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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3장 제 10화『불행한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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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3장 제 10화 『불행한 조우』


그 소문을 들었을 때, 그녀――미루일과 그 동료들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선물해 준 달의 신 그래버비한테 기도를 바쳤다.

참고로, 달의 신 그래버비는 밤의 수호신이자 주로 밤에 활동하는 창부나 음유시인 같은 자들이 신봉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밤에 열리는 도박장의 수호신으로도 알려져, 그 점에서 행운을 선물해 주는 신이라는 측면도 가졌다는 데에 이르렀다.


“이, 있잖아, 타드. 그 얘기 진짜야?”

“그래, 진짜라니까. 아무래도 작은 무리의 눈도마뱀들이 왕도 근처에 있는 숲 안에서 목격된 것 같아.”


타드와 간스, 그리고 퀄란. 비슷한 나이대의 세 청년들이 미루일의 마수 사냥꾼 동료드이다.

어깨까지 기른 밝은 갈색 머리칼과 같은 색깔의 눈동자. 날씬하고 깔끔한 몸매는 어딘가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그 눈동자는 살짝 위로 치켜올라가 있으며, 그것도 또한 그녀한테 고양이 같은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용모는 상당히 가지런하며, 동료 정년들이 가끔씩 눈부시다는 듯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걸 그녀 자신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애보다도 마수 사냥꾼으로써 명성을 올리고 싶다. 그게 미루일의 바람이다.

같은 마을에서 자라, 뭘 하던지 늘 함께 행동했던 이 네 사람. 그들이 마수 사냥꾼이 되겠다고 고향 마을에서 왕도로 온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왕도에 도착해 잡역을 하면서 하루 일당을 벌고, 태양신 골라이바의 신전에서 전투 기술을 배웠다.

반 년 정도 열심히 일해서 저금을 모아, 어떻게든 중고 무기와 갑옷을 산 다음, 그들의 마수 사냥꾼으로써의 생활이 시작됐다.

맨 처음엔 약초 채집 같은 간단한 의뢰를 받았다. 이미 눈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보수는 상당히 높았지만 자신들이 찾는 약초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넷이서 필사적으로 눈을 헤집어 의뢰를 마치고 조금씩 생활도 안정되기 시작했을 즈음.


그들이 머물고 있던 〔서쪽 바람의 포옹 여관〕이라는 마수 사냥꾼들이 모이는 술집 겸 여관――그들 같은 신입들이 자주 드나드는 가게――에서 다음은 어떤 의뢰를 받을까 하고 동료들끼리 상담하고 있었을 때.

방금 전 소문을 들은 타드가 의기양양하게 다른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눈도마뱀이라고 하면 그렇게 강한 마물이 아냐. 우리들 같은 신출내기한테는 딱 좋은 사냥감이라는 거지. 어때? 한 번 노려볼까?”

“그래, 괜찮지 않을까? 슬슬 눈만 헤집으면서 약초 모으는 것도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했고 말이야.”

“그래. 드디어 우리들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는 거지.”


타드와 간스, 퀄란이 기합을 다진다.

물론 미루일도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여기서 눈도마뱀 무리를 훌륭하게 토벌해서, 마수 사냥꾼으로써의 인생에 탄력을 불어넣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근데……우리 네 명으로 정말로 사냥할 수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소리를 꺼냈던 건 동료 중에서도 신중한 성격을 가진 간스였다.


“괜찮아. 우리들 네 명이라면 눈도마뱀 무리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야.”

“듣자하니, 무리라고는 해도 상당히 작은 부류에 속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타드의 눈이 미루일한테 향해졌다.


“여기엔……미루일이 있어. 미루일의 마법이 있으면 눈도마뱀 같은 건 무섭지도 않아.”

“마, 맞다! 그랬지! 우리들한테는 미루일의 마법이 있었구나!”

“게다가……미루일이 마법을 쓸 때는……헤헤헤.”


타드에 이어 간스와 퀄란도 미루일을 봤다.

그 시선에는 살짝 천박한 감정이 섞여 있었으며, 그걸 눈치 챈 미루일이 불쾌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좀! 나, 마법 그렇게 간단히 안 쓸 거거든! 내 마법은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안 쓸 거니까! 애초에 내 마법 같은 건 아류인 데다, 계통도 꽝인 것 같구, 시간 지속도 엄청나게 짧고…….”

“알고 있다니까.”

“근데, 미루일 네 마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니까. 네가 동료라 정말로 다행이야.”

“야, 퀄란? 너 지난번에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님 같은 미인이 동료가 되어주지 않을까, 그런 말 했었잖아?”

“자, 잠깐 기다려!! 그러는 너희들도 내가 하는 말에 동의했었잖아!”

“흐응. 너희들 마음은 아주 잘 알겠어. 그럼 나는 너희들이랑 따로 행동해 줄 테니까, 열심히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님을 동료로 꼬드겨 보시든지!”

“아, 아니, 농담이야, 농담. 애초에 우리들 같은 신출내기랑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님이 같이 행동해 줄 리가 없잖아?”


서둘러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타드의 말에 간스와 퀄란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미루일도 정말 화가 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과 헤어질 생각도 없다.

그래도 여기서 간단히 용서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미루일은 결국 세 명한테서 각자 나중에 한 번씩 음식을 쏴 주겠다는 걸 조건으로 화를 거둬들여 주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했으면 서둘러야 한다.

눈도마뱀의 무리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점점 퍼져가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서 다른 마수 사냥꾼들보다 빨리 눈도마뱀을 사냥해야 한다.

왕도 근처라고 했으니, 며칠분의 식량 같은 걸 준비한 미루일 일행은 다음날 해가 뜨는 시각에 왕도를 나왔다.

각자 무기를 손에 쥐고, 튼튼한 가죽 갑옷을 입은 네 사람은 타드가 미리 알아본 목격 정보를 따라 도로를 걸어갔다.

이윽고 네 사람 중에서도 가장 눈이 좋은 미루일이 눈 안에서 여러 마리의 짐승 발자국을 찾아냈다.


“얘들아, 이거 봐봐.”

“이건……눈도마뱀의 발자국인가?”

“예전에 눈도마뱀의 발자국을 본 적이 있으니까, 아마 틀림없을 거야.”

“좋아, 아무래도 발자국도 바로 최근 것 같으니까, 이걸 따라가자.”


타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미루일 일행은 발자국을 따라 설원을 나아간다.

발자국은 초원에서 벗어나 숲 안으로 들어갔고, 미루일 일행도 이 발자국을 쫓았다.

가지를 떨쳐내고, 늪을 헤집으면서 신중하게 발자국을 추적하는 미루일 일행.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 하얀 비늘을 가진 대형 도마뱀의 모습이 나타났다.


――드디어 따라잡았다!


무기를 쥔 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쏠린다.

자, 드디어 사냥 시작이다, 라고 새로이 결심을 다진 네 사람.

하지만.

하지만, 그들이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의 시선 끝에 한층 커다란 한 마리의 눈도마뱀이 있었다.

때로 눈도마뱀 무리에 그 무리를 통솔하는 우두머리가 나타난다는 건 미루일 일행도 들었었기 때문에, 의외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 놀라진 않았다.


이 무리에는 우두머리가 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경계를 높이는 네 사람. 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하다.

거대한 눈도마뱀――거대 눈도마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미루일 일행을 무시하고 식사에 열중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거대 눈도마뱀이 미루일 일행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지금 그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서서히 거대 눈도마뱀을 포위하는 형태로 다가가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 거대 눈도마뱀은 식사를 멈추지 않는다.


“……야, 저것 좀 봐…….”


미루일의 오른쪽에 있던 타드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걸 가리켰다.

거대 눈도마뱀의 주변에는 무리의 일행 중 한 마리였던 걸로 보이는 눈도마뱀의 사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원래 하얬을 터인 눈도마뱀의 몸 색깔. 그 곳곳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저, 저 녀석……무리에 있던 놈들 중 하나를 먹고 있는 건가……?”


그렇다.

눈도마뱀이 무심하게 먹고 있는 것. 그건 무리 안에 있던 놈들 중 하나로 보이는 다른 눈도마뱀이었다.


“누, 눈도마뱀이 동족을 먹는다니……들어본 적도 없어…….”


그렇게 중얼거린 건 대체 누구였을까. 미루일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봐 버리고 만 것이다.

동료의 내장을 맛있다는 듯이 먹어치우는 거대 눈도마뱀. 그 눈이, 눈만이 데굴 하고 움직여 자신을 봤던 걸.

진홍색으로 번뜩이는 거대 눈도마뱀의 눈.

그 진홍빛 눈이 마치 인간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씨익 좁혀진 걸, 미루일은 확실히 봤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얘기를 마쳤을 때, 타츠미 일행이 구한 여자――미루일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녀는 〔엘프의 쉼터〕의 한 방, 침대 위에 상반신만 일으킨 상태다.

당연히 옷은 입고 있다. 엘이 빌려준 간소한 옷을 입은 미루일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엘, 타츠미, 칼세드니아, 그리고 자독은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울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소리를 억누르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미루일은 조그맣게 어깨를 떨어대면서 울고 있었다.

그 사실로 보건데, 미루일의 얘기에 나왔던 그녀의 동료들이 어떠한 운명을 겪었는지 타츠미 일행은 이해했다.

계속해서 어깨를 떨어대는 미루일. 그런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고 엘은 칼세드니아한테 고개를 돌렸다.


“지금 들으신 것처럼, 사태는 심각해요. 이 왕도 근처에, <마>에 씌인 마수……마물이 나타났으니까요. 역시 왕도 안으로 마물이 들어오진 않겠지만, 도로를 지나가는 여행객이 습격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죠.”

“네. 바로 신전에 보고한 다음, 퇴마사를 보내도록 신청할게요. 물론, 저도 갈 생각이에요. 서방님――”


칼세드니아의 진홍빛 눈동자가 똑바로 타츠미를 꿰뚫어 본다.


“――지금까지, 저는 항상 몰가와 함께 <마>와 싸워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몰가는 없어요……서방님. 저와 함께 싸워주시겠어요?”


《자유 기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몰가나이크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타츠미는 그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 할 것이다.

어쩌면, 칼세드니아의 걸림돌이 될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칼세드니아가 자신한테 보내는 시선 안에, 슬렁슬렁 불안의 화염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타츠미는 눈치 챘다. 눈치 채고 말았다.

그녀도 불안한 것이다. 몰가나이크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마물과 싸우는 것이.


물론, 칼세드니아는 타츠미를 신용하고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타츠미와 함께 마물과 싸운 경험은 없다. 신뢰하고 있다고는 해도, 역시 몰가나이크 때와는 마음의 안정감이 다르리라.

타츠미와 몰가나이크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다르다. 퇴마사로써의 실력도 몰가나이크한테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칼세드니아는 자신과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타츠미는 그게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기 때문에, 타츠미는 곧바로 대답한다. 그의 소중한 여자의 불안이 날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당연하지. 나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너랑 함께 싸울게.”


자신이 몰가나이크와 동등한 실력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위기기 닥치면 칼세드니아만이라도 안전지대로 보낼 수는 있으리라.


“……고마워요. 서방님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씀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뺨을 물들이며, 싱긋 미소 짓는 칼세드니아.

그녀의 미소가 타츠미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거기서 또다시 듬직한 말이 들려왔다.


“어머, 타츠미 짱이 싸운다면, 당연히 나도 같이 싸울게. 확실히 나도 <마>랑 싸운 적은 없지만, 타츠미 짱이랑 칼세 짱을 지키는 방패 정도는 될 수 있을 거야.”


단정한 용모에 씨익 하고 사나운 미소를 지은 건 물론 자독이다.


“괜찮겠어?”

“물론이지. 나도, 이미 동료잖아?”


자독이 재주 좋게 한쪽 눈을 감는다.


“알겠어. 너한테도 힘을 빌릴게.”

“맡겨만 두렴!”


툭, 하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독. 타츠미는 그런 자독과 함께 주먹을 부딪쳐 의기투합했다.


“그럼, 서방님은 신전까지 가셔서 이 사실을 할아버님께 전해 주세요. 저는 그 동안에 집으로 돌아가 준비를 마치고 있을게요. 그 뒤에 이 가게에서 다시 만나요.”

“알겠어.”


〔엘프의 쉼터〕에서 서바이브 신전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전이를 쓸 수 있는 타츠미라면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

고개를 끄덕이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그들이――자독이나 엘도 포함해서――각자 움직이기 위해서 방에서 나가려고 했을 때.

그때까지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침대 위의 미루일이 그들의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기, 기다려……!! 나, 나도 같이……같이 데려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