는 과격한 부분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지금까지 봐 왔던 그녀의 행동을 떠올린 거겠지. 발디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을 들려주시면 그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더 흥미가 끓어오르게 되잖습니까.”
“허허허허. 미안하네만 지금은 자네한테도 사위의 대해 자세하게는 설명하지 못하네. 다만, 먼 이국에서 왔다는 것만 말해 두도록 할까. 그리고, 칼세는 그 사위하고 만나기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노력해 왔으이.”
“그런……가요……. 하지만,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몰가, 말인가…….”
남몰래 칼세드니아한테 마음을 품고 있는 한 사람의 남자를 떠올리고 쥬젯페는 얼굴을 찌푸렸다.
도시에서 칼세드니아와 물건을 다 사고, 타츠미는 그한테 주어진 객실로 돌아오고는 휘청휘청 침대에 엎어졌다.
원래 하급 신관은 숙소에서 생활하지만, 며칠 뒤에는 집으로 이사할 예정인 타츠미는 쥬젯페의 후의로 맨 처음에 안내받은 객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수철이 들어있는 매트리스 같은 건 바랄 수 없는 이 세계에선 매트리스 대신에 바짝 건조시키고 부드럽게 만든 건초를 주머니 형태의 시트 안에 넣은 게 이불 대용으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비싼 물건이 되면 건초가 아니라 깃털 같은 걸 시트 안에 넣지만, 그건 귀족 같은 부유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고급품이다.
이렇게 침대에서 굴러다닐 때마다 건초가 가진 특유의 향기가 전신을 감싼다. 게다가, 이 객실 침대에 들어가 있는 건초 중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 향초가 섞여있는 모양인지, 매일 밤 편안히 잠들 수 있다.
그 건초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으면서, 타츠미가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던 건 크하고 같이 이쪽 세계로 온 침대와 기타였다.
이 2개는 쥬젯페가 보관하고 있는 모양인지, 며칠 뒤에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이사할 집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그쪽으로 반입시켜준다는 듯하다.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던 침대엔 물론 애착이 있지만, 이쪽 세계의 이 건초 침대도 마음에 들기 시작한 타츠미는 앞으로는 과연 어떤 걸 사용할까 하고 사치스런 선택지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신전에서 처음으로 일을 한 날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과 원인 불명의 피로감도 있어서, 침대에서 굴러다니는 사이에 타츠미는 꾸벅꾸벅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럼 안 되지. 최소한 목욕 정도는 한 다음에 자야지…….”
거의 반쯤 잠에 빠진 채로 의식을 강제로 깨우고, 타츠미는 비틀비틀 객실을 뒤로 했다.
서바이브 신전의 한 구석에는 신전에서 생활하는 신관들을 위한 넓은 욕장이 있다.
이 욕장은 고위 사제 이하의 신분을 가진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대욕장이고, 당연하지만 남녀 따로따로 구분되어 있다.
최고사제나 대사제 정도가 되면 각자 개인실에 작긴 하지만 욕실이 있고, 신전 밖에 저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공동 욕장을 사용하는 일은 일단 없다.
참고로, 신전 안에 있는 신분은 위에서부터 최고사제, 대사제, 고위사제, 사제, 대제, 상급 신관, 하급 신관, 이런 순서로 되어 있다.
이 중, 최고 사제는 각 교파에 딱 한 명만이 존재하고, 대사제는 각지 신전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작은 예배당 정도 되면 고위사제는커녕 사제가 책임자인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욕장의 물은 신관 중에 <불> 계통을 가진 마법사가 돌아가면서 끓이고 있는 것인지, 당연하지만 칼세드니아한테도 이 역할이 가끔씩 돌아오는 듯하다.
탈의실에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수건――이라기보다 손수건에 가까운 물건만 가지고 타츠미는 욕장으로 들어갔다.
신관은 신에게 봉사한다는 역할 때문에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의무화 되어 있다. 때문에, 해가 저문 뒤의 시간상엔 하루의 피로와 땀을 씻어 보내기 위해 욕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며, 욕장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그런 사람들과 섞여 타츠미는 욕조에 깊숙이 몸을 담갔다. 세계는 바뀌어도 목욕할 때의 상쾌함만큼은 똑같구나, 같은 걸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타츠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라? 타츠미냐? 너도 목욕하러 온 거냐?”
그 목소리에 반응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낮에 식당에서 만났던 바스라고 하는 하급 신관이 있었다.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라를 보여 주면서도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타츠미의 옆에 와서 몸을 물에 담갔다.
“너도 와 있던 거야?”
“그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로를 푸는 데엔 목욕하는 게 최고니까 말이야.”
바스한테서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다들 기분 좋게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다.
“흐음. 이 나라에서도 목욕은 자주 하나 보구나.”
“오? 지금 그 말로 봐선 네 고향에서도 역시 목욕이 있는 거냐?”
“그래. 목욕은 매일 해. 어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
“그거 참 사치스러운 얘기네. 목욕을 하려면 물을 끓이는 게 힘드니까 하루 시간에서도 한정된 시간밖에 들어갈 수 없는 게 이 나라의 상식이라고?”
손가락으로 수도꼭지를 조절하면 간단하게 물을 덥힐 수 있는 일본과 달리, 이 세계에선 대량의 물을 끓이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중에서도 한정된 시간에만 목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 한정된 시간에 사람이 몰려들기 때문에 이렇게 대욕장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 이렇게 매일 목욕도 할 수 있으니. 이것저것 힘든 수행이나 일 같은 게 많긴 하다만 신관이 돼서 다행이야.”
“그러면 신관이 되기 전에는 매일 목욕하지 못했던 거야?”
“그래. 나는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이니까 말이야. 이런 왕도처럼 대중목욕탕 같은 게 없었으니까 몸을 씻으려면 천밖에 없었단 말이지. 그래서 이렇게 매일 목욕을 하는 건 내 꿈 중 하나였다고.”
물 안에서 몸을 쭉 뻗으면서 바스는 꿈이 이뤄졌기 때문인가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타츠미는 언제부터 이 신전에 왔냐? 얼마 전까지는 전혀 본 적 없는데?”
“내가 여기 온 건 이틀 전이야.”
“흠, 그렇구나. 역시나. 그건 그렇고 이제부턴 어찌됐건 같이 지내게 될 거잖아? 다시 한 번 잘 부탁한다.”
“아, 그거 말인데…….”
타츠미는 곧 신전을 나와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라는 걸 바스한테 알렸다.
“야야, 여기에 오자마자 집에서 살 거라고? 그러고 보니 타츠미 너한테는 성이 있었으니까 혹시 고향에서는 귀족 출신이었냐?”
바스의 말투로 봐서 이 나라에선 평민한테 성이 없는 거겠지.
“내가 있던 나라에선 평민도 성이 있어. 그러니까 나는 딱히 귀족도 부자도 아니야.”
찰박찰박 하고 물로 세수를 하면서 타츠미는 바스하고 마찬가지로 욕탕 안에서 몸을 쭉 뻗었다.
역시나 일본인한테 있어서 목욕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타츠미는 뼈저리게 실감했다.
“근데 타츠미? 집에서 살게 된다는 건……혼자서 사는 건 아니지?”
욕탕 안에서 풀어져 있던 타츠미의 몸이 잠깐 움찔 하고 굳었다.
그리고 그런 타츠미의 기색을 보고 히죽히죽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바스.
“호호오~. 네 행동으로 봐서 역시 혼자 사는 건 아니구나? 그래서? 상대는 누구냐? 역시 이 신전에 있는 사람이냐?”
“아, 아니, 그게…….”
과연 여기서 칼세드니아의 이름을 꺼내도 되는 건가, 하고 타츠미는 고민했다.
점심시간 때 보가드의 모습을 봐서 같이 갈 상대가 칼세드니아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바스도 놀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 욕탕에는 바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 자신이 칼세드니아와 같이 산다는 게 알려지면 어지간한 소동으로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칼세드니아가 특별한 존재라는 건 이미 타츠미도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걸 얼버무릴까 하고 욕탕 안에서 땀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타츠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바스가 “다 알고 있으니까 여기선 말하지 마.” 라고 눈으로 말했다.
“뭐, 이사하고 좀 안정이 되면 한 번쯤 그 집에 초대좀 해 달라고? 그리고 그 때 다시 네 부인도 소개해 줘. 아, 뭣하면 이사할 때 내가 도와줄까?”
“아, 응. 알겠어. 그 때는 부탁할게.”
겨우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타치미는 다시 욕탕 안에서 몸의 힘을 뺐다.
그 뒤에는 바스랑 계속 얘기를 나누면서 몸이나 머리를 씻고 나서 그하고 같이 욕장을 나왔다.
참고로, 일반적으로는 비누도 고급품으로 분류되지만, 신전에서는 하급 신관도 비누를 사용할 수 있었다.
몸을 닦고 옷을 입는다. 그리고 바스랑 같이 복도로 나왔을 때, 타츠미와 바스는 어느 인물하고 우연히 맞닥뜨리고 말았다.
“어머나, 주인님? 주인님도 목욕하고 계셨던 건가요?”
젖은 머리카락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말을 걸어온 건 당연히 칼세드니아였다.
목욕을 해서 약간 복숭아 빛으로 상기한 볼이나 아직 젖어있는 머리카락이 지금 그녀를 평소보다 한층 더 색기 넘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칼세드니아의 모습을 보고 두근 하고 타츠미의 심장이 한 순간 강하게 고동쳤다.
“어, 응. 치코도 목욕하고 있었구나?”
두근두근 하고 힘차게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닐까, 하고 이상한 걱정을 하면서 타츠미가 대답을 하자 칼세드니아는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약간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그, 그게……주인님만 괜찮다면……나중에 방으로 찾아가도 될까요? 앞으로……같이 살게 된 다음에 계획이라던가, 이것저것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아, 그때 제가 구운 과자랑 차를 같이 가져갈게요. 아니면 차보다 술을 가져가는 게 더 나을까요?”
“아, 아니, 차로 괜찮아.”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봬요.”
타츠미가 승낙해 준 게 어지간히 기뻤던 건지, 칼세드니아는 화아아악 하고 빛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더니,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곳을 뒤로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여기면서 타츠미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경악으로 눈을 치켜든 채로 굳어있는 바스의 모습이 있었다.
“이, 있잖냐, 타츠미…………지금 지나간 사람……<<성녀>> 님……칼세드니아 님……이……지?”
“아, 어. 응……마, 맞는데…….”
“지, 지금 너하고 <<성녀>> 님이 한 대화를 듣자하니……네가 같이 살게 될 사람이라는 건……설마…….”
자, 이번에는 어떻게 얼버무릴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제 얼버무리는 건 무리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서 타츠미는 포기의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욕장에서 나오는 저 남자의 등을 아무리 애써봐도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만다.
마음속에서 날뛰는 불꽃을 그는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저 남자를 때려눕히고, 목을 졸라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지만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있으면 역시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들을 생각도 없었지만, 무심코 듣얼 버린 저 남자의 대화.
저 남자하고 비슷한 연배의 하급 신관 같은 또 한 명의 남자와 대화에서 들려온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그 화제.
그렇다.
저 남자가 곧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그 화제다.
신관이 집으로 이사한다는 의미를 그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집으로 이사할 때 누구와 같이 가는 것까지도.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사제인 쥬젯페 크리소프레즈가 직접 이국에서 불러들인 저 남자.
게다가, 그 쥬젯페가 저 남자를 망설임 없이『사위』라 부르고 있다.
즉 저 남자는, 칼세드니아 크리소프레즈의 결혼 상대로서 할아버지이자, 양부이기도 한 쥬젯페가 일부러 이국에서 불러들인 것이다.
그는 쥬젯페를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로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며 경애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양녀이자 <<성녀>>라고까지 칭송받는 칼세드니아도 또한 그한테 있어서는 존경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는 칼세드니아를 한 사람의 이성으로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남몰래 사랑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런 칼세드니아를 어디서 온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한테 빼앗겨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는 까득 하고 이를 악 물었다. 그 소리가 들렸던 건지 근처에서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사제 중 한 사람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가 있는 쪽을 돌아봤지만 그가 누구인지 깨닫고 서둘러 그 시선을 돌렸다.
이대로 잠자코 칼세드니아를 빼앗기고 있을까 보냐. 저 남자하고 칼세드니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라도 그런 건 나한테 상관없다.
마음 깊은 곳에서 미쳐 날뛰는 불꽃이 더욱 온도가 높아지는 걸 느끼면서 남자는 자기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매우 험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칼세드니아를 자신의 품에 껴안는 걸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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