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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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제 12화 『신청』
신년제, 마지막 날. 그 오후.
서바이브 신전의 예배당에선 올해 태어난 아기를 끌어안은 어머니나 아버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랄고필리 왕국에 있어서 신생아의 사망률은 결코 낮지 않다. 어떤 미숙아로 태어나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무사히 성장할 수 있는 현대 일본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날이 서바이브 신에게 기도를 비는 건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바라는 두 부모한테 있어선 중요한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가 귀족과 서민을 불문하고 차별 없이 서바이브 신의 가호를 내려준다고 하니, 그곳에 아기를 끌어안은 부모들이 모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최고 사제가 어떤 마법을 부리는 건 아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성장을 신에게 기원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신의 축복을 내려준다. 그 정도의 의식에 불과하다.
그래도 자신의 아이한테 서바이브 신전의 축복을 내려주고 싶지 않을 부모도 없기 때문에, 수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서바이브 신전에 밀려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이 말고도 커다란 배를 부둥켜안은 임산부의 모습도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최고사제가 직접 내려주는 신의 가호를 바라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윽고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사제인 쥬젯페 크리소프레즈가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실, 은실을 담뿍 사용한 화려한 의례용 신관복. 손에는 최고 사제의 지위를 나타내는 석장(錫杖)을 들고 위엄한 분위기를 두르며 걸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위풍당당.
평소엔 상당히 모습을 볼 수 없는 최고사제의 등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입을 다물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 최고사제의 뒤쪽에는 마찬가지로 의례용 신관복을 입은 몇몇 사제가 따라붙고 있다. 그 중에는 유명한 《성녀》의 모습도 있으며, 예배당에 모인 사람들은 오늘 의식에서 한층 더 뜻 깊은 가호가 내려질 거라며 그 얼굴을 빛냈다.
그리고 예배당 단상 위로 올라간 쥬젯페는 낭랑한 목소리로 의식의 개시를 선언했다.
엄숙하게 의식이 진행되던 도중, 칼세드니아는 이상하다는 듯이 예배당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예배당 곳곳에는 무장을 한 신관 전사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건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의식 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고사제인 쥬젯페가 여기 있는 이상 경비 신관 전사가 있는 건 당연하다 할 수 있으니까.
그녀가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건 그 안에 타츠미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같이 점심을 먹었을 때 그는 분명 신관 전사로써 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오전 중엔 도시를 순찰하고 있었으니, 그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순찰을 했던 바스도 역시 마찬가지로 장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츠미는 쥬젯페가 자신한테 이 의식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었다. 따라서, 칼세드니아는 타츠미가 경비 쪽을 맡고 있을 줄만 알고 있던 것이다.
‘…………서방님, 어디 계신 걸까?’
한창 의식이 진행 중임에도, 무심코 그녀의 눈은 타츠미의 모습을 찾고 말았다.
이리저리 예배당 안을 둘러보는 칼세드니아의 시선.
“흐흠.”
하고, 그녀의 옆에 있던 살짝 고령의 고위 사제가 헛기침을 했다. 물론 안절부절 못하는 칼세드니아한테 주의를 주기 위해서다.
서둘러 의식을 바꾸고, 의식에 집중하려고 마음먹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성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모여있는 사람들 중에 여기 있을 리가 없는 인물을 찾아내고 말았기 때무니다.
“아. 칼세 짱, 우리들을 본 모양이야.”
날카로운 시력의 소유자인 자독은 단상에 있는 칼세드니아가 눈을 치켜뜬 걸 확실히 봤다.
“우후후, 놀라고 있어, 놀라고 있다구. 어째서 당신들이 여기에, 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니까?”
“있잖아, 자독. 『어째서 여기에』는 내 기분이기도 한데?”
미루일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에 있는 건 아이를 데려온 젊은 부부가 많다. 분명히 말해서, 미혼이자 아이도 없는 자신들은 상당히 잘못된 곳에 온 것이리라.
현재 주변 사람들은 자신들한테 가끔씩 수상쩍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혹시 칼세, 내가 임신한 걸로 착각한 건 아니겠지?”
그 가능성은 매우 높을 거라며 툭툭 중얼거리는 미루일.
“그래서? 왜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거야? 슬슬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을래?”
“사실은 타츠미 짱한테 부탁 받았거든. 나랑 네가 이 의식에 와 줬으면 한다고 말이야.”
“타츠미가? 대체 왜? 자독, 넌 뭐 들은 거 있어?”
“응, 들었어. 그렇지만, 지금은 비・밀. 조금만 더 지나면 알게 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깜빡, 하고 네 개 있는 눈동자 중 하나를 멋지게 감아보이는 자독.
그리고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등 뒤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을 불려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엘프의 쉼터〕의 종업원인 나나우와, 그 연인인 바스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 너희들……아니, 너희들이 여기 있다는 건 설마…….”
미루일의 시선이 작은 체구의 나나누의 배로 향해진다. 그녀의 시선이 뭘 찾고 있는 건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니에요. 우리들도 타츠미한테 불린 거거든요.”
“뭐? 너희들도 타츠미가?”
불린 이유를 알고 있는 바스와 자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나우와 미루일은 서로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
그런 그녀들의 기분을 내버려 두고, 신상아에게 내려주는 축복의 의식은 종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자독과 미루일, 그리고 바스와 나나우가 대화하고 있었을 때.
마찬가지로 예배당 안에는 졸트의 모습도 있었다.
그 졸트의 옆에는 평상복에 검만 허리춤에 찬 가일도 있다.
가일은 얼굴에 붙어있는 연고가 묻은 천이 가려운 건지, 안절부절 못하고 가끔씩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괜찮냐, 가일? 꽤 심한 부상이었다면서?”
“전……아니, 졸트 님. 부상 쪽은 시합 회장에 있던 신관 공한테 치료를 받았기에, 이미 괜찮습니다만…….”
“그럼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그, 그것은…….”
별다른 일은 아니다. 어제, 타츠미한테 기승 창 시합에서 우승해 보이겠다고 허세를 부리던 가일이지만, 너무나 간단히 본선 첫 승부에서 패배해 버렸기 때문에 타츠미와 얼굴을 마주치기 힘든 것이다.
“그것보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들었지?”
“예……타우로드 대장님한테서 들었습니다만…….”
“그럼, 친구의 대승부를 확실히 지켜봐 줘야지.”
“그, 그렇군요. 제가 기승 창 시합에서 패배한 것과, 지금부터 있을 타츠미의 대승부는 다른 거니 말입니다.”
“뭐, 확실히 대승부인 건 틀림없지만, 결과는 거의 보이는 대승부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즐겁다는 듯이 웃는 두 사람.
하지만 이때 그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나 임산부들만 있는 이 예배당 안, 즐겁다는 듯이 미소 짓는 청년과 소년이라는 2인조가 얼마나 붕 떠있는지를.
그들 근처에 있던 아이의 어머니들이 소곤소곤 그들의 관계를 추측하거나.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던 건, 두 사람한테 있어서 다행이라 할 수 있으리라.
“――서바이브 신의 가호가, 이 자의 장래를 밝게 밝히기를.”
기도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쥬젯페가 성수에 담근 손가락으로 어머니한테 안겨 있는 아기의 이마를 만지며 신의 축복을 내려준다.
지금 아기가 오늘 여기 온 마지막 아기이자, 최고 사제의 축복을 받은 아기의 부모들은 기쁘다는 듯이 예배당을 뒤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식을 마친 최고 사제가 급히 연설을 시작했기 때문에, 예배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발을 멈췄다.
“오늘 의식은 이걸로 끝났다만, 사실은 아직 소소한 행사가 남아서 말이네. 시간이 있는 사람은, 가능하다면 한동안 여기 있어줬으면 좋겠네.”
서바이브 신전 최고 사제의 말을 무시하지도 못하고, 예배당에 모여있던 부모들은 근처에 있던 자들과 웅성웅성 말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건 여기 모여 있던 부모들 말고도, 쥬젯페의 등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이러한 예정을 예하께서 들은 적이 있나?”
“아뇨,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칼세드니아 공. 당신은 예하께서 뭔가 듣지 못했나?”
“아, 아뇨, 저도 할아버님께서는 아무것도…….”
의식에 쓰인 성수가 들어간 금속판제의 작은 병을 들고 쥬젯페의 등 뒤에 서 있던 칼세드니아는 근처에 있던 고위사제한테서 질문을 받았지만 고개를 젓기만 할 뿐.
실제로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도 당연하다.
칼세드니아를 포함한 사제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동안에도, 쥬젯페의 연설은 이어지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는 대로, 우리 서바이브 신은 풍작의 신, 자식의 신인 동시에 결혼의 수호신이기도 하네. 이번에 어떤 젊은이한테서 한 신청이 들어왔네. 그 젊은이에게는 소중한 여성이 있으며, 오늘 이곳에서 중대한 사실을 그녀한테 알리고 싶다고 하더군.”
쥬젯페의 목소리가 예배당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진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사제 중 한 사람이 <바람> 계통의 마법으로 그 목소리를 좀 더 멀리까지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서바이브 신의 최고사제로써……아니, 서바이브 신께 봉사하는 신관 중 한 사람으로써, 그 젊은이의 등을 떠밀어주기로 했네. 칼세드니아 크리소프레즈여.”
“예, 예!!”
갑자기 이름을 불려 펄쩍 뛰는 듯이 깜짝 놀라는 칼세드니아.
“이쪽으로 오게나.”
할아버지이자, 최고사제인 쥬젯페의 손짓을 따라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쥬젯페의 옆으로 걸어간다.
그때, 그 손에 성수가 들어있는 병을 들고 있는 채였으니, 그녀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던 것이리라.
“자……그럼, 슬슬 그 젊은이를 이곳으로 불러보도록 하겠네.”
쥬젯페가 신호를 보내자, 예배당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관 전사들이 그 문을 열었다.
예배당에 있던 수많은 부모나 서바이브 신전의 관계자, 그리고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알고 있는 극히 일부의 자들이, 다 같이 활짝 열린 문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문 건너편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 청년은 본 적도 없는 하얀 의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얼굴은 의복과 대조적으로 새빨갛다.
“예? 어? 서, 서방……님……?”
그것이 타츠미라는 걸 이해한 칼세드니아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본 적도 없는 장식의 옷――하얀 턱시도 차림의 타츠미는 쥬젯페나 칼세드니아가 있는 단상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가 점점 앞으로 나아가자, 예배당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그의 행방을 나타내듯이 길을 터줬다.
그 도중, 잘 아는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입만 움직여서 응원을 보내주거나, 혹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타츠미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자신의 각오를 나타냈다.
쥬젯페의 손짓을 따라 단상으로 올라온 타츠미는 새빨간 얼굴 그대로 어떤 인물 앞에 섰다.
그것은 물론.
“그, 그게……서방님? 이, 이건 대체…….”
아직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이해히지 못한 채로 머뭇거리는 칼세드니아의 앞.
“카, 칼세…………아, 아니……칼세드니아 크리소프레즈!”
새빨간 얼굴로. 그렇지만, 시선은 똑바로 칼세드니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 나랑……………………………………지금, 이곳에서……겨, 결혼해 줘!!”
땡그랑.
작은 금속음이 예배당에 울려퍼진다.
그건 칼세드니아가 떨어트린 성수가 들어간 병이 예배당 바닥에 부딪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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