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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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제 6화『학생이 된 기분으로』
그건 어느 날 있던 일.
평상시처럼 오전 단련을 마치고, 타츠미하고 바스가 칼세드니아와 점심을 먹는 장소가 되어 있는, 신전 정원의 항상 가던 곳으로 향하던 도중의 있던 일이었다.
“저, 저어……타츠미 야마가타님……이 맞으세요……?”
갑자기 등 뒤에서 젊은 여자의 머뭇거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타츠미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낯선 소녀가 한 명. 나이는 타츠미하고 같거나 조금 아래일까.
풍성한 갈색 머리칼과 청색이 가미된 잿빛 눈동자에 결코 미인이라던가 미소녀까진 아니더라도 애교스러운 게 느껴지는 귀여운 인상의 소녀다.
“아, 네. 제가 타츠미인데요……?”
신관복과 성인 디자인으로 보아 그녀도 타츠미와 바스와 마찬가지로 하급 신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이름을 불리긴 했지만 타츠미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아, 다행이다……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한 하급 신관이라고 들었는데요……혹시 다른 사람이면 어떡하지 했거든요.”
싱긋 미소짓는 그 소녀. 하지만 뭔가를 떠올린 건지 곧장 표정을 다잡았다.
“소개하는 게 늦었네요. 전, 하급 신관인 쿠리라고 합니다. 오늘은 칼세드니아님의 심부름으로 왔어요.”
“치코……아니, 칼세의 심부름……?”
네, 하고 기운차게 대답을 한 쿠리라고 이름을 댄 소녀는 칼세드니아의 용건을 타츠미한테 전했다.
오늘 칼세드니아는 갑작스레 어떤 귀족의 저택으로 가게 됐다는 듯하다.
예전부터 그녀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던 귀족 노부인이 살짝 몸이 안 좋다는 모양인 것이다.
그 노부인의 하인한테서 치유 의뢰를 받은 칼세드니아는 병문안도 겸해서 노부인의 집으로 갔다고 한다.
때문에 평상시처럼 점심 식사를 같이 할 수 없게 된 걸, 알고 지내던 쿠리한테 타츠미랑 바스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그렇구나. 여기에는 휴대폰도 메시지도 없으니 말야. 뭔가 급히 예정이 바뀌면 이렇게 말로 전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는구나.”
어쩌면 의사 전달 마법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칼세드니아나 쥬젯페한테서 그런 마법 얘기는 듣지 못했다.
만약 존재한다고 하면, 그 칼세드니아니까 분명히 타츠미한테 그 마법을 가르치겠지.
물론 존재는 하더라도 칼세드니아도 쥬젯페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이걸 칼세드니아 님한테서 받았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쿠리가 건넨 건 항상 칼세드니아가 점심밥을 가져오는데 사용하는 바구니였다.
“칼세드니아 님은 저택에서 식사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 여러분들끼리 드셔도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고마워. 그게, 쿠리 씨였나? 같은 하급 신관이고 나한테는 님 붙이지 말고 타츠미라고 불러도 돼.”
바구니를 받아들면서 타츠미가 그렇게 말하자 쿠리는 눈을 크게 뜨면서 양손을 홱홱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그, 그럴 수는 없어요! 타츠미 님은 칼세드니아 님의 서방님이 될 분이시잖아요! 게다가, 크리소프레즈 최고 사제님께서 직접 붙어서 지도하신다고도 들었어요. 장래에 신전 내에서 높은 지위를 얻게 될 거라는 소문이 있는 분하고 저하고는 같은 하급 신관이라도 입장이 달라요오!!”
“어!? 나,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던 거야!?”
쿠리의 말을 듣고 오히려 타츠미가 더 놀라서 옆에 있던 바스한테 뒤를 돌아보니, 바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모르는 건 본인인 너 정도 아니냐? 칼세드니아 님 일도 포함해서 최근에는 이것저것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가 손녀의 반려로써 일부러 먼 이국에서 불러들인 사람.
최고 사제가 스스로 지도하고, 장래엔 서바이브 신전 안에서 높은 지위, 혹은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엄청나게 방대한 마력을 보유하고, <<대마도사>>의 이름을 이을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마법 말고도 검 실력도 보기 드문 재능을 보여 장래엔 신관 전사를 통솔하는 총전사장이 될 것이다.
<<성녀>>의 옛 연인이었던 몰가나이크를 결투로 쓰러트리고 그한테서 칼세드니아를 빼앗았다.
등등, 과장되어 전해진 것이나 근거도 없는 것도 포함해 타츠미에 관한 상당한 숫자의 소문이 신전 안 말고도 레반티스 마을까지 퍼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에 와선 왕가나 각 귀족의 가문들에서 당사자인 타츠미한테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신청이 쥬젯페한테 오고 있다든가 아니라든가.
“여러 의미로 지금 너는 화제의 인물이라는 녀석이네.”
히죽이죽 미소를 짓는 바스한테 그 말을 듣고 타츠미는 엄청나게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미안하구나. 별것도 아닌데, 하인이 소동을 피우더니 널 불러 버려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 노부인이 칼세드니아를 향해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부인님은 제가 어렸을 적부터 저를 많이 돌봐주셨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해 드릴게요.”
칼세드니아가 노부인한테 <<병 치유>>의 마법을 걸자, 몸이 편해진 건지 노부인은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 노부인의 이름은 엘리시아 크와로트. 크와로트 공작가의 선대부인으로, 그녀의 남편이었던 선대 크와로트 공작이 신의 곁으로 여행을 떠나고, 아들이 가문을 이었을 때 은거해서 지금은 느긋이 여생을 즐기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은거했다고는 해도, 지금도 랄고필리 왕국의 귀족 사회, 특히 귀족의 부인이나 영애 같은 여자의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영향력은 “크와로트 공작의 선대부인이 그 마음만 들면, 왕비의 목조차 따 버린다.” 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으며, 랄고필리 귀족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경애 받으면서도 경외시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칼세드니아한테 있어선 그녀의 할아버지――족보상 양아버지――의 오래된 지기였던 이 싹싹한 노부인은 어렸을 적부터 항상 신세를 졌던 사랑하는 “상냥한 아주머니.”에 불과하다.
“여전히 네 마법은 효과가 좋구나. 그런데…….”
엘리시아는 그때까지 지었던 온화로운 미소에서 마치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미소로 바꿨다.
“다 들었단다? 드디어 너도 좋은 신랑감을 찾았다는 것 같던데?”
“어머. 벌써 부인님의 귀에까지 다 들어간 건가요?”
매우 놀라워하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그 눈가나 입가에는 행복해 보이는 감정이 깃들어 있는 걸 엘리시아는 확실히 잡아냈다.
“그래……. 아무래도 좋은 반려하고 만난 모양이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한테 내 손자 중 한 명하고 엮어주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엘리시아는 몇 번인가 칼세드니아한테 연담을 가져왔다.
그녀의 손자들을 시작으로, 귀족 중에서도 특히 장래가 유망한 영식들하고 칼세드니아를 맺어주려고 한 것이다.
이건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를 족보에 끼어들이려고 하는 정치적인 야심이 아니라, 단순히 적령기도 후반에 접어든 칼세드니아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나온 일.
그걸 알고 있는 만큼, 칼세드니아도 쥬젯페도 엘리시아가 가져오는 혼담만큼은 다른 혼담과는 달리 거절할 때마다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네 표정을 보니, 쓸데없는 소리는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있잖니, 들려주겠니? 네가 고른 남자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네!!”
그리고 칼세드니아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반려가 될 남자에 대해 얘기를 들려줬다.
맨 처음에는 그 얘기를 즐겁다는 듯이 듣고 있던 엘리시아였지만, 그칠 줄 모르고 얘기하는 칼세드니아의 애기를 듣는 사이에, 그 미소가 점점 굳어진 것으로, 그리고 싫증이 난 표정으로 바뀌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쿠리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헤어진 타츠미와 바스.
그들은 지금 맨 처음 목적지인 정원이 아니라, 정원 안에 있는 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칼세드니아가 같이 먹지 못한다면 가끔씩은 식당에서 먹을까 하는 걸로 되어 있던 것이다.
쿠리가 준 칼세드니아의 바구니를 손에 들고 식당으로 들어간 두 사람.
마침 식사 시간이라는 것도 있어서, 식당 안은 상당히 혼잡했다. 그렇지만 아예 빈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자, 어디에 앉아서 쉬어볼까, 하고 타츠미하고 바스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어떤 인물이 두 사람의 존재를 눈치 채고 말을 걸었다.
“어라? 타츠미하고 바스? 너희들 맨날 그랬던 것처럼 칼세드니아 님하고 같이 밥 먹는 거 아니었냐?”
타츠미와 바스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거기에는 매우 얼굴이 비슷한 세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니즈랑 사고랑 시로? 너희들도 여기 있던 거냐?”
그건 타츠미하고 바스한테 있어선 동기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같이 신관 전사로써 훈련을 받고 있는 견습생들이었다.
참고로 이 세 사람은 똑 닮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세쌍둥이가 아니라 한 살씩 나이 차이가 나는 형제다.
짙은 갈색 머리와 밝은 갈색 눈동자는 세 사람 모두 다 똑같은 특징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니즈가 17살, 사고가 16살, 시로가 15살.
그들은 작은 상점의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 넷째 아들로 서바이브 신전에 몸을 둔 신관이 아니라, 신전에서 신관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 위해서 매일 서바이브 신전을 다니고 있다.
현대 일본보다도 훨씬 위험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는 일반 시민 중에서도 몸을 지키는 기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자들한테 신전은 무기 다루는 법 같은 걸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지와 풍요의 신인 서바이브 신의 신전에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방문하는 사람은 일단 없다.
몸을 지키기 위해서 무기를 다루는 법을 원하는 사람은 태양과 빛을 관장하는 신이자, 법의 수호신이자 전투신으로써의 측면도 가진 골라이바 신의 신전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니즈 형제처럼 서바이브 신전으로 일부러 신관 기사의 훈련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상당히 별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들의 실가인 상점은 장남이 이어가기 때문에, 이 삼형제는 장래에 신관 기사나, 그게 무리라면 마수 사냥꾼이라도 될까 해서 서바이브 신전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골라이바 신전이 아니라 서바이브 신전을 고른 건 집에가 가까웠던 것과 함께, 혹시 유명한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하고 가까이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한창 때의 소년다운 「불손」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그 「불손」한 목적은 타츠미하고 친해진 걸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식으로 달성되었지만.
그런 니즈 형제한테 손짓을 받고 타츠미하고 바스는 마침 비어있던 그들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칼세드니아 님은 같이 있는 거 아냐?”
“그게 치코는 갑자기 치유 의뢰가 들어와서 외출을 한 것 같아. 그래서 우리들도 오늘은 여기로 왔다는 거지.”
바구니 안에서 칼세드니아가 만들어 준 점심을 꺼내면서 타츠미가 니즈 형제한테 설명했다.
하지만 니즈 형제는 타츠미의 설명은 듣는 체 만 체 하면서, 책상 위에 놓인 도시락을 아무 말 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도시락. 그건 칼세드니아가 만들어 준, 이른바 샌드위치다. 그 외에는 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진 과물을 자른 것도 들어가 있다.
프랑스 빵과 매우 비슷한 길고 가느다란 빵에, 말린 훈제 고기나 야채를 끼워 넣었을 뿐인 간단한 것이지만, 요리를 잘하는 칼세드니아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는 무척이나 맛있다고 타츠미와 바스한테도 호평이었다.
“오늘도 맛있는 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칼세드니아 님. 저는 평생 당신한테 고개를 못 들 거에요.”
손을 합장시키고, 신한테 기도를 바칠 때 하는 자세를 짓는 바스. 하지만, 지금 그의 기도는 신이 아닌 <<성녀>>한테 바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상 위에 있는 샌드위치를 붙잡고 하압 하고 씹었다.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는 니즈 삼형제. 그 표정은 당장에라도 침을 흘릴 것만 같다.
“아―……괜찮다면, 너희들도 먹을……래?”
타츠미가 그들 쪽으로 샌드위치를 몇 개 옮겨 두자, 삼형제의 표정이 다 같이 빛났다.
『감사!!』
세 사람의 목소리가 멋지게 겹쳐지더니,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샌드위치한테 달려드는 삼형제.
“이, 이게 칼세드니아 님이 만드신…….”
“맛있어!! 칼세드니아 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더 맛있게 느껴져!!”
“고맙다, 타츠미! 아니, 타츠미 님!!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나는 타츠미 님의 노예가 돼도 돼……아니, 굳이 되자면 타츠미 말고 칼세드니아 님의 노예가 되고 싶어…….”
“아니, 나도 치코도 노예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타츠미가 곧바로 태클을 걸자 바스하고 삼형제가 소리를 내며 웃었고, 타츠미도 마찬가지로 웃었다.
확실히 칼세드니아하고 지내는 생활은 타츠미한테 있어서 즐거운 일이다.
타츠미하고 칼세드니아가 사는 집은 타츠미한테 있어서 차분하고 편안한 공간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허물없는 동성 친구들과 바보처럼 떠들어 대는 건 칼세드니아하고 같이 있을 때의 시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말하자면, 학교 교실에서 동급생들하고 나누는 시시껄렁한 대화처럼.
생각해 보면, 지금 여기 있는 다섯 명은 나이고 비슷하고, 일본으로 치면 딱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다.
고등학생이라면 교실에서 이런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요즘, 이 반 안에서 여친 생긴 녀석이 있다는 것 같던데?”
“이 그라비아 아이돌, 몸매 쩐단 말이지. 진짜로 한 번 만져보고 싶다.”
“학교에서 역까지 가는 길 중간에 맛있는 라면 가게가 생겼다던데. 집 가다가 한 번 먹을래?”
“야야, 너, 언제쯤 저 애한테 고백할 거냐? 빨리 하는 편이 좋을걸?”
고등학생이라면 매우 평범한 그런 대화.
하지만, 타츠미한테 그런 경험은 없다.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동떨어져 있던 그한테 그런 새로운 친구는 없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살아가는 세계는 달라져 버렸지만 타츠미의 주변에는 비슷한 나이대의 동료들이 있다.
――바스나 니즈 형제들하고 만나는 것도 치코가 이쪽 세계로 소환시켜준 덕분인 거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동성 동료들.
그들하고 만난 걸 다시 칼세드니아한테 감사하면서, 타츠미는 동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고맙구나. 네 반려가 될 남자에 대해선 매우 잘 알았어…….”
지쳤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엘리시아가 말했다.
“죄송해요……저도 참, 무심코 신이 나서 주인……아니, 타츠미 님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해 버려서……부인님의 몸 상태도 생각 안 하고…….”
어깨를 떨구고 계속해서 미안해 하는 칼세드니아.
“신경 쓸 거 없어. 그리고, 네가 얼마나 그 타츠미 라고 하는 공자를 좋아하는 지 아주 자아아아아알 알았고. 후우, 잘 들었다,”
“으으으으으으…….”
붉게 물든 뺨을 양손으로 누르는 칼세드니아를, 엘리시아가 살짝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면서도 상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 한동안 식사를 하면서 끝없는 잡담을 나눈 뒤, 칼세드니아는 엘레시아의 저택을 뒤로 했다.
칼세드니아를 태운 서바이브 신전의 마차가 멀어져 가는 걸 자기 방 창문에서 바라보면서, 엘리시아는 칼세드니아가 이끌렸다는 타츠미라 하는 소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엘리시아도 어렸을 적부터 칼세드니아를 알고 있는 만큼, 그녀가 옛날부터 줄굳 입에 담아왔던 “꿈속의 소년”에 대한 건 몇 번이나 들어왔다.
그 “꿈속의 소년”을 칼세드니아는 정말로 소환시켜 버렸다고 한다. 전부터 그녀가 소환 마법 연구를 하고 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진짜로 소환을 실현 시켜버릴 줄이야.
그 엘리시아조차도 그걸 들었을 때는 벌인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을 정도다.
물론, 엘리시아한테 타츠미가 소환된 존재라는 걸 떠벌릴 생각은 없다.
전설의 소환 마법을 성공시켰다고 한다면, 칼세드니아가 지금보다 더 주목받게 될 건 상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그 소환된 타츠미라 하는 소년이 도저히 신경이 쓰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아는 한, 제대로 된 연애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는 칼세드니아다. 여자 다루는 데 조금 익숙한 남자라면 그런 칼세드니아를 놀잇감으로 삼아 버리는 건 별 일도 아니겠지.
칼세드니아의 마음이 어렸을 적부터 “꿈속의 소년” 한테 향해 있던 걸 엘리시아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꿈속의 소년”이, 칼세드니아가 말하듯이 성실한 남자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건 그 타츠미라고 하는 소년을, 조금 조사해 봐야겠네……누구 있니?”
엘리시아가 짝짝 하고 손을 치자, 바로 문을 두드리고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엘리시아한테 봉사하는 하인을 통솔하는 입장의 인물로, 그녀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엘리시아의 명령이라면 어떤 비합법적인 일이라도 하는 「충신」. 그게 그다.
“서바이브 신전의 타츠미 야마가타라고 하는 흑발의 검은 눈동자를 한 하급 신관의 행실을 바로 조사하렴. 방법은 어느 거든 상관없어.”
방으로 들어온 하인한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엘리시아는 짧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하인도 또한 한 마디로 “알겠습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담더니, 소리도 없이 절을 남기고 엘리시아의 방을 나갔다.
멀어져가는 기척을 느끼면서――주인이 알 수 있도록 일부러 기척을 남겨 가면서――, 엘리시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타츠미 야마가타……란 말이지. 그 쥬젯페도 인정한 것 같으니까, 이상한 남자는 아닌 것 같지만……그 쥬젯페도 손녀한테는 무르니까 말이야. 만약……만약 칼세를 그 남자가 속이고 있다면…….”
손녀처럼 귀여워 해 왔던 칼세드니아. 그 칼세드니아를 만에 하나 그 남자가 속이고 있다 한다면.
설령 얼마나 칼세드니아한테 미움을 받든, 엘리시아는 두 사람의 사이를 찢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칼세드니아를 속인 남자를, 엘리시아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그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가진 모든 걸 사용해서 존재 그 자체를 이 나라에서 없애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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