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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제 5화 『지배 역전』
칼세드니아를 끌어안고 허둥지둥 집 안으로 들어간 타츠미. 집 안으로 들어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타츠미는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칼세드니아를 놔 주었다.
물론 노출되어 있는 그녀의 가슴은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리고 그런 칼세드니아는 어딘가 아쉬워 하는 듯하면서도 찢어진 옷을 갈아 입었다.
“……결국,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으음……역시, 서방님의 마법……<하늘>의 마법이 관여된 건 아닐까요?”
“글쎄? <하늘>은 이동 특화 마법이니까……그런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옷을 다 갈아입고 한숨 돌린 후 자택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방금 전 현상의 원인을 생각하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타츠미가 말한 것처럼 그의 마법 계통인 <하늘>은 《순간 이동》 마법이 대표하듯이 이동에 특화된 계통이다.
그가 쓸 수 있는 마법 중에는 《마력격》이라고 명명한 공격 계통 마법도 있다. 검이나 주먹에 마력을 둘러서 그걸 단숨에 터트리는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그건 꼭 <하늘>의 마력일 필요는 없다. 어떤 계통의 마력이든 마력을 직접 다루면 가능한 것이다. 다만 마력을 직접 다룬다는 것이 좀처럼 자주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력격》보다 훨씬 효율적인 영창 마법이 달리 몇 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설로 내려오는 <하늘> 마법이지만, 그 실체는 전승이나 동화 속에 나올 정도의 화려한 효과를 가진 건 아니다. 그 사실에 대해서 타츠미는 예전에 쥬젯페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의 마법 스승인 쥬젯페가 말하길, <하늘>은 아마 오랜 기간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마법 내용을 아는 자는 적을 것이다. 그리고, <마>에 대해서는 <성>이나 <빛>보다도 더욱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한 특징들이 오랜 세월 동안 「신성화」 됨으로써 전설로 불리게 된 것이리라,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늘>에는 직접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는 효과는 없을 거라고 보는데 말이야.”
“전래 동화에선 <하늘>의 공격 마법은 빈번히 등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래 동화 속 얘기니까요……하지만 서방님의 마법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어쩌면 뭔가 새로운 효과가 발동된 걸지도 모르는걸요?”
“하하하. 그러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도 너처럼 공격 마법 같은 걸 써 보고 싶기도 하고.”
확실히 타츠미의 <하늘>은 방법과 상황에 따라선 강력한 마법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겉으로 볼 때 멋진 공격 마법에 동경을 품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목검으로 지팡이를 벤 게 정말로 <하늘>의 마법이라면……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마력 제어에 신중을 기해야겠는데.”
다행히도 이번엔 베였던 것이 지팡이나 옷뿐이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더라면 칼세드니아한테 부상을 입혔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근엔 상당히 마력 제어에 익숙해진 타츠미지만, 그래도 칼세드니아나 쥬젯페의 영역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만약 정말로 방금 전 현상이 <하늘>의 마법이라면 지금보다 더 마력을 다루는 데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엄청난 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앞으로 검도 마법도 좀 더 노력해야겠네, 하고 결심을 새롭게 다진 타츠미였다.
「굶주림」을 채우는 감각. 그건 비룡 안에 깃든 그것을 크게 기쁘게 했다.
충족된 「굶주림」은 더욱 커다란 「굶주림」을 부른다. 빙의된 비룡이 「만족」이라는 감각에 휩싸이지 않도록 늘 그것이 새로운 「굶주림」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비룡은 매우 탐욕적인 마물이었다.
먹을 수 있는 먹잇감은 뭐든지 먹는다. 땅을 달려가는 야수든, 하늘을 나는 새든, 살아있든 죽어있든. 비룡한테 붙잡히면 그저 잡아 먹힐 뿐.
사납고 포식적. 그것이 비룡이라는 마수인 것이다.
지금도 적당한 크기의 새를 공중에서 붙잡아 하늘을 날면서 우득우득 씹어먹는다. 비룡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튼튼한 턱은 어떤 것이든 부숴버리고 만다.
비룡 안에서 솟아 오르는 새로운 욕망은 비룡에 붙어 있던 그걸 기쁘게 했다.
좀 더, 좀 더. 더 크나큰 욕망을. 그것은 그렇게 바라며 비룡의 「굶주림」을 더욱 자극한다.
「굶주림」이 자극된 비룡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더니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하늘을 날아갔다.
새롭게 솟아오른 욕망을 느끼고 그것은 싱긋 하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비룡이 무작정 식욕에 따라 사람이라 불리는 생물들의 집단에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한테 있어서 사람은 어떤 의미로 천적이었다. 사람한테 있어서도 그것과 그것의 동포들은 천적이지만, 반대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마법이라는 기술을 갖고 있다. 실체를 갖고 있지 않은 그것과 그것의 동포한테 있어서 유일한 무기가 되는 기술을.
마수 안에도 마법과 매우 비슷한 특수 능력을 지닌 종류도 있지만, 그런 마수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 중에는 마법을 쓰는 사람이 그럭저럭 있고, 게다가 그것을 사냥하기 위한 기술이나 지혜를 축적해 두고 있다.
따라서 동포 중에서도 어지간히 강한 개체가 아닌 한, 사람의 집단에는 다가가지 않는다.
확실히 사람이 품고 있는 욕망은 야생 마물이나 동물보다도 질이 좋으며 맛이 좋다. 하지만 자신을 위험에 끼치게 하면서까지 빙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재 이렇게 그것은 납득이 가는 「먹이」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비룡의 감각을 절묘하게 조작하면서 더욱 「굶주림」을 자극했다.
좀 더 강렬한 욕망을 맛보기 위해서.
타츠미는 손에 쥐고 있던 것——잘려나간 지팡이 끝부분을 툭 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역시 여기서 둘이서 얘기해 봐도 결론은 안 나오네.”
“그럼 할아버님께 상담해 보시는 건 어떠시겠어요?”
“그래. 이런 건 쥬젯페 씨한테 상담하는 게 제일이지.”
쥬젯페라면 이번에 이 현상에도 뭔가 짐작 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짐작 가는 부분이 없더라도 그라면 인맥 등을 활용해서 이것저것 조사해 주리라.
어찌 됐건 한 교단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 지식이나 인맥은 타츠미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평소 넉살 좋은 할아버지 같은 행동거지와 칼세드니아의 할아버지라는 점 때문에 타츠미는 무심코 그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말지만.
“할아버님이라면 <하늘>의 전승 같은 것도 잘 알고 계시니까, 분명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쥬젯페 씨는 예전에 <하늘>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시기가 있다고 했던가?”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그게, 어렸을 적부터 <하늘>이라는 계통에 동경심을 품고 있었는데 자기 나름대로 이것저것 조사해 본 시기가 있었다던가요. 지금에 와선 젊은 날의 혈기였다고 말씀하셨지만요.”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옛날 얘기를 떠올리고 칼세드니아는 쿡쿡 하고 웃었다.
타츠미도 또한 쥬젯페한테서 듣는 마법 강좌 때, 스승의 과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전래 동화나 전설 등에 등장하는, 선대 <하늘>의 마법사 테트 자임.
《대마도사》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테트한테 동경심을 품은 젊은 날의 쥬젯페는 그한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하늘>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연구했다고 한다.
쥬젯페가 <하늘>에 관해 이것저것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최고 사제라는 입장 상의 이유도 있지만, 그런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다음번에 있을 쥬젯페 씨의 강의 때 오늘에 있던 걸 얘기해 볼게.”
“그럼 이 건에 관해선 여기까지 해 두고, 저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할게요.”
“응, 빨리 좀 부탁해. 아침 식사 전에 수련을 했더니 사실은 배가 텅텅 비었거든.”
타츠미가 과장스레 자신의 배를 쓰다듬자, 칼세드니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금방 맛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 드릴 테니까요.”
“네가 만드는 요리는 맛이 없던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매번 나는 계속 기대하고 있어.”
타츠미의 그 말을 듣고 칼세드니아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뭐가 됐건, 타츠미한테 칭찬을 받았다는 것은 그녀한테 있어서 최고의 행복인 것이다.
“그럼 서방님의 그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해 보일게요.”
살짝 애교 섞인 동작으로 한 차례 절을 한 칼세드니아는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 건 그녀가 부엌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술렁, 하고 솟아오르는 욕망. 그 욕망을 빨아들이면서 그것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계속해서 솟구치는 「굶주림」이라는 이름의 욕망. 그건 괜찮다. 그렇게 되도록 그것이 조작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굶주림」은 이상하다.
아무리 비룡이 포악하고 탐욕스럽다 하더라도, 그것이 더 큰 욕망이 솟구치도록 자극하고 있다 하더라도, 생물인 이상 한계는 있다. 언젠가 「굶주림」은 「배부름」으로 바뀌는 법이다.
하지만 비룡에서 「굶주림」은 그칠 줄을 몰랐다.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욕망. 그것을 빨아들이면서 그것은 당황해 하고 있었다.
너무 거대하다. 솟구치는 욕망이 너무 거대하다. 이대로는 반대로 자신이 비룡의 욕망에 휩쓸리고 만다.
생물의 욕망을 식량으로 삼는 그것이지만, 때로는 역전 현상 같은 것이 일어날 수도 있다.
빙의된 생물이 끌어안은 욕망이 너무나 거대했을 때, 솟구친 욕망 쪽이 그것을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의 제어를 벗어난 생물은 그저 단순히 솟아오르는 욕망만을 위해 움직이는 지극히 위험한 생물로 변한다.
마수도 아니거니와 마물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광수(狂獣)라고 불러야 할 욕망에 충실한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
계속해서 흘러 넘치는 욕망에 능욕당하면서 그것은 자신이 무엇에 빙의한 것인지를 겨우 깨달았다.
즉, 용의 이름을 부여 받은 것. 이 세계에 있어서 누구나 다 최강으로 인정하는 생물들.
그것——사람이 <마>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서도 최하위에 가까운 그 개체는 용이라는 생물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만약 그것이 좀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만약 그것이, 좀 더 힘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었더라면.
용족에 빙의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리라.
용족이 품고 있는 욕망은 단순한 만큼 매우 강력한 것이다. 그야말로 반대로 <마>조차 삼켜버릴 정도로.
「굶주림」이라는 이름의 욕망에 휩쓸려 자신의 존재가 점점 옅어져 가면서, 그것은 그 사실을 소름 끼칠 정도로 깨닫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깨달았을 땐 너무 늦었다. 이미 그것의 의식은 거의 없었기에.
<마>에 의해 비대화 된 「굶주림」은 <마>의 의식이 사라져도 비룡 안에서 끊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는 비룡 내부에 계속 깃들어 있다. 그저 단순히 그때까지는 <마>가 비룡의 의식을 제어하고 있었지만, 그 제어가 사라진 상태인 것이다.
말하자면 고속 도로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가는 차 운전수가 어떠한 이유로 의식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제어를 잃은 차는 폭주를 계속하다 머지 않아 사고를 일으키리라.
원래대로라면 비룡한테도 의식이나 본능이라는 게 있으며, 섣불리 위험한 곳에 다가가거나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비룡은 다르다. 비대화 된 욕망——식욕——에 휩쓸릴 뿐인, 매우 위험한 폭주 기관차로 변하고 말았다.
식욕에 지배된 비룡은 붉고 기이한 빛을 쐰 두 눈동자로 새로운 마물을 계속 찾았다.
그리고 그 붉은 눈동자가 비춘 것. 그것은 어느 생물의 둥지였다. 크기 자체는 작긴 하지만, 수많은 생물이 그 둥지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비룡은 그 생물을 먹기 위해 둥지를 습격했다. 비룡이 그 둥지 안에 있던 생물을 전부 먹어 치우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비룡의 식량으로 변한 생물의 둥지. 그것은 「인간」이라 불리는 생물들이 무리를 지어 살기 위해 만든 「마을」이라 불리는 둥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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