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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제 14화『약혼 의식』
쥬젯페의 그 말을 듣고 타츠미는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그건 그 자신도 또한 가르가돈 모자 사건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지난번, 자네한테서 결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네. 나한테 있어선 자네의 의사는 존중하고 싶네. 칼세도 자네가 기다리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기다릴 테지.”
쥬젯페가 힐끔 하고 타츠미 옆에 앉아 있는 손녀한테 시선을 돌리니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한다.
칼세드니아도 또한 타츠미가 결혼에 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타츠미는 시시한 억지라고 말하지만, 그의 마음은 기쁘다. 그만큼 그가 자신과의 생활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래서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처럼 타츠미가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언제든지 기다릴 생각이다.
“자네도 상급 신관이 됐네. 그리고 정식적인 신관 전사이기도 하지. 이 두 개의 봉급만 가지고도 도시의 일반적인 가족보다도 수입은 위일 걸세. 물론 자네가 최종적으로는 퇴마사를 지향하고 있는 건 거듭 이해하고 있네. 허나, 적어도 약혼이라는 형태만이라도 갖춰줘도 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만……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칼세드니아와 정식적으로 약혼한다.
이미 반 년 넘게 그녀와 같이 살고 있지만, 다시 그 말을 들으니 역시 쑥스러움을 느끼는 타츠미였다.
“저, 그게……저한테 있어서도 치코랑 정식으로 약혼하는 건 상관없어요……아니, 그러는 편이 좋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는 건가요?”
원래 있던 세계에선 약혼은커녕 여자랑 사귀어 본 적도 없는 타츠미다.
약혼이라는 말에 막연한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것을 하는 건지. 당연하게도 지식은 전혀 없다.
“그렇군. 신전에서 약혼 의식이라고 불리는 의식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네. 그 의식에는 의식을 장관하는 입회인 신관과, 당사자인 두 사람만이 참가하네. 신――당연히 서바이브 신의 앞에서 약혼을 선언하고 신의 축복을 받지. 간단히 말하면 그런 걸세. 아아, 그래 맞아. 만약 자네들이 의식을 올린다고 한다면, 내가 입회인 신관을 맡겠네.”
길고 흰 수염을 매만지면서 쥬젯페가 대략적인 수순을 설명하자, 칼세드니아가 눈을 치켜뜨고 깜짝 놀랐다.
“괘, 괜찮으세요? 최고 사제이신 할아버님께서 입회인을 맡다니, 원래는 왕족 약혼이나, 귀족 중에서도 상위 분들 의식 때만 서시는 법이잖아요?”
“확실히 네가 하는 말 대로다만, 사위한테는 이것저것 네가 신세를 지고 있으니 말이다. 네 할아버지……아니, 양부로서, 적어도 그 정도는 하고 싶단다.”
타츠미는 이쪽 세계로 억지로 자신을 불러들인 칼세드니아를 꾸짖지도 않고 책망하지도 않고, 그러기는커녕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준 뒤, 사이좋게 같이 지내주고 있다.
타츠미한테 있어선 자신이야말로 칼세드니아한테 이것저것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할 테지만, 쥬젯페도 타츠미한테는 양녀에 대한 일로 감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의 약혼 의식의 입회인을 맡는 걸로 그 감사를 쥬젯페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다. 그게 쥬젯페의 마음이었다.
물론 최고사제인 쥬젯페가 입회인을 맡는 걸로 인해 여러 방면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둔 거겠지.
“알겠어요. 그럼 그 의식에 관한 건 쥬젯페 씨한테 맡길게요. 그래서, 그 의식은 언제 거행하게 되는 건가요?”
타츠미가 승낙해 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쥬젯페는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재빨리 날짜를 계산한다.
“흠……신전에도 이것저것 사정이 있어서 말이네. 오늘부터 열흘 뒤, 라는 걸로 어떤가?”
쥬젯페의 제안에 타츠미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타츠미의 등 뒤에서는 칼세드니아가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액세서리를 다루고 있는 가게를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쥬젯페가 타츠미한테 칼세드니아와의 약혼을 제안한 다음날.
신관 전사로서의 단련을 마친 타츠미는 마찬가지로 단련을 받고 있던 바스한테 그렇게 질문했다.
“그래. 나, 이 도시에서 그런 상점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품질 좋은 액세서리를 다루고 있는 가게를 알고 있으면 좀 가르쳐 줘.”
“딱히 상관은 없는데, 왜 갑자기……아아, 그런 거냐?”
뭔가 멋대로 납득을 하더니, 씨익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바스.
마음속을 간파당한 것 같아서 타츠미는 쑥스럽다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런 거라면 나보다도 니즈 형제한테 물어보는 편이 좋을 걸? 그 녀석들 집은 기본적으로는 마수 사냥꾼 상대로 무기를 다루고 있는 가게지만, 옛날부터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가게인 모양이니까 말이야. 이 도시 상인들에 관한 건 나보다 더 자세할 거야.”
“그, 그런가. 그럼, 걔네들한테 물어 볼게.”
“응, 그렇게 해라. 그래서, 열심히 좋은 거 고르라고?”
“시, 시끄러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종종걸음으로 떠나가는 타츠미의 등을 바스가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빤히 바라본다.
“반 년 넘게 같이 살고 있으면서, 정말로 계속 앳되네 그려. 뭐, 그게 쟤네들답다고 하면 그렇긴 한데 말이야.”
그리고 열흘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그 열흘 동안 타츠미도 실로 바빴다.
니즈가 소개해 준 액세서리 가게에서 약혼 의식에 사용할 액세서리도 구입했다.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는 반지가 아니라, 귀걸이나 피어스 같은 귀에 다는 액세서리를 약혼 증표로 삼는 모양이다.
니즈한테 소개받은 액세서리 가게의 점원과 상담을 나누면서, 어떻게든 칼세드니아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귀걸이를 고를 수 있었다.
그때, 약간 예산이 오버되고 말았기 때문에, 쥬젯페한테 대금을 빌리는 둥, 한 소동도 있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칼세드니아한테 선물할 물건의 대금을 그녀한테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타츠미는 신전에서 얻을 수 있는 봉급 전부를 일단 칼세드니아한테 맡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그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을 받고 있다고 하는, 이른바 “용돈제도”다.
칼세드니아와의 약혼이 이렇게 빨리 결정되지 않았더라면, 타츠미도 좀 더 착실히 예산을 모으고 나서 물건을 살 수 있었겠지.
그 외에는, 쥬젯페의 가족들과 면담도 했다.
쥬젯페의 부인이나 그 아들들. 쥬젯페는 친아들로 남자들만 셋이 있고, 세 사람 다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
쥬젯페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칼세드니아와는 꽤나 나이가 떨어진 오빠들이었다.
타츠미한테 있어서도 매형이 될 인물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건 이만저만한 긴장이 아니었지만, 전부터 쥬젯페나 칼세드니아한테서 타츠미에 대한 걸 들었던 모양인지, 쥬젯페의 가족들은 타츠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래도 역시 의붓 누이――나이로 봤을 때는 양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의 반려가 될 타츠미한테 보내는 매형들의 시선에는 엄격한 게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졌다. 특히 쥬젯페의 차남은 서바이브 신전에서 신관 전사를 통솔하는 총 전사장이다.
타츠미한테 있어서는 직속 상관이라도 할 수 있는 인물로, 그의 호평은 이미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고로 쥬젯페의 부인은 해양신 다라가베 신전의 중책을 맡고 있고, 장남은 왕국 기사, 셋째 아들은 태양신 고라이바의 신관 전사로, 실로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가족들이었다.
타츠미는 상급 신관이 쓰는 의례용 신관복과 성인을 입고, 서바이브 신전의 예배당에 위엄 있게 자리 잡은, 거대한 서바이브 신의 석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타츠미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사제가 입는 의례복과 성인을 걸친 칼세드니아가 무릎을 꿇고, 서바이브 신의 석상 앞에는 눈부신 최고 사제로서의 정장을 입은 쥬젯페의 모습이 있다.
“――지금 여기서, 젊은 두 사람이 새로운 연을 맺는 것을 위대하신 서바이브 신께 맹세하리라. 이 맹약은 결코 파기되는 일 없이, 미래영겁 이 두 사람을 엮어둘 강고한 사슬이 되리라.”
낭랑한 쥬젯페의 목소리가 넓은 예배당에 울려 퍼진다.
평소라면 신자들로 넘쳐날 이 예배당도 지금은 타츠미, 칼세드니아, 쥬젯페 이 세 사람뿐. 오늘 이곳에서 약혼 의식이 거행된다는 건 사전에 통보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반 신자들은 의식이 끝날 때까지 예배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타츠미나 칼세드니아와 친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맹약의 귀걸이를 서로한테 달아주는 것으로 약혼은 성립되리라.”
위엄한 표정을 지은 쥬젯페가 신상 앞에 바쳐서 성별(聖別)하고 있었던 귀걸이를 둥근 그릇 위에 놓아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돌려주었다.
쥬젯페한테 지시를 받아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타츠미 앞에 쥬젯페가 성별된 귀걸이를 정중하게 내밀었다.
타츠미가 고른 귀걸이는 가늘게 판상된 은을 복잡하게 얽히게 만든 디자인의 귀걸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작긴 하지만 투명도가 높은 진홍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 귀걸이는 불꽃과 친하고 세공품을 잘 다루는 아인인 드워프 장인이 만든 명품이다.
타츠미는 그 귀걸이를 두 개 다 집어들고, 그 중 하나를 칼세드니아한테 건넸다.
“미안, 치코.”
“네?”
갑자기 타츠미가 사과를 하자, 무심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칼세드니아.
“그, 그게……원래대로는 약혼이 아니라 좀 더 한 발 나아가도 됐을 텐데……내가 억지를 부려서 약혼으로 그쳐 버려서……정말로 미안.”
“아, 아뇨, 그럴 리가……억지라고 한다면 저야말로……저야말로 제 사정만 가지고 이쪽 세계로 주인님을 소환시켜 버렸――――읍!?”
말을 이어가려고 한 칼세드니아의 입술에 타츠미의 손끝이 살짝 닿아서 그 뒷말을 막는다.
“그렇지 않아. 나를 소환해 준 건 정말로 기뻐.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난 생활에……일본에서 지냈던 생활에 전혀 미련이 없는 건 아냐.”
현대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이쪽 생활은 생활하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기가 없으니 밤은 어둡고, 추운 겨울에도 난방이라고 한다면 난로 정도.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생활의 윤택함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외에도 일본에 뒤지는 점은 얼마든지 있겠지.
“그래도……이쪽 세계에는 치코 네가 있어. 죽고 난 뒤에,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너랑, 다시 한 번 이렇게 같이 살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아니, 나한테 있어서 그 이상의 행복은 없을 거야.”
“주인님……”
칼세드니아의 진홍빛 눈동자에 아름답고도 따뜻한 무색투명한 보석이 생겨난다.
그런 칼세드니아한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타츠미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 담아서 왼쪽 귀를 노출시키더니, 거기에 맹약의 귀걸이를 달아주었다.
“치코……자, 부탁해.”
“네……네……!!”
흘러넘치는 눈물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칼세드니아도 타츠미의 오른쪽 귀에 귀걸이를 달아주었다.
랄고필리 왕국에서는 남성은 오른쪽 귀에, 여자는 왼쪽 귀에. 똑같은 장식의 귀걸이를 차는 게 약혼 증거로 치부된다. 이게 결혼식이라면 남녀의 귀걸이를 차는 귀가 반대가 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이 젊은 두 사람의 약혼이 성립됐음을 선언한다!”
쥬젯페의 선언과 함께 신전의 종이 축복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웅장한 음색이 레반티스 도시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젊은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축하한다.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서로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본다.
아마도 지금, 예배당 밖에서는 약혼이 성립된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 친구나 지인들이 두 사람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겠지.
바스가. 니즈가. 사고가. 시로가.
선배 신관 전사들이나, 하급 신관 시절 때 같이 잡일을 했던 지인들.
칼세드니아의 지인인 쿠리를 시작으로 한 여성 신관들.
어쩌면 타츠미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달려와 줬을지도 모른다.
“자, 치코. 사람들한테 가슴을 펴고 보고하자. 우리들이 정식으로 약혼했다는 걸 말야.”
“네, 주인님!!”
두 사람은 손을 엮은 채로 예배당 입구로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 나아가다, 갑자기 타츠미가 멈춰섰다.
“무슨 일 있으세요, 주인님?”
“아니, 그 『주인님』이라는 호칭 말인데……슬슬 그만두지 않을래?”
“네?”
“그야……그, 그게……치코는 확실히 내 치코긴 하지만, 이미 애완동물이었던……왕관 앵무새였던 치코가 아니라, 지금은 한 사람의 인간 여자니까……나, 나도 앞으로는 『칼세』라고 부르리고 할 테니까……그러니까, 칼세도 나를 부를 때 『주인님』이라고 안 부르면 안 될까……?”
타츠미한테 그 말을 듣고 칼세드니아는 눈을 치켜뜨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고 있던 것도 아주 잠깐. 바로 그녀는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럼……앞으로는 『주인님』이 아니라,『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괜찮을까요……?”
얼굴을 붉히면서도 눈을 칩켜 뜨고 말하는 칼세드니아.
한편, 그 말을 들은 타츠미도 또한 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아―, 으, 응, 치코……가 아니지, 칼세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야, 따, 딱히 상관없어.”
“네!! 다시 한 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서방님!!”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지근거리에서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짓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두 사람의 입술이 점점 다가가더니, 이윽고 0이 되는 걸, 쥬젯페가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아무리 지나도 입술을 떼려고 하지 않는 두 사람한테 쥬젯페가 질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언제까지 하고 있을 생각인가. 적당히 좀 하지 못하겠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사제의 표정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계속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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