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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2화『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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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제 2화 소환


제 2화 『소환』


다음 날 밤도 또 그 꿈을 꿨다.

눈을 뜨긴 했지만 침대에서 위를 보고 누운 채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타츠미는 방금 전까지 꾸고있던 꿈을 떠올렸다.


세세한 곳까지 확실하게 떠오르는 묘하게 리얼한 꿈.

게다가 기분 탓인지 날이 갈수록 리얼함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도 든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같은 장소에서 항상 열중히 기도를 바치고 있는 성녀.


오늘 본 꿈은 그녀가 매우 필사적으로 기도하고 잇는 것인지 그 기색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처녀의 것처럼 하얀 피부에 떠오른 무수한 땀방울.

이윽고 땀방울은 미동하지 않는 그녀의 살 위에서 미끄러져 돌로 만들어진 바닥에 뚝뚝 하고 방울져 떨어진다.

타츠미는 그런 세세한 곳까지 확실히 보였던 것이다.


“…………왜……그런 꿈을 꾸는 걸까…….”


천장을 올려다 본 채로 타츠미가 툭, 하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자주 같은 꿈을 꾼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음에 틀림없다.

잘 있는 패턴으로는 누군가가 타츠미를 부르고 있을 경우――이른바, 소위 패턴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만화 속이라면 모를까, 갑자기 어딘가에 소환되는 비현실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소환될 이유도 없다. 타츠미는 어느 부분에도 이렇다 할 장점도 없고, 극히 평범한 16살의 소년인 것이다.


확실히 소설 같은 데선 이세계의 공주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용사를 무작위로 불러낸다, 같은 설정은 자주 있지만 설마 그게 자기한테 일어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다.

그것보다도, 말이다.


지금 이대로 있어서 안 되는 건 타츠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언제까지 치코에 관한 걸 끌어안고 있어선 안 된다.

오늘도 다시 자신한테 그런 말을 들려주면서 타츠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느릿느릿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버린 지금, 적어도 아르바이트라도 찾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옷을 다 갈아입고 세수를 한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라도 가서 구인 잡지라도 사자. 그렇게 생각해 보긴 했지만 시야 구석에 예전에 치코가 들어가 있던 새장이 눈에 들어오자, 치코를 잃었을 때의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옛날 치코하고 있었을 때의 즐거웠던 생활이 타츠미의 뇌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어진다.

그리고 다시 깨닫고 마는 것이다. 치코는 이미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면 이제 무리였다. 치코를 잃은 슬픔이 다시 치밀어오르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안 들고 만다.


치코가 죽고 나서부터는 식욕도 별로 없어서 최저한의 식사만 먹고 있다. 그것도 전에 사 뒀던 인스턴트 식품들 뿐이다.

결국, 그 날도 또 타츠미는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채 지내게 되었다.


침대에 앉아 멍하니 휴대폰 화면에 비친 가족이나 치코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 도중에 타츠미는 문득 침대 옆에 세워뒀던 기타에 손을 뻗어 무의식 중에 그걸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어쿠스틱 기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자, 타츠미가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도 이따끔 이 기타 연주를 타츠미한테 들려줬던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 밴드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프로 기타리스트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듯하다. 결국, 프로의 길은 단념한 듯했지만 꽤 좋은 곳까지 갔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버지의 입버릇이기도 했다.


그 아버지한테서 타츠미가 기타 치는 법을 배워서 어느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 물론, 프로를 지향할 정도의 실력은 없지만.

투퉁, 투퉁, 하고 딱히 의식하지 않고 기타를 퉁긴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기타를 치고 있으면 치코가 맞춰주듯이 노래를 불렀었지…….”


이런 걸 떠올리고 다시 어두운 기분이 되는 타츠미.

과거 아직 그의 치코가 건강했을 때. 타츠미가 지금처럼 기타를 퉁기면 그에 맞추는 것처럼 마치 노래를 부르듯이 울어 주었다.

지난날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타츠미는 조용히 기타를 퉁겼다.


그 때였다.

갑자기, 그가 앉아있던 침대의 주변에 빛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침대 위에는 시트나 개켜둔 이불 같은 침구 밖에 없기 때문에 빛을 낼만한 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갑자기 침대에서 수수께끼의 발광 현상. 이유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터져오른다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빛의 난무에, 타츠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상한 현상에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타츠미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빛의 난무는 이어지고 있다.

빛은 은색으로 전혀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뜨겁기는커녕 그 빛은 어딘가 신성함을 느끼게 하는 눈부시고도 상냥한 빛으로.

그리고 주변이 완전히 은색으로 물들었을 때, 타츠키는 자신의 발밑에 뭔가가 존재하는 걸 깨달았다.


뭔가 기하학적인 모양 같은 것과, 그걸 둘러싼 문자나 기호 같은 것.

눈부신 빛 속에서 더욱 은색으로 빛는 그걸, 타츠미의 한정된 지식이 마치 마법진 같다고 판단했을 때.

그의 의식은 주변에서 흘러드는 빛과는 정반대, 어두운 어둠 속으로 삼켜들어가고 있었다.




어렴풋이 감고 있는 눈을 떠 보았다.

주변은 꽤나 어두컴컴하다. 어쩌면 아직 새벽 전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타츠미는 고개를 움직였다. 침대 위쪽에 있는 창문 밖을 보려고.

하지만, 거기에는 있을 터인 창문이 없고, 대신 보인 건 돌로 만든 육중해 보이는 벽이었다. 그것도, 그 벽에는 세세한 장식이 달려있는 비싸 보이는 촛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촛대 위의 초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다.


어라? 이런 곳에 돌로 만든 벽이나 촛대 같은 게 있었나?

덜 깬 머리로 타츠미가 생각한다.

타츠미가 가족하고 사별한 뒤, 치코하고 이사한 아파트는 방이 2개 딸린 작은 방이다. 그래도 혼자서――최근까지는 치코도 같이 있었지만――지내기에는 충분한 넓이가 있어서, 타츠미도 꽤 마음에 들어했던 방이다.


그 방에는 당연하지만 돌로 만든 벽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타츠미의 방 뿐만이 아니라, 현대 일본에서 돌로 만든 벽이 있는 집 같은 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타츠미의 방이 아니다, 라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디서 자고 있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며, 상반신을 일으켜 주변의 모습을 확인해 봤다.


주변은 모든 방향에 걸쳐서 돌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것도 사방의 벽 뿐만 아니라, 천장도 바닥도 모두 돌로 만든 것이다.

어라, 이런 풍경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것도 매우 최근에 계속해서.

긁적긁적 하고 머리 뒤편을 긁으면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는 타츠미.

그러자, 그의 눈동자가 어떤 걸 포착했다.

거기에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눈을 치켜뜨고 쭈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성.


긴 백금색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무척 아름다운 여성. 어째선지 정수리 부분에서 뿅, 하고 한 줄기의 머리카락이 솟아올라 있다. 소위 말하는「바보털」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런 여자가 놀란 모습으로 몸 하나 꿈쩍이지 않고 계속 자신을 보고 있으니, 타츠미도 무심코 그 여자를 말똥말똥 바라보고 말았다.


그리고, 타츠미는 깨닫는다.


그 여자를 본 기억이 있다는 것을.


“……꿈 속에서 나왔던……성녀……?”


그렇다. 그건 그가 매일 같이 보게 된 꿈 속에서 항상 열심히 기도를 바치고 있던 성녀하고 똑 닮아있던 것이다.

그 생각에 이르른 타츠미가 다시 한 번 주변 모습을 살펴보니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확실히 꿈에서 봤던 그 지하실 같은 장소하고 매우 닮아있다. 아니, 닮아있는 게 아니다. 그 지하실 그 자체다.


그렇다면, 성녀도 꿈에서 봤던 여자하고 동일인물인 것일까?

다시 타츠미가 성녀다운 사람한테 시선을 옮기려고 했을 때.

그의 몸에 강한 충격이 덮쳤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자세였던 타츠미는 덮쳐온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서 위를 보고 쓰러졌다.


대체, 무슨 짓을!? 이라고 가벼운 패닉에 빠졌던 타츠미의 시야에 백금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살랑, 하고 춤을 췄다.

그리고 느껴지는 강하게 껴안는 감각과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

이 때가 되어서야 겨우 타츠미는 방금 전 성녀같은 여자가 자신을 껴안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갑자기 날아드는 것처럼 타츠미를 끌어안은 여성.

그녀는 그 가녀린 팔로 한참동안 타츠미의 몸을 꽉 끌어안더니, 살짝 몸을 빼서 타츠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붉은 눈동자와 타츠미의 검은 눈동자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교차한다.

지금, 여자의 루비같은 진홍색 눈동자에는 반짝반짝 하고 빛나는 눈물이 차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타츠미를 향해서 기쁜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겨우……겨우 만났어요……. 다시 당신하고 이렇게 만날 날을, 저는……정말 몇 년이나 기다려 왔어요…….”

“뭐? 그게……전에도 만났던 적이……?”

“네……아아……이 모습, 이 목소리……그리고, 이 냄새……틀림없어……저는 당신을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답니다…….”


거기서 감격한 것인지 그녀의 눈동자에 차 있던 눈물이 점점 흘러나와, 툭 하고 타츠미의 얼굴에 떨어졌다.

뺨에 느껴지는 눈물의 감촉에 타츠미는 지금 자신의 자세를 다시 떠올리고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지금, 타츠미하고 여자는 침대 위에서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자가 타츠미의 위에 올라타 있는 자세이기 때문에 그녀의 신체의 부드러움을 전신으로 느끼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무겁다고 하는 실감은 없다. 키는 타츠미하고 비슷하거나 약간 작지만, 아마 체중은 그보다도 훨씬 가벼울 것이다.


특히 의식해 버리고 마는 건 역시 그의 가슴에 닿아있는 굉장히 부드러운 두 개의 물체. 물론, 여성을 상징하는 그것이다.

그녀가 몸을 살짝 움직일 때마다 말캉말캉하고 타츠미의 가슴을 부드럽게 간질인다.

꿈으로 보고 있었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건 매우 엷은 한 장의 천을 몸에 두른 것 같은 의복 비슷한 것이다.


방 안은 어두컴컴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그녀하고 거리가 가까우면 그 얇은 천을 통해서 그녀의 피부색이 비쳐 보이고 만다.

무심코 타츠미의 시야가 선명하게 새겨진 그녀의 가슴골에 빨려들어갔다.

가슴 끝에 있을 핑크색 과실은 누르고 있는 그녀의 가슴으로 인해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이 여자의 흉부 전투력이 상당히 높은 건 틀림없다. 측정 전력은 85에서 90 정도 될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걸 생각해 버리다니, 남자라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생물인 걸까, 같은 어딘가 타인의 일처럼 생각하는 타츠미. 틀림없이 어느 정도는 현실 도피일 것이다.

그런 타츠미의 시선에 눈치를 챈 건지 못 챈 건지, 여자는 다시 살짝 웃으며 정말 믿을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다시……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저는 정말로 기뻐요……주인님.”

“어? 뭐? 지, 지금 뭐라고……어? 주, 주인님!? 호, 혹시……나를 말하는 거야?”

“네. 당신은 제 주인님이지 않습니까?”


싱긋. 여자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웃는다.

방금도 말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 여자하고 전에 만난 적이 있는 듯하다.

타츠미는 허둥지둥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그한테는 눈앞에 있는 미녀하고 만났던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타츠미한테 외국인 지인 같은 건 없다. 그러기는커녕,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말을 나눠본 적이 있는 외국인조차 거의 없는 것이다. 겨우 길을 물어봤던 게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백금발(플래티나 블론드)에,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라고 하는 특징적인 여자인 것이다. 얼굴 형태도 매우 뚜렷하고, 한 번 만나면 잊어버릴 리가 없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던 타츠미의 내심을 읽어낸 건지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주인님이 떠올리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주인님이 기억하고 있는 저는, 이 모습이 아니었으니까요.”

“뭐? 그건 무슨 의미야?”


자기도 모르게 눈을 둥글게 뜨는 타츠미를 보고 여자가 쿡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떼더니 침대 위에서 앉는 자세로 바꿨다.


“소개하는 게 늦었네요. 제 이름은 칼세드니아・크리소프레즈. 골드필리 왕국의 서바이브 교단에서 사제 지위에 속해있는 사람입니다.”


라며, 정좌를 한 자세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뭐……? 아, 그러니까……저는 야마가타 타츠미라고 합니다.”

“네. 알고 있답니다.”


라고, 싱긋 미소지으며 칼세드니아 라고 이름을 댄 여자. 그녀의 이 웃는 미소를 보고 있으면 세계의 남자 대부분은 포로가 될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극상의 미소다.

하지만, 그런 미소를 받으면서도 타츠미의 당황함은 점점 더 깊어질 뿐.


그녀가 타츠미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물론, 지금 그녀의 말 속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가 몇 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 타츠미의 마음속에 있는 추측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그걸 입에 담는 것보다 빨리 칼세드니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주인님은 이렇게 생긴 저는 전혀 알지 못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주인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아뇨……기억하고 있어요.”


쭈욱, 타츠미의 얼굴을 바라보는 칼세드니아. 그 진지한 시선에 타츠미는 기시감을 느꼈다,

전에도 자신은 이런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도 매우 가까이에서.


예를 들면, 손 위에서. 예를 들면, 어깨 위에서. 때로는 앉아있는 무릎 위에서 였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어째선가, 그녀의 그 시선은 그가 제일 아끼는 작은 가족의 것과 무척 닮아있어서.


“……치코…….”


무심코 타츠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이름. 그리고 그걸 들은 순간, 칼세드니아가 화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최고의 미소를 띠었다.


그걸 보는 누구나 다, 그녀가 커다란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을 행복한 미소.

그런 미소를 지은 그녀의 입에서 타츠미한테 엄청난 충격을 줄 말이 튀어나왔다.


“네……!! 네, 맞아요!! 저는……저는 치코에요!! 주인님……당신의 치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