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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제 4화 『준동』
탕, 하는 메마른 소리가 이른 아침 주택가의 한 구석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소리는 한 번만 울린 게 아니었다. 탕, 탕, 탕 하고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몇 번이나 울려 퍼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리듬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간격이 생겼나 싶으면 타타타타타타탕 하고 연속으로 들려올 때도 있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단련용 목검과 방패, 그리고 목제 지팡이가 부딪히는 소리다.
목검을 쥐고 있는 건 물론 타츠미. 그리고 지팡이를 사용하고 있는 건 칼세드니아였다.
장소는 그들의 집 정원. 그들의 집 정원은 상당히 넓어서 무기를 휘두르며 단련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다. 게다가 구석에는 작은 헛간까지 있지만, 지금은 거기서 기르고 있는 기수용 동물은 없다.
이른바 후방직인 칼세드니아지만 그래도 무기를 이용한 접근전도 상당히 능숙하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타츠미보다도 훨씬 무기를 잘 다루리라.
그런 칼세드니아의 손 안에서 그녀의 키 정도 되는 지팡이 홱 하고 회전하더니 후웅후웅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지팡이 끝부분이 복잡한 궤도를 그리면서 목검과 방패를 쥔 타츠미한테 달려든다.
발 밑에서 올라오는 듯한 지팡이의 궤적을 어떻게든 읽어낸 타츠미는 몸과 그 궤적 사이에 방패를 끼워 넣었다.
방패 위에서도 분명히 느껴지는 무거운 충격. 그 충격에 버티기 위해 타츠미는 하반신에 힘을 넣고 땅을 세게 밟았다.
하지만 타츠미의 방패 표면을 지팡이로 세게 내리친 칼세드니아는 다시 지팡이를 홱 하고 회전시키더니 이번엔 그 끝부분을 창처럼 내질렀다.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는 타츠미. 그래도 어떻게든 목검으로 방어를 시험해 봤으나 타이밍을 놓쳤다.
지팡이 끝부분이 타츠미의 오른쪽 어깨를 힘차게 내리 찍었다.
“큭!!”
타츠미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에 느껴지는 격통을 버티면서 타츠미는 왼손에 장비한 방패를 칼세드니아한테 힘껏 내질렀다.
하지만 방패를 사용한 공격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재빠른 속도로 지팡이를 되돌린 칼세드니아가 지팡이를 지지대로 이용해 공중을 맴돌고 있던 것이다.
딱 장대 높이 뛰기의 요령이다. 물론 도움닫기가 거의 없었기에 장대 높이 뛰기 정도의 높이로는 뛸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타츠미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보이는 무방비 상태의 정수리리를 향해 칼세드니아는 회전력을 이용한 지팡이의 일격을 내리쳤다.
정수리로 다가오는 일격을 느낀 타츠미는 어떻게든 그 일격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목을 비틀었다.
내리쳐진 지팡이는 타츠미의 귀를 살짝 긁고 그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
타츠미는 고통 때문에 목도를 떨어트리고 그곳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칼세드니아는 허둥지둥 타츠미한테 달려갔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바, 바로 치료해 드릴게요!”
주저앉은 타츠미의 옆에 무릎을 꿇은 칼세드니아는 곧장 치유 마법 영창을 개시했다. 마법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타츠미의 어깨에서 격통이 거짓말처럼 가셨다.
“아—, 젠장. 아직 너한테는 못 당하겠는걸.”
“아뇨, 서방님도 상당히 실력이 느셨어요. 서방님이 강해지셔서 저도 힘조절하기가 힘들어져서……무심코 힘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칼세드니아. 물론 두 사람은 싸우고 있던 게 아니라 단순히 아침 조련을 하고 있던 것뿐이다.
아직 칼세드니아한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은 타츠미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대로 상당히 강해졌다. 힘조절이 어려워졌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이걸로 봐선 타츠미가 칼세드니아의 접근전 기량에 따라붙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칼세의 지팡이……라고 해야 하나, 봉술은 변환 방식이 자유자재하다니까.”
일본의 어느 봉술 유파에는 「찌르면 창, 휘두르면 언월도, 쥐면 태도(太刀). 지팡이는 변화무쌍하리니」 라는 말이 있다.
쓰는 사람에 따라서 창술은 어떤 것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며, 결코 검이나 창에 뒤지는 무기는 아닌 것이다.
왼쪽 어깨 외에도 치유 마술을 걸어준 칼세드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떨어져 있던 타츠미의 목검을 주워 그걸 그한테 건넸다.
“어떻게 하실래요? 더 하시겠어요?”
“물론이지. 이번에야말로 너한테 이겨볼 테니까 말이야!”
“네, 그 마음가짐이에요.”
두 사람은 무기를 쥐고 대치한다. 그리고 인사 대신 서로의 무기를 가볍게 치더니, 그대로 또다시 격하게 무기를 주고 받았다.
그것은 굶주려 있었다.
이미 오랜 기간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것은 굶어서 사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굶주림을 충족시키는 것이 지금의 그것에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일이었다.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 사이를 맴돌면서 그것은 식사를 계속 찾았다.
며칠이고 며칠이고. 나무들 사이를 맴돌면서 자신의 굶주림을 채워줄 존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겨우 찾아냈다.
나무들 사이에 거대한 몸을 눕히고 있던 것. 그것도 또한 심하게 굶주려 있었다.
「굶주림」이라는 극심한 욕망——생존 본능에 기반한 생물이 가진 가장 강력한 욕망 중 하나——를 품은 그것한테 그것은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표적에 다가간 그것은 천천히 그것 안으로 침입한다.
갑자기 격렬한 욕망이 그것을 덮친다. 「굶주림」이라는 강렬한 욕망이 그걸 격하게 뒤흔든다.
욕망이 점점 그것의 안쪽을 채워간다. 그것의 굶주림을 충족시켜 간다.
오랜만에 맛보는 그 식사에 기뻐하면서 그것은 더더욱 욕망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아무리 욕망을 빨아들여도 그것의 욕망은 줄어들 줄을 모른다. 그것이 품고 있던 「굶주림」은 그 정도로 강렬했던 것이다.
단숨에 배가 가득 찬 그것은 지금도 계속 흘러나오는 강렬한 욕망에 너무 기쁜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강렬한 욕망은 언제까지나 자신을 만족시켜 주리라. 그리고 이 강렬한 욕망을 더욱 자극해서 더더욱 맛있는 식사——욕망으로 만든다.
그렇게 생각한 그것은 솟아오르는 「굶주림」이라는 욕망을 자극했다.
부르르, 하고 그것의 거체가 떨렸다. 그리고 그때까지 파란색이었던 그것의 눈이 기이한 붉은색으로 변화한다.
튼튼한 턱을 움직여 그곳에 나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탁탁 맞부딪치게 만든다.
거체에 비교해 보면 작은,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을 구비한 다리가 바쁘게 움직이며 거대한 날개가 공기를 찢는다.
붕, 하고 바람을 일으키며 그 거체가 하늘로 올라간다. 가늘고 긴 꼬리를 천천히 휘두르면서.
온몸이 검은 갑옷으로 둘러싸인 그것. 붉게 물든 거대한 눈이 「굶주림」을 채우기 위한 먹이를 하늘에서 찾는다.
마치 하늘이 제 것인 양 날아가고 있던 그것은 아래쪽에 있던 밀림 안에 거대한 야수가 있는 걸 찾아냈다.
거대하다 하더라도 인간을 기준으로 놨을 때의 얘기며, 그것과 비교해 보면 적절한 크기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딱딱 송곳니를 맞부딪치면서, 그것——인간들이 비룡(飛竜)이라 부르는 존재는 하늘 위에서 단숨에 하강하여 그 야수한테 달려들었다.
밑에서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칼세드니아의 지팡이 타츠미의 목검을 쳐올렸다.
벌써 몇 번이나 본 칼세드니아의 지팡이 궤적. 다음 그녀의 지팡이는 창이 되어 자신의 가슴을 노리리라.
타츠미는 머리 위로 튀어 올라간 오른팔에 힘을 넣어 예측한 대로 자신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지팡이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대검을 내리쳤다.
대검은 지팡이가 그의 가슴을 찌르기도 전에 지팡이를 타격해 궤적을 흐트러트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칼세드니아도 그 동작을 예측하고 있던 건지 재빨리 지팡이를 되돌리더니 다시 찌르기 자세로 들어갔다.
내질러진 지팡이가 최고 속도로 도달하기 전에 방패로 타격한다. 그렇게 선택한 타츠미는 칼세드니아가 지팡이를 내지르기도 전에 그녀한테 달려들었다.
거리가 줄어들어 기세가 담기지 않은 칼세드니아의 지팡이. 그 지팡이가 타츠미의 방패에 격돌했다.
그리고 지팡이가 방패의 표면에 도달한 순간, 타츠미는 방패의 표면 각도를 교묘하게 변화시켜 지팡이의 끝부분을 윗부분으로 튕겨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또 한 걸음. 타츠미는 칼세드니아한테 파고 들었다.
지팡이의 사정거리는 검보다 넓다. 따라서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지 않으면 칼세드니아한테 검이 닿지 않는다.
고작해야 한 발자국, 하지만 한 발자국. 지금의 타츠미한테는 이 한 발자국을 좁히는 것이 아직 어렵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지팡이는 위쪽으로 올라가 있다. 그 틈을 찔러 타츠미는 그 한 발자국을 돌파해 드디어 자신의 검의 사정 거리 안으로 칼세드니아를 들여 보냈다.
하지만 칼세드니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위쪽으로 튕겨 나간 지팡이를 억지로 되돌리지 않고 반대로 흐름을 이용해 지팡이를 회전. 방금 전과는 반대쪽 끝부분이 밑에서 후욱 하고 공기를 가르면서 타츠미를 덮친다.
발 밑에서 턱 끝으로 다가오는 지팡이의 궤도. 타츠미는 그 궤도를 확실히 피악했다. 폼으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칼세드니아와 수련을 거듭하고 있던 게 아닌 것이다.
타츠미는 오른손에 쥔 검으로 밑에서 내려오는 지팡이를 막아냈다. 탕,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목검과 곤봉이 격돌하——는 줄 알았으나, 어째선지 타츠미는 턱에 충격이 내달리는 걸 느꼈다.
“…………어?”
목검과 지팡이가 충돌하는 소리가 아니라 턱에 충격만이 남았다. 그건 즉, 타츠미의 검을 빠져 나온 칼세드니아의 지팡이가 타츠미의 턱에 타격을 준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타츠미는 턱의 고통을 참아내면서 눈앞에 있는 칼세드니아를 봤다.
하지만 정작 칼세드니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끝부분이 도중에 뚝 하고 절단되어 3분의 2 정도 길이로 된 지팡이를.
“어, 어라……?”
타츠미도 또한 그녀의 지팡이를 봤다. 방금 전 자신을 덮치려 했던 지팡이의 끝부분은 마치 예리한 날붙이로 절단된 것처럼 잘려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잘려 나간 지팡이의 끝부분이 기세에 못 이겨 타츠미의 턱에 격돌한 듯하다. 문제의 끝부분은 그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
“어, 어라……?”
“이, 이건 서방님께서……?”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목검으로 『베는』 짓은 무린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두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찌직 하는 작고 메마른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칼세드니아의 상반신 옷에 선이 그어졌다.
지금, 두 사람도 수련 중이기에 기능성을 중시한 옷을 입고 있지만, 갑옷까지는 착용하고 있지 않다.
그런 칼세드니아의 매우 평범한 옷. 그곳에 선이 그어지더니, 거기서 약간이나마 그녀의 하얀 피부가 엿보였다.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걸 주시하고 마는 건 타츠미도 역시 젊은 청년이기에 그런 것일까. 최근엔 완전히 익숙해진——결코 『질린』 게 아니다——부인의 피부지만, 아직 남편의 흥미를 끄는 듯하다.
그리고 선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엔 옷의 안쪽 압력에 패배해 칼세드니아가 가진 두 개의 봉오리가 출렁 하고 튀어나왔다. 튀어나오고 말았다.
“흐에에에에에에에!?”
“우, 우와아아아아아!?”
이걸 보고 허둥댄 건 칼세드니아 본인보다도 타츠미 쪽이었다.
여기가 자택 정원 안이라고는 해도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정원인 것이다. 다행히 시간대가 빠른 것도 있어서 근처를 걸어다니던 사람도 적었고,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를 쳐다보던 사람들도 적었다.
그래도 누가 언제 볼 지 모른다. 사랑하는 부인의 피부를 봐도 되는 건 자신뿐이라는 소심한 독점욕을 발휘해 타츠미는 허둥지둥 그녀의 가슴을 가렸다.
자신의 두 손바닥으로.
그건 마침 정면에서 칼세드니아의 가슴을 두 개나 붙잡는 듯한 형태였다. 물론 타츠미는 의식해서 취한 행동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허둥대다가 무심코 「저지르고」 만 것이다.
“………………………………앙.”
부인의 입에서 색기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타츠미는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새벽 시간대, 자신의 집 정원에서 노출된 부인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지금 타츠미는 그렇게 보일 게 틀림없다.
확실히 말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더욱 허둥지둥 대던 타츠미는 곧장 칼세드니아를 품 속에——이른바 공주님 안기——끌어안더니, 전속력으로 집 안으로 달려갔다.
이때, 타츠미한테 안긴 칼세드니아의 얼굴은 새빨갰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슴을 노출시킨 수치심 때문에 새빨갰던 건지, 아니면 남편한테 끌어안긴 기쁨 때문이었던 것인지.
그걸 아는 건 본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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