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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 2화 『음유시인의 말로』
“나는 저 음유시인이 《성녀》의 마법을 맞고 나가떨어진다는 거에 은화 30닢!”
“그럼, 나는 자독한테 쫓겨 내진다는 거에 마찬가지로 30닢!”
“좋아! 그럼 이 몸은 저 음유시인이 아주머니한테 호되게 혼난 다음 가게에서 쫓겨난다는 거에 은화 80닢!”
야수 사냥꾼들은 소곤소곤 속삭여대면서 어떤 종류의 기대로 가득찬 시선을 그 음유시인한테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
“다들, 아무것도 모르네.”
“오, 미루일이냐. 어때? 너도 걸 거냐?”
“물론이지. 원래부터 나도 걸 생각으로 여기 온 거구. 그럼, 나는 저 음유시인이 타츠미한테 알몸으로 벗겨져서 가게 밖으로 쫓겨난다, 라는 거에 은화 100닢.”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한 시선으로 마수 사냥꾼들을 둘러보는 미루일.
“어이, 미루일. 진자 그런 거에 걸어도 되겠냐? 저 온화한 타츠미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진 않다만.”
“응, 그걸로 괜찮아. 근데, 진짜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흐흥, 하고 미루일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진짜로 무서운 건 칼세가 아니라, 타츠미야.”
“……거절하겠어요. 당신한테 이름을 댈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아름다운 분이시여. 여기서 저희들이 만난 건 틀림없는 달의 신 그래버비의 인도. 자, 저와 함께 달의 신의 인도에 몸을 맡기시지요.”
“저는 서바이브 신의 신관이라서요. 그래버비 님의 가르침을 모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 분의 인도에 따를 이유는 없답니다.”
전혀 상대해 주지 않는 칼세드니아와, 그럼에도 꺾이지 않고 계속 미소를 지으며 칼세드니아한테 말을 거는 타란드.
갑자기 타란드가 무례하게도 칼세드니아의 손을 잡으려고 그녀의 가냘픈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가 칼세드니아의 손에 닿기 직전, 회갈색의 듬직한 팔이 슬쩍 옆에서 끼어들었다.
“어머, 적극적인 사람이구나. 나, 그런 적극적인 사람 꽤 좋아한다구?”
깜빡, 하고 자독이 한쪽 눈――그보다, 네 개의 눈 중 하나――를 감는다.
한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타란드였지만, 자신이 뭘 집었는지를 깨닫고 마치 뜨거운 것을 만진 양 서둘러 손을 뒤로 뺀다.
“바, 방금 전부터 무례하군, 자네는! 여긴 나와 이 아름다운 분이 기념할 만한 만남을 이뤄낸 곳이다. 상관없는 자는 다른 곳으로 가주지 않겠나!”
“어머, 다른 곳으로 가야할 건 당신 아냐? 공공장소에서 창피한 일 당하기 싫잖아? 얼른 여기서 떠나는 편이 당신한테 좋을 거야.”
싱글싱글 미소 지으면서 자독이 타란드한테 충고한다.
하지만 정작 타란드는 자독을 무시하더니, 다시 칼세드니아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만났던 미녀보다 아름다운 당신이시여. 당신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포로가 되어버린 이 가련한 저한테, 부디 당신의 아름다움을 칭송할 수 있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을 기회를 주시지요.”
“괜찮답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사양하지 마시길. 이 왕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님도 당신의 그 눈부시게 빛나는 듯한 아름다움 앞에선 그저 희미해져 버릴 테지요.”
품에 끌어안은 라라이나를 가볍게 퉁기면서, 타란드는 노래하듯이 칼세드니아의 미모를 칭송한다.
지금 그가 비교 대상으로 꺼낸 《성녀》가 바로 눈앞에 있는 여자라는 걸 눈치 채지도 못하고.
따라서, 주변에 있는 마수 사냥꾼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자, 과연 누가 움직일 것인가.
내기에 참가한 마수 사냥꾼들은 흥미진진한 눈길로 타츠미 일행의 테이블을 바라봤다.
갑작스레 타츠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세드니아가 움직일 것인가, 자독이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이 가게의 주인인 엘이 끼어 들 것인가 하고 기대하고 있던 마수 사냥꾼들은 타츠미가 일어난 걸 보고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칼세. 잠깐 집에 좀 다녀올게. 바로 돌아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줘.”
“네, 서방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칼세드니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타츠미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라고 그녀는 묻지 않는다. 타츠미가 이 상황에서 일부러 집에 돌아간다고 말한 이상, 무슨 생각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타츠미도 또한 이곳에 칼세드니아를 홀로 남겨두는 것에 대해 불안감은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녀를 믿고 있으며, 여기엔 자독이나 미루일, 엘도 있고, 낯익은 마수 사냥꾼들도 있다. 혹시 모를 때엔 그들이 도와줄 것이다.
타츠미는 칼세드니아한테 빙긋 미소 짓더니, 그대로 가게를 뛰쳐 나가 버렸다.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칼세드니아도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옆에 있는 음유시인은 전혀 바라보지 않고 있다.
그 음유시인은 어땠냐면, 갑작스러운 타츠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을 뿐.
그리고 그건 주변에 있던 마수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라, 어째서 타츠미가 칼세드니아를 남기고 돌아가 버렸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주머니. 요리 주문, 해도 될까요?”
“네에―, 물론이죠! 뭘 주문하실 건가요?”
“그럼, 키시멘일본의 우동의 일종 을 2인분 부탁드릴게요. 곧 서방님도 돌아오실 테니까요.”
“알겠어요. 키시멘 2인분이요―.”
엘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그대로 카운터 안쪽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머, 너희 둘은 또 키시멘이니? 정말로 타츠미 짱도 칼세 짱도 키시멘을 좋아하는구나.”
“네, 서방님도 아주머니가 만드신 키시멘을 좋아하시니까요. 오늘도 여기 오는 도중에 키시멘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구요. 물론, 아주머니의 다른 요리도 무척이나 맛있지만요.”
아직 얼이 나가있는 음유시인을 내버려 두고, 칼세드니아와 자독이 즐겁다는 듯이 대화한다.
그리고 겨우 타란드가 제정신을 차린 뒤, 허둥지둥 칼세드니아한테 다시 말을 걸러 왔다.
“오, 오오, 아름다운 당신은 칼세라는 이름을 가지신 겁니까? 이야, 정말로 좋은 이름입니다. 아름다운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 할 수 있을 테지요.”
타라랑 타라랑 하고 라라이나가 조용한 소리를 내며, 타란드의 말을 꾸며준다.
그의 훤칠한 용모와 세련된 모양거지, 그리고 이 음악이 깃들여진 화술이라면 평범한 술집의 점원 정도라면 간단히 빠져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수완도 칼세드니아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완전히 그를 무시하곤, 그저 자독과 오손도손 대화를 하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타츠미가 돌아왔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건 타란드 뿐이었고, 가게에 있던 마수 사냥꾼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엔 그들도 타츠미의 마법에 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가게와 집을 왕복했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이 타츠미한테 쏠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츠미가 손에 쥐고 있던 본 적도 없는 물건을 마수 사냥꾼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어머, 그건 뭐니, 타츠미 짱? 이 언니한테 가르쳐 주지 않을래?”
역시 흥미가 생긴 자독이 물어보니, 타츠미는 살짝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 물건을 보여주었다.
“이건 내 고향에 있는 악기인데, 기타라고 해.”
그렇다.
타츠미가 집으로 돌아가 가지러 갔던 것. 그건 그와 함께 이 세계로 소환된 아버지의 유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쿠스틱 기타였다.
“와, 『기타』라. 그래서 그래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거야?”
“요즘, 별로 만지질 않았으니까 살짝 음이 틀어졌을지도 모르지만…….”
타츠미가 확인해 보듯이 현을 가볍게 퉁겨본다.
어쿠스틱 기타가 가진 특유의 음색이 〔엘프의 쉼터〕 안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당연히 자독과 미루일을 포함한 다른 마수 사냥꾼들은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굳이 말하자면 이 나라의 악기는 라라이나처럼 높고 딱딱한 소리를 연주하는 게 많다. 따라서, 어쿠스틱 기타의 낮고 부드러운 음색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귀에는 신선했다.
“칼세. 이 노래, 기억하고 있어?”
타츠미는 기억에 남아있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건 예전에 일본에서 함께 살았을 때, 곧잘 함께 들었던 유명한 곡이다.
“네, 물론이죠.”
칼세드니아는 타츠미한테 상냥하게 미소 짓고는, 그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쿠스틱 기타의 낮은 음색과, 칼세드니아의 높은 음역대의 가성이 녹아들어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아낸다.
지금 타츠미가 연주하고 있는 경쾌한 박자의 음악은 이 나라에 없는 것이다.
음유시인들이 부르는 노래는 일본의 유행가 같은 노래가 아니라, 전설 같은 이야기에 각색을 넣어 악기의 연주를 합친 「노래」보다는 「서사시」에 가까운 것이다.
따라서 갑작스레 들려오기 시작한 이질적인 음악과 노래에, 이 나라의 노래에 익숙해져 있던 가게의 종업원이나 마수 사냥꾼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뿐.
경쾌한 박자의 음악은 마수 사냥꾼들의 취향에 맞았던 모양이라, 곧장 멜로디에 맞춰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옆에서 새로운 노랫소리가 더해졌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방향을 살펴보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건 엘이다.
일본에서 살았던 엘도 또한 타츠미가 연주하고 있는 노래를 알고 있던 것이다.
타츠미의 연주와 칼세드니아, 엘의 노랫소리. 세 개의 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음악은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칼세드니아와 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과 손을 맞잡곤, 그곳에서 즉흥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타츠미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빙글빙글 하늘을 맴도는 것처럼 춤추는 두 사람의 스텝은 즉흥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으며, 그게 또 분위기를 점점 고양시켰다.
궁정 무도같은 우아함은 없지만, 서민들이 좋아할 만한 밝고 경쾌한 춤. 그리고 그 춤을 추고 있는 게 두 미녀라면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가사는 일본어라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연주되고 있는 건 낯선 선율. 하지만 〔엘프의 쉼터〕 안은 완전히 그들의 음악에 지배되어 있었다.
칼세드니아와 엘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경쾌한 스텝에 맞춰, 손님들이, 종업원들이, 그리고 자독과 미루일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발을 구른다.
이윽고 타츠미의 연주가 끝나고, 가게 안에 정적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다음 순간엔, 가게 안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타츠미의 연주를 칭찬하고, 칼세드니아와 엘의 노랫소리를 칭송했다.
“뭐……뭐냐……그, 그 악기는……대체 뭐냐, 지금 그 노래는……이, 이런 음악은 들어 본 적이 없어……아니, 들어 본 적도 없어…….”
가게 안이 열광하는 가운데, 홀로 남겨진 타란드.
그는 처음 본 이세계의 음악을 앞에 두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타란드한테 있어선 지금 그 연주와 노래는 이상함 그 자체다. 하지만 청중들이 듣고 환호하고 있는 건 틀림없이 그 이질적인 음악 쪽이다.
하지만 여기서 마음이 꺾일 정도로 그도 유순하지 않았다.
“아, 아하하하하. 훌륭한 노랫소리였습니다. 본직이 음유시인인 이 저도, 지금 당신의 노래에는 완패했습니다. 이거, 모습 말고도 노랫소리까지 정말로 아름답군요.”
다시 칼세드니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대며 우아하게 고개를 숙인다.
“어떠십니까? 그 음악을 저한테 가르쳐 주실 순 없으신지요? 물론, 수업료는 내겠습니다. 그렇군요, 이 여관에 방을 빌리죠. 그리고 둘이서만 느긋이 대화를…….”
아무래도 아직 칼세드니아를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가 이성한테 품은 열정은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지.
가게 안에 있던 마수 사냥꾼들이 그 열의에만 감탄하고 있자, 다시 타츠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그만둬 주지 않겠어? 이 사람은……칼세는 당신과 어울릴 마음이 없거든.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후, 후후후, 화, 확실히 자네의 연주는 상당하더군. 그 『기타』니 뭐니 하는 이상한 악기의 음색도 나쁘진 않아. 하지만 이건 나와 저 아름다운 분과의 문제다. 자네가 어디 사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빠져 있게나. 아니면 자네도 이 아름다운 분한테 마음을 품고 있는 건가? 하지만, 자네같은 평범한 용모를 가진 남자로썬, 이 아름다운 분과는 어울리지 않을 텐데?”
타란드는 자신의 용모를 과시하듯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확실히 타츠미의 외견은 평범하다. 그리고 타란드는 아무리 봐도 미형으로 분류될 용모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츠미한테 있어서 칼세드니아는 소중한 여성이며, 칼세드니아한테 있어서도 타츠미는 세계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존재다.
그리고 타란드는 눈치 채지 못했다.
칼세드니아를 억지로 설득하려고 있는 이 음유시인한테, 아니, 칼세드니아를 설득하려고 했다는 시점에서 타츠미가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슬슬 때가 됐으려나?”
타츠미와 음유시인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미루일은 슬슬 때가 됐다는 듯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는 곳은, 이 가게의 출입구.
출입구에 도착한 그녀는 가게 문과 밖을 막고 있는 문을 살짝 열었다.
“칼세, 엘 씨. 그리고 미루일이나 다른 여자분들. 죄송해요. 먼저 사과해 둘게요.”
타츠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타란드를 툭 하고 만졌다.
동시에 그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아주 잠깐 타란드의 모습이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다음 순간, 모든 옷이 벗겨진 전라의 타란드가 서 있었다.
“………………뭐?”
자신의 몸에 무슨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타란드.
그리고 일제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
타츠미는 다시 타란드를 만진다.
이번엔 타란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눈치 챘을 때엔 그는 가게 밖에 있었다.
물론, 전라 상태로.
그러자, 가게 밖을 지나가고 있던 사람들한테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갑자기 길 한복판에 전라 남자가 나타나면 누구나 비명 정도는 지르리라.
자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지 못한 타란드는 자신의 알몸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길거리를 우왕좌왕할 뿐.
그런 그의 머리 위에 풀썩 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그건 옷이나 악기 같은 그의 소지품들이다.
얼이 나간 채로 서 있는 타란드가 가게의 입구를 보니, 그곳에는 몇 명의 야수 사냥꾼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전언이다. 앞으로 일절, 네가 이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금한다, 라더라.”
“만약 아주머니가 하신 이 말을 깨보라고? 그때는 우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매상도구랑 자기 옷을 들고 얼른 꺼져 버려!”
타란드의 옷을 내던진 건 이 가게의 단골들 중, 엘의 신봉자들이었다.
그들도 또한 동경의 대상인 엘한테 이 음유시인이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었다는 사실에 격한 분노를 가슴속에서 불태우고 있던 것이다.
만약 타츠미가 이 가게에 오는 게 좀 더 늦었더라면, 타란드는 타츠미가 아니라 그들의 손으로 이 가게에서 쫓겨나게 됐을 것이다.
타츠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술에 혼이 쏙 빠지고, 마수 사냥꾼들의 박력에 눌려, 타란드는 옷이나 악기를 끌어안곤 전라 상태로 비명을 내지르며 길을 달려갔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닫혔다.
동시에 가게 안에서 엄청난 폭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 했다, 타츠미!”
“그래, 나도 완전 개운해졌다니까! 저 음유시인, 좀 짜증났거든!”
“그나저나 너도 꽤 하는 짓이 심하구먼. 상대의 특기인 음악으로 타격을 준 뒤에 저 짓까지 하다니 말이야.”
“동감이야. 앞으론 나, 너한테만큼은 절대로 거역하지 않기로 했어.”
“하하하, 진짜 그래야겠군. 사람들 앞에서 전라가 되는 건 사양이니까!”
“하지만, 여자를 알몸으로 만드는 건 대환영이다! 언제든지 해 달라고!”
가게의 단골 마수 사냥꾼들은 폭소를 터트리면서 타츠미를 놀려댄다.
살짝 거친 축하 인사에, 타츠미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힐끔 가게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엔 미루일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엄지를 치켜세워 그녀한테 대답한 다음, 타츠미는 엘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고맙습니다, 엘 씨. 그리고 못 볼 걸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아뇨아뇨, 저도 저 음유시인은 좀 상대하는 게 곤란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게다가 그리운 노래여서, 무심코 저도 부르게 됐네요.”
낼름 하고 혀를 내미는 엘. 듣자 하니 방금 전 칼세드니아와 함께 부른 노래는 일본에 있었을 때 친구들과 종종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인 모양이다.
“이봐, 타츠미! 다른 곡은 없냐? 있으면 한 곡 더 연주해 달라고!”
“그 노래……그거 네 고향에 있는 노래냐? 꽤나 박자가 좋은 곡이라 마음에 들던데!”
“《성녀》랑 아주머니도 또 같이 불러 달라고!”
단골들의 요청에 응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엘은 일본 노래를 몇 곡 불러갔다.
그 날 〔엘프의 쉼터〕는 밤늦게까지 경쾌한 노래와 박수갈채, 그리고 함성이 울려퍼졌다고 한다.
“……정말 바보같은 남자라니까. 그러니까 창피한 꼴 당하기 전에 어딘가로 가 버리라고 충고했는데…….”
가게 안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도중, 닫혀 있는 문을 향해 자독이 시시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거기서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미루일이 돌아왔다.
“왜 그러니? 꽤나 기뻐 보이는걸?”
“응! 타츠미 덕분에 완전 많이 벌었어!”
미루일은 은화가 잔뜩 들어있는 포대를 쿵 하고 책상 위에 내던졌다.
“……좀 치사하지 않아?”
“어머, 멋대로 내기를 시작한 건 저쪽. 나는 그 내기에 참여했을 뿐인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미루일은 알고 있던 것이다.
과거에 술에 취한 기세로 칼세드니아의 엉덩이를 만지고, 그곳에서 타츠미한테 알몸으로 벗겨진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 사건이 있던 건 이 왕도가 아니라 그들이 마수를 토벌하기 위해 조금 떨어진 사냥터까지 나갔을 때 있던 일.
도중에 어떤 여관에 머물렀을 때, 그곳에서 술에 취해 칼세드니아의 엉덩이를 만졌던 남자가 있었다.
그건 여관 술집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다.
술에 취한 손님이 여자 종무원이나 여자 손님의 엉덩이를 만지는 건 다른 여관에선 일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일본과 달리 성희롱 개념이 전혀 없는 세계다. 반대로 그런 손님을 능숙하게 피하는 게 여자 종무원의 솜씨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상대가 나빴다. 하필이면 타츠미의 눈앞에서 칼세드니아의 엉덩이를 만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조용히 분노를 품은 타츠미는 그곳에서 남자를 홀딱 벗겨 버리고, 오늘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가게 바깥으로 쫓아냈다.
전라로 가게 밖으로 내쫓겨진 남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서둘러 그곳에서 도망쳤다.
뭐가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한 건 가게에 있던 손님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날은 아무도 소동을 피우지 않고 이상하게 조용한 하룻밤이 됐다고 나중에 이야깃거리가 됐을 정도다.
“그런데, 나한테 입막음 요금 정도는 내 주는 거겠지?”
“물론이지. 쏠 테니까 뭐든지 원하는 거 시켜.”
미루일은 기쁘다는 듯이 차릉 하고 은화가 들어간 주머니를 흔들었다.
그런 미루일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독은 방금 전 음유시인을 떠올렸다.
“그 남자……상당히 여자를 구슬리는 데 익숙한 모양이긴 했는데……그것 치고는 꽤나 작았단 말이지. 그걸로 여자를 홀랑 빠트릴 수 있기나 하려나 몰라?”
타츠미한테 옷을 홀딱 벗겨진 음유시인의 모습을 떠올리곤, 자독은 우후후 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밤도 깊어져, 집으로 돌아온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암호를 소곤거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정말로 즐거운 하루였다.
이상한 음유시인이라는 기분 나쁜 존재는 있었지만, 그 뒤엔 〔엘프의 쉼터〕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나, 엘이나 자독, 미루일 같은 친한 사람들과 함께 얼마 안 되는 술을 마시고, 맛있는 요리를 즐겼다.
그런 오늘 하루에 있던 일을 떠올리면서 타츠미는 집으로 들어와 등 뒤에 있는 칼세드니아를 향해 돌아본다.
“칼세. 미안하지만 불을――”
그리고 거기서 타츠미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그의 입술을 부드러운 무언가가 살짝 막은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콧속을 간질이는 아련한 향기. 그건 지금에 와선 완전히 익숙해진 타츠미의 소중한 여자의 향기였다.
타츠미의 입술을 막고 있던 게 떨어진다. 어둠 속에선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는 루비에도 지지 않을 보석이 두 개 존재하리라.
“서방님……아니, 주인님. 오늘은 저를 지켜 주셔서, 고마웠어요.”
“아니……나는…….”
딱히 별다른 일은 안 했어, 라고 말을 이으려 한 타츠미의 입술을 또다시 방금 전과 똑같은 부드러운 물체가 살짝 막는다.
한동안 어둠 속에서 서로의 미약한 숨소리만이 작게 들린다.
“……괜찮아요. 저는 주인님이 해 주신 일이 정말로 기뻤으니까요.”
어둠에 익숙해진 타츠미의 눈에는 아주 약간이지만 요염하게 미소 지은 칼세드니아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 제 주인님은 무척 멋진 분이세요.”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몸을 꽉 끌어안고는 그 가슴에 아양을 부리듯이 뺨을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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