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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3장『죽음의 늪』
제 15화 『네 모든 걸 짓밟다』
넓은 원형 방.
그 최심부에는 붉은색을 메인으로 삼고, 과잉할 정도까지 황금이나 보석으로 장식된 왕좌가 놓여 있다.
단지 마구잡이로 비싼 것들로 만들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 악취미스러운 왕좌 위에 앉아 있는 건 디오니스 하베르크.
“의외로 빨랐네. 내가 싸운 느낌으로 봐서 도중에 패왕 크라켄한테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의아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적이 최심부까지 침입해 와 있는데도 디오니스는 유유자적하게 발을 꼬고, 팔짱을 끼면서 여유스러운 태도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방 전체에 주의를 기울였지만 디오니스 외의 기척은 없다.
엘피가 곁눈질을 보내면서 고개를 젓고 있는 걸 보아, 함정도 없는 듯하다.
“경계하는 건 너희들 맘대론데, 이 방에는 아무 것도 없어. 마물도 함정도 없어. 마물 같은 게 들어오면 기분 나쁘잖아? 내 방에 함정이 있다는 것도 맘이 불편하고 말이야.”
“적이 최심부까지 침입해 있는데도 꽤나 여유롭구나.”
“당연하지. 왜냐면, 내가 있는 것보다 더 삼엄한 경계는 없으니까.”
노려보는 엘피에 비해, 디오니스는 아직까지 자리에서도 일어나려 하지 않고 내려보는 듯이 턱을 치켜올리면서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바깥에서 싸웠을 때 우리들을 압도할 수 있던 걸로 어지간히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군.
이쪽을 깔봐 준다면 마침 좋다.
우리들의 계책은 저 녀석의 방심과 틈을 노리는 거니까.
“이오리.”
“그래. 미리 짜 놨던 대로.”
이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고 전투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였다.
“야야, 모처럼 천천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야.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닥쳐. 네놈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런 말 하지 말고. 아마츠,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단 말이지.”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겼다.
메마른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왕좌 주변에 여러 개의 결정이 나타났다.
사람 한 사람 정도 되는 크기의 투명한 마름모꼴 결정.
“――――”
말문이 막혔다.
스무 개는 거뜬히 넘을 그 결정 하나 하나의 안에 사람이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아인, 마족, 여러 종족이 들어있다.
그 모든 사람이 여자고, 누구 한 사람 옷을 걸치고 있지 않다.
맨 살갗을 드러낸 여자들은 크게 양발을 벌린 상태가 되어 있고, 의식은 없다.
손바닥, 발목에는 깊숙이 검이 박혀 있어서 마치 벌레의 표본처럼 수정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 고통을 표현하듯이, 모든 여자의 표정에는 절망이 붙어 있었다.
“어때? 이거, 요 30년 간 내가 모아온 표본이야.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갖고 왔단 말이지.”
“흥……정말 악취미스러움의 끝을 보여 주는구나.”
“그래, 구역질이 나와.”
미간을 찌푸리고 혐오감을 드러낸 엘피한테 동의했다.
“박정한데.” 하고 디오니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살짝 손가락을 움직였다.
공중에 떠 있던 결정 중 몇 개가 앞으로 나왔다.
“모처럼 네 지인도 데려와 줬는데 말이야.”
“……뭐?”
“본 기억, 없어?”
앞으로 나온 수정 중 하나에 시선을 돌렸다.
그 안에 갇혀 있는 건 디오니스와 마찬가지로 귀신족이었다.
갈색 머리칼에 거무스름한 피부, 이마에 보이는 절반으로 부러진 비통한 두 개의 뿔의 잔해.
나는 저 귀신족을 알고 있다.
“샤레이……?”
샤레이.
디오니스나 벨트가와 함께 인간의 군대와 함께 싸워왔던 귀신족 마술사.
남을 돌봐주길 좋아하고 고집이 센 여자였다.
만날 때마다 디오니스한테 잔소리를 해 댔던 저 녀석의 소꿉친구.
“정답! 역시 아마츠야,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네.”
“동료, 아니었냐?”
“뭐? 아냐아냐. 싫은데, 그런 말 하지 마. 이딴 송사리는 동료 아니라니까.”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긴다.
샤레이가 들어가 있던 수정이 뒤로 물러났다.
대신에 여러 개의 수정이 앞으로 나왔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건 모든 게 귀신족이고 전부 본 기억이 있었다.
“이 애들은 인간인데 평범하게 대해주는 너를 동경하고 있던 모양이야? 좋은걸, 감동스러운 재회야.”
……뭐야, 이건.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긴다.
다른 수정이 나타났다.
“이 애들은……좀 어려우려나?”
“――――”
나이도 다 안 찬 소녀와, 소녀들과 아주 비슷한 용모의 여자.
10대 정도 되는 소녀, 그 소녀를 그대로 크게 만든 것 같은 여자.
소녀. 여자. 소녀. 여자. 소녀소녀소녀소녀소녀.
그녀들의 얼굴에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었다.
“너――이거…….”
“기억 안 나려나. 제국을 여행했을 때 들렀잖아. ――『라무의 마을』에 말이야.”
――이 부근에 라마의 마을이라는 곳이 있었죠? 지금, 어떻게 됐나요?
――이미 30년 전쯤에 마족한테 멸망당했습니다.
“그럼……네, 가.”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긴다.
다른 수정이 앞으로 나온다.
“『시나 마을』.”
들어본 적이 있다.
본 기억도 있다.
“『레오스 영지』.”
들어본 적이, 있다.
본 기억도 있었다.
“『구르스의 마을』”“『쿠르스 산의 아인 촌락』”“『알레누 영지』”“『페테로스 산에서 네가 놔 줬던 마족들』”“『부기엘 마을 』. 봐, 네가 놔 줬던 얘들이야.”“『셀루르 용병단』”
여행 도중에 갔던 곳.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
구해줬던 사람들.
“――――봐, 기억하고 있지?”
디오니스가 비웃는다.
“전부, 우리들이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이야. 그리운걸.”
기억하고 있다.
마족한테 습격당했던 마을이나 영지.
같이 싸웠던 용병단.
“마왕성에서 있던 사건 후에 말이야, 나하고 루시피나가 같이 시간을 내서 여행을 했거든. 너나 류자스하고 같이 여행했던 땅으로 말이야. 거기에 있던 사람들한테 네 죽음이랑 우리들의 배신을 전하고 난 뒤에 다 죽여 줬어.”
그녀들하고 만나면서 나는 한층 더 강하게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던 것이다.
“아, 전부 다 죽였다고 해도 죽인 건 남자하고 죽여도 손해 볼 거 없는 할머니나 못생긴 년들뿐이야. 내 취향에 맞은 여자는 이렇게 표본으로 삼고 있어.”
공중에 떠 다니는 결정의 표면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고 디오니스가 황홀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너를 죽였을 때 깨달았어. 믿고 있던 사람한테 배신당해서 죽는 녀석의 표정은, 보고 있으면 최고로 즐겁다는 걸 말이야.”
“믿고 있던 영웅의 죽음에, 영웅의 동료들의 배신. 그걸 알게 된 그들의 죽어가는 표정은 아주 끝내줬다고. 아마츠,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여행했던 곳 전부는 아무리 그래도 무리였지만――알겠어, 아마츠?”
디오니스의 의도는 싫어도 깨닫게 됐다.
단순하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괴롭힘.
“네가 『살려 주고 싶어~! 구하고 싶어~!』같은 말을 하면서 빌린 힘으로 구한 사람들의 말로가.”
“다들, 다아들, 절망 속에서 죽었단 말이야. 네가 정의감을 휘두르면서 구한 탓에, 우리들한테 점 찍혀서 말이야.”
영웅으로써 내가 해 온 모든 일을 부정하는 것이다.
네가 그런 생각만 안 했으면 죽지 않았다고.
『너 때문에 죽은 거라고』라고 디오니스가 말하고 있다.
“왜 그래? 뭐라도 좀 말해 봐. 감동의 재회로 가슴이 너무 벅차서 말도 못 하는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응, 어떤 기분이야? 야, 아마츠!!”
“아하하하하하!! 좀 알려줘!! 지금 무슨 기분이지!? 네가 하고 싶었던 것, 네가 해 왔던 것!! 그게 전부, 전부전부전부저어어어어어언부!! 네 동료인, 나하고 루시피나가 다 짓밟은 기분은 말이야!?”
배신당하고, 비웃음 받고, 살해당했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디오니스를 원망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응, 아마츠!! 가르쳐 줘, 이 나한테!! 네가 해 왔던 모든 일이 무의미했다는 걸 깨닫고, 지금 무슨 기분인 거야, 응!?”
하지만, 그 생각을 고치겠다.
원망하는 감정에 한계는 없는 것이라고.
“아하하하하하하!! 야, 아마츠, 야, 야!! 지금, 무슨――――――.”
땅을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몸을 강화시켜, 가속한 상태로 왕좌에 앉아있는 디오니스한테 달려든다.
지금 상태로 쓸 수 있는 제일 빠른 일격을 디오니스한테 내리쳤다.
“……칫.”
칼날이 튕겨나가는 느낌.
디오니스가 손가에 두고 있던 검을 뽑아 내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공격하다니, 상식이 빠진 거 아냐?”
“너 같은 놈의 상식 따윈 내 알 바 아냐.”
“그건, 예의범절을 좀 가르칠 필요가 있는 모양……이네!”
“……큭.”
칼날 경쟁에서 너무나 간단히 힘으로 밀렸다.
내가 떠밀린 참에 추격타가 달려든다.
칼날소리와 동시에 연속해서 불꽃이 튀겼다.
강화 마술을 사용해도 지금 내 힘으로는 역시 밀려 버리나.
“……큭!”
“칼 솜씨가 말야, 허접하다고!”
힘에 밀려서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과 동시에.
얼굴을 흉상으로 일그러트리고 디오니스가 검을 내리쳐 온다.
“――――!”
거기서 엘피의 마안이 작렬했다.
진홍빛 섬광이 번뜩이고 폭발한다.
방을 빙 둘러싼 물이 흔들리고 격하게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나는 그 직전에 쓰러지듯이 움직여 옆으로 크게 뛰쳐 나가 폭발을 피하고 있다.
“……엘피스자크!”
연기가 걷히며 디오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옷이 더러워져 있을 뿐, 거의 멀쩡하다.
표정을 분노로 일그러트리고 엘피를 노려보고 있다.
“시시한 말을 지껄이면서 자기 만족하는 건 상관없다만. 나를 잊지 마라.”
“핫……부하의 원수였나? 그리고 어차피 자기 몸을 되찾으러 온 거겠지? 힘을 잃은 아마츠를 이용하다니, 너도 꽤 그릇이 작구나!”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기자 공중에 떠 있던 수정이 사라졌다.
“야, 아마츠. 너는 정말로 성장을 못 하는구나. 인간하고 아인한테 배신당했다고 해서, 이번엔 마족이냐? 그렇게 잔혹하게 배신당했는데, 어떻게 동료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걸까? 상대는 마족, 그것도 전 마왕인데 말이야? 어째서 그런 상대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건지, 나는 도저히 까진 아니더라도 이해 못 하겠어. 네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또 배신당해서 살해당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하는 거야?”
나불나불 혀를 유창하게 굴리며 디오니스가 떠들어 댄다.
또 배신당해서 살해당한다?
생각을 안 할 리가 없잖아.
“나는 결심했다고.”
나 혼자로는 복수를 마치는 건 어려우니까.
배신당할 리스크를 용인하고 엘피와 힘을 합친다.
“반드시 네놈들한테 복수하겠다고 말이야.”
“아아, 그래?”
그때가 되어서야 겨우 디오니스가 왕좌에서 일어났다.
“너, 눈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 이해 못한 것 같네.”
자리에서 일어나 디오니스가 비웃는다.
“마왕군 『물의 마장』이자, 귀신족 최강의 『귀신족』.”
엄청난 숫자의 물 탄환이 전개된다.
“몇 분 뒤에, 한 번 더 들려줄게. 대체, 누구한테 복수하는 거야? 라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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