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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 13화 『이변』
장작 저장고에 있었던 운반용 지게에 장작을 쌓아 올리고, 타츠미는 뒤뜰과 주방을 몇 번이나 왕복한다.
지게에 쌓아올릴 만큼의 장작을 올려 둬도, 오전 중에 타츠미가 벤 장작의 숫자가 숫자인 만큼, 2번 3번으로는 다 옮길 수 없다.
이미 10번 이상이나 뒤뜰과 부엌을 왕복한 타츠미지만, 어째선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피곤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게에 한계까지 장작을 올리고 그걸 나르고 있는데, 이것도 또 생각했던 것보다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전 중에 장작패기 때에도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체력이나 근력 같은 게 상승해 있는 것 같았다.
“이건 혹시……그건가? 역시……그거인 건가?”
소설 같은 데에 이세계 전생 같은 곳에서 잘 보이는 이른바 이세계 보정. 이세계에 전이함으로서 신체 능력 같은 게 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예의 그것이다.
쥬젯페나 칼세드니아는 그한테는 마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었다.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세계 보정과 마력은 다른 걸지도 모른다.
마력이나 마법에 기대지 않는 신체 능력 상승. 그거라면 마법사인 쥬젯페나 칼세드니아도 판별할 수 없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이제야 드디어 이세계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라고 내심 들뜬 고양감을 느끼는 타츠미. 자연스럽게 장작을 옮기는 작업도 좀 더 빨라진다.
지게에 산더미 같은 장작을 쌓아올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몇 번이나 뒤뜰과 부엌을 왕복하는 타츠미를,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하급 신관이나 지나가던 신관들이 이상한 걸 보는 눈초리로 바라본다.
“……당신, 굉장하네. 그거 안 무거워?”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던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의 신관이 지게에 쌓아올릴 수 있는 만큼 장작을 쌓은 타츠미를 보고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전혀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생각한 것보다는 안 무거워.”
“흐음……어디, 잠깐 내가 짊어봐도 돼?”
타츠미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 건지, 일하던 걸 멈추고 그 신관은 타츠미가 땅에 둔 지게에 손을 뻗었다.
자리에 웅크려 등에 지게를 짊어지고, 흐읍, 하고 기압을 넣으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에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한다.
허둥지둥 타츠미가 손을 뻗었기 때문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 신관은 지게를 놓더니 그대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이!! 엄청 무겁잖아!! 이게 어디가 그렇게 안 무겁다는 거야!?”
땅에 주저앉으면서 신관은 타츠미한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한테 손을 뻗으며 일어서는 걸 도우면서 타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 해도 말이지……실제로 나는 무겁게 안 느껴지는걸.”
다시 타츠미가 지게를 등에 메고 가볍게 짊어드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툭툭 하고 가볍게 점프를 하면서 무겁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와~. 혹시 당신 마법사야? 마법을 사용해서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그런 거야?”
“아니, 나는 마법사가 아냐. 그러기는커녕 나한테는 마력이 전혀 없다는 것 같고.”
“흐음? 뭔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틀림없는 것 같네. 아 그래, 내 이름은 바스라고 해. 보아하니 당신도 나랑 똑같은 하급 신관인 것 같으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타츠미의 신관복과 성인을 보면서 버스라고 이름을 댄 신관은 타츠미한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오른손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타츠미도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타츠미 야마가타야. 바로 얼마 전에 이 나라에 온 참이야.”
“아, 역시 이국 사람인가? 그 검은 머리카락이나 검은 눈동자를 봐서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라며, 바스는 넉살 좋은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나이도 타츠미랑 별로 차이는 안 나는 모양이고, 이 사람하고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네, 라고 느끼며 타츠미도 미소를 지었다.
원래 타츠미는 사교적이고 누구하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친구가 될 수 있는 타입인 것이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에서 고립되고 말았던 건 역시 가족을 한 번 잃었던 사건이 컸다.
앞으로 혼자서――정확히는 치코랑 둘이서――살아가야만 한다는 중압감과, 정말로 자기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그가 원래 갖고 있던 사교적인 성격을 어느새 정반대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또한, 그가 진학한 고등학교에 중학교 시절에 사이가 좋았던 친구가 없었다는 사실도 있었다. 같은 중학교에서 그 고등학교로 진학한 사람도 적긴 해도 있긴 했지만, 그건 타츠미랑 그때까지 거의 접점없이 지내왔던 사람들 뿐이었던 것이다.
만약, 같은 고등학교에 한 명이라도 중학교 때 사이가 좋았던 친구가 있었다면 타츠미도 고등학교를 중퇴하거나 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타츠미도 이쪽 세게에서 치코와 재회하고 점점 원래 성격을 되찾는 중이었다. 오늘만 해도 보가드나 바스 같은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하고 만남으로서 앞으로는 그 경향이 좀 더 확실히 보일 것이다.
“아차, 계속 이렇게 농땡이 피우고 있으면 시제님이나 사제님한테 혼나겠어. 또 나중에 한가할 때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 좀 나누자고, 타츠미.”
“응, 알겠어. 그럼 또 보자, 바스.”
타츠미는 살짝 손을 들고는, 지게에서 장작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주방으로 옮길 장작은 전부 옮기고, 남은 것도 보가드한테 들은 저장고에 다 쌓아 뒀다.
피로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양의 장작을 옮긴 것 치고는 정말 미세한 것에 불과하다. 이건 슬슬 정말로 이세계 보정이 발동한 건가――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엄청난 기세의 피로감이 몸에 덮쳐 들었다.
“어, 어라……?”
갑작스런 일에 무심코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은 타츠미. 일어나려고 해 봐도 생각대로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한동안 주저앉은 채로 심호흡을 크게 몇 번 들이마시는 사이에 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휘청휘청 거리면서도 일어나 신전 건물 외벽 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간다.
“뭐, 뭔진 잘 모르겠지만……일이 끝나고 난 뒤에 이렇게 된 건 다행이네…….”
이 갑작스런 피로감이 일하는 중에 덮쳐들었다고 한다면, 짊어지고 있던 장작에 짓눌렸을지도 모른다. 뭐, 짓눌리는 건 조금 허풍이라 쳐도, 쓰러질 적에 어딘가 다쳤을 가능성은 높았을 것이다.
보가드가 말하길 오늘 일은 이미 없다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칼세드니아하고 일이 끝나면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약속 장소인 신전 정문을 향해 천천히 몸을 옮겼다.
타츠미는 산더미 같은 장작을 옮겼을 때와는 정반대의 느릿느릿한 속도로,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미 칼세드니아는 타츠미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인지, 그의 모습을 보고 표정을 밝게 만들긴 했지만, 타츠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금방 눈치 채고 서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주인님!? 어떻게 되신 건가요!?”
“그게, 잘 모르겠어……일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피로감이 쏟아져서…….”
칼세드니아는 재빨리 타츠미의 상태를 분석하고 딱히 외상 같은 건 없다는 걸 확인했다.
“제가 본 바로는 엄청난 피로 때문인 것 같은데…….”
각 신전에는 급한 환자나 다친 환자 같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실려 온다. 신전은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다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의료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관의 책무 중 일환으로서 신전의 의료소에서 다친 사람이나 병에 걸린 사람의 치료를 맡고, 어느 정도 의료 지식도 있는 칼세드니아는 지금 타츠미의 증상을 적확하게 진단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바로 치료할 테니까요.”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이마 위에 오른손을 겹치더니, 낭랑한 말투로 주문을 영창했다.
영창에 맞춰 그녀의 오른손이 은색 빛에 휩싸더이더니, 그 빛은 점점 타츠미의 몸으로 이동해 신체 안으로 들어갔다.
은색 빛은 전부 다 금세 타츠미의 몸에 흡수됐고, 그러자 타츠미의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고마워, 치코. 지금 그게 치유 마법이라는 거야?”
“네. <빛> <성> 계통의 <<체력 부활>>이라는 마법으로, 피로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다만, 지속 시간이 이어질 동안만 그러는 임시방편이지만요.”
“응, 그것만 해도 살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체력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테고.”
“그래서, 대체 왜 이렇게 피로해지신 건가요? 혹시 너무 열심히 하셨나요?”
칼세드니아의 손을 빌려 일어선 타츠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현상을 그녀한테 설명했다.
“으음……제가 듣기로는 단순한 피로인 것 같네요. 하지만 증상만 따지고 보면 마치 초보 마법사가 자기 한계를 모르고 마법을 쓸 수 있는 만큼 써 버렸을 때하고 엄청 닮았어요.”
칼세드니아가 말하길, 마법을 사용할 적에 소비하는 건 마력만이 아니라, 체력도 소비한다던가. 다만, 체력 소모는 마법 행사 경험을 쌓음으로서 줄어든다――다시 말해, 익숙해지는 듯하다.
때문에, 초보 마법사가 한계까지 마법을 사용하면 지금 타츠미의 상황처럼 극도의 피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듯하다.
“하지만 나한테는 마력 같은 건 전혀 없잖아? 게다가 마법 같은 걸 사용한 기억도 없고……그보다, 애초에 마법 같은 건 쓸 수도 없다고.”
“역시 그렇죠…….”
검지 손가락을 턱 밑에 갖다 대며, 칼세드니아가 생각에 잠긴다.
그녀가 신경 쓰고 있는 건 점심식사 후에 타츠미한테서 약간 마력이 느껴졌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 때는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그게 기분 탓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몸을 살펴봤다. 마법사 특유의 마력을 느끼는 감각을 최대한 발동시켜 봤지만, 그래도 역시 타츠미한테서는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주인님한테는 마력이 전혀 없네요…….”
“뭐,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아무 것도 안 생겨. 그것보다 오늘 계획한 대로 물건을 좀 둘러보러 갈까?”
칼세드니아하고 나눈 약속은 같이 사는데 필요한 가구나 식기 같은 생활 필수품을 도시에서 같이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주인님이 피곤하시다면 무리해서 갈 필요는 없다구요? 집 준비가 끝날 때까지 아직 여유도 있으니까요.”
칼세드니아한테 온 카신의 보고로는 집을 손질하는데 사흘 정도 필요하다는 모양이다. 그동안 가구 같은 걸 준비하면 되니까 굳이 오늘 반드시 물건을 사러 가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제 할 것도 없고 말이야. 괜찮다면 좀 더 천천히 도시 모습도 살펴보고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 치코랑 같이 있고 싶어.
라는 말을, 타츠미는 곧바로 삼켰다. 그걸 입에 담는 게 뭔가 부끄러워서. 아니, 엄청나게 부끄러워서.
어째선지 갑자기 얼굴을 붉게 물들인 타츠미를 칼세드니아가 루비 같은 눈동자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마치 칼세드니아가 속내를 꿰뚫어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타츠미는 볼을 붉히면서 곧바로 걸어 나갔다.
대체, 누구인 것이냐, 저 남자는.
그는 <<성녀>> 하고 사이좋게 도시를 향해 걸어 나가는 남자의 등을, 마치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가 직접 초대했다고 하는 검은 머리칼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이국의 소년.
특징이라고 하자면 이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머리카락과 눈, 피부 색깔밖에 없는 남자. 힘이 장사인 것도 아닌 것 같고, 뛰어난 마법사인 것도 아니다.
최고 사제가 직접 초청했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더니, 어째선지 하급 신관의 신관복을 입고 부지런히 잡일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도저히는 아니지만, 신분이 높은 인간이 할 행동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크리소프레즈 최고 사제는 저 남자를 이국에서 일부러 초청한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칼세드니아는 저 남자한테 저렇게 기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그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 사실이 그의 분노를 가속시킨다.
만약.
그때까지 그가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머리를 지나가버리고 만다.
만약 크리소프레즈 최고 사제는 저 남자하고 칼세드니아를 결혼시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하지만, 그건 이상하다고 그는 자신을 다독였다.
왕족의 구혼조차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던 칼세드니아다. 그런 그녀가 하급 신관따위하고 결혼하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저 남자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그의 감정은 점점 뒤틀린다.
그리고 동시에, 칼세드니아가 저 남자한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삐걱삐걱 그의 마음을 옥죄인다.
마치 변두리의 창부처럼 남자의 팔에 달라붙는 <<성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러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그때였다.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등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귓가에, 소리 아닌 소리가 들렸던 건.
――차라리 빼앗길 정도라면, 먼저 빼앗아 버리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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