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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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위에서 내리쳐진 가론의 공격을 스킬 《흘려보내기》로 흘리고,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두른다. 칼날이 가론을 맞추기 전에 가론이 《스텝》을 사용해 뒤로 물러나 회피하고 만다. 그걸 신경 쓰지 않고 대쉬로 앞으로 달려간다. 궁지에 몰린 나머지 가론이 오른쪽 대각선으로 공격을 날려 왔지만 오른쪽 옆으로 도약해 그걸 피하고, 허점투성이인 오른쪽 옆에서 《포스 슬래쉬》를 날린다. 고속으로 내리쳐지는 칼날이 가론의 갑옷을 네 번 연속으로 베어간다. 실드에 막혀서 직접 가론을 벤 건 아니지만 공격으로 충격은 전해진다. 괴로워하는 가론을 다시 벤다.
갑옷의 성질이 좋은 건지, 생각했던 것보다도 내가 준 데미지 양이 적었다.
충격에서 벗어난 가론은 대검을 사용하지 않고 옆에 있는 나를 향해 태클을 해 왔다. 예상외의 공격이긴 하지만 《간파 개》 덕분에 예측할 수 있었다. 《스텝》으로 뒤로 도약한다.
“크윽!?”
완전히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론의 움직임이 갑자기 가속했다. 몸에 파란 빛을 두른 가론의 강렬한 태클이 나를 덮친다.
어떤 스킬을 쓴 건가……!
시야가 흔들리고, 뒤쪽으로 떠밀려 날아간다. 쓰러질 뻔 했지만 태도를 땅에 박아서 지팡이 대신으로 삼아 버텨낸다.
앞에서 가론이 대검을 치켜 들면서 고속으로 달려들었다. 돌진 계열 스킬인 것 같다. 빠르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온 가론이 위에서 힘껏 대검을 내리쳤다. 그게 나를 맞추는 것보다 빨리 앞으로 파고들어 가론의 옆구리를 태도로 베어낸다.
스킬 도중에 공격을 맞은 것으로 인해 스킬이 중단되어 가론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 등을 뒤에서 힘껏 찌른다. 찌른 곳이 나빴던 건지, 커다란 데미지는 줄 수 없었다. 어중간한 찌르기 덕분에 가론이 앞으로 도망쳐 버리고 만다.
그래도 지금 나하고 가론의 HP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내 HP는 아직 80% 가까이 남아있는 것에 비해, 가론의 HP는 이미 50% 정도밖에 없다.
가론은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뒤로 물러나, 나한테서 거리를 뒀다. 그게 나한테서 도망치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우월감을 느끼고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어떠냐 가론. 네가 버린 나한테 궁지에 몰리는 기분은?”
마치 소설에 나오는 삼류 악당 같은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속에 있는 검은 덩어리를 해소시키기 위해 나는 입을 움직인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왔다고, 가론. 힘들고 괴로웠어. 몇 번이나 이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다고! 그리고 나는 너를 몰아세우고 있어! 어떠냐고 가론! 동료하고 같이 편하게 살아왔던 너하고 나! 이렇게 실력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지!”
뭔가 다르지 않나. 뭔가 이상하지 않나.
어디선가 그런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어딘가 뭔가 틀린 건 아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는 가론을 비웃었다.
네가 버린 나는 너보다도 강해져서, 지금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라며.
가론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이 말하려고 하는 것 따위는 간단히 예상이 간다.
“『어쩔 수 없었다』냐? 그렇겠지!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는,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된 찌끄러기인 나, 게다가 태도 같은 걸 사용하는 녀석을 버릴 수밖에 없었겠지! 그런 나는 어떻게 되던지 자기들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그렇겠지!”
“……큭.”
가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맨 처음에는 그게 분노로 인해 생긴 줄 알았다. 그럼 그 분노를 너랑 같이 비웃어주면서 짓뭉개 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론은 매우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미안하다, 아카츠키.”
가론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뭐.
뭐?
뭐, 뭐야 그게. 왜 사과하는 거야. 거기선 너 따윈 어찌되든 알 바 아니었다면서 나를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왜 그런 식으로 고개를 숙이는 건데. 의미를 모르겠네. 이, 이래선, 마치 내가, 내가 악당 같잖아. 아, 아냐. 나는.
“우리들은 우리들이 불쌍해서 너를 버리고 말았어. 미안했다. 정말로 미안했다……. 네가 어떻게 될지, 그 정도는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런데도 우리들은!”
무거운 금속음이 필드에 울려 퍼졌다.
그건 가론이 대검을 땅에 내던진 소리였다.
“너는 이미 죽어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건 벌이라고 생각했지.”
“버, 벌?”
“그래……. 너를 버리고 얼마간, 우리들은 동료를 어느 정도 늘렸어. 하지만 말이다, 거기서 솔로로 활동하고 있던 태도 플레이어가 우리들 근처에서 트랩에 걸려서,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를 부르고 만 거야. 그 몬스터들은 우리들한테도 공격을 해 왔었지. 거기서 상당한 숫자의 동료가 죽었어. 나는 운 좋게도 살아남았지만……. 계속 너를 버린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건 실제로 너를 버린 벌이라고 생각한다.”
가론인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미안……미안하다.”
가론의 행동을 보고 관객들이 “싸우라고!” 라며 큰 소리로 야유를 퍼부었다. 가론은 그걸 신경 쓰지 않고 무릎을 꿇으며 나한테 고개를 숙였다. 도게자.
“용서해 달란 말을 꺼내면 너는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라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는 뭐든지 말해 줘. 나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겠어. ……죽으라고 해도 나는 네가 말하는 대로……죽으마.”
미안했다.
야유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런 식으로 쥐어짜낸 작은 말만이 잘 들렸다.
그걸 듣자마자 나는 머리가 엉망진창이 돼서, 나도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소리를 소리치고 있었다.
“웃기지 마! 뭐야 그게! 대체 뭐냐고! 그, 그딴 말이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나, 나는, 네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공격해 올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사과하는 건데! 왜 도게자 하고 있는 거냐고!”
내 말을 듣고서도 가론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아, 이 얼마나 비참한지.
소리치고 있는 내가 엄청나게 꼴사납고, 한심하고, 비참하고, 촌티 나.
그렇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버려져도 어쩔 수 없었다고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가론하고 같은 입장이었더라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가론의 사고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딴 상황에서 버려지면, 그딴 숲으로 떨어져 버리면, 원망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 죽는다는 둥 그딴 무책임한 말……하지 말라고.”
“………….”
“살고 싶어도 죽어버리는 녀석도 있단 말이야…….”
류를 떠올렸다. 린을 부탁한다며, 그렇게 말하면서 죽어간 그 녀석이, 어째선지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네가 죽어서 어쩔 건데……. 죽은 동료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너는 그 녀석의 인생만큼 살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
“게다가 너도 동료, 있잖아……. 그 동료는 어쩔 건데. 너가 죽어서 슬퍼하는 녀석도 있을 거잖아……. 어쩔 거냐고……그 녀석들은…….”
“하지만……너한테……면목이……없잖아….”
“……. 나 때문에 네가 죽으면, 네 동료는 나를 원망하겠지.”
“그렇게 하지 않도록……말해 둘 테니까…….”
“게다가……나 때문에 누가 죽는다니, 이제 싫어.”
“아카츠키……?”
“아~아. 흥이 깨버렸네, 깨버렸어. 텐션 확 내려갔네. 재미 없어.”
“………….”
“일어서, 가론.”
나는 가론이 있는 곳까지 가서 억지로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ㅓ.
“나를 버린 일은 원망하고 있어. 용서 못하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가론, 지금부터 나랑 싸워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같은 표정으로 가론이 나를 보고 있다.
“만약 네가 이기면 이 얘기는 없던 일로 치겠어. 만약 내가 이기면 가끔씩 나랑 같이 에리어 가거나, 동료 소개해 달라고. 내가 이겼다는 건 너보다 강하단 거고, 발목 잡을 일은 없잖아?”
“흑…………. 아카츠키……고맙다……미안.”
“그 대신, 전력으로 안 덤비면 용서 안 할 거니까 말이다.”
가론은 눈물을 훔치더니 발밑에 있는 대검을 주워 들었다.
나는 뒤쪽으로 물러나 가론과 거리를 뒀다.
“간다, 가론.”
“……그래, 와라 아카츠키.”
――――――――――
정면에서 태도와 대검이 부딪친다. 까가가강! 하는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가론의 대검의 위력이 태도보다도 약간 웃돌아서, 내 HP가 깍여 나간다. 가론의 검은 위력도 속도도 방금 전보다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함성을 내지르며, 연속으로 검을 휘두른다. 가론은 대검으로 그걸 막아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쏟아 붓는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계속해서 들린다. 반격의 틈을 주지 않는 내 러쉬에 가론이 조금씩 뒤로 몰린다. 상하좌우대각선, 온갖 방향에서 날아드는 연속 공격에 가론의 방어력이 따라갈 수 없게 돼 조금씩 HP가 줄어든다. 드디어 위력에 밀려서 가론의 대검이 위로 튕겨나갔다.
―――――할 수 있어!
그렇게 확신한 나는 그대로 가론한테 공격을 날리려고 했다.
“흐읍!”
하지만 그건 가론의 함정이었다. 가론은 튕겨나간 척을 해서 일부러 대검을 위로 치켜올린 것이다. 기합과 함께 한손으로 쥔 대검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진다. 곧바로 태도를 위로 쳐 올려 막아냈지만 너무나 큰 위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손으로 휘둘렀다고 생각 되지 않는 위력이다.
“큭!”
무릎을 꿇은 상황에 빠진 나한테 가론이 공격하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엔 양손으로 쥔 상황에서 대검을 내리친다. 곧바로 가론의 발에 발차기를 먹여서, 한 순간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지면을 굴러 거리를 둔다. 바로 뒤에서 대검이 땅에 처박히는 게 보여 꿀꺽 하고 숨을 삼켰다.
서둘러 일어나 거리를 두고 자세를 고쳤다.
가론은 대검을 쥔 채로 대쉬로 거리를 좁혀온다. 돌진 스킬을 사용한 거겠지. 대검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시스템 어시스트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엄청난 속도다. 검견과 맞먹을 정도일까.
180cm 이상의 키인 가론이 쳐든 대검은 상당히 위에서 내리쳐진다. 후웅, 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가론의 대검은 《흘려보내기》를 써도 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짓눌릴 게 뻔히 보였다. 가론은 이 일격에 자신의 불리한 점을 없앨 생각인 거겠지. 가론의 박력에서 그걸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공격으로 상황은 크게 움직인다!
달려드는 가론의 속도는 상당한 것이었지만, 거리는 아직 있다. 그렇다면 이 스킬을 살리기에는 충분하겠지.
그리고 그 스킬을 발동시킨다. 스킬 효과 때문에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나는 태도를 양손으로 쥔 상태에서 오른쪽 허리에 검을 둔다. 그리고 달리고 있는 나를 은색 빛이 감싼다. 그건 내 움직임이 가속되어가면서 점점 강한 것으로 바뀌어 간다. 은색 빛은 마치 《코멧 임팩트》처럼 내가 지나간 곳에 잔상을 남기고 있다.
오버레이 이름을 가진 돌진계 스킬. 《오버레이 드라이브》.
《오버레이 슬래쉬》하고 마찬가지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고, 사용하는 사람 숫자도 별로 없는 모양이다. 12연속 공격 《오버레이 슬래쉬》 쪽이 전체 위력은 더 높지만, 《오버레이 드라이브》는 높은 일격을 자랑하는 돌진 계열 스킬이다.
꼬리가 달린 은빛 섬광을 두르면서 돌진하는 나와, 푸른 빛을 감싼 대검을 겨누면서 달려드는 가론.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서로 함성을 내지르면서 달려든다.
가론이 위에서 내리친 푸른 칼날과 내 은색 섬광이 부딪치더니, 격렬한 충격을 흩뿌린다. 쿠우우우우우웅, 하고 폭발음과 비슷한 소리가 필드 위에 울려 펴진다.
칼날과 칼날이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크……오오오오오오!!”
그리고 힘에서 이긴 건 나였다.
힘겨루기에서 밀린 가론의 몸은 몇 미터나 날아가, 필드를 둘러싼 실드에 격돌해서 겨우 멈췄다,
가론의 HP바는 0이 됐다. 관객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나는 가론이 있는 곳까지 갔다.
“내 승리구나, 가론.”
“……그래.”
“이벤트 끝나면 약속 지켜라?”
“그래.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동료를 소개시켜 주지…….”
“에리어 같은 곳에도 여러 곳 데려가 줘. 또 얘기할 테지만, 나 사실은 별로 에리어 같은 거 잘 모르거든.”
“약속하지.”
“부탁한다. 그럼 또 보자, 가론.”
“또 보자, 아카츠키.”
가론의 몸이 빛에 감싸이더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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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됐을 때, 상대를 용서할 수 있을지 없을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황으로 봤을 때 그렇게 하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상처 입히고 말았다. 그렇게 됐을 때, 상대한테 사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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