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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7화『앞으로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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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7화『앞으로의 일』


서바이브 신전의 출입구에서 많은 신자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들은 오늘 <<성녀>>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괜찮으니 한 번 보고, 그녀의 그 가련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설법을 듣기 위해 신전에 모인 자들이다.

그 <<성녀>>의 설법이 끝나고, 평소라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터인 그들이었지만, 오늘은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평상시처럼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다. <<성녀>>가 말하는 신의 말씀에 감명을 받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사람도 있다. 개중에는 <<성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열에 정신이 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제일 많았던 표정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봉자들이었다.


“그치? 오늘 <<성녀>>님……조금 이상하지 않았어?”

“그래. 평소엔 엄격할 정도로 당당한 분이신데 오늘에 한해서 뭐라고 할까…….”

“……묘하게 색기 넘치지 않았나? 이, 이렇게……가끔씩 한숨에 색기가 떠 있는 듯한 것처럼…….”

“그, 그래! 그거그거! 항상 당당한 <<성녀>>님도 좋은데, 오늘 같은 것도 또…….”

“으, 응. 오늘 <<성녀>>님 도 좋았지. 하지만 저 <<성녀>>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시다니……역시 남자 관련이려나?”

“그거야 <<성녀>>님도 홀몸의, 그것도 한창 때의 여자니까 마음이 가는 남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어디 사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부러울 따름이라니까.”

“그러고 보니 <<성녀>>님의 상대라고 하면, 소문에서는…….”

“아아, <<자유 기사>>님이잖아? 확실히 그 분이라면 <<성녀>>님하고는 잘 어울리네.”

“미남 미녀니까 말이지. 그림이 된다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할까…….”


등등, 멋대로 억측을 나누면서 그들은 서바이브 신전을 뒤로 한 것이었다.



설법을 마친 칼세드니아는 할아버지하고 타츠미가 기다리고 있을 응접실로 돌아왔다.

노크를 하고 나서 방에 들어간 칼세드니아의 표정을 타츠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방금 전 쥬젯페가 입에 담았던 “가능하면 자네한테는 이대로 정말 저 딸의 사위가 되어줬으면 하는구먼.” 하는 말이 떠오른 것이다.


“무슨 일 있나요, 주인님?”

“아, 아아, 아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으, 응.”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타츠미가 말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쥬젯페는 장난을 성공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자, 칼세도 돌아왔으니, 사위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설명을 해 보도록 하겠네.”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라는 말을 듣고, 타츠미는 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전에 있던 세계에 미련은 없다.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들어도, 고향에 대해 약간 생각하는 마음은 있어도 크게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면, 타츠미는 이제부터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활하기 위한 양식을 얻을 수단, 다시 말해 직업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이쪽 세계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타츠미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다.

그런 그의 불안을 꿰뚫어 본 건지, 쥬젯페는 먼저 거기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사위가 뭘 걱정하고 있는 건가는 대충 상상이 가네만, 자네가 앞으로 지낼 생활은 내가 보증하겠네.”

“주인님은 앞으로의 생활비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뭐……?”

“뭘 그리 놀랄 필요가 있는 겐가? 그 정도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는가? 그야 자네를 멋대로 이쪽으로 불러들였으니 말일세. 처음부터 그 정도의 일은 각오하고 한 걸세.”

 

호호호, 하고 쥬젯페가 상쾌하게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게다가 말일세, 이쪽 세계를 거의 모르는 사위한테 할 수 있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한정되고 말 걸세. 뭐, 이렇게 대화는 할 수 있으니 전혀 일을 맡기지 못하는 건 아닐 테다만.”


그 말을 듣고 타츠미는 이제 와서긴 하지만 칼세드니아나 쥬젯페하고 매우 평범하게 대화를, 그것도 일본어 외의 언어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하게 여겨 그에 대해 물어보니, 아무래도 소환 의식 중에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법도 새겨 넣었다고 한다. 단지, 이해할 수 있는 건 대화뿐으로, 글자를 읽고 쓰는 건 다시 공부해야만 한다.


참고로, 타츠미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조이솔라이트 대륙 전반에서 사용되는 “대륙 교역어” 라고 불리는 공통어이다. 그리고 의식하면 일본어는 일본어로 확실히 얘기할 수 있었다. 감각으로 따지면 평범하게 익힌 두 종료의 말을 의식해서 나눠쓰고 있는 느낌하고 똑같다.


“……어차피 할 거라면 글자 읽고 쓰는 것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았을 텐데…….”

“죄, 죄송해요. 저도 과거의 자료나 문헌을 참고로 그에 충실하게 의식을 했을 뿐이라서……세세한 조정 같은 걸 하는 건 불가능했어요…….”


의기소침해 하면서 칼세드니아가 말한다.


“아, 아, 아니, 딱히 치코를 원망한 게 아니라…….”


그렇게 칼세드니아한테 변명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어쩌면, 이 외에도 이세계 전이에 따른 약속한 능력 보정이 있을지도 몰라.” 같은 걸 내심 기대하거나 했다.


“뭐, 나로서는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자네는 칼세의 사위가 되어줬으면 기쁘겠네만.”

“하, 할아버님!?”


쥬젯페의 옆에 앉아있던 칼세드니아가 곤란한 듯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기쁜 듯한 복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더욱 새빨갛게 물들이고, 쥬젯페하고 타츠미를 몇 번이나 번갈아 봤다.




쥬젯페의 설명에 따르면 이쪽 세계, 특히 타츠미 일행이 있는 랄고필리 왕국에서는 16살에 성인으로 인정받아, 20살 때까지 가정을 꾸리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지금, 칼세드니아는 19살.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보면 노처녀까지는 안 가긴 했지만, 슬슬 초조감을 느끼기 시작할 나이이긴 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녀석한테 몇 개나 혼담이 들어왔네만, 그것들은 전부 거절해 와서 말일세. 개중에는 상위 귀족은 물론이고, 왕위 계승권을 가졌을 법한 왕족까지 있었는데도 말일세.”


입으로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손녀를 보는 쥬젯페의 표정은 부드럽다. 거기에는 정략결혼 같은 것보다도 손녀의 연애 감정을 중시하려고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가 보였다.


“헤, 헤에. 왕족한테서도 프로포즈를 받을 정도라니 치코는 굉장하구나. 뭐, 이렇게 엄청난 미인이니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가?”


빼어난 용모에 높은 마법 실력, 그리고 양녀라고는 해도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의 육친. 이 정도로 조건이 갖춰지면 혼담이 없는 쪽이 이상할 것이다.

이쪽 세계에 있어서 마법사가 어떠한 인식을 받고 있는지 타츠미는 모르지만, 그래도 실력이 낮은 것보다는 높은 편이 좋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타츠미가 다시 칼세드니아를 보니, 어째선지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뺨에 양손을 갖다 대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타츠미를 보고 있었다.


“호호호, 자 사위여, 자네는 여자를 다루는데 상당히 익숙해 있군 그래? 지금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여자를 칭찬해 줬구만. 혹시, 사위는 저쪽 세계에서 중매쟁이라도 하고 있던 겐가?”

“주, 중매쟁이!? 그, 그럴 리가……저, 저, 지금까지 여자하고 사귀어 본 적도…….”

“호호오? 그렇다면 자네는 천성적인 색마꾼이로군 그려.”


히죽, 의미심장하게 웃는 쥬젯페를 보고 타츠미는 홱홱 힘차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호호호, 농담일세. 이래봬도 직업상, 사람을 보는 눈은 그럭저럭 갖고 있을 생각일세.”


아무리 일방적으로 이쪽 세계에 소환했다고는 해도, 소환한 사람이 너무나도 자기 멋대로이거나 극악무도한 사람이었을 경우, 쥬젯페 일행도 자기들이 돌봐주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고, 달랑 옷 한 장만 주고 방치해 버리는 정도의 일은 할 것이다.


“일단, 사위의 신분은 이 신전의 하급 신관이라는 걸로 해 두겠네. 하급이라고는 해도 신관이라면 이 신전에 머물 수 있고 식사도 제공되네. 물론, 신관으로서의 책무는 하도록 할 테지만 말일세. 물론, 뭔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쪽 일에 취직해도 상관없네. 신관 중에는 가업과 신관을 겸임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말일세.”


그런 말을 들어도 이쪽 세계의 직업에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건 떠오를 리도 없다.

먼제 쥬젯페가 말하는 대로, 신전에서 잔심부름이라도 하면서 이 도시를 둘러 보고, 자신한테도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신봉이라고 하는 게 희박한 일본인인 자신한테 신관 같은 걸 평생 동안 떠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하게 될 테니, 먼저 어떠한 직업이 있고, 그 중에서 자신한테 맞을 법한 직업을 찾아야만 한다.


그걸 찾을 때까지 이 신전에서 머물도록 할까, 하고 타츠미가 생각하고 있자, 그때까지 얼굴이 새빨개져 입을 다물고 있던 칼세드니아가 겨우 재기동을 마쳤다.


“아, 아뇨!! 방금 전에도 말씀 드린 것처럼, 주인님은 일 같은 건 안 하셔도 이 제가 주인님을 먹여 살리겠어요!! 이렇게 보여도 저, 그럭저럭 수입이 있으니까요.”


풍부한 질량을 자랑하는 가슴을 피면서, 칼세드니아가 자신만만하게 단언한다. 하지만, 타츠미로서는 그녀의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큰 저항이 있었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나, 폐인이 되고 싶진 않고…….”


라고 하는 타츠미의 이의의 말을 무시하고, 칼세드니아는 할아버지한테 고개를 돌리더니 자연스럽게 폭탄 발언을 했다.


“할아버님. 저는 이 신전을 나와서 앞으로는 주인님과 함께 살려고 해요.”






갑작스런 칼세드니아의 동거 선언.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타츠미가 눈을 치켜뜨고, 입을 칠칠맞게 멍하니 벌려두고 있자, 쥬젯페는 손녀의 말을 듣고 탁 하고 자신의 무릎을 쳤다.


“음, 그건 좋은 제안이로구나. 같이 살면 서로의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볼 수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먼저 한동안 같이 살아보고 나서, 그 뒤에 정말로 혼인을 맺을까 말까를 결정하면 되겠구나. 그럼, 둘이서 살 집은 점찍어둔 데가 있는 게냐? 네가 하는 말로 봐서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만?”

“예. 신자 중에 저택 판매들 다루고 계시는 분이 계셔서 그 분한테 상담을…….”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자신을 내버려 두고 점점 나아가는 얘기를 듣고 타츠미가 서둘러 스톱 사인을 걸었다.


“저, 저기요 쥬젯페 씨!! 갑자기 자기 손녀가 처음 보는 남자하고 같이 살겠다는 말을 꺼냈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걸 승낙해 버려도 되는 겁니까!!?”


원래대로라면 딸――이 경우에는 손녀지만――이 갑자기 남자하고 같이 살겠다는 둥 말을 꺼내면, 그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버지라는 게 아닐까.

하지만, 허둥대는 타츠미하고는 정반대로, 당사자 두 명은 멀쩡한 표정을 짓고만 있을 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겐가, 사위는?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자네를『사위』라고 부르고 있었네만. 그건 즉, 이미 자네를 칼세의 사위로서 인정했다는 말일세? 게다가 방금 전부터, 내 쪽에서도 자네와 칼세를 엮어주려고 하고 있는데 말일세.”

“어……화, 확실히 그렇지만요……그, 그래도 처음 봤을 뿐인 저를 어떻게 그렇게까지 인정해 주시는 건가요?”

“자네에 대한 얘기는 칼세한테 한참 전부터 들어 왔으니 말일세. 솔직히 처음 봤다고 하는 기분이 안 드는구먼. 그리고 애초에…….”


쥬젯페는 허둥대는 타츠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즐겁다는 듯이 재주 좋게 홱 하고 한쪽 눈썹만을 치켜 올렸다.

칼세드니아를 양녀로서 받아들이고 난 뒤, 매일처럼 듣게 된 타츠미의 얘기.

그 타츠미하고 이렇게 실제로 만나보고, 말을 나눠본 뒤, 타츠미라고 하는 인물이 칼세드니아가 얘기한 대로의 사람이라고 쥬젯페는 판단했다.  


애초에, 만약 타츠미가 좋지 않은 걸 생각하고 있고, 칼세드니아를 단순히 이용해 불행한 처지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하고 칼세드니아의 혼인 얘기에 대해 스스로 스톱 사인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만 보고도 타츠미라고 하는 인물이 성실한 사람이라는 게 엿보인다.


“……자네하고 칼세는 저쪽 세계에서 같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아, 아뇨, 그건……!!? 저, 저쪽에서 치코는 왕관 앵무새였지, 결코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고, 제 취향에 딱 들어맞는 약간 연상의 누님이 아니었으니까요!!”


너무 초조한 나머지, 말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말해버리는 타츠미.

또다시 슬쩍 타츠미한테 칭찬을 듣자, 깜짝 놀라면서도 기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는 칼세드니아.

두 사람의 그런 기색을 보고 이때까지 결혼의 수호신인 서바이브 신의 최고 사제로서, 몇 번이나 결혼식 입회인을 해 왔던 쥬젯페는 두 사람이 장래 금실좋은 부부가 될 것을 이 시점에서 확신하고, 마음속으로 서바이브 신이 이 젊은 두 사람한테 축복을 내려줄 것을 기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