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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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 1화 『새해』
시간이 흘러, 랄고필리 왕국 곳곳에 쌓여 있던 눈도 점점 녹아가기 시작한 계절.
이 눈이 녹기 시작하는 시기에 랄고필리 왕국은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이 나라에는 특정한 날짜에 생일을 정하는 풍습은 없는 모양이라, 왕후 귀족들부터 서민들까지 해가 바뀔 때마다 국민들이 다 같이 나이를 하나씩 먹는다.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도 한 살을 더 먹게 되어, 새해를 맞이하면 타츠미가 17살, 칼세드니아가 20살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타츠미가 칼세드니아한테 소환되어 이 세계에서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냈다는 것도 의미하고 있었다.
“신년제?”
“네. 눈이 녹는 계절과 새로운 해를 맞은 걸 축하하는 이 나라의 축제에요.”
눈이 적어진 왕도의 도로를 걸어가면서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질문에 대답했다.
여전히 찰싹 몸을 달라붙이며 걸어가는 두 사람.
맨 처음엔 《성녀》와 금슬 좋게 함께 걸어가는 타츠미의 모습을 사람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도에서 이 모습은 사람들의 눈에 익은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도 찰싹 달라붙어 걸어가는 두 사람을 왕도의 사람들은 따뜻한 시선으로――개중에는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바라보며, 흐뭇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때로는 비야낭거리는 소리도 들려오지만, 이미 타츠미한테도 익숙한 일상이다.
칼세드니아가 타츠미를 소환한 걸 계기로 시작된 이쪽 세계에서의 생활.
타츠미는 신전에서 신관으로써의 책무를 다하고, 신관 전사로써 수련을 거듭한다.
마수 사냥꾼으로써는 자독이나 미루일과 함께 왕도 근처나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서 마수를 사냥하며 팀원들과의 연계 실력을 높이는 것과 함께 지갑도 점점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타츠미 일행도 마수의 소재를 이용한 무구를 착용하게 되어, 실력으로 봐도 장비로 봐도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날엔 이렇게 자신의 소중한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새해를 축하하는 축제……라. 살짝 기대되는데.”
“네. 매년 국왕 폐하의 새해 선언과 함께 축제가 시작되고, 축제는 3일 간 밤낮으로 이어져요.”
“오, 3일이나 축제를 하는구나. 구체적으로는 뭘 하는데?”
“그러네요. 왕후 귀족 분들은 저녁 잔치나 무술 경기 같은 것도 있지만……서민 쪽으로는 왕도의 4대신의 신전이 각자 어떠한 행사를 해요.”
법의 수호자이자, 전쟁의 신으로써 숭배되는 태양신 골라이바.
밤의 수호신이자, 지식의 신, 예술의 신으로써 숭배되는 달의 신 그래비버.
바다의 감시자이자, 상점의 수호신으로써도 잘 알려진 해양신 달가베.
그리고 풍요의 신이자 결혼의 수호신이기도 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와도 연이 깊은 서바이브.
이 네 개의 신전이 각자 특징을 살린 행사를 하는 게 신년제의 볼거리 중 하나라는 모양이다.
또한, 당연히 왕도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모이고 여기저기에 노점이 열리며,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극단이나 음유시인도 1년을 통틀어 가장 매출이 높은 때이기도 해서, 하나같이 그 연기 실력이나 노래 실력을 뽐낸다고 한다.
“신전의 행사……라면, 우리들도 뭔가 일을 해야 되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럴 경우엔 할아버님께서 뭔가 얘기가 있으시겠죠.”
축제 같은 행사를 매우 좋아하는 쥬젯페이다. 아마도 지금쯤 뭔가를 꾸미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경우엔 아마 틀림없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도 그 계획에 휘말려 있을 터다.
“으음……기대되면서도, 살짝 무서운데…….”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타츠미를 보며 칼세드니아가 쿡쿡 하고 웃는다.
“상관없지 않나요? 할아버님이 뭘 꾸미고 계시든, 휘말릴 때엔 저랑 서방님은 분명 함께 있을 거에요.”
“그러네. 너랑 함께라면, 무슨 일에 휘말리든 괜찮겠네.”
타츠미의 말에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짓고,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팔을 한층 강하게 끌어안았다.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가고 있는 곳은 늘 그랬듯이 〔엘프의 쉼터〕다.
자독과 미루일이 머물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이며, 엘이 만드는 요리가 마음에 든 타츠미는 곧잘 〔엘프의 쉼터〕로 발을 옮기고 있다.
엘이 이쪽 세계로 온 지 약 20년. 그녀는 이 세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야망을 달성시키는 중이었다.
그것은, 일본식을 재현시키는 것이었다.
자신도 오랜 기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일본식을 먹으며 그것들이 마음에 들었던 엘.
그녀는 그 일본식을 이 세계에서도 재현할 수 없을까 하고 고민해 온 것이었다.
그 고민엔 일본에서 살았을 때의 추억을 평생 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도 닫겨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됐던 사람이나, 친한 친구들과 쌓았던 추억들은, 그녀한테 있어선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보물이다.
남편이나 친구들과 함께 일본에서 지냈던 그 나날들. 일본식은 엘한테 있어선 그런 보물 중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엘은 이쪽 세계에서도 일본식을 재현할 수 없을까 하고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비슷한 맛을 가진 재료를 찾아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해서 시행착오를 겪은 뒤, 겨우 몇 종류의 「일본식 같은 것」에 도달했다.
지금에 와선 엘이 만든 이 「일본식 같은 것들」은 〔엘프의 쉼터〕의 명물 요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의 야망은 전부 다 달성된 게 아니다. 엘은 엘프의 긴 수명을 전부 써서라도, 완전한 일본식을 재현해 보이겠다는 말을 타츠미 일행한테 곧잘 말하곤 했었다.
당연히 이 일본식 같은 것은 타츠미도 마음에 들었으며, 〔엘프의 쉼터〕에서 엘의 요리를 먹는 게 타츠미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참고로 칼세드니아가 이 일본식 같은 것의 레시피를 엘한테 물어봤을 때, 미소와 함께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요리 레시피는 〔엘프의 쉼터〕의 영업 기밀이기 때문에, 아무리 칼세 씨의 부탁이라 해도 가르쳐 드릴 수 없어요. 이 요리를 드시고 싶어졌을 땐 제 가게에 오셔서 가게 매상에 협력 좀 해주세요.”
이런 말을 들은 칼세드니아도 그녀한테서 억지로 배울 마음은 들지 않았다. 결국 그녀도 〔엘프의 쉼터〕에서 명물 요리를 맛보기로 했다.
물론,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언제나 엘의 가게를 함께 드나들며, 함께 그리운 일본식――칼세드니아는 일본식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그 냄새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을 즐기고 있다.
바스도 자신의 연인인 나나우가 〔엘프의 쉼터〕의 종업원인 것도 있어서, 때로는 타츠미, 칼세드니아와 함께 동석하는 경우도 있었고, 타츠미는 사랑하는 여자나 동료들과 함께 즐겁고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눈에 익은 〔엘프의 쉼터〕의 가게 구조.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가게 문을 열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평소엔 술과 요리 냄새로 가득 차 있을 가게 안엔 평소와 다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응? 이 소리는……?”
“……라라이나의 소리……인 걸까요?”
칼세드니아가 말하는 라라이나라는 것은 소형 하프처럼 생긴 악기이며, 이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악기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음유시인들이 매상 도구로 이 악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곧잘 볼 수 있다.
소리가 나는 쪽을 살펴보니, 음유시인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팔에 껴안은 라라이나를 퉁겨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음유시인은 카운터 안쪽에 있는 엘을 향해 열기가 담긴 눈길을 보내고 있었지만, 당사자인 엘은 어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음유시인을 무시하고 있다.
“어머, 타츠미 짱이랑 칼세 짱 아니니. 이쪽으로 오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를 발견한 자독이 테이블 중 하나로 손짓하고 있다.
같은 테이블에는 미루일도 있었으며,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휙휙 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타츠미는 칼세드니아를 데리고 자독과 미루일이 앉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곤, 다시 카운터에 있는 음유시인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못 보던 음유시인인데.”
“응. 아무래도, 신년제 때에 맞춰서 일찍 왕도로 온 음유시인인 것 같아.”
“그 음유시인이 왜 저렇게 열심히 엘 씨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아무래도 저 음유시인, 상당한 호색한인 모양이야. 이 가게에 오자마자 눈에 띄는 여자들한테는 차례차례 저렇게 사랑의 노래를 바치고 있어. 나한테도 말을 걸었거든? 『당신의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기 위해, 제가 한 곡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더라. 우와, 떠올렸을 뿐인데 소름이 돋았어.”
“근데 저 남자, 나한테는 전혀 말도 안 걸더라니깐? 정말, 실례 아니니? 여기 이렇게 멋진 여자가 있는데 말이야.”
자독이 일부러인 듯 아양을 떨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던진 농담인 건지, 아니면 의외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타츠미 일행은 다 같이 미소를 지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음유시인 중에는 부업으로 하룻밤만의 연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있는 건 이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사실이다.
어쩌면 저 음유시인은 그쪽 부업에 뛰어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새삼스레 그 음유시인을 관찰하는 타츠미.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의 색깔은 살짝 거뭇거뭇한 티가 나는 금발. 시원시원한 인상 중에, 보랏빛 수정같은 눈동자 색깔이 제일 상쾌한 상당히 잘생긴 남자였다.
그 남자는 지금 열심히 남녀의 사랑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엘프의 쉼터〕의 손님들 중엔 한 사람도 없다.
단골 마수 사냥꾼들도, 가게 종업원들도, 그리고 타츠미 일행도.
무관심한 차가운 시선을 그 음유시인한테 보내고 있었다.
이 음유시인의 노래 기량은 확실히 썩 괜찮았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억양을 잘 살린 말투, 그리고 그 훤칠한 용모가 합쳐져, 젊은 여자라면 순식간에 저 사람의 포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음유시인한테는 딱 하나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입가에 띄운 경박한 미소.
그 미소가 음유시인이 뭘 요구하고 있는 건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으며, 이 가게에 있는 청중들한테 전해지고 말았다.
그의 바람은 자신의 부업인 「하룻밤만의 연인」 쪽이리라.
그것도, 상대가 직접 바란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여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게 명백히 전해지고 있는 만큼, 이 가게에 있는 여자들은 그 사람한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류 호스트가 여자 손님한테 업무 시간 외의 데이트를 억지로 신청하고 있는 거랑 비슷한 건가?”
그야 당연히 무시당할 만도 하지, 타츠미는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티이이이잉 하는 라라이나의 여음을 남기고, 음유시인이 연주를 마쳤다.
그 음유시인을 향해 가게에 있던 마수 사냥꾼들이 동정심으로 은화 몇 닢을 던져준다.
음유시인은 그 동전 숫자가 너무 적은 걸 보고 아주 잠깐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장 위선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짓고 우아하게 절을 하더니, 자신을 향해 날아온 은화 몇 닢을 줍기 시작했다.
음유시인은 아쉽다는 듯이 엘을 바라봤지만, 그의 사심을 꿰뚫어 보고 있는 엘은 완전히 그를 무시하고 있다.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음유시인은 시선을 가게 바깥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게 안을 빙 둘러본다. 그리고, 그 시선이 어떤 지점에서 문득 멈췄다.
곧장 음유시인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그는 허겁지겁 의자 사이를 빠져 나가더니, 타츠미 일행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자리로 찾아왔다.
“이거 저도 참…….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 분이 가게에 들어와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 줄은……이 타란드, 평생의 불찰입니다.”
타란드라는 이름을 가진 것 같은 음유시인은 그곳에 점잖게 무릎을 꿇었다.
“이름을 가르쳐 주실 수 없겠습니까, 아름다운 분이시여?”
“어머, 아름다운 분이라니, 솔직한 사람이구나. 아, 내 이름은 자독이야. 잘 부탁해?”
옆에서 싱글싱글 미소를 지으며 자독이 얘기를 걸었지만, 타란드는 그걸 깔끔하게 무시했다.
지금, 그의 시선은 오직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칼세드니아한테.
“나는 저 음유시인이 《성녀》의 마법을 맞고 나가떨어진다는 거에 은화 30닢!”
“그럼, 나는 자독한테 쫓겨난다는 거에 마찬가지로 30닢!”
“좋아! 그럼 이 몸은 저 음유시인이 아주머니한테 호되게 혼난 다음 가게에서 쫓겨난다는 거에 은화 80닢!”
그리고 이 순간, 가게 안에 있던 마수 사냥꾼들은 이 타란드라는 음유시인이 앞으로 어떤 꼴을 보게 될지 일제히 돈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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