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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Blade Online

《Blade Online》-Free Life-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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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Free Life-


90


이모탈리티 스컬 솔저가 맨 처음에 있던 곳에 녹색빛을 뿜어대는 문이 나타났다. 워프 게이트다.

보스를 쓰러트린 걸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팽팽해져있던 긴장감을 풀고, 피로에 쩌든 표정을 지었다. 이번 전투에서 몇 명의 플레이어가 죽었다. 동료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동료의 이름을 소리치며 울고 있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방금 전, 죽어 버렸던 플레이어 중에 카이바가 있던 걸 떠올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죽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잔뜩 죽었다. 아는 사이였던 카이바도 죽었다.


히익, 하고 나는 한심한 피명을 내지르고 일어나서 시오리를 찾기 시작했다. 시오리는 입구 바로 옆에서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후들후들 종잡을 수 없는 발걸음으로 시오리한테 걸어갔다. 내가 있다는 걸 깨달은 도르아 일행이 말을 걸었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무시하고 말았다. 내 모습이 이상한 걸 눈치 챈 시오리가 “오라버니……?” 라는 말을 했다.


“어, 어…….”


나는 시오리의 등을 향해 손을 뻗어 끌어안았다. 시오리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끌어안고 있는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하진 않았다. 시오리를 껴안은 팔에 힘을 넣는다.

무서웠다. 전투 중엔 필사적이었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공포가 밀려왔다. 그때 내가 늦었었더라면 시오리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카이바처럼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껴안는 내 머리를 시오리가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몸의 떨림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곳에 시오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시오리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줘서 그런 건지. 아마 둘 다겠지.

항상 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그 녀석은 이런 기분인 걸까.


“고마워요……오라버니.”



그 뒤, 플레이어들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해산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도시와 에리어를 탐색하러 가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도저히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오리 일행은 대기시켜 뒀던 멤버한테 탐색을 시키는 모양이다. 커다란 길드는 인원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시오리 일행과 마찬가지로 몇몇 동료를 대기시켜 두는 모양이다.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지만, 일단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PK길드 습격이 있을 걸로 우려됐었지만, 문제없이 공략은 끝났다. 보스룸 앞에 각 길드에서 나온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정찰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모양이다.


현재는 오후 2시. 전투가 개시되고 나서 이미 2시간이나 지나 있던 건가.

게이트를 들어가기 전에 도르아가 공략 축하 파티를 할 테니까 와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기 때문에, 일단 가기로 했다. 근처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라산과 카타나가 자기들도 가겠다고 하길래, 나 말고 다른 몇 명도 오게 됐다.

도중에 가론과 그 동료를 발견했다. 다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뭐라 말을 걸까 하는 생각도 떠올랐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가론은 내가 있다는 걸 깨닫고 눈물을 닦더니,“수고했다.” 라고 말을 걸어 주었다. 억지로 지은 그 미소가 너무나 아파 보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제 12공략 에리어 《버서커 브레이크》는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도 공략조에 의해 클리어 된 것이었다.


클리어를 통해 드롭된 아이템이나 테일은 맨 처음부터 균등하게 배부되기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과 동시에 아이템 박스에 수납되어 있다.

시오리 일행과 헤어진 뒤, 걸어가면서 전리품을 확인하다. 린한테 가게를 사 줬을 때 상당히 많은 테일을 소모했었는데, 이번 보스전으로 꽤나 많은 금액이 들어왔다. 뭐 가게를 사기 전보다는 상당히 적긴 하지만.


아이템 박스에는 보스의 소재 같은 게 꽤나 섞여 있었다. 현재로써는 무기도 방어구도 충분하니까, 이 소재로 뭔가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이템 박스에 여유도 있고, 한동안은 그냥 가지고 있기로 하자. 돈이 부족해질 것 같으면 팔면 되겠지.

돈으로 판다는 생각으로 떠올랐는데, 《이벤트》 3위 입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어떻게 하지……. 마시면 내구력이나 민첩성이 올라가는 강화 계열 드링크나, 장비하면 스테이터스를 올려주는 장식품 같은 여러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 중에 써먹기 힘든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레어 아이템 편성표 같은 곳에 실려 있고, 사고 싶다는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의 아이템이다. …………. 작은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핑크색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그 드링크는 플레이어의 성별을 일시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VRMMO에 통용시킬 수 있는 얘긴데, 플레이어는 골격을 크게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네카마처럼 성별을 가장하는 건 어렵지만……아무래도 이 드링크는 내 몸을 변경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의 시각을 변화시키는 걸로 성별을 전환시키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모양이다. 즉, 실제로는 바뀌지 않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는 성별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것 같다.

솔직히 써먹을 데가 없다. 그냥 카타나한테 팔아 치울까.

그런 식으로 여러 생각을 하며 보스 공략에 대한 일을 머릿속에서 떨쳐낸다. 카이바의 마지막 모습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다른 걸 생각하며 얼버무린다.


류가 죽었을 때에 느꼈던 상실감과 다르게 형용하기 힘든 기분 나쁜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뱅글뱅글 소용돌이친다. 보스의 공격으로 너무나 간단히 죽어버린 플레이어들. 이번 보스 공략에 나왔던 사망자는 지금까지의 공략과 비교해 봤을 때 꽤나 많았던 편인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쳐 왔던 공략 중에서도 몇 명은 죽었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던 공략도 몇 번 있긴 있었다는 모양이지만. 여기까지 공략해 온 플레이어들은 그걸 넘어온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이미 익숙해져버리고 만 걸까. 내가 《블러디 포레스트》에 있는 동안, 여기까지 에리어를 공략해 온 것이다. 익숙해져 있어도 이상하진 않다. 아니면 내 멘탈이 약한 것뿐인 걸까. 공략 축하 파티를 하는 모양인데, 어쩌면 지금의 나처럼 나쁜 감정을 잊어버리기 위해 여는 걸까……. 모르겠다.

린의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진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나한테 용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덜렁이다. 방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세계로 도망칠 정도로 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린의 앞에서만큼은 강한 나 자신으로 있고 싶다.


“다녀왔어.”


관계자용 문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요리를 만들고 있던 린이 손을 멈추고, 이쪽으로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린은 살짝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입을 뗐다.


“다녀오셨어요, 오빠.”



파티 시간까지는 살짝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린과 조금 대화를 나눴다. 보스 공략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카이바가 죽었다는 사실도 얘기했다. 카이바는 가론과 몇 번인가 이 가게에 온 적이 있다.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었기에 얘기를 해 뒀다.

린은 카이바의 죽음을 듣고 한동안 입을 다물다가, 또다시 나를 끌어안았다. 카이바와 린은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 얘기해 본 적도 몇 번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제일 처음 인상은 최악이었고, 사이가 좋아지고 난 뒤로 같이 얘기해 본 경험은 몇 번밖에 없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무척 기분이 나쁘다. 린은 카이바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기보다는,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슬픔보다는 공포라는 감정이 앞서고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껴안고 있는 린의 옆구리를 문지른다. 꺄악 하고 소리를 내는 린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문질러댄다. 부드러운 감촉에 만족한 뒤엔 있는 힘껏 간질여 주었다. 깔깔대는 린이 내 손을 붙잡아 막으려고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간질인다. 결국엔 린은 너무 많이 웃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살짝 너무 심한 감이 있다.


“좋아. 슬슬 나갈 시간이야.”


쓰러져 있는 린을 일으켜 세운다. 린은 한동안 원망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곧바로 늘 짓는 표정을 짓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정말 문질문질 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뭐, 싫어하진 않지.”

“밤에 같이 잘 때도 맨날 문질러대구.”

“하하.”

“분명 시오리 씨한테도 문질렀겠지?”

“하하…….”

“변태.”








다음날, 시오리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내 모습을 여러 플레이어들이 봤던 걸 떠올리고 침대에 베개를 파묻으며 아등바등 거리게 될 줄은, 그때 나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질문질은 역시 멋지다고 나는 재차 확인하게 된 것이었다.

변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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