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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제 1화 『또 한 사람의 전이자』
아침.
창문에서 비쳐드는 눈부신 햇살과, 배 언저리를 스륵스륵 하고 뭔가가 문질러대는 감각에 칼세드니아는 천천히 의식을 각성시켰다.
의식이 점점 분명해지면 분명해질수록, 배에 느껴지는 감촉도 분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등에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도 또한.
“음……뭐 하고 계세요?”
자신을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그 인물을 향해, 칼세드니아가 돌아보면서 물어보니.
“음―, 칼세의 배를 만지고 있어.”
그녀의 운명의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그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네 피부는 매끈매끈해서 감촉이 좋단 말이지―. 계속 이러고 있어도 될 것 같아.”
“싫다. 간지럽다구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목소리에는 확실히 기뻐하는 기색이 섞여있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남자――타츠미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두 사람은 몸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다. 서로를 전부 드러낸 채로, 따뜻한 모포 안에서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지난번 「마법의 그림」을 계기로 처음으로 맺어진 그날 밤부터 두 사람은 거의 매일같이 이렇게 서로 피부를 맞대며 잠들게 됐다.
딱히 사랑의 육체 언어를 매일 나누고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타츠미는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는 칼세드니아의 머리카락에 코끝을 파묻으면서, 그 향기를 찬찬히 즐겼다.
“뭔가……옛날 치코랑 똑같은 냄새가 나네……단순히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조용히 흘러나온 타츠미의 말. 칼세드니아는 자신의 배 위에 있는 타츠미의 손에 자신의 손바닥을 겹치면서 행복하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서방님. 하나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
“네. 괜찮다면……이러고 있을 때만이라도, 저를 예전처럼 『치코』라고 불러주지 않으실래요?”
“어? 하지만 그건…….”
“서방님이 저를 한 사람의 여자로써, 『칼세드니아』라고 불러주시는 건 무척이나 기뻐요. 하지만 『치코』라고 하는 이름도 또한, 제가 서방님한테서 받은 소중한 이름……이 세계에서 단 한 사람, 서방님이 불러주는 특별한 이름이에요. 평소엔 『칼세드니아』라고 부르셔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피부를 서로 맞대고 있을 때엔……저는 『치코』라고 불리고 싶어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타츠미는 그 부드러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알겠어. 이러고 있을 때엔 예전처럼 『치코』라고 부를게.”
“감사해요, 서방님.”
타츠미의 기분 좋은 체온을 등 전체로 느끼면서, 칼세드니아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행복한 분위기에 흠뻑 취하면서, 그러면서도 칼세드니아는 침대에서 나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서방님. 오늘은 서방님이 처음으로 마수 사냥꾼이 모이는 주점으로 가 보는 날이라구요? 슬슬 일어나서 준비 하셔야죠.”
“그러네. 침대 안에서 이 따스한 기분을 즐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네. 응, 그럼 칼세가 먼저 침대에서 나가줘.”
“네?”
타츠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느껴지는 부유감. 무심코 눈을 깜빡이던 칼세드니아는 단숨에 침대 밖으로 이전되었다.
서둘러 공중에서 자세를 갖추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간신히 막는다. 하지만 그건 밝은 태양 아래에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을 타츠미한테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라를 타츠미한테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에 다다른 칼세드니아는 귀여운 비명과 함께 양손으로 가슴을 끌어안으면서 그곳에 주저앉았다.
그런 칼세드니아를 타츠미는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채로 싱글싱글 바라보고 있었다.
“응, 아주 좋은 눈요기야.”
“정말. 요즘 서방님은 좀 심술궂어요!!”
칼세드니아는 웅크린 채로 손을 뻗어 침대 위에 있던 베개를 집어 들더니, 그걸 타츠미한테 던졌다.
하지만 칼세드니아가 던진 베개는 가볍게 타츠미가 막아내고 말았다.
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행복한 두 사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던 두 사람은, 4각의 종――일본에서 따지자면 정오――이 울릴 즈음 집을 나왔다.
두 사람이 가고 있는 곳은 예전에 수행을 하던 시절의 칼세드니아가 이용했다고 하는 마물 사냥꾼이 거점으로 삼는 술집 중 하나.
살랑살랑 눈이 내리는 길거리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몸을 끌어안으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이미 근처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낯익은 주부들이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거나,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어머, 타츠미 군이랑 칼세 짱. 오늘도 둘이서 외출이니?”
“언제나 사이가 좋구나.”
“정말. 너희 둘이 있으면, 쌓인 눈도 녹아버릴 것 같구나.”
주부들이 건네는 악의 없는 농담. 그런 말을 듣고 타츠미는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고, 칼세드니아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번화가로 나온 뒤, 천천히 도시 중앙으로 향한다.
그리고 칼세드니아의 안내를 받아 큰길에서 벗어난 골목길로 들어가, 자신들의 목적지인 술집 겸 여관으로 향한다.
“……그래서, 너도 예전에 신세를 졌다고 하는 그 술집 주인 분은 어떤 분이셔?”
“뭔가 먼 이국에서 20년 정도 전에 이 조이 솔라이트 대륙으로 건너 오셨다고 해요. 그 뒤엔 대륙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이 레반티스 마을에는 대충 5,6년 정도 전에 찾아와서, 지금 운영하는 술집을 열었다고 들었어요.”
칼세드니아의 설명을 들으면서 타츠미는 뇌리에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 같은 느낌의 험상궂은 중년 남자를 떠올렸다.
용병이나 마수 사냥꾼의 신분으로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고, 부상 같은 이유로 은퇴한 뒤엔 술집을 운영하면서 초보자들을 육성한다.
응, 정말 있을 법한 설정이네. 하고 타츠미가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한편, 칼세드니아의 얘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요즘엔 가게 평판도 좋아서, 실력 좋은 마수 사냥꾼들이 그 가게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드나들었을 적에는 아직 개점한지 얼마 안 돼서 그렇게 유명한 가게는 아니었는데, 지금엔 완전히 이 마을의 대표적인 술집으로 설정했다고 해요.”
라고 말하는 칼세드니아의 말에는 그리워하는 듯한 마음이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그 가게 주인을 상당히 따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도 퇴마사가 된 뒤로부터는 그 가게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게 됐는데……여주인 분, 건강하시려나?”
그렇구나. 아무래도 그 가게 주인한테는 부인이 있는 것 같다.
험상궂고 완고한 가게 주인과, 그 가게 주인을 도와주는 밝고 기량 좋은 여주인. 이것 또한, 잘 튀어나올 법한 설정이다.
타츠미가 머릿속으로 그런 술집의 모습 같은 걸 상상하고 있자, 한층 높아진 칼세드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기에요!! 저기가 저희의 목적지인 〔엘프의 쉼터〕에요!!”
칼세드니아가 가리킨 끝. 거기에는 확실히 술집 겸 여관이 있었다.
평범한 집보다도 살짝 커다란 목제 문. 살짝 낡긴 했지만, 잘 손질이 되어 있는 모양이라 예쁜 결이 떠올라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일반 주택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갈색 벽돌로 만들어진 구조. 보아하니 3층 건물인 것 같으니, 아마 1층은 술집이고 2층부터가 객실인 거겠지.
하지만, 무엇보다 타츠미의 눈을 끌은 건, 입구 문 옆에 내걸어져 있는 간판이었다.
포크와 나이프와 식기를 그림으로 그린 건 여기가 술집이라는 걸 나타내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 그림 밑에는 침대 그림도 있었다. 이것도 또한 여기가 여관도 겸하고 있다는 걸 표시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요즘 타츠미도 겨우 이 세계의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세계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가게의 간판에 문자가 아닌 그림을 그려놓은 건 아마도 종종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의 눈을 이끈 건 그런 그림이 아니었다.
간판에 적힌 글자야말로 그의 눈을 이끌고 떼어놓질 않는다.
이 나라에서 쓰이는 문자와는 누가 봐도 달랐던, 딱딱한 글자. 하지만 그 글자는 타츠미한테 있어선 이 나라의 글자보다도 훨씬 익숙한 것으로.
그리고 그 글자는 이 나라에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어, 어째서……어째서, 여기에 일본어가 적혀 있는 거야……?”
멍하니 타츠미가 올려다본 그 간판.
거기에 적혀 있는 “엘프의 쉼터”라고 하는 글자는 아무리 봐도 히라가나와 가타나카, 그리고 한자의 조합――즉, 일본어였다.
멍하니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타츠미를 보고 칼세드니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방님? 왜 그러세요?”
“아, 응……이, 있잖아, 칼세. 저 간판에 적혀 있는 글자말인데…….”
“저건 이 가게의 여주인 분께서 예전에 있던 나라의 글자라고 하던 모양인데요?”
칼세드니아가 타츠미가 가리킨 간판을 보고 설명한다.
아무래도 칼세드니아는 일본어 대화는 할 수 있어도 읽지는 못하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지난 생애의 그녀는 왕관 앵무새에 불과하던 것이다. 일본어 대화 쪽은 타츠미나 그 가족들의 말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당연히 읽고 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는 건……설마, 이 가게의 여주인 분은, 나랑 똑같은 일본인……?”
자신 말고도, 이 나라……아니 이 세계에 일본인이 있었을 줄이야.
갑자기 타츠미의 가슴에 퍼진 감정은 향수라고 불러야 할 감정이겠지.
일본에서 지내던 생활에 미련이 없다고 단언했다고는 해도, 때로는 결국 그리워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정말로 이 가게의 여주인이 일본인이라면 이 그리운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으면서도 타츠미는 칼세드니아한테 재촉을 받아 가게 안으로 발을 디뎠다.
가게로 들어가자마자, 술과 각종 요리 냄새가 타츠미의 코를 자극했다.
타츠미가 예상한 대로 1층은 술집으로 쓰이고 있는 모양인지, 가게 안쪽에 카운터, 그리고 넓은 가게 안에는 4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나 보였다.
그 중 몇 군데에는 마수 사냥꾼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갑옷 차림으로 앉아 있으며,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스스럼없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중에는 명백하게 칼세드니아한테 천박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어서, 타츠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시선에서 칼세드니아를 지켜낼 수 있는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의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꽤나 두터운 모피 윗옷을 입고 있다.
그 밑은 칼세드니아는 평상복이지만, 타츠미는 튼튼한 가죽 갑옷과 허리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검을 장비하고 있다.
모피 윗옷을 입었다고는 해도, 그것들을 장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전의 마물 사냥꾼들한테는 일목요연.
또한, 지금의 타츠미는 신관 전사로서 꾸준히 단련을 하
고 있다. 발걸음 하나만 봐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마수 사냥꾼들은 스스럼없는 시선을 보내긴 해도, 뭐라 시비를 걸어오진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여기서 뭔가 시비를 걸어오는 녀석들이 있다는 건, 그 사람이 경험이 별로 없는 마수 사냥꾼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중에는 칼세드니아가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 라는 걸 깨달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라, 동료끼리 뭐라뭐라 소곤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마수 사냥꾼들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 속에서 칼세드니아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가게 안으로 향했다.
칼세드니아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아고 있는 타츠미의 눈에 카운터 안쪽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아마 저 여자가 이 가게의 여주인인 거겠지. 그렇다고 하면 저 사람이 일본인인 걸까?
그런 기대를 품은 타츠미. 하지만 바로 그 눈이 경악으로 치켜떠지게 됐다.
“어?”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내면서도 타츠미는 그 여자를 봤다.
키는 타츠미보다 작고, 대체로 160cm 전후일까. 날씬한 몸매와 칼세드니아하고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은 엷은 금발. 백금색인 칼세드니아보다는 약간 색채가 엷다. 그리고 눈동자 색깔은 루비 같은 칼세드니아하고는 대조적인 사파이어 같은 푸른색.
그리고 무엇보다 가늘고 길게 위로 향한 살짝 뾰족해 보이는 귀. 그건 판타지에서 유명한 그 종족의 특징이기도 하다.
“에, 엘프……?”
그렇다.
그 여자는 엘프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타츠미는 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교류를 나눈 적이 없다.
이 도시의 서바이브 신전에는 인간밖에 없고, 도시 안에서도 아인은 적은 축에 속하는 듯하다.
마을에서 아주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정도는 있더라도, 이렇게 가까이서 아인을 보는 건 처음인 것이다.
방금 타츠미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엘프 여자가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마자, 그 얼굴에 기쁨과 희색이 떠올랐다.
“칼세 씨!! 칼세 씨잖아요!! 우와―,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네. 저는 잘 지냈답니다. 아주머니야말로 잘 지내셨나요?”
“네, 물론이죠!! 저도 칼세 씨의 활약……『서바이브 신전의 <<성녀>>』의 소문은 들었답니다?”
생글생글 담소를 나누는 칼세드니아와 엘프 여자.
아무래도 이 엘프 여자가 이 가게의 여주인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간판에 적힌 일본어는 대체 누가 적은 걸까. 설마, 엘프가 일본어를 알 리도 없고, 하고 타츠미가 내심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그때까지 칼세드니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의 눈이 타츠미를 바라봤다.
그 순간, 엘프 여자 얼굴에 퍼지는 커다란 경악.
여자는 푸른 눈을 한껏 치켜뜨면서 갈라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 호, 혹시……일본 분……이세요?”
엘프 여자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 그건, 틀림없이 타츠미가 잘 알고 있는 일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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