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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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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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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그럼 오늘도 수행하러 가는 거야?”
테이블에 놓인 온천 계란이 올라간 까르보나라를 포크로 먹으면서, 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노른자를 감싼 흰자에 포크를 찔러넣으니, 끈적끈적한 노른자가 안에서 흘러나온다. 그 노른자를 화이트 소스에 섞어, 파스타에 감고 나서 포크로 입에 넣는다. 화이트 소스와 노른자가 섞여서 농밀한 맛을 자아내고 있다. 맛있다.
린한테 물어보니, 시장에서 팔고 있던 온천 계란과 자신이 만든 까르보나라를 합쳤더니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실 세계와는 달리, 요리 순서는 대부분 생략되어 버린 모양이지만 여러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건 즐겁다고 린이 말했었다. 기뻐 보이는 미소가 귀엽다.
“그럼 다녀올게.”
까르보나라를 다 먹은 나는 “조심해.” 라는 린의 말을 들으며, 《라이프 트리》에 있는 어느 곳으로 향했다.
하늘의 떠오른 거대한 달빛에 의지하며 어두운 숲을 나아간다. 라이프 트리 안쪽에는 경험치를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인 스팟이 있는 것이다. 낮엔 딱히 아무것도 없지만, 밤이 되면 갈색 두더지 같은 몬스터가 잔뜩 소환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공격도 내구력도 민첩성도 딱히 높은 건 아닌 평범한 몬스터지만, 경험치는 그럭저럭 들어온다. 나는 경험치를 그렇게 많이 원하는 건 아니지만, 대태도의 숙련도를 올리기에는 딱 좋을까 싶어서 최근엔 여기서 열심히 수행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밤이라도 어느 정도 플레이어들이 에리어 안을 돌아다녔는데, 《식시종(구울)》의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밤에는 거의 플레이어를 볼 수 없게 됐다. 평상시엔 카타나랑 같이 오는데, 오늘은 방어구를 강화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가지러 간 모양이라, 혼자다.
“후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중에 플레이어 몇 사람과 스쳐 지나갔지만, 다들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조용한 숲 안에서 나 혼잔가. 《블러디 포레스트》시절이 떠오르는군. 뭐, 밤에는 동굴 밖에 안 나갔지만.
후둑후둑, 하고 땅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이 나 있는 갈색 팔이 두 개, 땅에서 나오는가 싶더니, 녀석이 튀어나왔다. 여우처럼 치켜 올라간 두 눈, 뾰족한 코, 온몸이 갈색의 얇은 털로 뒤덮여 있다. 그야말로 두더지 같은 외견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두더티처럼 땅딸막한 몸을 가졌으면서, 두 다리로 일어난다. 그리고 기기기기이이이이이 하고 날카롭게 울면서 달려든다.
세 마리나 되는 두더지가 나를 향해 날아든다. 나는 아직 등에 대태도를 꽂아둔 상태다. 두더지들이 요 며칠 동안 조금 파악할 수 있게 된 대태도의 범위 안에 들어온 순간, 《칠천섬도》를 발동시킨다. 이 스킬은 《포스 슬래쉬》처럼 연속으로 상대를 베어버리는 스킬이다. 이름 그대로 7연격으로. 그리고 이 스킬에는 또 하나의 효과가 있는데, 그건 《발도》처럼 등에 검이 꽂혀져 있는 상태에서도 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른손이 재빨리 등을 향해 뻗어져 손잡이를 쥐더니, 눈앞까지 달려든 두더지들한테 대태도를 휘두른다. 커다랗고 긴 칼날은 세 마리한테 모두 명중했고, 갈색 털과 함께 살점을 썰어버린다. 두더지들은 괴로운 듯한 비명을 질렀지만, 아직 HP바는 남아있다. 손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숲 속에 푸른빛을 머금으면서 대태도가 세 마리를 잘게 베어낸다. 그리고 대태도가 네 번 휘둘러졌을 때엔 이미 세 두더지의 HP는 0이 되어 있었으며,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내 팔은 멈추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 나머지 참격을 날린다. 역시, 이 두더지들은 내가 대태도로 사용한 공격 스킬은 전부 버텨낼 수 없는 것 같군. 오늘도 평상시대로 스킬 없이 해 볼까, 하고 나는 땅에서 계속해서 기어나오는 두더지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몇 마리나 되는 두더지들을 도륙시켰다. 대태도를 한 번 휘둘러 나한테 달려드는 두더지를 추락시키고, 뒤에서 날아든 두더지의 손톱을 피하고, 적이 균형을 잃어버렸을 틈을 노려 발차기를 날린 뒤, 대태도로 목을 떨어트렸다.
하지만 두더지는 계속 땅에서 기어 나오고 있다. 대태도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앞에서 달려드는 두더지의 대부분을 날려버릴 수 있지만, 고작 그것만 가지고는 대태도를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질 수 없다. 온몸을 사용해서 두더지들의 공격을 전부 피하고, 틈이 생긴 순간 대태도의 강렬한 공격을 때려박는다. 이 대태도 『청행등』의 스킬인 《청귀화》덕분에 완전히 죽이지 못했던 두더지는 화상 데미지를 통해 저절로 사라졌다.
“우왓!”
눈앞에 있던 두더지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뒤쪽 대각선에서 두더지가 날아오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손톱이 내 등을 할퀸다. 별다른 데미지는 없었고, 곧장 대태도로 대처했으니 다행이었지만, 피로가 쌓여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조금만 더 상대하다가 한 번 쉴까. 슬슬 그 녀석이 나올 시간이고 말이야.
그 뒤로 몇 분 동안 두더지를 쓰러트리고 있자, 땅이 갑자기 한층 부풀어 올랐다. 그 녀석이다. 땅에서 기어 나온 건, 지금까지 내가 쓰러트렸던 두더지보다 몇 배는 더 큰 거대 두더지다. 여기서 어느 정도 두더지를 쓰러트리면 리젠되는 거대 두더지. 공격력도 내구력도 다른 두더지들보다 높다.
거대 두더지는 완전히 땅에서 기어 나오더니, 다른 두더지들처럼 두 다리로 땅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거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둔 나를 보곤, 끼에에에에에에에!!!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곤 땅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나를 향해 다가왔다. 것처럼, 이 아니라 완전히 미끄러지고 있다. 스케이트라더도 타고 있는 것처럼 땅에서 매끄럽게 미끄러지더니, 빠른 속도로 내 눈앞까지 달려오곤 거대한 손톱을 내밀었다. 나는 그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대태도를 양손으로 강하게 붙잡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내리쳤다. 달빛을 쐬어 퍼렇게 번뜩이는 칼날과, 두더지의 하얗고 두터운 손톱이 서로 부딪쳐 불꽃을 튀긴다. 힘겨루기에서 이긴 건 나였다. 칼날은 튼튼한 칼날을 살짝 깎아내면서, 거대 두더지의 거체를 튕겨냈다. 힘겨루기에서 진 거대 두더지는 뒤로 몸을 젖혔다. 허점투성이가 된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아래쪽 대각선에서부터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일단 뒤로 물러난다. 몸을 젖힌 뒤 다시 자세를 고친 거대 두더지가 왼팔을 사용해 나를 짓뭉개려고 했기 때문이다.
숨을 거칠게 내몰아쉬는 거대 두더지는 그 가는 눈으로 나를 강렬하게 노려보더니 크게 땅을 박찼다. 그 거구로 나를 짓뭉개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곤 찌르기 스킬인 《클리어 스탭》의 강화판인 《귀월(鬼月)》로 반격했다. 위에서 떨어져오는 거대 두더지의 심장을 노리곤, 지면을 박차서 나도 하늘로 뛰쳐 올랐다. 푸른빛을 머금은 칼날이 위로 내질러지더니, 심장을 꿰뚫고 거대 두더지의 등 밖으로 솟아나왔다. 크리티컬 히트를 통해 일격사에 성공해서 거대 두더지는 사라졌다.
거대 두더지도 쓰러트렸으니, 일단 좀 쉴까. 나는 대태도를 칼집에 집어넣고, 두더지들의 거처지에서 종종걸음으로 탈출했다. 뒤쪽에서 두더지가 쫓아오고 있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면 저 녀석들은 거처로 돌아간다.
집중력이 풀린 탓에 단숨에 피로가 쏟아져 온다. 근처에 있던 널찍한 돌에 앉아, 크게 숨을 토해낸다. 상당히 지쳤다. 두더지들의 레벨 정도라면,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죽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방심하다간 죽는다.
“수고했어.”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서, 나는 무심코 자리에서 펄쩍 뛰고 말았다. 서둘러 목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가벼워 보이는 은색 갑옷과 흰색 망토를 장비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등에는 대검이 꽂혀 있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 스타일로 해 두고 있으며, 앞머리가 살짝 헝클어져 있다. 턱수염도 나 있고, 대충 얼굴로 짐작해 봤을 때 나이는 30대 정도일까. 간단히 말해서 아저씨다.
아저씨는 뭐가 웃긴 건지, 싱글싱글 미소를 짓고 있다.
“가, 감사합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미묘한 대답으로 답했다.
“네가 아카츠키 군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고……? 뭐야 이 아저씨…….
“맞긴 한데요……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는 거죠?”
“하하하. 너는 유명인이잖아? 지난번 이벤트에서 3위로 입상했고 말이야.”
“뭐 그렇긴 한데요…….”
“흐음. 쓰고 있는 무기는 태도……가 아니군. 그건 혹시 대태돈가?”
“그렇긴 한데요……어떻게 대태도라는 걸 안 거죠?”
“아니 뭐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
자기소개를 하지.
라고 그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센닌바리(戰人針)다. 아아, 자주 오해받곤 하는데, 옛날 여자들이 출정 병사의 무운을 빌어줬다는 천인침(센닌바리)가 아니라, 싸우는 사람의 바늘이니 뭐니 해서 센닌바리(戰人鍼, 千人針과 戦人針의 일본어 발음이 같음). 기억해 줬으면 하는군.”
“아……예에….”
“그리고 나는.”
아저씨는.
“《식시종(구울)》의 길드마스터를 맡고 있지.”
내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였다.
“!!!”
온몸에 웅성웅성하고 기분 나쁜 오한이 내달렸고, 나는《스텝》을 사용해 힘껏 뒤로 물러났다. 뭐야 지금 그건, 단숨에 내 눈앞까지. 방금 전까지 수상쩍은 평범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괴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에 지어져 있는 미소는 허무하고, 그 눈은 매우 차가웠다. 심장이 펄떡펄떡 날뛴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녀석은.
――――위험해!!
나는 곧바로 아이템 박스에서 로프워프를 꺼내서 사용했다. 하지만, 발동되지 않는다.
“하하하, 소용없어. 나랑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표적 보충(락 온)》스킬을 발동해 놨거든. 일정 시간 동안은 너는 이동 계열 아이템을 쓸 수 없지.”
《표적 보충》. 케다마크 일당이 사용했던 그 스킬인가!
등에서 대태도를 뽑아들고, 손에 쥔다. 젠장, 역시 이 녀석은 진짠가.
센닌바리는 대검을 뽑아들지 않고, 내가 대태도를 겨눠도 싱글싱글 미소를 짓고 있다.
“여유로운데……. 지금까지 너희들의 모습을 본 녀석들은 없다고 했는데, 얼굴은 안 숨겨도 되는 거냐?”
“얼굴을 보여주는 건 딱히 문제가 안 되거든. 왜냐하면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여기서 나를 죽일 셈이냐?”
“아―. 뭐 네가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그럴지도 모르겠어.”
“선택지에 따라?”
“아니아니 뭘, 어려운 얘기가 아냐.”
그리고 센닌바리는 말했다.
“우리 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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