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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제 9화『꿈틀거리는 그림자』
계절은 변해간다. 이 세계에 소환됐을 맨 처음에는, 바다의 계절――봄이었지만 지금은 계절도 지나가서 초승달의 계절――겨울로 들어와 있었다.
왕도 레반티스 일반 주택은 적갈색 벽돌 같은 걸 쌓아올려 지어져 있다. 따라서 왕도 외견은 전체적으로 적갈색이지만, 눈이 쌓인 지금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변한 건 왕도의 외견뿐만이 아니다.
타츠미의 일상도 또한 그때까지와는 크게 달라졌다.
정식으로 신관 전사로써 인정받게 되자, 신관으로써의 신분도 하급 신관에서 상급 신관으로 올라갔다.
애초에 하급 신관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 견습생이기도 하기에, 타츠미도 이걸로 정식적인 신관으로 인정받았다는 소리가 된다.
그에 맞춰, 입고 있는 신관복과 성인도 상급 신관을 나타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성인은 둘째 치고 새로운 신관복을 입을 기회는 별로 없다.
신관 전사가 된 타츠미는 신관 내에선 갑옷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관 전사를 나타내는 서바이브 신의 성인이 새겨진, 곳곳에 보강재가 들어간 사슬 갑옷. 판금 갑옷은 신관 전사 중에서도 대장만이 입기 때문에, 평범한 신관 전사는 전부 타츠미와 똑같은 무장이다.
그리고, 허리에는 검. 이것도 또한 신관 전사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성인이 들어간 갑옷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찬 신관 전사 모습의 타츠미를 보고 칼세드니아가 무심코 눈을 빼앗겨버렸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졸업 시험」은 타츠미를 포함한 견습생 전원이 합격했다
타츠미를 제외한 4명은 5개 있는 부대 중 4개에 각각 한 사람씩 소속되게 됐다.
어째서 타츠미가 바스 일행처럼 분대에 소속되지 않았는가 하면, 그의 소속은 평범한 신관 전사가 아닌 퇴마술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인전 말고도 대마수 경험도 쌓아야만 한다.
타츠미는 도시의 마수 사냥꾼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으로, 혹은 적은 인수의 그룹으로 마수 퇴치 의뢰를 받아서 마수와 대결을 하며 경험을 쌓아가게 되겠지.
실질적으로는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퇴마술사가 되는 것이 타츠미의 목표인 이상 어쩔 수 없다.
때로는 신관 전사들과 함께 무술 훈련을 계속하고, 때로는 쥬젯페나 칼세드니아한테서 마법 지도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가면 매일 칼세드니아가 미소와 함께 마중을 나오고, 그녀가 만들어 준 요리에 혀를 내두르고, 목욕에 들어가 몸의 피로를 푼 뒤엔 칼세드니아와 함께 침대로 들어간다.
참고로, 칼세드니아를 등 뒤에서 감싸듯이 껴안으면서 자면 어째선지 그녀의 잠버릇이 좋아진다는 게 판명되고 나서부터는, 항상 그 자세로 자게 된 타츠미다.
마침 지금은 눈이 흩날리는 계절. 서로의 체온을 기분 좋게 느끼면서, 매일 편안히 잠드는 두 사람이었다.
바쁘면서도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타츠미였지만, 그런 나날에 파문을 던지는 자의 그림자도 또한 보이기 시작했다.
“네가 타츠민지 뭔지 하는 녀석이로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신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 타츠미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행색이 좋지 않은 몸집이 커다란 세 남자들. 그야말로 삥 뜯기나 양아치라고 하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통나무처럼 두껍고, 망치처럼 커다란 주먹을 과시하면서 세 남자들은 타츠미한테 다가왔다.
“좀 할 얘기가 있는데 말이야?”
“얘기……? 대체 무슨 얘기죠? 전 당신들을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타츠미가 남자들을 수상쩍다는 듯이 살펴보니, 남자들은 히죽이죽 미소를 지으면서 타츠미를 둘러싸듯이 섰다.
“분명 처음 보긴 한다만, 뭘. 그렇게 시간은 안 잡아먹을 거라고. 다만……여기선 장소가 나쁘군 그래. 잠깐 따라와라.”
두터운 팔을 친근하게 타츠미의 어깨에 올려두면서 남자들이 그를 유도한다.
그들의 시선 끝에 있는 곳은 어두컴컴한 골목길. 아무래도 그들이 말하는 얘기라는 건, 인목을 피해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일인 것 같다.
옆에서 본다면 불량해 보이는 남자들한테 둘러싸인 청년. 지나가던 사람들은 호기심이나 걱정스러운 듯한 눈길을 타츠미한테 보냈지만, 거기에 끼어들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남자들이 뿌려대는 폭력의 기척을 민첩하게 느낀 거겠지.
만약 타츠미가 신관 전사의 증거인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남자들이나 주변 반응도 좀 더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추운 계절에 야외에서 금속제 갑옷을 입고 걷고 돌아다니는 건 아무리 그래도 힘들다. 갑옷 밑에 옷을 두텁게 껴입어도, 얼음처럼 차가워진 갑옷이 무자비하게 체온을 빼앗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치미는 신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두터운 방한구를 껴입고 걸어다니고, 갑옷은 신전에서만 입도록 하고 있었다.
남자들한테 거의 반쯤 등을 떠밀리는 것처럼 골목길로 강제로 걸어가게 되는 타츠미. 하지만, 지금 타츠미는 이 세계에 막 왔을 때의 그하고는 다르다.
등을 떠밀리면서도 냉정하게 남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타츠미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여기는 모양인지,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타츠미는 방심하고 있는 남자들의 허를 찔러, 간단히 포위망에서 탈출했다. 그래도 남자들한테서 도망치듯이, 그들이 타츠미를 몰아넣으려고 했던 골목길로 달려갔다.
“기, 기다려 이 자식!!”
“멍청한 놈. 스스로 골목길로 도망치고 앉았다고!”
타츠미가 도망쳐 아주 잠깐 초조감을 보인 남자들이었지만, 타츠미가 스스로 골목길로 도망친 걸 보고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남자들이 골목길로 발을 디딘 순간. 거기에 타츠미의 모습은 없었다.
“어, 어디로 사라졌지!?”
어두컴컴한 골목길은 똑바로 안쪽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골목길에는 몸을 숨길 수 있을 법한 곳은 없다.
만약 골목길 안쪽으로 도망쳤다고 한다면 그 뒷모습 정도는 보이겠지.
그런데, 타츠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때까지 보이던 여유로운 태도와는 정반대로 초조감을 보이면서 타츠미의 모습을 찾아다녔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역시 타츠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젠장!! 안쪽인가?”
“그것밖에 없잖아!”
“발만큼은 빠른 생쥐 같은 녀석이로군 그래!”
남자들은 각자 욕을 날리면서 타츠미의 모습을 찾아 골목길 안 쪽으로 달려갔다.
“저 녀석들은 뭐였던 거지…….”
쿵쿵 하고 사라져가는 남자들을 내려다보면서 타츠미가 홀로 중얼거렸다.
골목길을 만들고 있는 건물 지붕 위. 소복이 쌓인 눈에 반쯤 파묻는 듯한 자세로 타츠미가 거기 있었다.
골목길로 달려 들어가, 남자들의 사각으로 들어간 순간 타츠미는 일단 하늘 위로 전이하고, 하늘 위에서 건물 지붕을 시야 안으로 집어넣어 그 위로 다시 이동해 그 뒤엔 눈 안에 몸을 파묻으면서 남자들의 모습을 엿보고 있던 것이다.
일단 하늘로 전이한 건, 골목길에서는 지붕 위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타츠미는 저런 남자한테 시비를 당할만한 짐작 가는 부분은 없다.
그럼, 단순히 삥 뜯기나 등치기 표적으로 우연히 타츠미를 노린 것뿐이었을까.
아니, 그 남자들은 타츠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타츠미 개인한테 볼 일이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 치코나 쥬젯페 씨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두자.”
타츠미는 남자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지붕 위에서 몸을 엎드리다가 한동안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남자들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돌아갈까. 계속 여기 있어도 추울 뿐이니까…….”
부르르 하고 몸을 떨면서 타츠미는 몸을 일으켜 몸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시야 안에 멀리 떨어진 어느 지붕으로 이동했다.
만약을 위해 그대로 지붕에서 지붕으로 전이를 반복해서 타츠미는 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타츠미가 그런 조우를 마치고 있었을 즈음.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인 쥬젯페는 어떤 인물을 방문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칼세한테서 들었네만, 몸이 안 좋아졌다던가? 이제 괜찮은 겐가?”
화덕에서 장작이 불타오르고, 따뜻하고 편안한 온도를 유지한 방으로 들어온 쥬젯페는 오래된 절친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그래. 칼세의 마법 덕분에 이렇게 네 늙어빠진 얼굴도 또 한 번 더 볼 수가 있어졌어.”
“뭘 자기는 아닌 척을 하는가. 늙어빠진 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일 터인데.”
“우후후. 그것도 그러네.”
서로 독설을 주고받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이러한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을 정도로 두 사람이 친하다는 소리겠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야? 설마, 내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물론이네, 엘리시아. 오늘은 자네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네.…………자네, 최근 이것저것 들쑤시고 있던 것 같네만?”
그때까지 온화했던 쥬젯페의 시선이 갑자기 날카로운 것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에 맞춰 엘리시아의 시선도 또한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바뀌었다.
“어머, 소식이 빠른걸.”
“나한테도 귀와 눈이 되어주는 사람 정도는 있어서 말이네. 그래서 무슨 생각인 겐가?”
“어머, 당연한 거 아냐? 나한테 있어서도 칼세드는 손녀 같은 거라고? 그 손녀의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신경을 안 쓰는 편이 이상한걸.”
“흠……그래서? 자네의 눈으로 본 사위는……타츠미는 어떻게 보였는가?”
“그러네……신용할 수 있는 부하한테 알아보게 한 바로는, 근면하고 성실한 인물인 것 같던데.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너무 근면한 점이 반대로 신경이 쓰여.”
엘리시아가 입수한 타츠미의 정보는 이것도 저것도 그가 성실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신전으로 향하고, 신전에서 책무가 끝나면 다른 길로 새지도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타츠미 정도 되는 나이의 성인 남자가 일을 끝내고 동료와 같이 술을 마시고 돌아온다는 짓을 한 번도 안 한다는 사실이 엘리시아한테는 오히려 수상했던 것이다.
너무나 성실해서, 구태여 주변에 그렇게 인식을 하게 하려는 건 아닐까. 그게 엘리시아가 타츠미한테 품은 의문이었다.
엘리시아가 그 의문을 입에 담았을 때, 쥬젯페는 크게 입을 벌리며 폭소했다.
“허허허허허허!! 뭔가, 자네는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던 겐가! 이거야 원, 여호(女狐)가 생각할 법한 일이로군 그려.”
“어머, 나로써는 당신 같은 늙은 여우가 이 점을 눈치 채지 못한 점이 이상한데 말이야?”
쥬젯페가 자신을 크게 비웃어 기분이 상한 건지, 울컥한 표정으로 엘리시아가 반문했다.
“그건 상식의 차이라는 녀석이로군 그래.”
“상식의 차이……?”
겨우 웃음이 그친 쥬젯페는 엘리시아를 향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자네도 타츠미가 어디서 왔는지, 칼세한테서 들었을 테지?”
쥬젯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시아. 그녀도 칼세드니아가 타츠미를 이세계에서 소환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타츠미가 원래 있던 세계……일본이라 하던가? 거기서 타츠미는 아직 성인 전의 아이라고 하는 모양일세.”
“자, 잠깐 기다려 봐! 분명, 타츠미라는 사람은 16살이었을 텐데? 16살이 됐는데도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니…….”
“그러니까 말했던 거네. 상식의 차이라고 말일세.”
“그러니까, 우리들은 타츠미라고 하는 인물을 어른이라고 단정짓고 있었지만, 타츠미 본인은 자기가 아직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그렇다기 보다는, 고향에서의 풍습에서 벗어나진 못한 듯 하더군. 타츠미한테서 듣자하니, 그가 있던 나라에선 성인이 될 때까지 술도 담배도, 도박 같은 것도, 모두 나라의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모양일세. 물론, 개중에서는 법에 따르지 않고 몰래 그것들에 손을 대는 사람도 있다는 것 같네만, 그건 굳이 말하자면 적은 축에 속한다더군. 일본이라는 나라의 있는 그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은 모두 많건 적건 타츠미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 모양일세.”
“……우리들한테 있어서는 너무 성실해 보이는 그의 생활도, 그 타츠미라는 사람한테 있어선 매우 평범했다는 거야……?”
“나라가 바뀌면 생활 풍습도 당연히 바뀌네. 그게 이세계 정도 된다면, 우리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점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
쥬젯페의 말을 곱씹듯이 엘리시아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세로 뭔가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생각이 너무 지나쳤다는 소리야……?”
천천히 입 밖으로 나온 엘리시아의 말. 그걸 듣고 쥬젯페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자네가 칼세를 소중히 여겨주는 건 나한테 있어서도 기쁘네. 허나, 좀 더 그 녀석을 신용해 주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서도, 도저히 타츠미를 신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야……한 번 직접 만나보면 어떻겠는가? 한 번이라도 만나보면 그 녀석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그러네……. 아무래도 바로 뒤에서 손을 쓰려고 하는 건 내 나쁜 버릇일지도 모르겠어.”
쓴웃음 섞인 음색으로 말하는 엘리시아를 보고 쥬젯페도 허허허허 하고 평소처럼 웃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귀족들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이자, 자신의 손을 쓰는 건 마지막의 마지막이니까 말일세. 게다가, 평소부터 방심할 수 없는 귀족들을 상대하고 있는 자네일세. 무심코 정보를 캐는 짓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네.”
“분명히 상대에 따라서는 방법을 바꿔야지. 그런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확실히 나도 늙어빠진 걸지도 모르겠어.”
“뭘, 그걸 눈치 챈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네. 성미 나쁜 사람이라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걸 눈치 채지 못하니 말이네.”
명랑하게 웃는 쥬젯페한테 이끌리듯이 엘리시아도 또한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곧바로 다시 딱딱한 것으로 바뀌었다.
“성미 나쁜 사람이라는 말로 떠올렸는데……나 말고도 타츠미한테 손을 대려고 하던 사람이 있던걸?”
“허허. 그건 처음 듣는 소리로군. 그래서, 어디 사는 누구인가?”
“가르가돈 백작가의 아들……이라고 하면 알려나?”
“아아, 아직까지 집요하게 칼세한테 구혼을 해 오는, 혈통 외에 아무런 장점도 없는 바보 아들인가…….”
쥬젯페도 라라이크 가르가돈에 대해서는 짐작가는 부분이 있는 건지, 바로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알아봤다니, 이미 어떤 수단은 써 뒀을 테지?”
“그래. 타츠미라는 젊은이가 과연 칼세가 말한 그대로의 사람인가 아닌가……라라이크를 시험 대신으로 써먹어 보려고 생각하던 참이야.”
“음, 마침 잘 됐네. 한 번 어디 사는 바보 아들을 따끔하게 혼내 보도록 할까. 사위한테는 살짝 미안하네만, 칼세의 근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면 납득해 줄 테지. 음, 그 건에 대해서는 나도 손을 좀 대도록 하겠네.”
마치 짓궂은 장난을 떠올린 아이처럼 씨익 웃는 쥬젯페를 보고, 엘리시아도 또한 꿍꿍이속이 있는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인가의 전이를 거쳐 타츠미는 자기 집 현관까지 돌아왔다.
마법의 자물쇠를 암호로 해제하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은 난로에 불이 들어가 있어서 무척이나 따뜻하다.
그 편안한 따뜻함에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면서 방한복을 벗고 거실로 들어간 순간, 쿵 하는 충격이 등 뒤에서 덮쳐 들었다.
――혹시, 누군가 잠복을?
방금 전 남자들을 떠올리면서, 타츠미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최근 들어선 완전히 익숙해진 백금색 머리칼이 춤추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게……치코……?”
“네, 저에요. 우후후, 깜짝 놀랐어요?”
등 뒤에서 타츠미를 껴안고 싱긋 하고 미소를 짓는 칼세드니아.
아무래도 타츠미를 놀래켜 주려고 거실로 이어지는 문 뒤에 숨어있던 것 같다. 분명 타츠미가 전이했을 때의 마력을 느낀 거겠지.
“? 무슨 일 있으세요?”
하지만, 타츠미의 표정에서 뭔가를 파악한 건지, 칼세드니아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이 집에서 잠복하고 있는 건 일단 불가능한 것이다.
이 집의 자물쇠는 전부 마법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평범한 도둑 같은 사람으로는 열 수가 없다. 게다가, 자물쇠 암호로 설정되어 있는 건 일본어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건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지난 생애의 기억으로 일상 대화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뿐.
그 생각에 이른 타츠미는 겨우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칼세드니아한테 오늘 신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던 사건을 설명했다.
“……어머. 그럼, 누군가가 주인님을 노리고……?”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나는 누군가한테서 노려질 만한 짓은 한 적이 없고 말이야…….”
이쪽 세계에선 아직 아는 사람이 적은 타츠미다. 그가 누군가한테서 노려질 만한 짓을 한 기억은 없다.
아니, 있다고 하면 딱 하나.
“……혹시, 그 녀석들 네 신봉자였던 걸까?”
타츠미가 칼세드니아와 같이 살고 있다는 건 이미 상당히 유명해져 있다.
혹시 오늘 만난 남자들이 <<성녀>>의 신봉자라고 한다면, 도리어 원한을 사서 노려져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으음……그렇다면 앞으로 어떡할지……뭐, 도망치는 것 정도라면 도망칠 자신은 있지만.”
타츠미의 마법 특성으로 보아 그를 붙잡는 건 매우 어렵다. 그야말로 마력이 전혀 없는 공간에 가두던지, 창문이나 문이 없는 완전히 격리된 방에라도 가두지 않는 한, 그를 붙잡아 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 건에 관해서는 내일에라도 할아버님한테도 상담 드려 보죠. 그것보다――”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팔을 붙잡고 난로 앞까지 이끌었다.
“주인님의 몸, 완전히 다 식어 있어요.”
“그거야……눈 위에 엎드리거나 했으니까 말이야…….”
“얼른 몸을 녹이지 않으면 감기에 걸린다구요? ……에잇!!”
“우와악!?”
칼세드니아는 난로 앞에 앉아 온기를 쐬는 타츠미의 등을 다시 한 번 끌어안았다.
“……어떠세요? 따뜻한가요……?”
“으, 응……엄청 따뜻해……고마워, 치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타츠미를 보며, 칼세드니아가 쿡쿡 웃더니 등 뒤에서 살짝 타츠미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벼댔다.
자신들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도 잠시 동안 잊어버리고, 어떤 의미로 평범하게 행동하는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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