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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4장 제 3화『행사와 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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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4장 제 3화 『행사와 모략』


휘황찬란한 장식으로 꾸며진 넓은 방.

이 방에 배치되어 있는 일상도구들은 모든 게 다 한눈에 봐도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는 것들뿐.

그건 일류의 장인들이 시간과 기술을 쏟아 부은 진품이며, 그 진품의 비싼 도구들이 품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계산되어 배치되어 있다.


그런 호화스러운 방 안에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원형 테이블을 두고, 제각각 대화를 나누며 준비되어 있는 차나 과자를 즐기고 있다.

그러고 있자, 이 방의 문을 누군가가 바깥에서 조용히 두드린다.


“서바이브 신전 최고 사제, 쥬젯페 크리소프레즈 예하께서 오셨습니다.”


목소리가 끊기고 한 호흡 뒤, 이 방의 문이 천천히 열렀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건 방금 전 목소리가 알린 대로의 인물.


“이거, 미안하구먼. 늦어버렸네.”


쥬젯페는 딱히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늘 그랬듯이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의 장식에도 뒤지지 않을 호화스러운 장식이 달린, 최고사제만이 입을 수 있는 법의를 입고, 쥬젯페는 마치 자기 방인 것처럼 당당히 방 안을 가로질러 가더니, 누군가가 권하기도 전에 비어있던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앉았다.


“늦군. 드디어 노망이 들었나, 쥬젯페여?”


그 자리 옆에 앉아있던 역시 휘황찬란한 장식이 달린 법의를 입은 남자가 힐끔 쥬젯페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흥, 아직 노망나려면 멀었네, 내가 네놈도 아니고. 이래봬도 꽤나 바쁜 몸이라 말이네.”

“어머, 그러셨나요?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최근엔 어떤 청년한테 눈독을 들여서, 줄곧 둘이서만 방에 틀어박혀 있다던가. 이거야 원, 결혼의 수호신의 최고사제나 되시는 분이 동성연애의 길에 빠질 줄은 정말, 한심하군요.”


마침 쥬젯페의 반대쪽에 앉아있던 화려한 법의 차림의 여자가 손을 마주잡곤 입속에서 기도를 중얼거렸다. 


“누가 동성연애잔가, 대체 누가. 나한테는 어엿한 아내도 있거니와 자식이나 손자도 있단 말이네. 뭐, 확실히 요즘엔 어떤 청년한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네만.”


그렇게 말한 쥬젯페의 뇌리에 최근엔 직속 제자라고도 할 수 있는 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봐, 쥬젯페 할배. 할배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남자는 소문의 <하늘> 계통 2대째 아닌가? 정말로 그 녀석, <하늘>의 마법사인 건가?”


지금 이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쥬젯페와 비슷한 나이대였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30대 중반 정도 되는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휘황찬란한 법의를 입은 남자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쥬젯페한테 질문한다.


“그래. 틀림없네, 그 녀석은 <하늘>의 마력을 갖고 있지. 그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이 부신 황금색 마력빛……그걸 내가 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뒀네. 게다가 요즘엔 상당히 자유자재로 《순간이동》을 시작으로 <하늘>의 마법 발동도 할 수 있게 됐지.”


마치 손자를 자랑하는 팔불출 할아버지 같은 쥬젯페의 표정.

그걸 본 다른 세 명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쥬젯페와 같은 나이대의 법의를 입은 남자는 분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성녀》도 그렇고 <하늘>의 마법사도 그렇고, 어째서 네놈의 신전에만 우수한 인재가……젠장, 부럽구만!!”


고령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유일한 여성은 어이없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어머어머. 정말로 남색의 길에 빠져버린 건 아니겠지요?”


그리고 30대 남자는 더욱 흥미가 이끌린 듯한 눈빛으로 그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우와, 그게 진짜였다니! 어떤가, 할배. 그 남자, 내 신전에 주지 않겠어? 뭘, 나한테 맡겨만 둔다면 이 나라 최강의 전사로 만들어 보이겠다니까? 뭣하면, 내 딸의 사위로 삼아도 좋아. 그렇게 하면, 소문의 <하늘>이 내 사위인가. 우와, 뭔가 끓어오르는군!”


자신의 말에 기분이 고양되는 남자. 하지만 당연히 쥬젯페가 이 요청을 받아들일 리도 없었으니.


“어째서 그 녀석을 다른 신전으로 보내야만 하는 겐가? 게다가 네 녀석의 딸은 이제 막 10살이 된 참이 아니던가. 그리고 먼저, 그 녀석은 내 손녀의 사위가 될 게 이미 정해져 있지. 이 내가 입회인을 맡은 데다가, 정식적인 약혼을 서바이브 신전에서 맹세했으니 말이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쥬젯페는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즐겁다는 듯이 웃는다.


“자, 그것보다 본제로 들어가지 않겠나? 오늘은 내 손녀의 사위를 자랑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니 말이네.”

“자랑을 시작한 건 네놈이 아니더냐.”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건 해양신 달가베 교단의 최고 사제, 굴그나드 아마트.


“하지만, 본제로 들어가는 건 찬성이에요. 저도 결코 한가하지는 않다구요?”


그건 달의 신 그래버비 신전의 최고 사제, 마이아리나 키스칼트의 말.


“칫, 역시 할배도 그렇게 간단히 놓아주진 않나. 그렇지만 한 번쯤 그 <하늘>의 2대째를 직접 만나보고 싶군 그래!”


기대에 가득 찬 눈을 반짝이는 건 태양신 골라이바 신전의 최고 사제, 부가랭크 이슈칸.

이 랄고필리 왕국에 있는 4대신의 각 교단의 최고사제들이 이 방에 모여있는 것이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 볼까. 다음 신년제에 있어서, 각자 신전이 어떠한 행사를 하고, 어떠한 역할을 맡을 지를 말이네.”




그날, 늘 그랬듯이 타츠미가 쥬젯페한테서 마법의 지도나, 신전이나 이 세계에 관한 각종 가르침을 받고 있었을 때 있던 일.


“네? 각 신전의 최고사제들이 직접 회의를……한다고요?”

“그렇네. 평소엔 각 신전 간의 소통이나 회의는 일부러 내가 나갈 필요는 없네만 말일세. 1년에 한 번뿐인 신년제의 회의만큼은 최고 사제들끼리 직접 하는 게 전통이지.”


하얗고 긴 수염을 매만지면서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쥬젯페는 타츠미의 질문에 대답했다.


“매년 각 신전이 맡는 행사는, 일단 치안 유지의 협력이로구먼. 평소엔 나라의 호위병들이 도시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네만, 축제 동안엔 사람들도 늘어나고, 사람이 늘어나면 당연히 그걸 노린 범죄도 늘어나지. 그 외에도 축제의 분위기에 들떠서 무심코 소동을 피우는 사람도 있거니와, 술에 취해서 싸움을 하는 자도 있다네. 따라서, 매년 나라와 각 신전끼리 협력해서 치안 유지에 힘을 쓴다네. 물론, 이건 신관 전사의 역할이니, 자네도 협력하게 될 걸세.”


쥬젯페의 말에 타츠미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 중에 일이 들어오는 건 살짝 유감이긴 했지만, 이걸도 임무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그 외엔 부상을 입은 사람이나 환자도 신전의 일 중 하나겠군. 뭐, 이쪽은 칼세라면 모를까, 사위한테는 직접 관계가 없구먼.”


역시 축제 때엔 너무 들떠서 몸이 안 좋아지는 사람도 있을 테고,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술에 취한다거나 해서 싸움 같은 걸로 부상을 입는 사람도 있으리라.

이런 쪽에는 치유 마법이 특기인 사람이 지원을 가기 때문에, 칼세드니아는 그쪽으로 가게 될 게 틀림없다.


“그 외엔, 각 신전들이 주최하는 행사로구먼.”

“어떤 걸 하는 건가요?”

“매년, 태양신의 신전은 서민이 참가하는 경기가 있군. 이건 귀족들이 하는 검이나 기승 창 경기 시합이 아니라, 맨손으로 하는 경기 대회일세.”


쥬젯페의 말에 따르면 이 나라에는 「깃슈」라고 불리는 독특한 경기가 있다는 모양이다.

타츠미가 들어본 바에 따르면, 이 경기는 레슬링과 비슷한 것으로, 일어선 상태에서 서로 달라붙어 상대방의 등을 땅에 붙인 자가 승자가 된다.

그때, 상대를 때리는 발차기 같은 직접적인 타격도 인정되고 있으며, 그만큼 레슬링보다 과격한 격투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양신의 신전은 매년 깃슈 대회를 주최한다는 것 같다.


“달의 신전에서는 교외의 숲 속에서 보물을 찾기를 하는구먼. 소소한 함정 같은 것도 배치해 놔서, 그걸 빠져나와 보물을 찾아내고, 찾아낸 보물은 자기가 가진다는 법칙일세.”


그렇지만 보석이라 해도 그렇게 비싼 건 아니며, 타츠미의 감각으로 따져 봤을 땐 상점가의 제비뽑기 경품 같은 것들뿐인 모양이다.

하지만 딱 하나 비싼 보석이 숨겨져 있으며, 그걸 노리고 매년 수많은 참가자들이 모여서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것도 또한 상점가의 제비뽑기로 따지자면 대상인 하와이 여행권 같은 걸까, 하고 타츠미는 납득했다.


하지만 교외의 숲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보물은 찾아내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듯하다. 특히 대상은 꼼꼼하게 숨겨져 있기 때문에, 대상을 멋지게 찾아낸 사람은 과거에 몇 명밖에 없다던가.

게다가 교외의 숲이 무대이기 때문에, 아무리 경비 신관 기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도, 때로는 위험한 야수와 만나서 부상을 입거나, 아주 드물긴 하지만 목숨을 잃은 참가자도 과거에 있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 참가자는 매년 잔뜩 모인다는 것 같다.


“해양신의 신전에서는 경기 같은 축제가 아니라, 매년 무료로 술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네.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라고는 해도, 도시의 시민들도 다 부유한 게 아니니 말일세. 이것도 또한 서만들한테서는 평판이 좋지.”


왕도나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결코 그 모든 사람이 생활에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그 날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 있어서 해양신의 신전이 준비해 주는 축제의 술이나 요리는 각별한 것이다.




“그래서, 저희 서바이브 신전은 어떤 행사를?”

“그렇군, 우리 신전에서는 올해 1년 동안 태어난 아기한테, 내 스스로가 신의 축복을 준다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네. 물론, 올해도 할 예정이네만, 올해는 다른 것도 생각해 둔 게 있어서 말이네.”


쥬젯페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 이건 뭔가 꾸미고 있구나. 그것도 꽤나 질이 나쁜 부류의.


무심코 그런 생각이 타츠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타츠미는 그걸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쥬젯페와 꽤나 오랜 시간 함께 보낸 것이다.


“그 행사에는 꼭 자네의 협력이 필요해서 말이네.”


쥬젯페의 미소가 한층 짙어진다. 그렇지만 타츠미는 여기서 싫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타츠미는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도 쥬젯페의 얘기를 들었다.

그걸 들은 그의 표정은 경악과 당혹스러움이 떠올랐고, 마지막엔 어째선지 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자, 잠깐만요, 쥬젯페 씨! 지, 진짜로 그런 걸 해야만 하는 건가요!?”

“그렇다네. 괜찮다면 사위가 해 줬으면 하는구먼. 지금까지 우리 신전이 축제에서 벌인 행사는 다른 세 신전과 비교해봐서 뭔가 수수했다네. 나는 그걸 납득하지 못하고, 사실은 좀 더 멋진 걸해보고 싶었다네. 허나, 머리가 굳은 고위사제들은 전통이니 교양이니 뭐니 해서 시끄럽더군. 최고사제라는 입장 상, 나 자신이 신전의 전통이나 교양을 욕보일 수는 없으니, 지금까지 계속 참고 있었다네. 하지만――――”


어딘가 먼 산을 바라보면서 얘기하고 있던 쥬젯페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타츠미를 다시 바라봤다.


“――――올해는 자네가 있다네. 자네가 나타나 준 덕분에, 신전의 전통이나 교양을 욕보이지 않고 성대한 행사를 펼칠 수 있지.”

“하, 하지만……그런 계획이라면……따, 딱히 저희들이 아니더라도…….”

“아니, 역시 여기선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겠나? 그 쪽이 훨씬 고조되는 분위기가 있다네. 다행히, 자네들은 충분히 지명도도 있는 데다, 내 가족과도 마찬가지일세. 제일 첫 번째는 내 가족들이 시험 삼아 해 본다고 한다면, 신전의 머리가 딱딱한 녀석들도 납득할 테지. 그리고 이 행사가 잘 치러진다면……앞으로는 새로운 전통으로써 이 신전에 자리 잡게 될 걸세. 부탁이네, 사위. 이 부탁을 받아들여 줄 수 없겠나?”


쥬젯페는 타츠미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쥬젯페가 그렇게까지 말하고,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사제가 직접 고개까지 숙여서야, 타츠미는 거절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다.

그래도 타츠미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아―라던가 으―라던가 중얼거리면서 방――늘 쥬젯페한테서 강의를 듣는 방――의 이쪽저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타츠미 자신도 또한 알고 있다.

결국엔 쥬젯페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동시에 그한테 있어서 확실히 구분을 지을 수도 있게 된다.


“……아, 알겠어요……그, 그래서……저쪽 준비는……?”


타츠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겨우 그 말만 내뱉었다.


“그 점은 사위가 걱정할 필요는 없네. 모든 건 우리들이 손을 써서 몰래 준비를 해 두지. 확실히, 이런 걸 자네의 세계의 말로 『서프라이즈』라고 했던가? 음음, 나잇값도 못 하게 지금부터 축제가 기대되서 참을 수가 없구먼.”


라며 쥬젯페는 축제를 앞에 둔 아이같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