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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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제 5화 『타츠미의 마법 검증』
타츠미는 눈을 감고, 자기 자신의 감각을 천천히 해방시켰다.
감각을 해방한 타츠미는 자신을 둘러싼 마력의 존재가 확실히 느껴진다.
자신의 주변을 천천히 유동하고 있는 마력. 그 마력을 타츠미는 자신의 몸 안으로 흡수한다.
그 이미지는 호흡. 숨을 들이삼키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 맴도는 마력을 자신의 몸 안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칼세드니아나 쥬젯페처럼 평범한 마법사는 몸 안에 「우물」을 연상시키고, 거기서 물을 퍼올리는 이미지로 자신의 마력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타츠미는 몸 안에 「우물」이 없다. 칼세드니아나 쥬젯페한테서 여러 충고를 들은 결과, 타츠미한테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게 호흡의 이미지였다.
폐에 들어간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고, 심장박동에 따라 몸 구석구석까지 산소가 보내진다. 그 이미지에 따라, 타츠미는 몸 안에 마력을 채워넣는다.
이러한 이미지는 현대 일본에서 호흡의 메카니즘을 배운 게 타츠미의 마력 순환 이미지의 보조를 해 주고 있었다.
온 몸에 마력이 가득 찬 걸 느낀 타츠미는 눈을 뜨고 발밑에 둔 돌을 주워들었다.
주먹 정도 되는 크기에, 어디에 있을 법한 평범한 돌.
타츠미가 그 돌을 가볍게 쥐자, 마치 진흙덩어리처럼 간단하게 짓뭉갤 수가 있었다.
이어서, 타츠미는 눈앞에 서 있는, 무술 단련에서도 사용한 가죽 갑옷을 입힌 허수아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 허수아비한테 황금빛 마력이 깃든 주먹에 힘을 가득 담아 때리니, 허수아비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서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보고, 쥬젯페하고 칼세드니아가 동시에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이것저것 엉망진창이로구먼, 사위는…….”
“……엉망진창에도 정도가 있네요, 주인님은…….”
두 사람이 어이없어 한 건 물론 이유가 있다.
현재 칼세드니아가 있는 세계에서는 「마력을 이용해서 직접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라는 짓은 일단 하지 않는다.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마법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의 효과』이지, 마력으로 직접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그런 게 아니다.
주문을 영창해서 미리 정해진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 그게 이 세계의 마법――영창 마법이다.
마력은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에너지이자, 주문을 영창해서 그 주문 안에 짜 넣은 일정량의 마력을 자동적으로 소비한다.
원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마력을 소비해서 마법의 위력을 높이거나, 효과 범위를 넓히는 건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주문의 정해진 부분을 여러 번 영창하는 걸 이용해 여분으로 마력이 소비되어 위력을 높이거나 효과 범위를 올리거나 한다.
즉, 직접적으로 마력만을 조작하는 건 거의 하지 않는 짓이라는 것이다.
“주문에 따라 자동적으로 소비되는 마력의 양은 지금까지 오랜 연구를 통해 주문 안에 짜 넣어진 걸세. 물론, 지금도 주문을 더욱 개선하려고 연구하는 마법사도 있고, 개중에는 그 연구에 일생을 바치는 자도 있네.”
예를 들면, 주문을 영창시켜서 『10』의 마력으로 발동시키는 마법이 있다고 치자.
같은 주문을 영창하는 이상, 누가 이 마법을 사용하든 소비되는 마력은 항상 『10』이다. 하지만, 이 마법과 똑같은 효과를 주문을 거치지 않고 마력을 조작해서 발현시키려고 하면, 소비되는 마력은 술자의 역량에 따라 『20』이 될지도 모르고, 『30』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구나. 다시 말해서, 주문을 안 쓰면 연비가 훨씬 나빠진다는 거군.”
쥬젯페의 설명을 듣고 타츠미도 납득했다.
물론, 마법사들도 직접 마력을 조작시키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만약 칼세드니아가 타츠미처럼 온 몸에 마력을 돌게 하고, 신체 능력을 강화했다고 치자.
칼세드니아라 하더라도 이때까지 거의 마력을 직접 다뤄보는 그런 걸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금 타츠미하고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마력을 전개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포하는 마력량의 문제가 있다.
고작해야 인간 한 사람의 몸 안에 보관할 수 있는 마력의 양 같은 건 거기서 거기다. 평범한 마법사가 타츠미 같은 마력 사용법을 써먹으려 한다면, 바로 마력이 다 떨어지고 만다.
개인이 내포하는 마력량 치고는 엄청난 마력량을 자랑하는 칼세드니아라 하더라도, 타츠미처럼 온 몸에 마력을 돌게 한 뒤에 몸을 강화시켰을 경우, 그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10분도 안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같은 효과를 주문을 통해 마법으로써 사용한다면, 칼세드니아라면 20번 이상 사용해도 마력은 고갈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옛날……아직 주문이라는 게 개발되기 전에는 다들 사위처럼 마력을 직접 다뤘다고 들었네. 허나, 주문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점차 마력을 직접 다루는 방법은 세퇴하고 만 걸세.”
마력을 가지고 영창만 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최적화 된 마력량으로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주문의 개발.
당연히 이 쓰기 편한 기술이 점점 보급되면 될수록, 그때까지 효율이 나빴던 기술은 자연스레 도태되어 간 것이다.
주문은 「마법사」를 만들어 냈지만, 동시에 「마력술사」가 쇠퇴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게, 현재 마법사는 있어도 마력술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사」가 아니라 「마력술사」인 타츠미는 주문에 기대지 않고 마력을 직접 조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타츠미는 마력술사이면서 외소술사라고 하는 너무나 규격외의 존재이기도 하다.
마력 고갈이라는 게 실질적으로 없는 타츠미는 남은 마력량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방금 전 허수아비를 상대로 했던 것처럼 마력을 직접 때려 박아서 폭발시킨다고 하는 거친 기술도 그는 쓸 수 있다.
이게 칼세드니아하고 쥬젯페한테 타츠미를 보고『엉망진창도 정도가 있다』라고 말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흠. 이제 겨우 사위도 마력을 느끼고 그걸 의식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구먼.”
“하지만, 아직 마력 전개가 늦네요. 이걸로는 실전에서는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확실히 그렇구나……주변의 마력을 느껴내고 그걸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쓸 수는 있게 됐다만……아직 한참 실전 레벨에는 못 미치는구나.”
쥬젯페하고 칼세드니아한테 지적받은 점을 되새겨 보고, 타츠미도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부근은 앞으로 헤쳐가야 할 과제겠구먼. 지금은 마력을 의식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된 걸로 괜찮다고 질까.”
쥬젯페하고 칼세드니아한테 마법 지도를 받기 시작한지 이미 꽤 지났다.
하급신관으로써의 업무나 무술 단련도 하면서 마법 수행도 열심히 해 온 타츠미다.
타츠미가 생각하기엔 겨우 여기까지 왔다 싶지만, 쥬젯페나 칼세드니아한테 있어서 그의 진보는 비약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확실히 맨 처음에는 마력을 느끼는데 쩔쩔매고 있었지만,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되고 나서부터 타츠미의 진보는 정말로 빨랐다.
타츠미의 <하늘> 계통에는 주문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걸 마력을 직접 다뤄서 마법을 발동시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마력을 직접 다룬다」라고 하는 점에서, 타츠미는 보기 드문 적성을 보인 것이다.
이 적성에는 타츠미가 이때까지 살아왔던 일본이라는 환경이 도움이 됐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일본에는, 아니, 지구 세계에는 마법이나 마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회 뒤편에 몰래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타츠미는 진짜 마법을 모른다.
하지만, 마법이나 마술은 실재하지 않더라도, 만화책이나 게임 같은, 이른바 서브컬쳐에서는 마법은 매우 평범한 존재였다.
타츠미는 서브 컬쳐에 그렇게 깊이 발을 담그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접해 왔다.
게임 안에서 마법을 사용해 본 적도 있다. 마법사가 등장하는 만화책을 읽은 적도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사는 그야말로 멋진 화염구나 벼락을 휙휙 날려댔다.
현재 일본의 세련된 게임이나 만화책 같은 곳의 그래픽은 명확한 마법 이미지를 타츠미의 뇌에 새겨 넣은 것이다.
뇌에 새겨 넣어진 명확한 이미지와, 주변에서 흡수한 마력을 잇는다. 그렇게 해서 타츠미는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에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하다. 이미지 같은 추상적인 걸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거기에는 일반적인 마법사는 절대로 불가능할 정도의 방대한 마력량이 필요했다.
앞으로 타츠미가 좀 더 이미지와 마력을 연결하는 데 익숙해져 가면 소모하는 마력량도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방법으로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는 건 역시 외소술사인 타츠미 혼자뿐이겠지.
“그럼, 다음 수행으로 가 볼까요.”
칼세드니아의 밝은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퍼진다.
지금,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그리고 쥬젯페가 있는 건 신전 안에 어느 방으로, 여긴 마법 단련을 위해 준비된, 사방을 강화한 돌벽으로 둘러싼 아무것도 없는 한 방이었다.
있는 건 방에 드나들기 위한 문 하나뿐. 크기는 타츠미가 소환된 지하실의 2배 정도 될까.
칼세드니아는 허리에 찬 작은 주머니에서 금화 한 닢을 꺼내들었다.
이 조이솔라이트 대륙 전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교역 은화」라고 불리는 통일 동전이다.
“주인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이거랑 똑같은 은화를 한 닢, 저희들의 집 방에 있는 책상 위에 두고 왔어요. 주인님은 그 은화를 여기까지 전이시켜 주세요.”
칼세드니아의 말을 듣고 타츠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도 집을 나올 때, 칼세드니아가 은화를 책상 위에 둔 걸 봤다.
지금부터 그들이 하려고 하는 건 <하늘> 계통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순간이동>> 마법 수련이다.
타츠미는 눈을 감고, 완전히 익숙해진 자기 집에 있는 방을 뇌리에 떠올렸다. 그리고, 집 중앙에 있는 책상 위에 한 닢의 은화도.
주변에서 빨아들인 마력이 타츠미의 손가락에 끝에 모여든다. 그의 손가락 끝에 황금색의 엷은 빛이 빛나더니, 그 광채가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황금빛 반짝임이 섬광으로 바뀌어 튕겨나갔을 때.
타츠미의 손끝에는 한 닢의 은화가――――――없었다.
“으음……실패……인가요?”
“그런 것 같네…….”
자기 집 책상 위에 놓아둔 은화는 명확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은화를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
“그럼, 이번엔 이 은화를 다른 장소로 옮겨 보죠.”
칼세드니아가 재촉하자, 타츠미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는 은화에 집중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손가락에 마력이 모여들고, 그 손가락 끝에 은화가 닿았을 때. 칼세드니아의 손바닥에서 은화는 사라지고, 다음 순간 쥬젯페의 손바닥 위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는 성공한 것 같구먼.”
“그러네요……으음…….”
타츠미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 둘 다 손맛은 똑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결과가 다르다는 건, 대체 뭐가 달랐다는 걸까.
타츠미하고 똑같은 의문을 칼세드니아와 쥬젯페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도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쥬젯페의 손바닥 위에 있는 은화를 주목했다.
그러던 중, 쥬젯페가 뭔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핫 하고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흠, 검증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구먼. 이보게, 사위.”
“왜 그러세요?”
“이번엔 이 은화를……그렇군, 저 문 너머로 보내 보겠는가?”
쥬젯페가 가리킨 건 이 방에 딱 하나 있는 출입문이었다. 현재 그 문은 닫혀 있고, 그 너머에 있는 복도는 볼 수가 없다.
타츠미는 쥬젯페가 말한 대로 방금 전과 똑같은 과정으로 쥬젯페가 든 은화를 만져 봤다.
그리고 튕겨나가는 황금색 빛. 하지만, 이번엔 쥬젯페의 손바닥에서 은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칼세드니아. 그런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쥬젯페는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흠, 역시나. 하지만, 좀 더 검증을 해 볼 필요가 있겠군. 사위여, 좀 더 내가 하는 말대로 해 봐 주겠는가?”
쥬젯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타츠미는 그 지시에 따라 몇 번이나 은화를 이전시켜 봤다.
성공한 경우도 있거니와, 실패한 경우도 있다. 그것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타츠미의 마법 특성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검증을 거듭한 결과, 타츠미의 <<순간이동>>에는 몇 가지 제한이 있다는 게 판명됐다.
먼저, 타츠미가 이전시킬 수 있는 건 그가 직접 만지고 있는 걸로 한정된다.
이건 생물 무생물 관계 없이, 타츠미의 몸의 일부가 닿아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전시킬 수 없다.
이 검증을 위해서 신전 정원에서 붙잡은 메뚜기 같은 생물――다리가 여섯 개가 아니라 여덟 개였지만――을 사용해 실험해 봤지만, 은화 같은 무기질과 똑같은 결과였다.
또한, 이전할 수 있는 장소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건 타츠미의「눈에 보이는 범위」로 한정된다는 것. 때문에, 문 너머 같은 곳처럼 직접 볼 수 없는 곳은 이전을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이전시킬 수 있는 것에는 딱히 제한이 없는 것 같았다. 얼마나 크든 작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이전시킬 수 있다.
다만, 이전시키는 게 크면 클수록 소모하는 마력도 많아진다. 마찬가지로 이전하는 거리가 늘어나도 소비 마력은 많아졌다.
물론, 외소술사인 타츠미한테 있어서 이 점은 별로 상관없겠지.
검증 장소를 신전 정원으로 바꾸고, 정원에 놓여있던 커다란 돌에도, 근방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라도 결과는 똑같았던 것이다.
다만, 이게 타츠미가 미숙하기 때문에 생긴 한계인 건지, 그게 아니면 <<순간이동>> 자체의 한계인 건 현 시점에선 불명이다.
“그럼, 드디어 오늘 주 목적인 실험으로 들어가 볼까 하네.”
다시 마법 수련을 위해 돌벽의 방으로 돌아온 타츠미 일행. 평소에 짓던 온화한 미소를 지우고, 쥬젯페가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알렸다.
오늘 치러진 타츠미의 <<순간이동>>의 각종 검증과 수련. 그 최후의 실험이자 주 목적이기도 한 것.
그게 바로 인간의 <<순간이동>>이다.
예전에 확실히 타츠미는 자기 자신을 <<순간이동>>으로 전이시켰다. 하지만, 그건 그가 무의식 중에 한 것. 그걸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하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을 <<순간이동>> 시키는 건 예기치 못한 위험을 동반한다. 때문에, 서바이브 신전에서도 마법사로서, 또한 치유술사로서도 가장 실력이 높은 쥬젯페와 칼세드니아 두 사람이 이 실험에 서 있는 것이었다.
“먼저, 자네 자신을 전이시켜 보겠는가?”
쥬젯페한테 그 말을 듣고 타츠미는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주변에 소용돌이치는 마력을 느끼고, 자기 자신이 순간이동하는 장면을 뇌리에 그린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유명한 “생각하지 마, 느껴라.” 라는 대사. 어째선지 그 대사를 떠올리면서 타츠미는 천천히 집중을 했다.
그를 둘러싼 마력이 그의 몸 안으로 흡수되더니, 그 몸 안을 가득 채웠을 때.
타츠미가 눈을 치켜뜨는 것과 동시에 그 모습이 사라지고, 돌로 만들어진 방 구석에 나타났다.
“일단 성공이구먼.”
쥬젯페가 싱긋 미소를 짓고, 칼세드니아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친다.
“하지만, 마법을 발동시킬 때까지 역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네요.”
“뭐, 그것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일부로구먼. 그럼…….”
쥬젯페가 옆에 있던 칼세드니아를 힐끗 보자, 칼세드니아는 딱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타츠미한테 다가갔다.
“……다음은 자신 외의 사람을 전이시켜 보겠는가?”
타츠미가 자신 외의 인간을 전이시킨다. 이 시험은 처음 있는 일이자, 전이에 실패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미지수이다.
이 위험한 전이 대상으로써 아무런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나선 건 역시 칼세드니아였다.
아무 말 없이 타츠미의 앞에 선 칼세드니아. 그 얼굴에 떠올라 있는 건 미소로, 실험에 대한 공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쥬, 쥬젯페 씨……역시, 갑자기 인간으로 시험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일단 개나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로…….”
칼세드니아하고는 반대로 불안해 보이는 타츠미의 표정. 그야 그럴 것이다. 자칫 마법에 실패하면 그의 소중한 가족인 칼세드니아한테 어떠한 영향이 나올지 전혀 모르니까.
“그건 그렇네만…갑자기 딱 좋게 작은 동물 같은 건 입수할 수가 없단 말이네?”
아무래도 이 랄고필리 왕국에선 애완 동물로 작은 동물을 기른다고 하는 풍습이 없는 듯하다.
개라고 하면 늑대나 들개, 고양이라고 하면 살쾡이가 평범하고, 애완 동물용으로 품종이 개량된 개나 고양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사냥개나 양치기 개 같은 역할은 가축화 한 마물한테 시키는 일.
또한, 왕도 부근에는 늑대나 살쾡이는 거의 서식하지 않으며, 이것들을 잡으려면 마수 사냥꾼한테 의뢰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비용과 시간이 든다.
때문에, 오늘 수행까지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아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믿고 있으니까요.”
싱긋 하고 미소와 함께 신뢰를 받자, 타츠미는 무심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할아버님이 계세요. 할아버님이라면 대부분의 상처는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네, 그렇네. 사위는 자신을 믿으면 되네.”
칼세드니아하고 쥬젯페. 이 세계에서 타츠미의 가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을 재촉하자, 겨우 그도 각오를 다졌다.
“그럼…………간다?”
“네……부디…….”
딱히 결심도 긴장도 하지 않고, 칼세드니아는 자연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마력을 충분히 흡수한 타츠미는 그대로 칼세드니아의 몸――왼쪽 어깨에 오른손을 만졌다.
그의 오른손에 칼세드니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뭔가 스킨십을 좋아하는 그녀하고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타츠미한테는 이미 익숙하다고 해도 될 그 감촉.
그 감촉이 사라지는 걸 살짝 안타깝게 여기면서 타츠미는 마력을 해방시켰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방의 구석. 거기서 방의 중앙으로 칼세드니아를 전이시킨다.
방의 중앙을 목표로 고른 건, 거기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줄어들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츠미의 손바닥에서 칼세드니아의 감각이 사라지더니, 곧바로 칼세드니아의 몸이 방 중앙에 나타났따.
“오오, 다시 성공인 것 같……응!?”
“헤……우풉!?”
돌로 된 방 중앙, 거기엔 확실히 칼세드니아가 나타났다.
그녀의 몸.만.
살짝 부유감을 느낀 칼세드니아. 하지만 그 부유감은 금방 사라졌고,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떴다.
아무래도 타츠미의 전이는 성공한 모양인지 자신은 무사히 방 중앙으로 전이한 것 같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타츠미와 쥬젯페한테 시선을 돌리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두 사람은 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
칼세드니아는 정수리에 있는 바보털을 흔들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약간 이동한 그녀의 시야에 그게 들어왔다.
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뒤엉킨 하얀 신관복. 잘 살펴보니, 살짝이긴 하지만 그 안에 하얀 속옷 같은 것도 엿보인다.
그리고, 그 신관복 위에는 아주 낯익은 서바이브의 성인.
――어라? 저건 내 성인? 그렇단 건, 저 신관복도 내 옷?
그때가 되어서야 드디어 그녀의 뇌가 사태를 따라잡았다.
머뭇머뭇 자신의 몸으로 시선을 옮긴 칼세드니아.
그 루비 같은 진홍빛 눈동자에, 새하얀 그녀의 몸이 확실히 보였다.
날씬하고 길며, 그러면서도 살집이 잘 붙은 양 다리.
볼록 하고 절묘한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와, 양 다리 사이에 존재하는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의 숲.
쏙 들어간 날씬한 허리.
그리고, 충분한 질량을 자랑하면서도 결코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가슴에 있는 두 개의 언덕.
그 언덕 정점에는 아리따운 엷은 과실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어서.
“……………흐에…….”
칼세드니아는 자신이 지금, 이른바 알몸 상태에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얼굴은 물론이고 가슴 언저리까지 단숨에 붉게 물들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 타츠미가 실행한 전이는 그녀『만』전이시킨 것 같다.
“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서둘러 풍만한 가슴을 껴안 듯이 가리고, 그곳에 털썩 주저앉는 칼세드니아.
“주, 주인님은 상관없지만, 할아버님은 얼른 저쪽을 봐 주세요!”
무심코 내지른 비명을 듣고 타츠미는 서둘러, 쥬젯페는 천천히 뒤를 봤다.
그걸 확인한 칼세드니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옷 근처로 다가가 서둘러 그걸 입었다. 내심, 타츠미까지 뒤를 바라본 걸 약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등 뒤에서 들리는 옷이 스치는 소리. 그건 청소년인 타츠미한테 있어선 엄청나게 자극이 강한 것으로.
안 그래도 방금 칼세드니아의 눈부신 몸을 막 본 참인 것이다. 싫어도 타츠미의 심장은 빠르고 격하게 고동치고 만다.
자신의 볼이 화끈거리는 걸 자극하면서 타츠미는 어떤 사실을 떠올리고 말았다.
“어, 어라? 이건 결국 실험은…….”
“뭐, 실패겠군 그래. 그렇지만, 수정은 어렵지 않겠구먼?”
칼세드니아를 너무 의식한 탓에 그녀『만』전이시키고 말았다. 이번엔 그녀하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전체』를 확실히 인식한다면 다음엔 그녀『만』전이시켜 버릴 일도 없겠지.
“확실히 실패는 실패이긴 하네만, 이건 이거대로 사위한테 있어서 기쁜 실패로군 그래? 사위가 그럴 마음이 든다면, 어떤 여자애든지……그야말로 철컹철컹 갑옷을 입은 여기사조차 단숨에 알몸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나? 허허허.”
“아, 안 해요, 그런 거!!”
칼세드니아한테는 안 들리도록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새빨개진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며 부정하는 타츠미를 보고 쥬젯페는 아주 멋진 미소를 지으면서 슬쩍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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