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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5화『소환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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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5화 『소환된 이유』


“늦어져서 죄송해요!”


타츠미하고 쥬젯페가 기다리는 응접실 안으로 들어온 칼세드니아는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사과하고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뭘 하고 있던 게냐? 사위가 너무 기다리다 지쳐 있지 않느냐.”


허허허허, 하고 온화하게 웃으면서 쥬젯페가 손녀를 타일렀다.


“아, 아뇨, 쥬젯페 씨하고의 대화가 꽤 즐거워서 딱히 기다리다 지치지는…….”

“저, 정말인가요? 다, 다행이다아…….”


풍만한 가슴께에 손을 갖다 대면서, 칼세드니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흐뭇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쥬젯페는 칼세드니아한테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자 그럼, 칼세드니아도 왔으니, 자세한 얘기를 시작해 볼까?”


쥬젯페의 말에, 타츠미는 앉은 자세를 다시 고쳤다.

자신이 이세계에 소환된 건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인 건, 왜 소환됐냐인가다.


설마 용사가 돼서 마왕을 퇴치해 달라, 같은 흔해빠진 이유는 아니겠지, 라고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쥬젯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먼저, 랄고필리 왕국에 어서오시게, 사위. 나하고 손녀 칼세는 진심으로 사위의 방문을 환영하네.”

“어, 아, 아뇨, 그게……감사합니다……?”


타츠미는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곤란해져서, 무심코 고마움을 표시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반응이 재밌던 건지, 쥬젯페하고 칼세드니아가 서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동시에 사위한테는 정말 미안하네. 그야 우리들이 일방적으로 사위를 여기로 끌어들였으니 말일세. 정말로 미안하네.”


이번에는 쥬젯페하고 칼세드니아가 서로 타츠미한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아, 아뇨, 그, 그런……두, 두 분 다 고개를 들어 주세요……!!”

“하지만……저희들……아니, 저는 주인님의 사정도 생각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기에 소환해 버렸습니다. 저는 주인님한테 지금까지의 생활을 억지로 버리게 만들게 해 버렸으니까요.”


고개를 숙인 채로 칼세드니아가 그렇게 말하자, 타츠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투로 봐서는 아마 소환한 건 가능하지만,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생활을 억지로 버리게 만들고 말았다.” 라고 칼세드니아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 하지만, 지금은 역시 고개를 들어 주세요. 그리고……가르쳐 주시지 않겠어요? 어째서……어째서 저를 이세계로 소환한 건지……그 이유를요.”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소환한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껴가면서까지 나를 소환한 그 이유. 타츠미는 그게 알고 싶었다.




타츠미의 말을 듣고 겨우 고개를 든 쥬젯페와 칼세드니아.

그리고 그 두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계속 그들을 바라보는 타츠미.

한동안 응접실 안에는 무언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창문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데엥, 데엥, 하고 계속해서 울리는 종소리. 서바이브 신전 어딘가에 설치된 시간을 알리는 종이다. 잘 귀를 기울여보면, 멀리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다른 신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일 테지.

들려온 종소리는 세 번. 종소리가 그치는 것과 동시에, 그게 계기인 것처럼 칼세드니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주인님을 이쪽 세계로 소환한 이유……그, 가장 큰 이유는……제, 제가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 번 더 주인님하고 만나고 싶어서에요.”


복숭아 빛깔로 물든 뺨을 양 손으로 가리면서, 칼세드니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 그것뿐……?”


무심코 멍한 표정을 짓는 타츠미.

하지만 굳이 이세계에 소환당한 그 이유가 “한 번 더 만나고 싶었으니까.” 라는 걸 들어버리면, 누구든지 그하고 같은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용사가 돼서 마왕을 쓰러트려라.” 같은 있을 법한 이유가 아니라서 약간 안도도 했지만.


“네……그리고…….”


행복한 듯이 살짝 눈을 치켜뜨고 타츠미를 보고 있던 칼세드니아. 그녀는 그 표정을 진지한 태도로 바꾸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걱정이었답니다. 정말, 정말로 걱정이어서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 날……주인님의 손 안에서 천명을 다 한 저를 보는 주인님의……그,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절망하는 듯한 무척 괴로워 보이는 표정(얼굴)이……저는, 그 때의 주인님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대로……주인님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그것만이 걱정스러워서……근심 거리였습니다…….”


칼세드니아의 말을 듣고 타츠미의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치코가 그의 손에서 숨을 거둔 그 날. 타츠미는 세계가 종언을 알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칼세드니아가 지적한 것처럼 자신도 가족이나 치코의 뒤를 이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게 몇 번이고 있었다.

커터 나이프의 칼날을 얼마나 자신의 손목에 갖다 댔던가. 결국 갖다 댄 커터 나이프의 칼날을 옆으로 긋지 못했던 건 단순히 그럴 배짱이 없었던 것에 불과하다.


“……혼자 남겨진 주인님이 정말로 걱정돼서……저는 철이 들었을 적부터, 세계를 이동하는 마법에 대헤 이것저것 연구해 왔어요. 다행히도, 어렸던 저를 지금 저의 할아버님이 서바이브 신전으로 데려와 주셨어요. 여기에는 마법에 관한 자료가 꽤 모여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답니다.”

“어? 데려왔어……?”

“음. 어느 이유가 있어서 말일세. 나는 이 손녀(애)를 어렸을 적에 양녀로서 받아들였던 걸세.”


양녀로서 쥬젯페가 거둬들인 칼세드니아. 그들의 원래 관계는 “양부” 와 “양녀” 지만, 나이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할아버지” 와 “손녀” 로서 대하고 있다.

자신을 도와준 할아버지한테 감사의 미소를 보내면서, 칼세드니아는 타츠미를 다시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맨 처음에는 제가 주인님의 세계로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제가 세계를 건너기 위한 술식도, 의식도, 문헌이나 기록 같은 재료는 하나도 없어서……결국 찾아냈던 건…….”

“……자신이 내가 있는 세계로 오기 위한 게 아니라, 반대로 나를 소환하는 의식 방법이었다……?”


확인하는 것처럼 물어보는 타츠미의 말에, 칼세드니아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찾고 있던 건, 서바이브 신전의 서고뿐이 아니다.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라고 하는 할아버지의 조력으로 왕궁 서고 같은 온갖 곳에서 자료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럼에도 찾아냈던 건 타미츠를 이쪽 세계에 소환하는 의식의 재료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참에 그래도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님이 본다면, 저는 당신을 일방적으로 이쪽 세계로 끌어들인,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든 장본인. 그 이유로 주인님이 저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돼도 상관없다. 그래도, 저는 주인님하고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주인님이 걱정이었어요, 라며 조그만 목소리로 칼세드니아가 말을 덧붙였다.





“이보게, 사위여.”


칼세드니아의 설명이 끝난 뒤, 한동안 그들 사이에는 정적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깨부수고 이번에는 쥬젯페가 타츠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내가 좀 물어봐도 되겠는가?”

“아,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요…….”

“그럼, 자네, 묘하게 침착하고 있네만……그건 어째서인가?”

“네, 네?”


당황한 표정으로 타츠미는 쥬젯페를 다시 바라봤다.

지금 그는 그때까지 보여줬던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어딘가 위엄 같은 게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을 타츠미한테 보내고 있었다.


“보통, 갑자기 알지 못하는 세계에 소환된다고 하면 좀 더 혼란에 빠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자네는 그러지 않았네. 분명 당황하고 있는 것 같네만, 결코 혼란에 빠지지 않았네. 오히려 묘하게 침착하게 지내고 있네……그건 어째서인가?”

“그, 그러니까…….”


타츠미는 약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힐끔 칼세드니아를 딱 한 번 보고나서, 그 시선은 쥬젯페를 향해 쏘아졌다.


“……그, 그게……이쪽 세계에 와서, 가, 갑자기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자한테, 그, 그러니까, 껴, 껴안겨졌으니까요……그, 그럴 때가 아니었다고 해야할까요……그, 그것보다…….”


타츠미의 눈이 다시 힐끔, 하고 칼세드니아를 본다.


“……그녀가……칼세드니아 씨가 치코였다는 걸 알고 나서……무, 뭐……그에 관한 건,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믿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그녀가 치코의 환생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저는 칼세드니아 씨를 원망하기는커녕 반대로 고마워하고 싶을 정도에요. 한 번 더 치코하고……모습은 바뀌었어도, 한 번 더 그녀하고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주, 주인님…….”


칼세드니아가 치코의 환생이라는 걸 타츠미는 이미 거의 믿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하고 치코밖에 모를 법한 사실을 몇 개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분위기에서 치코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칼세드니아를 정면으로 계속 주욱 쳐다보는 타츠미. 그리고 타츠미가 자신을 정면으로 쳐다봐줘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 진홍빛 눈동자에 다시 투명한 액체를 글썽거리는 칼세드니아.

쥬젯페는 그런 두 사람을 만족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호호호 하며 명랑한 웃음 소리를 냈다.


“서방의 심경은 잘 알겠네. 하지만, 자네는 원래 세계에 미련은 없는 겐가?”

“네. 저쪽 세계에 미련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도, 좋아하던 친구도, 그리고 무엇보다 치코가 없어진 전에 있던 세계. 지금 그곳에 타츠미한테 미련을 남길 법한 존재는 아무도 없다.

쥬젯페의 말에 타츠미는 확신이 담긴 표정으로 힘차게 끄덕였다.




응접실 문을 밖에서 누군가가 두드렸다.

그 소리에 반응한 쥬젯페가 누구냐 하고 물어보니, 문 반대편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분하고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예하. 여기에 칼세드니아 님이 계신지요?”

“네. 저라면 여기 있습니다만?”

“곧 설법 시간입니다. 이미 예배당에는 신자 분들이 모여 계십니다.”

“그러고보니, 방금 전 3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지요. 알겠습니다. 곧장 가겠습니다.”


문 저편의 여자한테 그렇게 대답한 칼세드니아는, 일어서서 타츠미하고 쥬젯페한테 실례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럼, 할아버님, 주인님.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걸로 일단 실례하겠습니다.”

“음. 신에게 봉사하는 자로서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건 중요한 책무.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럼 치코……가 아니라, 역시 치코로 부르는 건 위험하나……으음…….”

“아뇨, 치코로 괜찮아요. 저도 주인님이 그렇게 불러주셨으면 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더니 칼세드니아는 다시 살짝 고개를 숙인 뒤에 방을 나갔다. 그 때, 그녀의 볼이 약간 상기되어 있는 걸 조부인 쥬젯페는 확실히 눈치챘지만, 평상시처럼 미소만 지을 뿐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응접실을 뒤로 한 칼세드니아는 자신을 부르러 온 여성 신관을 뒤에 따라오게 하고, 신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예배당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그 도중에.


“저, 저기요……칼세드니아 님……?”

“응? 왜요~?”


싱글싱글 거리는 밝은 표정으로 칼세드니아는 등 뒤에 있던 여자 신관을 돌아봤다.


“오늘은 그게……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여자 신관.

평소의 그녀는 굳이 말하자면 과묵한 편으로, 그 아름다운 얼굴에 지어지는 표정에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는 별로 볼 수 없다.


항상 미소를 띄우고, 누구한테나 똑같은 태도로 대한다. 그리고, 오늘 지금부터 행해지는 신자한테 하는 설법 같은 때에는 엄격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로 신의 말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 어딘가 칼날을 연상시키는 당당한 모습도 또한, 그녀의 신봉자들이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는데, 오늘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평상시보다 싱글싱글 거리고, 걷는 발걸음도 마치 튀는 공 같다.

그 여자 신관하고 칼세드니아는 별로 친한 건 아니지만, 가끔씩 약간 상담을 나누는 정도로는 친분이 있다. 그런 그녀가 봐도, 오늘 칼세드니아는 명백하게 붕 떠 있었다. 아니, 너무 붕 떠 있었다.

그래서 여자 신관은 방금 같은 질문을 그녀한테 한 것이었다.


그리고, 평소의 당당한 칼세드니아한테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법한――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수줍은 모습을 보이면서, 칼세드니아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루비 같은 눈동자에 깃든 열 때문에 눈동자에 물기를 머금으면서도, 복숭아 빛으로 상기된 뺨을 양손으로 감싸면서. 그러면서도 그 시선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그야……그 분이 나를 받아 주셨는걸. 그, 그것도……그 뿐만이 아니라……그, 그러니까……나를 아름답다고…….”


핑크빛 분위기를 전신에서 뿌려대면서, 이리저리 몸을 배배꼬는 칼세드니아.

그런 그녀를 눈앞에 두고, 여자 신관은 약간 깜짝 놀라면서도 이렇게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지. 지금 그녀를 이대로 신자들 앞에 내보이면, 분명 큰일이 날 거야. 주로……신봉자들의 환상의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부근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