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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제 6화 『절단 마법』
그 사건이 끝나고 며칠 후, 타츠미는 쥬젯페와 함께 그의 집무실에 있었다.
오늘은 쥬젯페의 마법 강좌가 있는 날이며, 거기서 타츠미는 지난번 지팡이 사건을 쥬젯페한테 상담한 것이다.
물론 자택이라고는 해도 정원에서 칼세드니아를 반쯤 벌거벗긴 건 비밀로.
그곳에서 타츠미한테서 일련의 얘기를 들은 쥬젯페는 잘려 나간 지팡이 끝부분을 손에 쥐고 흥미롭다는 듯이 찬찬히 쳐다봤다.
“호오, 이건 또……꽤나 깔끔하게 절단됐구먼.”
지팡이의 절단면은 마치 잘 제련된 광석처럼 반들거리고 있었다. 적어도 평범한 목재를 베어내기만 해선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
타츠미한테서 며칠 전 사건을 들은 쥬젯페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처럼 그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래서, 칼세는 이게 제 마법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햇는데요……실제로 <하늘>의 마법으로 이런 게 가능한가요?”
“그렇구먼……음, 잠깐 기다려 보게나.”
길게 늘어트린 하얀 수염을 매만지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쥬젯페는 뭔가 떠올렸다는 듯이 그의 집무실에 있는 수많은 책이 꽂아져 있는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것저것 책을 꺼내서 펄럭펄럭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이윽고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고 타츠미 앞으로 돌아왔다.
“이걸세, 이거. 이 책의 기록에 따르면 말이네, 선대 <하늘>의 마법사인 테트 자임은 애용하는 무기로 나무든 바위든 뭐든지 잘라냈다, 라는 문헌일세.”
아마 그 책은 젊은 날의 쥬젯페가 <하늘>의 마법에 관해 모아 놨던 자료 중 하나이리라. 꽤나 낡은 그 책은 확실히 쥬젯페가 말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기록은 신용할 수 있는 건가요?”
“사위가 말하는 대로일세. 이 책은 테트의 사후, 꽤나 시간이 지난 다음 기록된 것이니 말일세. 모든 걸 그대로 신용할 수는 없을 테지. 하지만 말이네, 테트가 애용했다고 알려진 무기라면 지금도 현존하고 있다네.”
“저, 정말인가요? 혹시, 이 신전에 있다던지?”
“아니, 유감스럽게도 여긴 아닐세. 그 무기는 태양신 골라이바의 신전에 보존되어 있지.”
《대마도사》 테트 자임이 살아있던 건 지금부터 약 500년 정도 전이라고 한다. 현대 일본에서도 그것보다 오래된 물건이 남아 있는 경우는 종종 있기 때문에, 《대마도사》가 애용했던 무기라는 게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으리라.
게다가 이 세계에는 마법이 존재한다. 마법을 사용하면 500년이든 1000년이든 썩히지 않고 보존할 수 있을 게 틀림없다.
“테트 자임의 사후엔 그 누구도 쓸 수 없던 모양이네만. 전쟁의 신이기도 한 골라이버의 신전에 《대마도사》가 죽은 후 수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네. 하지만 같은 <하늘>의 사용자인 사위라면, 어쩌면 그걸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먼.”
허허허, 하고 즐겁다는 듯이 웃는 쥬젯페. 그러는 타츠미도 《대마도사》가 남겼다고 하는 무기에는 흥미가 일었다.
이것은 이른바 「전설의 무기」라는 게 아닐까. 그 무기를 정말로 자신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실물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 타츠미였다.
“어디, 화제를 되돌리도록 하겠네. <하늘> 계통으로 『절단』이 가능한가 어떤가, 였을 테지?”
쥬젯페가 다시 그렇게 화제를 꺼냈다.
방금 전 타츠미가 봤던 책 외에도 《대마도사》가 뭔가를 베어냈다고 하는 설화는 상당히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사실로 보아 쥬젯페는 《대마도사》가 어떠한 절단 계열 마법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방금 전에도 말했던 《대마도사》가 사용했다고 하는 무기로 보건대, 절단에 적합한 무기는 아니었으니 말이네. 일단 틀림없이 어떠한 절단 마법을 썼던 것일 테지.”
“예? 《대마도사》의 무기는 검이 아니었던 건가요?”
「전설의 무기」와 「벤다」 라는 두 단어에서 타츠미는 망연히 그 무기가 검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쥬젯페가 지금 꺼낸 말투로 보아 그 「전설의 무기」는 검이 아닌 듯하다.
“그래, 검이 아닐세. 오히려 언뜻 봐서는 무기라고 볼 수 없는 물건이지. 그렇군,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편이 빠르지 않겠나. 뭘, 골라이버 신전의 최고 사제——부가랭크 녀석도 한 번 자네와 만나고 싶어했으니 말이네. 자네와 만나게 하는 걸 조건으로 내세우면 간단히 보여 줄 테지.”
여전히 즐겁다는 듯이 웃는 쥬젯페였다.
그날 강의를 마친 타츠미는 서바이브 신전 안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가 가고 있는 곳은 신관 전사의 수련장. 지금부터 다른 신관 전사들과 함께 무술 수련이 있는 것이다.
수련장을 향해 걸어가는 타츠미의 시야 구석에 잡무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 하급 신관 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하급 신관들은 대량의 장작을 등에 짊어지고 어딘가로 옮기고 있는 도중인 듯했다.
하급 신관들의 그 모습을 타츠미는 그리운 마음으로 쳐다봤다.
상급 신관이 되고 정식으로 신관 전사이기도 한 지금의 그는 당연히 하급 신관 같은 잡무는 맡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신전에 막 왔을 때——아니, 이 세계에 막 왔을 때의 타츠미도 저 하급 신관들과 마찬가지로 잡무를 맡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보가드 씨, 잘 계시려나? 상급 신관이 되고 나서 한 번도 못 뵀는데…….”
하급 신관의 정리역을 맡고 있는 보가드. 그와는 하급 신관 시절엔 곧잘 얼굴을 마주했으나, 상급 신관이 되고 나서는 만나지 않게 되고 말았다.
직무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얼굴이라도 비출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타츠미가 다시 발을 내딛었을 때.
다시 그의 발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타츠미는 점점 멀어지는 하급 신관들의 등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것은 처음으로 타츠미가 장작 패기를 했을 때의 일이다.
닫연히 인생에서 처음으로 장작 패기라는 행위를 해 봤는데, 그때는 장작이 생각 외로 간단히 조각 났다.
그때는 세계를 뛰어넘은 걸로 인한 어떠한 초월적인 힘이 작용했던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 뒤엔 바로 신관 전사로써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했으며, 쥬젯페한테서 마력 봉인 팔찌를 빌렸기 때문에 장작 패기도 첫날처럼 간단히 해낼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엔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으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명백하게 이상하다.
그의 마법 계통인 <하늘>은 이동에 특화된 계통이며 그 성질은 시간과 공간에 작용하는 마법이다. 그런데 그때 장작은 세게 힘을 넣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간단히 쪼개졌던 것이다.
“……혹시, 그때부터 벌써……?”
<하늘>에 있다고 하는 절단 계통의 마법. 어쩌면 타츠미는 예전부터 그 마법의 편린을 보이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타츠미의 강좌가 끝나고, 쥬젯페는 평상시처럼 집무실로 돌아왔다.
당연히 최고 사제라는 입장은 매우 바쁘다. 신전 내에서 치러지는 여러 사안들을 결정하는 일이나, 다른 신전에서 들어오는 편지에 대한 답장. 그리고 교회 측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유력한 신자들과의 면담.
그런 바쁜 일상 속, 타츠미의 강좌는 쥬젯페한테 있어선 딱 좋은 휴식 시간이었다.
강좌 중간에 타츠미와 나누는 편안한 대화. 이쪽 세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나, 반대로 타츠미가 있던 세계의 얘기 등은 쥬젯페한테 있어선 무척 즐거운 시간인 것이다.
게다가 타츠미는 매우 긍정적인, 실로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다. 가르치는 걸 그대로 실천하고, 때로 쥬젯페의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까지 해 보인다.
“정말로 그 녀석은 나를 즐겁게 해 주는구만.”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면서 쥬젯페는 방금 전 자신의 애제자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늘>의 절단 마법이라……그 녀석이 정말로 그 절단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선대 <하늘>의 마법사였던 테트 자임의 설화는 수많은 전설로써 남겨져 있다.
하지만 그건 그의 활약을 각색하고, 과장된 것들이 대부분이리라.
「이야기」로써의 즐거움을 부여하기 위해, 다소의 각색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 어떠한 절단 마법이 있을 거라고 쥬젯페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타츠미가 증명해 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타츠미의 스승으로써, 또한 그의 가족으로써, 타츠미의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는 쥬젯페.
하지만 최고 사제의 은밀한 즐거운 시간은 갑자기 끝을 고했다.
왕궁에서 찾아온 사자가 지금 당장 쥬젯페를 포함한 네 교단의 최고 사제한테 긴급 소집을 통보한 것이다.
그리고 서둘러 왕궁으로 간 각 최고 사제들한테 국왕과 왕국의 대신들은 중대한 사건을 알렸다.
즉, 거대한 비룡이 이 왕도 레반티스를 향해 이동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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