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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3장 제 11화『움직이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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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3장 제 11화 『움직이는 자들』


쿵. 으적.

그런 소리가, 자신의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어, 하고 의문으로 여기면서도 미루일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타드가 있었다.

그 가슴이 거대 눈도마뱀의 날카로운 뒷다리의 발톱으로 관통되어, 땅에 엎어진 그가.


“흐으……크억…….”


타드의 입에서 숨소리와 붉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발달된 뒷다리로 도약한 거대 눈도마뱀이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던 미루일 일행이 있던 곳으로 단숨에 달려오더니, 돌진과 낙하의 기세를 이용해 뒷다리의 발톱으로 타드의 가슴――심장을 관통한 것이다.


거대 눈도마뱀이 타드의 몸 위에서 몸을 흔든다. 그 결과, 발톱이 타드의 가슴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 주변에 쌓인 눈 위에 붉은 무언가가 흩뿌려졌다.

미루일의 귀에 철썩 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 직후, 이번엔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듯한 휘웅 하는 소리, 그리고 우득 하고 뭔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이어져서 들렸다.


거대 눈도마뱀이 타드의 몸을 가차없이 짓밟으면서 몸을 뒤집어, 그 채찍 같은 길고 매끈한 꼬리로 타드의 옆에 있던 퀄란을 때린 것이다.

거대 눈도마뱀의 꼬리 강타를 얻어맞은 퀄란은 소리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고, 근처에 있던 나무에 격돌했다. 그대로 주르륵 하고 나무밑동에 쓰러졌다.

이때가 되어서야, 미루일은 겨우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도, 도망쳐!”


아직 무사한 간스를 향해 소리친다.

타드의 목숨의 불꽃은 이미 꺼져있다. 심장을 예리한 발톱이 뚫고 지나갔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뒤로 떠밀려 날아간 퀄란도 마찬가지. 나무밑동에 쓰러져 있는 그의 목은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냉혹한 판단이긴 했지만, 자신들이 다 같이 덤벼도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들한테 남은 수단은 도망치는 것뿐.

동료의 시체를 회수할 수도 없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면서, 미루일은 간스한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하면서 자신은 자신의 비장의 수단인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녀의 마법 발동 시간은 매우 짧다. 하지만 마법이 발동되어 있는 동안 그녀의 신체 능력과 공격력, 방어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상승한 각종 능력을 살려서 자신이 미끼가 된 다음, 그 동안에 간스를 도망치게 한다. 그리고 틈을 봐서 자신도 도주한다.

그것이 미루일이 곧바로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장 꺾이게 됐다.

간스가 미루일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쓰러져 있는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기 때문이다.


“야, 야, 퀄란!! 타드!! 괘, 괜찮냐!?”


――안 돼 간스!! 도망쳐!!


말로 나오지 않는 소리로 미루일이 소리쳤지만, 간스는 그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허둥지둥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간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조차 없었다.

달려가는 간스의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걸 눈치 챈 간스가 위를 올려다보니, 바로 눈앞에 거대 눈도마뱀의 발바닥이 다가와 있었다.


“……아?”


얼빠진 소리가 간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동시에, 눈도마뱀의 뒷다리가 간스의 머리를 걷어차, 간스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그의 머리는 잘 익은 과일처럼 퍼석 하고 뭉개졌다.


――아……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미루일.

거대 눈도마뱀이 진홍색 눈동자로 미루일을 바라봤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음속으로 기성을 내지르며, 미쳐 날뛴 미루일은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돌진했다.

마법으로 강호된 속도는 거대 눈도마뱀의 속도에 필적했다.

순식간의 도마뱀과의 거리를 좁히고,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두 손을 마구잡이로 때려 박는다.

평소라면 그녀가 거대 눈도마뱀의 비늘을 찢어버리는 건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마법으로 공격력이 상승해, 미쳐 날뛴 그녀의 공격은 거대 눈도마뱀의 비늘을 훌륭하게 찢어냈다.


거대 눈도마뱀의 하얀 피부에 선혈이 그어지더니, 거기서 검은 피가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거대 눈도마뱀이 고통스럽다는 듯한 표효를 내지른다.

분노에 몸을 맡겨, 그 뒤도 그저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러대는 미루일.

분노가 잦아들고 그녀가 냉정해졌을 때, 주변에 거대 눈도마뱀의 모습은 없었다. 마법으로 상승한 그녀의 힘을 경계하고 도주한 건지, 아니면 무의식 중에 그녀가 거대 눈도마뱀한테서 도망친 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미루일은 눈이 쌓인 숲 속을 전라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다니고 있었다. 어느새 마력을 전부 사용해 버렸던 모양이다.

동료도, 장비도, 모든 걸 잃어버리고 목적도 없이 알몸으로 눈 속을 걸어가는 미루일.

한기에 버티지 못하고,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을 때, 어디선가 짐승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상처 입어 분노로 가득 찬 거대 눈도마뱀의 포효인 건가, 아니면 다른 야수의 포효인 건가.

미루일은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았지만, 그 판단을 들은 순간 그녀의 몸에 공포가 내달렸다.

장비도 없고 마력도 없이, 동료도, 모든 걸 다 잃어버린 지금 그녀한테 자신을 지킬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야수한테 습격당한다는 공포에 겁을 먹은 미루일은 방향조차 확인하지 않고 달려 나갔다.

전라 상태로, 눈이 쌓인 숲 속을.




“……부탁이야……나도 같이 데려가 줘……동료의 원수를……아니, 복수의 원수를 내가 갚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해……그러니까, 적어도 그 거대 눈도마뱀이 쓰러지는 걸 보게 해줘……부탁이야……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면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미루일.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들더니 가만히 타츠미 일행을 쳐다봤다.

눈물로 젖은 미루일의 눈동자. 하지만 그곳에는 확실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그걸 확인한 칼세드니아와 자독이 타츠미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서방님?”

“……어떡할 거니, 타츠미 짱?”


두 사람의 입에서 똑같은 질문이 튀어나오자, 타츠미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를 이대로 데려갔을 경우, 메리트는 확실히 있다.

그녀는 마물로 변한 거대 눈도마뱀과 조금이라고는 해도 교전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처까지 입혔다.

그 경력과 전력은 어디선가 도움이 될 테고, 그냥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은 되지 않으리라.

게다가 여기서 동행을 거부한다고 해도, 그녀는 분명 혼자서라도 거대 눈도마뱀을 찾아 떠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지휘 아래에 두는 편이 낫다. 그게 타츠미의 판단이었다.


“알겠어, 미루일 씨. 우리들이랑 같이 가자. 다만, 내 지시에는 반드시 따라줘. 절대로 단독으로 먼저 나가지 마. 그게 조건이야.”

“알겠어……아니, 알겠어요. 그러니까…….”


미루일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자신들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을 타츠미가 깨달았다.


“나는 타츠미……타츠미 야마가타야. 그리고, 이쪽은――”

“――저는 칼세드니아 야마가타에요. 잘 부탁드려요, 미루일 씨.”


타츠미가 말하는 도중에 칼세드니아가 끼어들더니, 싱긋 하고 미소 지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착실히 “야마가타.” 라고 이름을 대는 걸 보아, 어쩌면 미루일에 대한 견제일지도 모른다.

그런 칼세드니아의 행위에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억누르면서 자독도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자독. 지금 보는 대로 쉐이드야. 잘 부탁해, 미루일 짱.”


깜빡 하고 한쪽 눈을 감는 자독을 보고 미루일이 살짝 눈을 치켜뜬다.


“그럼, 우리들은 준비를 할 테니까, 그때까지 미루일 씨는 조금 더 쉬고 있어줘.”

“나는 미루일이라고 불러도 돼. 나이도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 것 같고.”

“그래. 그럼 나도 타츠미라고 불러.”

“그럼, 저도 칼세라고 불러 주세요.”

“물론, 나도 자독이라고 불러도 된다구?”


서로 호칭을 정정한 네 사람.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마치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그런 그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엘은 살짝 장소와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즐겁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상당히 좋은 팀이 될 것 같네요. 이건 좀 장래가 기대돼요.”


미루일의 동료가 죽어버린 건 확실히 비극이다.

하지만 차가운 말투일지도 모르지만, 마수 사냥꾼 같은 직업을 하고 있는 이상, 이것만큼은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는 일이다.

미루일은 이 비극을 견뎌내고 마수 사냥꾼으로써 성장해줬으면 한다, 라는 게 엘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타츠미와 자독이라는 신출내기 마수 사냥꾼한테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그런 그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면서도, 엘도 또한 준비에 착수했다.

왕도 근처에 마물이 나타난 이상, 그녀도 그 마물을 쓰러트리는 데에 힘을 빌려줄 생각인 것이다.

엘이 그 준비를 하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가던 도중.

문득, 어떤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 한 구석에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미루일 씨의 마법은 어떤 계통의 어떤 마법인 걸까요?”




타츠미가 쥬젯페한테 알린 마물의 존재.

쥬젯페는 이 마물의 토벌을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 정식으로 명령했다.

신전의 상층 위원 중에는 퇴마사로써 높은 실력과 실적, 그리고 높은 명성을 가진 칼세드니아를 아무런 명성도 없는 도시의 마수 사냥꾼들과 함께 행동하게 하는 사실에 대해 토를 다는 자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칼세드니아와 팀을 짜는 사람들 중에 타츠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 목소리도 자연스레 작아졌다.


두 번째의 <하늘> 계통 마법사이자, 칼세드니아의 약혼자. 그리고 쥬젯페한테서 직접 가르침을 받고 있는 점도 있어서, 최근엔 최고 사제의 수제자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 타츠미는 이미 서바이브 신전은 물론이고 다른 신전이나 랄고필리 왕국의 일부 계층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다.


<마>에 대해서 가장 유효한 <하늘> 계통의 마법사인 타츠미와 《성녀》로 이름 높은 칼세드니아. 이 두 사람이 팀을 짠다면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리라.


애초에 이번 마물 토벌은 최고 사제가 직접 내린 명령이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설령 국왕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이다.

정식으로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최고 사제의 명령을 받은 것이고, 자독과 미루일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고용인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자독도 미루일도 그냥 평범한 고용인으로 만족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두 사람은 타츠미, 그리고 칼세드니아와 함께 거대 눈도마뱀과 싸울 것이다.

또한 엘도 타츠미 일행과 함께 싸우게 됐다.

엘의 역할은 거대 눈도마뱀과 싸우기 위한 전력이라기보다는 탐색이 주된 목적이다.


현재, 문제의 마물은 왕도 근처에 있는 숲 속에 숨어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잠복 장소는 현재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량으로 불러서 대규모로 탐색을 벌이다간 <마>가 씌어서 지능이 올라간 마물은 곧바로 왕도 근처에서 벗어나 버릴 것이다.


쥬젯페가 이번 마물 토벌을 타츠미와 칼세드니아한테만 명령을 내린 이유도 거기 있었다.

서바이브 신전의 다른 퇴마사나 다른 신전의 퇴마사가 연계를 취해서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 움직이면 마물은 곧바로 도망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마물을 토벌할 때엔 적은 인원으로 실행하는 게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에서 얻은 최적의 방법인 것이다.


엘의 제안에 따라, 마물 탐색은 정령에 부탁하기로 했다.

정령술사는 정령들과 교신할 수 있다. 숲의 나무들이나 눈의 정령들을 통해서 거대 눈도마뱀이 사는 곳을 찾아내자는 게 엘의 제안인 것이다.

정령은 어디에든지 있다. 그 정령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의 정황은 곧바로 알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가 십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정령과 인간――아인도 포함――의 멘탈은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령한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그들한테는 기껏해야 「현재」와 「과거」――정령한테는 「미래」라는 개념이 없다――라는 어중간한 구별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숲 속에 거대 눈도마뱀이 있어?” 라고 정령한테 질문을 한다 치면, “전에 봤어.”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령이 말하는 “전에 봤었던” 눈도마뱀은 어쩌면 10년 정도 전에 봤던 눈도마뱀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또한, 정령은 거대 눈도마뱀과 평범한 눈도마뱀을 구별할 수 없다. 그들한테 있어선 “커다란 흰 도마뱀.” 이라는 인식에 불과하며, 크기에 대한 인식도 인간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애매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정령한테 질문을 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령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을 골라서 정령의 말을 제대로 분석해야만 한다.

하지만 정령 마법의 시조인 엘이라면 그러한 문제점을 배제하고 정령들한테서 유리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이렇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 그리고 엘과 자독과 미루일을 포함한, 마물을 토벌하기 위한 작전이 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