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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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화 『마법의 그림』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정식으로 약혼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의 일.
평소처럼 신전에서 돌아오는 길. 타츠미치고는 보기 드물게 샛길로 빠지고 있었다.
칼세드니아와의 관계를 확실히 한 걸로 인해 그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
타츠미가 가고 있는 곳은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 거기에는 랄고필리 왕국의 각지에서 찾아온 행상인들이 노점을 열고 있다.
식료품부터 시작해서 의료품, 장식품에 복식품(服飾品), 무기나 방어구도 있거니와, 뭐에 쓰는지 모르겠는 것들까지.
목적지 없이 몇 개의 노점을 바라보며 걸어다니고 있던 타츠미는 문득 어떤 노점 앞에서 발을 멈췄다.
거기서는 언뜻 봐서는 뭐에 쓰는지 알 수 없을 법한 물건을 팔고 있는 노점으로,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수상한 수정구나, 금이 간 병 등, 잡동사니로밖에 안 보이는 물건들뿐.
“어서옵셔, 형씨. 우리 가게 물건에 점을 찍다니, 형씨도 상당히 눈이 좋으시군 그려?”
딱 보기에도 수상해 보이는 가게 주인 같은 중년의 남자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가게에 있는 건 명실 공히, 전부 다 진짜 마봉구들 뿐이지. 예를 들면――”
가게 주인은 부스럭부스럭 하고 한 자루의 녹슨 검을 꺼내들었다.
“이 녀석은 옛날 <<용사>>라고까지 불렸던 어떤 퇴마사가 애용하고 있던 성검이지. 그 성검이 고작 은화 70닢. 어떤가? 파격적이지 않나?”
랄고필리 왕국이 있는 조이 솔라이트 대륙에는 대륙 공통 은화가 통화로 이용되고 있다.
통화로서의 단위는 딱히 존재하지 않고, 물건을 살 때는 “은화로 몇 닢.” 같은 표현을 쓴다.
참고로 일반적인 시민의 하루 생활비가 은화 10닢 정도. 지금 수상한 노점의 점주가 제시한 것 같은 장검이라면 대부분 은화로 100닢에서 200닢 정도. 물론 이름 있는 장인이 만든 명품이라면, 더더욱 비싸진다.
장검 한 자루에 은화 70닢이라면, 확실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만, 그 장검이 실제로 써먹을 수 있다면, 말이지만.
“잠깐 그 검, 봐도 될까?”
“그래. 마음껏 보라고.”
점주한테서 장검을 받아든 타츠미는 그 검을 뽑아 보았다. 아니, 검을 뽑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검은 검집에서 뽑히는 일 없이, 타츠미가 아무리 힘을 줘도 결국 도신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이거, 도신이 녹슬어 있는 거 아냐?”
“그건 아닐세, 형씨. 말하지 않았는가? 이 녀석은 성검이라고. 다시 말해, 주인을 고르는 거란 말이지. 아무래도 형씨는 성검한테 선택받지 못한 모양이네. 그래서, 어떡할 건가? 살 건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성검 같은 건 거짓말이겠지. 실제로 장검에서는 녹슨 철 냄새가 났다.
“필요 없어. 뽑히지도 않는 검을 사서 뭘 어쩌라는 거야?”
“아니, 지금은 안 되더라도, 나중에는 검한테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는 점주한테 검을 돌려주면서 타츠미는 다른 상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응? 이건 혹시…….”
그 타츠미의 눈에 어떤 물건이 비쳐 들어왔다.
그건 한 장의 그림.
딱 보기에 값싸게 사들인 것처럼 보이는 한 여자의 초상화였다.
“오, 좋은 안목이군 그려, 형씨. 이거, 굉장해 아주. 그 녀석은 소문이 자자한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님』의 초상화지. 어떤까, 매우 비슷하지 않나?”
“그런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타츠미는 초상화를 찬찬히 바라봤다.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은 확실히 칼세드니아와 매우 닮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비슷한 부분은 그곳뿐이다.
얼굴도 닮아 있지 않거니와, 체형 라인도 어딘가 이상하다.
굳이 말하자면 그림 공부를 막 시작한 인간이 그린 것 같은, 어딘가 데셍이 잘못된, 겉치레로도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는 그림.
게다가 그 그림 속에 있는 칼세드니아는 진짜 그녀라면 절대로 입지 않을 법한 멋진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크게 가슴이 패인 그 드레스는, 확실히 선정적이다. 하지만 그림에 관해 안목 같은 게 없는 타츠미의 눈으로 보기에도 결코 잘 그린 것처럼은 안 보이는 그 그림 가지고는, 아무리 선정적인 드레스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 타츠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점주가 스윽 몸을 들이대서 얼굴을 타츠미한테 갖다 댔다.
“게다가 말이지? 그 그림 속에 있는 <<성녀>> 님이 입고 있는 붉은 옷, 사실 이건――――”
능글. 점주의 기분 나쁜 미소가 더욱 기분 나빠졌다.
“――――심야가 되면 말이야, 옷이 투명해져서 그림 속에 있는 <<성녀>>님이 알몸이 된단 말이지.”
“형씨도 남자잖아. 미녀라고 유명한 <<성녀>> 님의 알몸을 보고 싶지 않아? 물론 나도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실제로 <<성녀>> 님의 알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않아, 라며 타츠미는 마음속으로 반론했다.
실제로 <<순간 이동>>의 실험 때에 칼세드니아를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던 적이 있다.
그 외에도 목욕을 마치고 얇은 잠옷의 가슴께 사이에서 칼세드니아의 깊은 계곡이 보이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고 있을 동안 그녀의 옷이 들춰져 올라가 버려서, 그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건강한 허벅지가 완천히 노출되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꺼낼 수 있을 리도 없고, 타츠미는 잠자코 점주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근데 말이지? 이 그림을 사면 말야, 그림이라고는 해도 <<성녀>> 님의 알몸을 볼 수 있다고? 남자라면 이건 반드시 사지 않겠어? 응? 형씨도 그렇지 않아?”
그림에 그려진 옷이 심야가 되면 투명해져 버린다.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타츠미는 문득 떠올렸다.
“…………그렇구나. 마법 있었지, 이 세계…….”
마법을 사용하면 점주가 말하는 일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타츠미는 어떤 계통의 어떤 마법을 쓰면 그런 걸 할 수 있는 지까지는 모르지만.
“자자, 형씨. 망설인다는 건 흥미가 있다는 거 아냐? 그러면 사라고. 싸게 넘길 테니까.”
능글능글한 미소를 계속 지으며 점주가 계속해서 그림을 사라고 권한다.
그런 점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타츠미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정말로 사 버리신 건가요? 그런 수상한 그림을?”
질렸다는 듯한, 그러면서도 화가 난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은 칼세드니아가 타츠미 앞에 있었다.
결국 문제의 그림을 사기로 한 타츠미. 그림은 그럭저럭 크기 때문에, 감춰서 집 안으로 들고 가는 건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림은 칼세드니아한테 들키고 말았다.
타츠미도 원래부터 숨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 그림을 사게 된 경위를 정직하게 얘기했다. 그 결과가 눈앞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칼세드니아라는 것이다.
자택의 거실로 사용하고 있는 방.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고, 벽난로 안에서는 따스한 불이 춤추고 있다.
하지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의 사이에서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냉기 같은 게 감돌고 있었다.
항상 식사를 할 때 쓰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서로 마주본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다. 문득 타츠미가 정신을 차려보니, 칼세드니아는 고개를 숙이고 살짝 어깨를 떨어대고 있었다.
“그, 그게……칼세……?”
머뭇머뭇 타츠미가 말을 걸자, 칼세드니아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고 타츠미는 핫 하고 숨을 삼켰다. 왜냐하면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투명한 이슬이 매달려 있었으니까.
“서방님……저는……저는 서방님이 보기에, 그렇게 여자의 매력이 없는 건가요……?”
“뭐? 뭐어!?”
“왜냐면……왜냐면, 제 몸은 이런 저급한 그림에도 못 미친다는 소리잖아요!? 실제로 제 알몸을 보는 것보다, 서방님은 이 그림의 알몸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그래서 사오신 거잖아요!? 그건 그러니까, 제가 이 그림한테 뒤지는 한심한 몸매니까……!!!”
오열조차 섞어가면서 칼세드니아가 힘없이 소리친다.
이렇게 힘없이 우는 칼세드니아를 처음으로 본 타츠미는 맨 처음엔 무심코 그 모습에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곧장 제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서투른 그림보다도 실제 칼세 쪽이 매력적이야.” 같은 진부한 말을 꺼내도, 그녀는 믿지 않겠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타츠미는 각오를 다지고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째서 그가 이런 서투른 그림을 사들인 것인가. 그 진짜 의미를.
“……………었어…….”
그때까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고 있던 칼세드니아. 그 칼세드니아가 눈물로 젖은 뺨도 그대로 두고 튕겨나가듯이 고개를 들었다.
“서, 서방님……지,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싫었다고!! 설령 단순한 그림이든……아무리 못 그린 그림이라 해도, 만에 하나 이 그림에 진짜로 마법이 걸려있고, 그림속에 있는 옷이 투명해 진다고 한다면……그리고, 그걸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남자가 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엄청나게 싫었다고!! 그냥 단순한 그림이라 해도, 내, 내 칼세의 알몸은 아무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나만의 것으로 삼고 싶단 말이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타츠미는 확실하게 알렸다.
“서, 서방님…….”
그때까지 슬퍼하고 있던 칼세드니아의 표정이 단숨에 행복의 절정으로 바뀌었다.
“미, 미안하네!! 나, 나도 평범하게 독점욕 정도는 있다고.”
타츠미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불만을 토로하듯이 그렇게 덧붙였다.
그 뒤, 거실은 침묵에 감싸였지만, 그건 기분 나쁜 침묵이 아니라 어딘가 행복한 분위기를 머금은 기분 좋은 침묵으로.
얼마나 그런 침묵의 바다에 몸을 맡기고 있었을까.
갑자기 칼세드니아가, 그런 행복한 침묵을 부쉈다.
“그, 그렇다면…………………………………………지, 지금부터……보, 보여 드릴까……요?”
“뭐?”
“그, 그게……서방님이 바라신다면야…………그, 그리고, 저, 제 알몸이라도 괜찮다면야…………보, 보여 드릴까요…………? ……서방님이라면, 언제든지 바라실 때에………….”
그렇게 말한 칼세드니아의 얼굴은 정말로 새빨갰다.
그리고 타츠미도 자신이 칼세드니아한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새빨개져 있다고 자각하고 있었다.
꿀꺽, 하고 무심코 타츠미가 군침을 삼킨다.
타츠미도 남자다. 사랑하는 상대의 알몸에 흥미가 없을 리가 없다.
“아, 아니, 그게……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네 알몸을 실제로 봐 버리면, 분명 나……나를 주체할 수 있을 자신이 없어서……그, 그게…….”
이런 때조차 자신의 욕망보다 자신을 신경 써 주는 타츠미. 칼세드니아는 그 마음이 정말로 기뻤다.
그래서 그한테 알렸다.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을.
“상관없잖아요, 자신을 주체 못 하셔도……저, 저희들도 정식으로 약혼 한 사이고, 지금의 서방님이라면 수입도 충분히 있으니까,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라는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그, 그러니까…….”
고개를 돌리며,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타츠미 쪽을 바라보면서.
“……서방님이랑 같이 지내게 된 지 반 년도 넘었으니까. 저, 저도 슬슬 괜찮으려나―, 싶어서요………….”
이런 소리까지 들으면, 타츠미의 이성도 한계였다.
“괘, 괜찮겠어……? 나도 남자니까……그런 소릴 들으면 이제 못 멈춘다고……? 네가 아무리 아프다고 울부짖어도……나를 주체할 수 있을 자신은 없는데?”
“네, 네. 괜찮아요. 애초에……저는 태어나기 전부터 서방님의 것이잖아요. 부디……서방님이 원하시는 대로……저를……명실 공히……서방님의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테이블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손이 점점 그 거리를 좁혀가더니, 손가락끼리 서로 얽힌다.
손가락뿐이었던 얽힘은 점점 손과 손을 마주하게 됐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테이블 위로 몸을 내밀어 입술과 입술을 겹쳤다.
당연히 겹친 건 입술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혀끼리 서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듯이 전투를 개시했다.
그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쥔 건 과연 누구였을는지.
아니, 타츠미가 이겼든, 칼세드니아가 이겼든,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그날.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그때까지보다도 더욱 사이가 좋아졌다.
그리고 마법의 그림 사건은 역시 라고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심야가 돼도 그림 속에 옷이 투명해 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또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이 그림은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더욱 사이가 좋아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 두 사람한테 있어서는 마법의 그림인 게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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