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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6화『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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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6화『과거』


그 소년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건 대체 몇 살 때였을까.

겨우 철이 들기 시작했을 적부터니까 3살이나 4살, 그 정도이지 않았을까?

어느 날 밤에 꾼 꿈속에서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것 같은 그 소년은 반짝반짝 빛나는 흑요성같은 검은 눈동자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 치코. 밥 먹자―』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그 소년은 하얀 숟가락 같은 걸로 작은 곡물처럼 생긴 걸 자신한테 건냈다.


―어, 뭐야? 나한테 이런 걸 먹으라고 하는 거야?


물에 불려서 약간 물컹물컹한 곡물. 아무리 봐도 맛있을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꿈속의 자신은 그걸 극상의 기쁨이라는 듯이 기뻐하며 냠냠 먹었다.

꿈이기 때문에 맛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걸 먹은 자신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던 걸 그녀는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곡물을 먹은 자신을 보고 검은 눈동자의 소년도 또한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어렴풋이, 그 소년의 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좀 더 보고 싶어져서. 그녀는 그가 건네주는 곡물을 배가 가득 찰 때까지 계속 먹었다.




수많이 모인 신자들을 앞에 두고 칼세드니아는 단상에서 열심히 신의 말씀을 대변한다.

교전 같은 곳에 기록되어 있는 계율이나 신의 말씀. 그것들을 신자들한테 얘기해 들려주는 건 신에게 봉사하는 신관들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이다.

이 세계――칼세드니아가 타츠미를 소환한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은 문자를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신의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해선 이렇게 신관이 입으로 직접 얘기해 들려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설법을 하는 건 칼세드니아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차례대로 다른 신관이나 사제들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설법을 할 때는 오늘처럼 항상 많은 신자들로 인해 신전의 예배당이 가득 채워진다.

그들의 목적은 신관이 얘기하는 은혜로운 신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목적으로 이렇게 예배당으로 발을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예배당 가장 깊은 곳. 그녀가 설법 당번일 때는 엄숙한 분위기로 신의 말씀을 대변하는 <<성녀>>의 모습을 한 번 보려고, 예배당 전체를 다 바라볼 수 있도록 약간 높게 지어진 연설단에 평소보다 신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성녀>>의 모습을 한 번 보려고 모인 신자들은 약간 당황해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엄숙한 분위기를 보이면서 담담하게 신의 말씀을 대변하는 <<성녀>>. 하지만, 오늘은 조금 상태가 달랐다.




그 뒤로도, 가끔씩 그 소년의 꿈을 꿨다.

몇 번이고 그 꿈을 보고 있는 사이에 꿈속의 자신이 매우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참고로, 자신은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소년의 손바닥에 태워져, 그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진다. 그리고 그가 내민 뭔가 씨앗 같은 걸 자신은 기쁘다는 듯이 부리로 그걸 쪼아 먹는다.


그렇다. 꿈속의 자신은 아무래도 작은 새인 것 같다. 은색에 가까운 회색 깃털에, 머리 위에 뿅 하고 뭔가가 튀어나와 있는 모양인지 고개를 저을 때마다 그게 흔들흔들 하고 흔들리는 감각이 있다.

소년이 내민 씨앗을 재주 좋게 부리로 잘라서 씨앗 속살만 먹는다. 그리고 자신은 “효에―” 하고 기쁜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맛있어, 치코?”


소년이 웃으면서 말을 건다. “치코” 라고 하는 게 꿈속의 자신의 이름인 것 같다.

소년은 항상 같이 있어 주었다.

소년의 어깨 위에서. 소년의 손 위에서. 소년의 머리 위에서. 꿈속의 자신은 항상 소년의 곁에 있었다.


실제로 자신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가끔씩 꿈속에서 만나는 소년도 또한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녀는 꿈속의 소년한테 연심을 품게 된다.

항상 곁에 있어주고, 마음속을 따듯한 걸로 채워주는 소년한테, 그녀는 점점 이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실제로 그녀의 나이가 10살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그녀는 깨달았다.

가끔씩 꾸는 소년의 꿈. 그게 꿈 같은게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라는 사실을. 자신은 꿈이라는 형태로 과거의 자신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사실을.


그걸 계기로 단번에 되살아나는 과거의 기억. 그 중에서도 수명이 다하기 직전의 자신을, 이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한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는 소년――자신을 길러준 사람이자 자신의 주인인 소년의 표정이 격렬하게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평상시처럼 단상에서 설법을 하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상태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당당한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고, <<성녀>>는 흐르는 물처럼 망설임 없이 신의 말씀을 대변한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한 모습에 그녀의 신자들이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만, 오늘은 당황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로 시원시원하게 설법을 할 터인 그녀가 오늘은 어딘가 열에 붕 떠 있는 듯한, 묘하게 촉촉한 눈동자에 흥분한 빛을 띄우며, 띄엄띄엄 신의 말씀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그 사랑스러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건 가슴에 담긴 뜨거운 마음이 깃든 듯한 간드러진 한숨이었다.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성녀>>의 모습을 신자나 사제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중에는 오늘 그녀가 보이는 묘한 색기에 평상시보다 마음을 빼앗기는 신자들도 있긴 했지만.

그런 시선이 몇 개나 쏘아지는 중 칼세드니아의 마음속은 문자 그대로 꿈에서도 보던, 그리고 드디어 재회한 한 사람의 소년으로 인해 완전히 채워져 있었다.




그녀의 마음에 떠오른 건 두 개의 감정이었다. 어떻게든 한 번 더 그 소년――주인님과 재회하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이라는 존재를 잃어버림으로서 그가 껴안게 될 커다란 절망에 대한 근심.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어떻게든 해서 마법을 배우고, 그걸 이용해서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지금 그녀가 있는 세계에는 마법이라는 기술이 존재한다. 그걸 사용한다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어렸을 적 그녀는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이 때의 그녀는 아직 모른다. 세계를 뛰어넘는 마법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이미 잊혀져 다시 사용하는 것도 극히 어려운 전설급의 대마법이라는 사실을.


그걸 모르는 어린 그녀는 먼저 부모님한테 상담을 했다.

지금까지 꾸어 왔던 꿈속의 소년에 대한 것도 부모님한테 얘기했다.

그녀의 부모는 꿈속의 소년한테 엷은 연심을 품은 딸을 맨 처음에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그녀가 꿈속의 소년에 대해서만 계속 얘기하니 점점 기분 나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 갑자기 그 딸이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게다가 그 이유를 들어보니, 또한 꿈속의 소년을 위해서라고 한다.


부모님은 결국 딸이 미쳐버렸다고 생각해 그들은 딸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녀와 그 부모가 살고 있던 건 랄고필리 왕국 안에서도 변경에 위치하던 가난한 마을이었다.

그런 변경의 작은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게 된다면, 딸 말고도 가족 전부가 마을에서 오물 취급을 당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부모는 딸한테 꿈 얘기는 밖에서 하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그럼에도 어린 아이에 불과하던 그 시절의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른 마을 사람한테도 꿈 얘기를 들려줬던 것 같았다.

점점 서먹서먹해지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 그렇게 되고 나서 부모는 딸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랑하는 딸을 노예 상인한테 차마 팔아버리진 못하고, 우연히 지나가던 여행객 사제한테 딸을 맡기기로 했다.

사제한테 있을까 말까한 저금이었던 돈을 제공한 뒤, 어딘가 다른 마을에 있는 고아원 같은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딸한테는 이런 촌구석에서 마법 공부 같은 걸 할 리가 없으니까 좀 더 커다란 마을에서 마법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행하는 사제님한테 부탁한 거라고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하고.


그리고 그녀는 여행하던 사제의 손에 이끌려, 아무도 배웅해주지 않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을 뒤로 했다.

그 도중 사제는 그녀하고 제대로 말도 섞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한테서 그녀가 미쳤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상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한테 최저한의 식사와 휴식만을 주고 사제는 여행을 계속했다. 이렇게 도착한 곳이 랄고필리 왕국의 왕도, 레반티스 도시다.

이 사제는 레반티스 마을의 서바이브 신전에 소속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어느 마을에서 거행된 그 마을의 부자 아들의 결혼식 입회인으로서, 왕도 레반티스에서 불린 것이다.


각지에 있는 부자의 결혼식 같은 곳에선 그 사람의 재력이나 권력 같은 걸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번처럼 중앙 신전에서 일부러 사제를 불러 결혼식 입회인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그가 이번에 하는 여행도 또한 그런 각지의 부자들한테서 받은 의뢰였다. 그 돌아가는 길에서 그는 그녀를 떠맡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부모한테서 받은 돈에는 그녀의 식비나 여관비 같은 의미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그걸 최저한으로만 사용한 사제의 수중에는 꽤 되는 돈이 남게 되었다.

그 사실에 몰래 미소지으면서, 사제의 기억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교회에는 그녀와 비슷한 경우의 아이들――어떠한 이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나, 가족한테 버려진 사람이 있었다. 그런 애들 중에 섞이게 된 그녀한테 사제는 아무런 흥미도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결과적으로는 그녀한테 좋은 일이 되었다.

왜냐하면 신전의 하녀로서 일하고 있던 그녀는 우연히 이 신전의 최고 사제의 눈에 들어, 그녀가 갖고 있던 희귀한 마법 재능을 최고 사제가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쥬젯페한테서 칼세드니아의 생애에 관한 걸 듣고, 타츠미는 놀라워하면서 그런 말을 내뱉었다.


“저렇게 보여도 저 딸(애)도 꽤 고생했던 걸세.”


쥬젯페가 칼세드니아를 양녀로서 거둘 때까지. 그건 타츠미가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

타츠미와 쥬젯페는 칼세드니아가 설법을 위해 방을 나간 뒤에도 응접실에 남아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양녀가 된 뒤에도 저 애는 정말이지 계속 노력해 왔네. 매일 마법사로서의 실력을 다지고, 신관으로서의 책무……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말일세. 저 애는 몇 년이나 그 모든 걸 소홀히 하지 않고……결국 그 비원을 달성했다는 걸세.”


궁전 서고 구석에 처박혀있던 소환 의식을 부활시켜 몇 년을 들여 준비를 한 뒤, 결국 타츠미의 소환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그녀의 노력의 축적의 결과로서, 타츠미는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일세, 사위. 자네한테는 한 번 더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네.”

“네?”

“사위는 내 손녀를 받아들여 줬으니 말일세. 사위의 입장으로 따지면 일방적으로 저 애를 비난할 수도 있었을 테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따질 수는 없었을 걸세.”


확실히 사전에 아무런 상담도 없이 갑작스레 이세계에 소환당하면 “뭘 제멋대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라고 불평 한 마디는 하는 게 평범할 것이다.

하지만 타츠미는 소환에 대해 불평을 말하기는커녕, 칼세드니아한테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 칼세드니아를 가볍게 받아들여준 타츠미를 쥬젯페는 내심 크게 감복하고, 동시에 감사하고 있던 것이다.


“가능하면 자네한테는 이대로 정말 저 애의 사위가 되어줬으면 하는구먼.”


호호호호, 하고 평상시처럼 쾌활하게 웃는 쥬젯페. 하지만 타츠미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맨 처음 쥬젯페가 한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점점 그 말의 의미가 그의 뇌에 침투하더니, 결국 그가 한 말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타츠미는 마시고 있던 차를 단번에 뿜어냈다.




꿈은 그 뒤로도 가끔씩이긴 하지만 이어졌다.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의 양녀로서 거두어짐으로서 본격적으로 마법 공부를 개시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자신한테 깃들어있던 마법사로서의 소질을 개화시켜, 또한 그 실력을 갈고닦는 노력을 거듭하고, 동시에 세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탐구했다.


물론 신관으로서 매일 하는 책무를 마치고, 때로는 다친 사람한테 치유 마법을 걸어준 적도 있었다. 

그런 매우 바쁜 날들을 보내면서 가끔씩 보는 그의 꿈――과거 기억의 경험――은 그녀한테 있어서 제일 큰 즐거움이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랑하는 주인님과, 꿈속이라고는 해도 재회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의 성장과 함께 꿈속의 소년도 마찬가지로 성장한다.

어쩌면 자신과 소년을 위해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신이 자신을 소년과 같은 나이대가 되도록 전쟁시켜 주셨을지도.


어렸음에도 그녀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서바이브 신――변두리 구석 마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그녀는 서바이브 신밖에 몰랐다――한테 감사했다.

꿈속의 소년과 자신이 같은 나이대가 되면 역시 그만큼 친밀감이 늘어나고, 그만큼 소년에 대한 마음도 강해진다.

꿈속에서 소년의――주인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가 그한테 품는 마음은 나날을 거듭해 강해져갔다.


하지만, 꿈은 행복한 꿈만 있던 게 아니었다.

그녀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주인님이 가족을 잃었을 때의 사건을.

주인님과 그 가족들이 어딘가 멀리서 크게 다쳤다. 당시의 그녀는 그렇게 이해한 정도였지만, 꿈에서 다시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인양 슬픔에 휩싸였다.


그녀의 주인은 꿈속의 소년 단 한 명 뿐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가족들도 또한 정말 좋아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귀여워 해준 그의 가족들. 그 가족이 그 혼자만을 남기고 단번에 목숨을 잃어버리다니.

당시의 그녀는 그와 그의 가족하고 만날 수 없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는 인식밖에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당시의 그가 얼마나 큰 부상을 입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쪽의 세계에는 이쪽처럼 치유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커다란 부상을 입으면 그 부상이 나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그녀를 돌봐주는 건 잘 알고 지내던 이웃이 해 주었다. 그의 어깨에 올라타 산책하던 때 등, 몇 번이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르고, 겨우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홀로 슬픔에 휩싸여 돌아온 것이다.


그 때까지 가족과 같이 살고 있던 집에서 좀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한 그와 그녀. 그 뒤로다. 그녀가 그의 꿈을 매일 꾸게 된 것은.

그래서 그녀는 준비를 서둘렀다.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는 소년과의 이별. 그 때는 이제 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린 뒤의 그가 걱정이 되어 그녀는 그를 소환할 준비를 서둘렀다.


계획보다도 몇 개의 수순을 앞당겨서 최저한의 휴식만을 취하자, 결국 소환 준비가 완료됐다. 그러던 중, 꿈속에서는 결국 그와 그녀의 이별의 때가 찾아와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를 잃은 소년은 매우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소년을 격려해 주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곁에 바짝 있고 싶어서. 그녀는 소년을 소환할 의식을 시작한다.


의식은 며칠에 걸쳐서 자지도 않고, 쉬지도 않는 상태에서 해야만 한다. 아무리 그녀가 마법의 재능이 넘치고 연령으로 봐도 체력이 있다 하더라도, 의식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의식을 행할 수 있는 건 딱 한 번. 만약 소환에 실패한다면 다시 몇 년을 걸쳐 처음부터 준비를 다시 해야만 한다.


의식에 집중하는 그녀의 뇌리에 그녀와 사별한 뒤의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째서 깨어나 있는 시간에 그의 모습이 이 정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인가. 그건 그녀도 모른다. 어쩌면 의식을 함으로서 그와 그녀의 사이에 뭔가가 이어진 걸지도 모른다.


세계에 절망하고 기력을 잃은 그의 모습은 보고 있으면 애통하다. 거무튀튀하고 공허한 눈으로, 과거 그녀가 들어가 있던 새장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고 있는 소년.

이대로 가다간 소년은 쇠약해져서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어쩌면, 비탄에 잠긴 나머지 정말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으로 마음을 졸여가면서도 그녀는 의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녀의 비원은 그의 곁에 닿았다.

이제 그녀가 소년의 꿈을 꾸는 일은 없겠지. 꿈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던 그녀의 소중한 소년은, 지금 현실이 되어 그녀의 앞에 나타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