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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9화『집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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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9화 『집을 찾자』


저택 안에서 뛰쳐나온 인물은 카신・산킬라이라고 하는 이름인 모양인지, 이 나라의 귀족이자 남작의 작위를 가진 인물인 듯하다. 여기에 올 때까지 카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타츠미는 칼세드니아한테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그 카신이라는 사람은 현재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꾸벅꾸벅 칼세드니아한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하위 계급인 남작이라고는 해도 버젓한 귀족임에는 틀림없는 카신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숙이는 걸 보고, 타츠미는 새삼 이 나라에서의 칼세드니아의 입장을 실감했다.


“이번에는 축하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성녀>>라고까지 불리는 칼세드니아 님도 드디어 결혼인가요? 이거야, 이 얘기를 들으면 대체 당신의 신봉자 중 몇 분이나 안타까워 할런지요. 그러는 저도 이번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눈물을 흘린 사람 중 한 명이란 말입니다?”

“어, 저기요, 산킬라이 님? 저는 아직 결혼하겠다고 정해진 게 아닌데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칼세드니아는 힐끔 하고 의미심장한 시선을 등 뒤에 있는 타츠미한테 보냈다.

그 시선에는 눈치를 채면서도 굳이 타츠미는 잠자코 칼세드니아와 카신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다. 어찌 됐든 칼세드니아 앞에 있는 건 귀족인 것이다. 서민에 불과한 타츠미가 뭔가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 카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어리석다.


“어라? 그러십니까? 하지만, 신관인 당신께서 신전에서 나와 집을 차린다고 하는 건, 멀지 않은 미래에 결혼한다는 얘기겠지요?”

“뭐, 뭐어……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요…….”


힐끔힐끔, 또다시 타츠미한테 시선을 보내는 칼세드니아. 게다가, 이번의 시선에는 어딘가 기뻐하는 듯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것 같은 느낌을 타츠미가 받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당신 같은 분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남자 따위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카신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은 칼세드니아 님의 남편이 되실 분은 같이 오시지 않은 겁니까?”

“아뇨, 저쪽에…….”


이번에야말로 칼세드니아는 타츠미가 있는 쪽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 때가 되어서야 겨우 카신도 타츠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응? 저 남자는…….”

“예, 저쪽에 계시는게…….”

“오오, 그렇군요! 새로 고용한 하인이로군요!”

“네……네!? 저, 저 분은 하인 같은 게 아니라――――”


칼세드니아의 아름다운 눈썹이 꽉 하고 중앙으로 모인다. 그녀의 그런 기색에 눈치 채지 못하고, 카신은 그녀의 말을 막고 술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남자 하인 한 명 가지고서는 집안 구석구석까지 돌볼 수 없을 테죠. 어떠신가요? 괜찮다면, 시녀 같은 하인 고용도 제가 맡아드리겠습니다만?”

“아뇨! 괜찮아요!!”


말투도 거칠게 하고, 카신의 제안을 거부하는 칼세드니아. 그녀가 확실히 기분이 나빠진 분위기를 보고 카신은 어째서 그녀가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뿐이었다.


“이, 일단, 제가 소개할 저택을 보러 가시겠습니까? 의뢰에 있었던 대로, 몇 군데의 저택을 선별해 놨답니다. 자자, 이쪽으로 오시죠……오오, 맞아. 지금 당장 마차를 준비하도록 하죠. 잠시만 기다려――――”

“아뇨, 걸어가도 상관 없어요! 그것보다도 얼른 안내해 주세요!”


째릿, 하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칼세드니아가 카신을 노려봤다.


“그, 그러십니까. 그, 그럼 이쪽으로…….”


칼세드니아가 온몸으로 쏘아내는 박력 같은 것에 억눌려, 카신은 서둘러 걸어나갔다.

그런 그의 등을 노려보고 있던 칼세드니아였지만, 타츠미한테 다시 고개를 돌리고 꾸벅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때, 그녀의 머리 위의 바보털도 살랑, 하고 흔들렸다.


“죄송해요. 주인님한테 하인이라니…….”

“아, 그거, 신경 쓸 필요 없어. 확실히 내 외견은 평범하니까 그렇게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니까.”


타츠미의 용모는 극히 평범하다. 아무래도 이쪽 세계도 미적 기준은 그렇게 차이는 없는 모양인지, <<성녀>>라고까지 불리며, 귀족조차 정중한 태도로 대하는 칼세드니아에 비하면 타츠미 같은 건 “시민 A” 라고 불릴 정도일 것이다.


“자, 그것보다도 우리들도 가자.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떤 집일까 하고 조금 흥미가 있거든.”


칼세드니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조금 익살스럽게 말하는 타츠미. 그런 그를 보고 칼세드니아도 쿡쿡 하고 웃었다.


“우후후. 조금 안심했어요.”

“어? 뭐가?”

“꿈속에서 봤던 주인님은……정말이지, 엄청 어두운 분위기에 계속 침울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웃고 계시니까요.”


칼세드니아한테 그 말을 듣고 겨우 타츠미도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어제부터 오늘에 걸쳐 오랜만에 잔뜩 대화를 나눴다. 상대는 칼세드니아하고 쥬젯페뿐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누군가하고 얘기하는 건 적어도 왕관 앵무새였던 치코가 없어지고 나서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깨닫고 있었다. 이렇게 지금 자기가 웃을 수 있는 건 치코하고 재회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칼세드니아하고 처음으로 만난 지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분위기나 동작 곳곳에서 과거 몇 년이나 같이 지냈던 치코하고 같다는 걸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미 타츠미의 마음속에선 칼세드니아는 치코이며, 그리고 치코인 이상 타츠미한테 있어선 이미 소중한 가족이었던 것이다.

옛날에 같이 살았을 때처럼 그녀가 옆에 있어주는 게 정말 기쁘고 무척 즐겁다.

그래서 타츠미는 칼세드니아한테……그의 치코한테 확실히 말한 것이었다.


“그러네.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역시 치코가 있어줘서 그런 거야.”

“주……주인님…….”


열이 담긴 촉촉한 루비 같은 진홍빛 눈동자. 그런 눈동자가 자신을 가까이서 바라보자, 타츠미도 또한 볼을 붉혔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카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타츠미 일행이 안내받은 곳은 카신의 저택에서 걸어 15분 정도 거리의, 그 중에서도 유난히 커다란 저택이 모인 구역이었다.


“이 주변은 귀족 중에서도 후작 같은 좀 더 신분이 높은 분의 저택이 모이는 구획입니다. 물론, 칼세드니아 님이라면 그 안에 들어가셔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겠죠.”


여전히 실실 하고 넉살 좋은 미소를 짓는 카신.

하지만 타츠미는 카신의 넉살 좋은 미소보다도 주변의 건물을 보는 것에 전념하고 있었다.

어느 저택도 커다랗고, 또한 정원도 넓으며 확실히 손질이 되어 있다. 게다가 밖에서 그 정원을 보는 걸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저택도 정원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색이 잘 엿보였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선 정원 같은 부지 안쪽은 숨기는 것이고, 유럽 쪽에서 정원은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것, 이라는 사고방식이었나?

등등,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을 떠올리면서 주변에 죽 늘어서있는 저택이나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쪽입니다.”


카신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그런 고급 주택 거리――아니, 귀족 거리 안에서도 상당히 크고 훌륭한 저택이었다.


“이 저택은 원래 몇 년 전까지 상당히 인망이 좋았던 어느 후작의 것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후작, 극비리에 노예 밀수에 손을 대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걸 왕국한테 들켜서 그 후작가는 몰살. 당주 밑으로 가족 전부가 참수당했습니다. 그 뒤로, 이 저택은 빈집이랍니다.”

“가, 가족 전부 참수……!?”


자연스레 엄청난 걸 말하는 카신한테 타츠미는 무심코 움찔했다.

하지만 카신은 둘째 치고, 칼세드니아까지 그에 대해 별로 놀란 기색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쪽 세계, 혹은 이 나라에선 적절한 처벌일 것이다.


“――――그래서, 저택의 가격 말입니다만, 여긴 칼세드니아 님이 손님이라는 점도 있으니, 최대한 깎아드려서――――”


카신은 저택의 가격을 입에 담았지만, 이쪽 세계의 물가 같은 시세를 모르는 타츠미한테는 그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뭐, 이렇게 좋은 저택이니 쌀 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한테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잠깐만, 치코……괜찮아?”


대화가 끊어진 곳을 재면서, 홱홱 칼세드니아의 소매를 잡아당겨, 카신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그녀를 데려왔다.


“치코, 이 저택……그, 그게……나하고 치코랑 둘이서만 살 거지? 쥬젯페 씨는 같이 안 사는 거지?”

“네. 할아버님은 이미 저택을 갖고 계시니까요.”

“……그럼……아무리 그래도 너무 넓잖아, 이 저택…….”


다시 눈앞에 있는 저택을 올려다보는 타츠미. 잠깐 봐도 방의 숫자는 10개 이상은 있을 것 같다. 그런 저택에서 둘이서 살다니, 일본인의 서민 감각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나 커다란 저택이라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큰일일 것이다. 청소 같은 걸 하려고 한다면 그것만 가지고 하루가 끝나버릴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방금 저 카신이라는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하인 같은 사람들을 고용할 생각이야?”

“아, 아뇨……가능하면 저로서도……주, 주인님하고 둘이서만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새빨갛게 물든 볼에 양손을 갖다대면서, 칼세드니아는 살짝 눈을 치켜뜨며 타츠미한테 말했다.


“그, 그러면 좀 더 작은 집으로도 충분하잖아? 게다가 귀족들이 살고 있는 장소라니, 거북하다 해야하나 뭐라 해야하나……솔직히, 안심이 안 돼.”

“알겠어요!! 주인님의 의향을 산킬라이 님한테 전할게요!!”


싱긋 하고 미소지은 칼세드니아는 다시 카신하고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카신은 칼세드니아한테 커다란 저택을 추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의향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윽고 근성에 진 카신이 터벅터벅 걸어 나간다. 그 뒤를 칼세드니아와 타츠미가 나란히 서서 걸어갔다.




그 뒤, 카신은 몇 채의 집을 안내했지만, 무엇 하나 타츠미하고 칼세드니아가 원하는 그런 집이 아니었다.

카신이 칼세드니아한테 열심히 추천하고 있는 건 모두 다 집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 뿐이고, 지어져 있는 장소도 귀족 거리 한가운데 뿐.

그 모든 걸 칼세드니아가――카신의 시점에서는――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신도 꽤나 곤란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 대체, 칼세드니아 님은 어떠한 저택을 원하고 계신지……?”


그럼에도 넉살 좋은 미소만큼은 계속 짓고 있는 카신을 보고 타츠미는 다른 의미로 감탄했다.


“제 주인님은 좀 더 작고 서민이 가질 법한 집이 좋다고 하고 계세요.”

“서, 서민용 말인가요!? 하지만, 칼세드니아 님하고 몰가나이크 님 정도 되는 고귀한 분들이 살법한 집이라면, 최소한 커다란 저택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장래에는 자택에서 연회 같은 것도 열 경우도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서민 집만 가지고는…….”

“저어, 산킬라이 님? 어째서 거기서 몰가의 이름이 나오는 거죠? 저는 몰가하고 같이 사는 게 아닙니다만?”


칼세드니아의 이 말을 듣고 카신은 무심코 멍하니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 아뇨, 어, 어라? 하, 하지만, 칼세드니아 님이 결혼하시는 상대라고 하면 소문으로 들리는 <<자유 기사>>님이신게……?”

“아뇨, 아니에요. 제가 결호……아, 아니, 같이 살 상대는 몰가가 아니라――――”


칼세드니아는 타박타박 타츠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팔에 풍만한 가슴을 끼워 넣듯이 끌어안았다.


“――――여기 계신 타츠미・야마가타 님이세요. 이 분이야말로, 제 주인님이시니까요.”


라며, 칼세드니아는 행복하다는 듯이 타츠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정작 카신은 그런 두 사람을 입을 딱 벌린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카신은 칼세드니아의 결혼 상대는 분명 세상 사람들의 소문대로 <<자유 기사>>몰가나이크・타이코르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성녀>>하고 <<자유 기사>>는 주변에서 지금까지 계속 연인 관계일 거라는 소문이 흐르고 있었다. 카신도 그 소문을 접하고 있었고, 이번에 칼세드니아가 집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소문의 두 사람이 드디어 혼약을 맺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칼세드니아의 상대가 지금까지 본 적도 없을뿐더러 소문으로도 들은 적이 없는, 분명 하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극히 평범한 남자였을 줄은.

확실히 검은 머리카락과 눈은 이 나라에선 보기 드물다. 입고 있는 옷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키는 남자치고는 결코 크지 않다. 현재 칼세드니아하고 같이 서 있어도, 그녀보다 크긴 하지만 그 정도로 심하게 차이는 없다. 그리고 용모도 매우 평범해서, <<자유 기사>>하고 비교할 바가 안 된다.


<<자유 기사>>라고 한다면, 서바이브 신전의 신관 기사 중에서도 그 실력은 으뜸이라고까지 하는 인물이다. 검과 창을 다루는데 뛰어나고 각종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약자한테 상냥하게 강자하고 자신하게 극히 엄격하다 하며, 그 가지런한 용모와 늘씬한 몸매에서, 왕국의 젊은 여성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카신도 <<성녀>>와 <<자유 기사>>가 같이 있는 걸 신전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얼마나 그림처럼 보이는 두 사람인가 하고 무심코 넋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소문은 기껏해야 소문에 불과한 것 같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칼세드니아는 자신의 남편(주인)이라고 부른 남자를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실로 행복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봐도 사랑에 빠진 처녀 그 자체로 도저히 연기 같은 걸로는 꾸며낼 수 없다.


이 사실이 새로운 소문으로서 퍼지는 건 눈 깜짝할 새일 것이다. 그렇다면 역선 칼세드니아의 남편이 될 인물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입수해 두면, 나중에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카신은 다시 넉살 좋은 미소를 얼굴에 딱 붙이고 손바닥을 슥슥 비비면서 <<성녀>>의 남편이 될 인물한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