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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4장 제 4화『성도 슈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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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4장『기광(忌光)』


제 4화 『성도 슈멜트』


“후우――, 하아.”


땅을 짓뭉개고, 나무들을 피해서, 엘피의 『마각』을 이용해 설산을 내려간다.

어지럽게 바뀌어가는 풍경 안, 우리를 따라오는 추격자들을 경계했지만 선정자들이 쫓아오고 있는 낌새는 없다.

그 유성으로 죽이지 못했던 걸 경계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걸지도 모른다.


몇 분 뒤, 아무 일 없이 설산 산기슭에 도착했다.


“하아……하아…….”

“……괜찮냐?”


상당한 체력과 마력을 소모한 모양인지, 엘피의 숨이 거칠다.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슥슥 땀을 닦아 주었다


“하아……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3배는 더 힘들었다.”

“……살았다. 고마워.”


얕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공격은 예상외였다.

그 유성 하나라면 엘피와 나, 둘이서라도 대처할 수 있었지만, 심상 마술이 없었더라면 두 번째는 어떻게 할 수도 없었겠지.


십중팔구, 거의 확실하게 그건 류자스가 날린 공격이다.

선정자 중에 류자스 급의 실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궁전에 있었을 때 한 정보 수집에 그런 인물은 없었다.

그 자식이 사용했던 마술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후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엘피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물을 마시게 한 뒤에 류자스에 관한 얘기를 시작한다.


“방해 결계(매직 디스터버)나 상실 마술을 생각해 보면, 녀석들은 상당한 준비를 해 왔을 거야. 그리고 아마, 이번 공격을 날리면서 어느 정도 비장의 수단을 사용했을 거야.”


그 유성 정도 되는 비장의 수단을 남겨 뒀더라면, 바로 다음 수단을 사용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공격은 없다는 소린가.”

“혹은, 바로 공격이 있다 하더라도, 그 유성급 마술은 연속해서 날릴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쪽이든, 방심은 금물이지만.”


설산을 올려다보며, 이를 악문다.

류자스가 근처에 있는데도 바로 죽이러 갈 수 없다.

이렇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적은 없다.


하지만, 되려 기습을 당해버리면 말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도 심상 마술을 쓸 수 있으면 죽일 수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미궁핵을 하나 더 흡수해 두고 싶다.

접근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방금 전처럼 거리가 벌어져 버리면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뿐이다. 


“미안하지만, 한동안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라. 나도 내 다름대로 대책을 세워 두겠지만, 네 마안 쪽이 효율이 더 좋아.”

“음, 맡겨만 둬라. 너는 용에 올라탄 기분으로 경계 방법이라도 생각해 두거라.”

“그래, 그렇게 할게.”

“……으.”

“……어이쿠.”


엘피의 몸이 휘청거렸다.

곧바로 손을 뻗어 엘피의 몸을 끌어안는다.


“괜찮냐?”

“으, 음. 30년만에 전력으로 다리를 사용한 탓에……봐라, 무릎이 벌어져 있군. 하아……이건 내일 분명히 근육통에 걸리겠군…….”


……마족도 근육통 같은 게 있구나.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그렇다면 그 말, 고맙게 받아들이마. 이오리여, 성도까지 나를 업고 가거라.”


무릎을 후들후들 떨어대면서도 엘피는 거만하게 가슴을 펴는 걸 잊지 않는다.

뭘까.

이렇게 『마왕스러운』짓을 하고 있을 때보다도, 싸우고 있을 때가 더 마왕스럽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알겠어.”

“!? 정말이냐!?”


자기가 말해놓고, 엘피는 매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냐 그 리액션은.”

“이럴 때, 너는 항상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손톱이라던가, 식사라던가.”

“당연하지! 그런 말을 듣고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녀석은 없다고. 그보다, 요리는 내가 만들고 있잖아.”

“음……그렇군. 하지만, 네가 해 주질 않으니 손톱은 내가 직접 하고 있단 말이다! 봐라! 어제 적당히 잘랐더니 이상하게 돼 버렸다!”

“………….”


이 여자는…….

그 말을 무시하고, 엘피의 몸을 들어올린다.


“우왓!”

“이제 됐으니까, 앞으로 가자. 여기에 오래 있는 것도 위험하니.”

“기, 기다려라. 아직 얘기는 끝나지 않았다!”

“시끄러워, 닥쳐.”


전 마왕이니 뭐니 하면서도, 엘피의 몸은 외견과 다를 바 없이 가벼웠다.

이거라면 별로 부담도 안 되겠군.


성도까지 여기서 하루도 안 걸리겠지.

오늘밤에는 도착할 것이다.


날뛰는 엘피를 등에 업고, 성도를 향해 걸어갔다.



성도 슈멜트.

페테로 교국이 자랑하는, 신과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신성한 도시 중 하나.

성도 중에서도 가장 큰 축에 속하며, 인구도 많다.


“겨우 보이기 시작했군.”

“……음…. 자지 않았다, 나는 자지 않았다고.”

“………….”


설산 산기슭에서 도로로 걸어간 지 반나절하고 조금 더.

해가 기울기 시작했을 즈음, 우리들은 성도 슈멜트에 도착했다.


도중에 경계는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류자스 일행한테서 공격은 없었다.

감시당하고 있는 기척도 없었다.

이 주변은 탁 트여 있기 때문에, 저쪽도 경계를 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거겠지.


성도 슈멜트는 울창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 일대 안에 존재한다.

도시는 순백의 대성문(大聖門)이 빙 둘러싸고 있으며, 들어가기 위해선 동서남북에 존재하는 네 개의 입구 중 하나를 골라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체력을 되찾은 엘피를 땅에 내려두고, 대성문 입구에서 수속을 밟는다.

엘피의 마력 부여품(매직 아이템)은 우수해서 문지기한테 간파당하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무사히 대성문을 지나, 우리들은 도시 안으로 발을 디뎠다.


“……여기 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이오리, 여기 와 본 적이 있는 게냐?”

“그래……. 전에, 딱 한 번 말이지.”


이 성도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틀림없이 흰색이겠지.

왕도나 황도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청순함,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호오.”


자주빛으로 물든 순백의 도시를 보고, 엘피가 숨을 삼켰다.


“……이 도시를 보는 건 처음이다만, 아름다운 도시로군.”

“그래. 나도 처음 왔을 땐 놀랐어.”


교국의 저잣거리는 기본적으로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성광신』멜트가 입고 있던 옷의 색이 흰색이었던 모양이니, 그걸 중시하고 있는 거겠지.

그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통일성이 느껴진다.


감탄하는 엘피와 함께 도시로 들어간다.


이 도시는 몇 가지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들이 지금 있는 곳은 『상점구』라고 불리는 구획이다.

이름 그대로, 『상점구』에는 여관이나 음식점 같은 게 있다.

밖에서 온 사람들의 대다수가 맨 처음으로 가는 곳이 『상점구』다.


『성광신』멜트를 기리는 대성당이나 교회, 성당 기사단의 거점지 같은 곳은 『성광구(聖光区)』에 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구획이 있지만, 우리들하고는 상관없겠지.


여기 있는 동안엔 습격에 그리 큰 신경을 안 써도 되겠지.

성도에서 날뛰게 되면 성당 기사단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류자스 일행이라도 녀석들과 사건을 일으키는 건 피하고 싶겠지.

용사 소환에 관한 건은 숨겨 두고 싶을 테고 말이다.


“일단 여관으로 갈까. 정보 수집은 내일로 미루자.”

“나는 배가 고프다. 노점에서 뭐 좀 사고 가야겠다.”


노점의 식품을 매점할 기세의 엘피를 달래면서 적당히 저녁을 먹고, 우리들은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가 주변엔 성도라고는 해도 복잡한 분위기였다.

온천 도시 정도는 아니지만, 활기가 있고, 사람도 많다.


“방금 전부터 아인들이 보인다만, 저렇게 당당하게 도시에 있어도 괜찮은 건가?”

“30년 전이었다면 성당 기사단이 달려왔을 테지만, 지금은 옛날 정도로 심각한 차별은 없는 모양이야.”


아인 영합파라고 하는 파벌이 생겼을 정도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성광구』입장은 금지되어 있지만, 다른 구획을 걸어다니는 것 정도라면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뭐, 배척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한동안 여관가를 걷다가, 엘피가 고른 여관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청사과 여관』라는 이름인 것 같다.

엘피가 고른 이유는, 당연히 “맛있을 것 같으니까”다.


성도 근처에서 딴 청사과를 사용한 맛있는 요리를 파는 게 특징인 여관인 것 같다.

살짝 비싸긴 하지만, 청결한 곳이다.


“형씨들, 방은 어떡할래?”

“방은 두――”

“귀찮다, 하나로 다오.”

“알겠수.”


……뭐, 선정자들의 습격을 경계해야 하니까, 같은 방을 쓰는 편이 더 좋겠군.


그 뒤로 청사과 파이 같은 요리를 음미한 뒤, 하루를 마쳤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여관 밖으로 나왔다.


잠들기 전에, 오늘 중으로 끝애야 할 일들을 정리해 뒀다.

해야 할 일은 3개가 있다.



하나, 죽음의 늪 미궁에서 입수한 『패왕 오징어(크라켄)』의 마결정을 사용해 새로운 장비를 대장간에 의뢰한다.

둘, 복수 대상의 정보 수집.

셋, 교국에 있는 오장 미궁인 『기광 미궁』의 정보 수집.


심상 마술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고작 몇 초 발동시킬 수 있을 뿐이고, 제대로 된 발동 조건도 불명확하다.

전투 능력은 아직 전성기 때와는 한참 떨어져 있다.

장비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물건으로 바꿔둔다고 해서 과도할 건 없다.


정보 수집은 교회와 도서관이 하나로 합쳐진 교회 도서관이라고 하는 곳으로 갈 생각이다.

신에 관한 자료가 많을 테지만, 복수 대상과 미궁 정보가 있으면 좋겠군.

고아원과 기광 미궁의 정보는 물론이고, 도시를 수호하는 성당 기사단의 정보도 필요하다.

죽음의 늪 미궁에서 디오니스를 고문했을 때, 성광 기사단 중 한 사람의 이름을 꺼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면서 엘피를 데리고 재빨리 행동한다.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상업구』 안에 있다고 하는 무기 상점이다.

여관 주인한테 물어보니, 성광 기사단의 무구를 조달하는 좋은 무기 상점이 있다는 모양이다.


“……무기 상점이라. 졸트가 떠오르는군.”

“그 잘나 보이는 남자 말인가.”

“그러니까 네가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나는, 잘났었다고!”


과거형으로 날뛰는 엘피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온천 도시에서 있던 일을 떠올린다.

미샤나 냥멜은 잘 지내고 있을까.


“――――, ……하하.”


거기서 무심코 웃고 말았다.


나는 지금, 타인을 떠올리고 그들을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어느새 그런 여유가 생겼나 하고, 자조한다.


“……좀, 너무 따뜻해졌나.”


소음과 분간이 안 갈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서는 막상 필요할 때에 몸이 안 움직이게 된다.

『도와주고 싶다』라는 심상(마음)을 떠올려 낸 건 좋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복수다. 정에 휩쓸려 있을 틈은 없다.


“나는 딱히, 괜찮다고 본다만.”


들렸던 건가.

엘피가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그 감정과 복수심은 모순되지 않지 않느냐?”


모순되지 않는다.

그런, 걸까?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과,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감정.

이건, 모순되지 않는 건가……?


“……뭐. 네가 답을 낼 때까지 생각하거라.”

“……그래.”


위로하는 듯한, 상냥한 말투로 엘피가 그렇게 말했다.

복수는 결정 사항인데,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 너무 고민을 하는군, 나는.

시시하다란 소리는 안 하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말, 이 녀석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한 식욕 대마왕으로 보였다가, 위엄 넘치는 전 마왕으로도 보였다가.

캐릭터가 안정되지 않는 녀석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오리, 나는 배가 고프다.”

“방금 아침 막 먹었잖아.”


그렇군.

역시 식욕 대마왕이다, 이 녀석은.


그 뒤로, 우리들이 찾던 무기 상점에 도착했다.

마을 풍경을 망치지 않도록, 하양을 바탕으로 한 간판에 파란 글자가 적혀 있다.

교국이 자랑하는 최강 전력인 성당 기사단의 무기를 조달하는 가게인 만큼, 겉모습은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었다.


“어서 옵쇼.”


안으로 들어가니, 점원이 인사를 했다.

이번 점원은 인간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다만.”


우리들을 보자마자, 점원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안하다만, 지금은 품절 상태다.”

“……품절?”

“그래. 성당 기사단께서 무기나 방어구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셔서 말이다.”


성당 기사단이 구입, 인가.

이 시기에 무기를 대량으로 모은다고 하면, 그 쓰임새는 한정되는군.

뭐, 대충 짐작은 간다.

너무 느긋이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마력 부여품(매직 아이템) 제조는 불가능한 건가?”

“아―……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에 착수할 재료가 이미 없거든.”


그렇다면, 나는 주머니에서 마결정을 꺼내들었다.

엷은 푸른빛을 띄는 『패왕 오징어』의 마결정이다.

물건을 보고, 점원이 눈을 치켜뜨고 있다.


“오, 오오……!? 엄청난 상등품인데, 굉장해! 이거라면 어지간한 물건은 만들 수 있을 텐데……뭘 갖고 싶은 거냐. 검인가? 아니면 갑옷인가?”

“아니, 신발을 부탁하지.”


검도 갑옷도 이미 갖춰져 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기동력이다.

그걸 위해서 좋은 품질의 신발 마력 부여품이 필요하다.


“알겠다.”


그 뒤로 발의 사이즈를 재고, 내 요구를 전달해 뒀다.

이틀 정도 지나면 완성되는 것 같다.

또 가지러 오자.


가게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엘피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이어서 『상점구』 북부를 향해 걸어간다.

북쪽으로 나아간 끝 부분에 『성광구』가 있으며, 교회 도서관은 『성광구』보다 『상점구』와 더 가깝다.

무기 가게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인파를 피해가면서 걸어가고 있었을 때다.


“……윽.”

“꺄악!?”


모퉁이 쪽에서 달려온 소녀와 부딪쳤다.

비명을 지르며 소녀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류자스가 날린 습격인가 하고, 비취의 태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야……!”


하지만 소녀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뭔가 무기를 갖고 있는 낌새도 없다.

뒤쪽에서 엘피가 마안을 사용하고 있는 기척이 느껴지지만,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걸 보아 습격자는 아닌 것 같다.


“……괜찮나?”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로 소녀한테 말을 걸었다.


“정말, 어디 보고 걸어다니는 거야……!”


소녀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일어났다.

부딪친 건 그쪽이다만.


눈물을 글썽거린 채로 매우 짜증을 내고 있는 소녀한테 시선을 보낸다.


핑크색이라고 하는 화려한 색깔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였다.

검은 튜브톱에 회색 스커트,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에 허벅지를 둘러싼 니삭스.

소녀는 검은 기가 섞인 분홍빛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다친 덴 없나?”

“있잖아! 내 예쁜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넌 어쩔 생각이었던 거야! 정말 내가 못 살아!”


이걸로 봐서 다친 덴 없는 것 같군.


“가자, 엘피.”

“음……괜찮은 게냐?”

“그래.”


시간은 유한하다.

오늘 있던 예정 중에서 아직 하나밖에 달성시키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얼른 정보 수집을 시작해야 한다.


“괜찮지 않아!!”


하지만 앞을 나아가려고 한 나를 소녀가 가로막았다.


“……아직 무슨 볼일이라도 남았나?”

“남았지! 완전 남았다구! 그보다! 이런 귀여운 소녀를 넘어트리게 해 놓고는, 너희들 좀 너무 차갑지 않아!?”


이 녀석, 좀 엘피랑 비슷한데.

자기가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하는 부근이.


“……뭐, 뭐냐 이 여자는. 이상한 녀석이다, 이오리.”

“네가 그런 소리 하지 마.”

“음……아주 이해가 안 간다만.”


어쨌든! 하고 소녀가 삿대질을 한다.


“귀여운 여자애를 다치게 했으니까, 이렇게, 좀 더 있잖아! 안 그러면 벌 받는다!”

“그렇군. 미안하다. 다음부터 조심하지. 이걸로 됐나?”

“흐흥, 이해했으면 됐어.”


……이 녀석, 정말로 엘피랑 비슷하군 그래.


“그럼 우리들은 이제 갈 테니까.”

“응. 그럼 바이바이……가 아니라 잠깐 기다려!”


괜히 끈질긴 여자로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가?

적의는 없는 것 같지만, 류자스 일행의 동료로 우리들을 여기에 붙잡아 두려는 요원일 가능성이 있겠군.

기척은 없지만, 습격이라도 할 생각인가?


뒷골목으로 데려가서 질문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녀가 있는 쪽을 향해 뒤를 돌아봤다.


“――――”


분홍빛 두 눈동자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엘피가 쏘아대는 위압감도, 적의도 악의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있는 건 그저, 마음을 간파당하는 듯한 감각.

무의식중에 손이 비취의 태도를 향해 뻗어졌다.


“……뭐지?”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그러네, 너희들한테 충고해 둘게.”

“……충고?”

“이곳에서 얼른 떨어지는 편이 좋을지도?”

“어째서지?”

“좀 분풀이 느낌으로 이 도시에 너무 오래 머물렀으니까. 뭐, 그 외에도 이유는 있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전혀 파악이 안 간다.


“……어째서 그게 떨어지는 편이 낫다고 하는 이유가 되는 거지?”

“그건 말이야, ”


한 순간 틈을 두고,


“――나는 재앙을 부르니까 그런 거야.”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


굳어있는 나한테, 농담이야, 하고 소녀는 혀를 내밀었다.

한쪽 눈을 감고,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웃더니,


“그럼, 또 보자!”


나한테 손을 흔들고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달려가 버리고 말았다.


“……또 보자?”


뭐였던 거지, 저 녀석은.


“엘피. 만약을 위해 물어보겠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냐?”

“……그렇군. 별다른 마력량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마력 부여품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이상한 소녀로군.”

“그래.”


나도 딱히 뭔가를 느끼진 못했다.

의미심장한 소리를 한 건 신경이 쓰이지만.


“뭐, 신경 쓰고 있어도 별 수 없지. 갈까, 엘피.”

“그래!”

“……? 조금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그런가? 뭐, 네가 다른 사람한테 취하는 태도를 보고, 조금 생각한 바가 있을 뿐이다.”

“…………?”


이 녀석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군.


“신경 쓰지 마라. 자, 앞으로 가자.”

“아, 응.”


다시 마음을 다잡고, 교회 도서관을 향해 한 발 내딛었다.

얼른 오늘 중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골라내야 한다.


거기서 문득 주변이 어두워졌다.

한 순간 태양이 구름에 가려진 줄 알았는데, 바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그림잔가.”


뭔가 커다란 물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뭐라고…….”

“……저건.”


하늘을 올려다보니, 『익룡(와이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대성문을 넘어 성도의 하늘 위에서 와이번이 날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이 부근에 용족은 서식하고 있지 않을 텐데.”


와이번은 소형 용족이다.

화염룡이나 암석굴 용한테는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성가신 마물로 알려져 있다.


『――기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비룡이 날카롭게 으르렁 거린다.


“뭐, 용!? 용이다!”

“뭐!? 어째서 여기에 와이번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와이번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굳어있는 사람, 그저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 앞다투어 도망치는 사람.

단숨에 마을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녀석이 한 짓인가……?”


그 소녀는 여기서 떨어지는 편이 낫다고 했었다.

이건, 이 용의 습격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그 녀석이 마왕군의 관계자였다고 한다면, 미리 알고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소녀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봤지만, 당연히 이미 그 핑크색 머리칼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붙잡아야 했던 건가?


“……온다!”


사고를 절단시키는 엘피의 고함 소리.

상공에 있던 와이번이 일제히 땅을 향해 내려왔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표효를 내지르면서 도망쳐 다니고 있는 인간들을 잡아먹으려고 입을 쩍 벌린다.


“……칫.”


비취의 태도를 뽑아들고 용과 인간 사이에 끼어들었다.

『마 훼 봉 살(이르 아타락시아)』로 와이번의 돌진을 막아냈다.

어느 정도 마력이 돌아와서 강화된 방패는 와이번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고 있었다.


“이봐, 얼른 도망쳐!”

“네, 네……!”


거대한 손톱을 들어 올리고, 와이번이 팔을 내리쳤다.

방해되는 사람을 피난시키고, 『유검』으로 그걸 막아냈다.

충격을 땅으로 흘려보내고, 곧바로 비취의 태도를 휘두른다.


『기이이이이이이!?』


칼날이 와이번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와이번이 비명을 지른다.


“――옆으로 피해라!”


거기서 엘피가 마안을 날렸다.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던 와어빈은 피하지도 못하고 기세 좋게 박살이 났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이이이이이이!!』


동료의 죽음을 보고 다른 와이번의 주의가 나한테로 향해졌다.

포효를 내지르면서 일제히 달려오고 있다.


“엘피, 마안으로 저 녀석들의 움직임을 멈춰 줘. 내가 전부 처리하겠어.”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고, 엘피가 『중압궤』를 날리려고 했을 때였다.


“신성한 도시를 모독한 죄, 받아가도록 하겠다.”


그 말과 함께, 날카로운 참격이 와이번한테 날아들었다.



참격을 날렸던 건 푸른색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용의 한쪽 날개가 절단되더니, 땅에 떨어진다.

거기서, 갑옷 남자의 등 뒤에서 엄청난 숫자의 마술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저 갑옷, 『성당 기사』인가.”


교국이 자랑하는 최고 전력.

신을 적대하는 자나 이단을 배척하는 숙련된 기사들이다.

성당 기사인 것을 나타내는 푸른 갑옷은 마족들도 두려워 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저기서 푸른 갑옷을 입은 자들이 싸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마술로 용을 날려버리고, 어떤 사람은 거기서 참격을 날린다.

각자 뛰어난 실력을 보이면서, 연계가 잘 잡힌 움직임으로 와이번을 처리한다.


그 중앙에 있는 게 맨 처음으로 참격을 날린 남자였다.

기사들을 통솔하고, 남자들은 여기저기서 정확한 지시를 내리면서 싸우고 있다.


미궁 도시에서 봤던 A랭크 모험가들보다도 이 기사가 더 강할지 모른다.

상당한 실력자다.


“우리들이 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군.”

“그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용들은 섬멸 당했다.




“나는 성당 기사단 제 2번 부대 부대장……레오 윌리엄 디스프렌다라고 한다. 용족의 섬멸에 협력해 준 것을 감사하지.”


모든 용이 섬멸되고 나서, 남빛 머리칼의 남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고맙다는 말을 했다.

20대 중반 정도 되는 쇼트컷을 한 키가 큰 남자.

입고 있는 푸른 갑옷은 다른 기사들과는 다른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름 사이에 들어가 있는 윌리엄은 아마 세례명이겠지.


“흥.”


레오는 고맙다는 말을 한 뒤,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여긴 신성한 성도. 우리들 성당 기사단 말고 다른 자가 검을 휘두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너희들은 외부자가 아닌가? 다음부터는 싸우지 말고, 우리들 성당 기사단한테 맡겨 주게나.”

“……네놈, 우리들은.”

“이상이다. 이제 안전하니, 마음대로 하게나.”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더니, 레오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

우리가 입을 열 틈조차 없다


“뭐냐 저 녀석은. 무례하다!”

“……머리에 열이 뻗치는 건 이해한다만, 상대 안 하는 편이 좋을 거다. 성당 기사단과 엮이면 제대로 된 일은 안 생기거든.”


엘피가 마족이라는 걸 틀기면 저 녀석들이 우리들한테 검을 겨누게 될 테니까 말이다.

마족이 상대라면 가차없이 달려드는 녀석들이다.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끝나진 않을 것이다.


엮이지 않는 편이 낫다.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지만.


“그렇다 해도, 오늘은 쉴 새 없이 방해가 들어오는 날이군.”


그 소녀도 그렇고, 용도 그렇고, 액일(厄日)인 걸까.

한숨을 내쉬고, 성당 기사단이 있는 쪽을 향해 시선을 보낸다.

방금 전 레오와, 또 다른 남자가 기사단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레오가 부대장이라고 이름을 댔었으니, 또 다른 사람은 대장인 걸까.


“……?”


대장 같은 사람한테 시선을 보내고, 기시감을 느꼈다.

저 남자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50대 정도 되는, 중년 남자다.

짧게 쳐진 황녹색 머리칼, 불쾌해 보이는 푸른색 눈동자.

몸이 잘 단련되어 있으며, 몸집이 매우 크다.


보면 볼수록 기시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나는, 이 기시감을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막 경험했던 참이다.


소환되자마자 늙었던 류자스를 봤었을 때 같은――――.



“……그래.”

“……?”


30년 전, 성당 기사단의 물자 운반을 담당했었던 남자.

이름은 마르크스 피에로트 산달폰이라고 했던가.

류자스의 기억에는 나오지 않았었지만, 디오니스를 고문했을 때 나왔던 이름이다.


나한테 넘길 예정이었던 『보호의 부적』을 디오니스한테 매수당해 넘긴 남자.


“……성당 기사단하고 엮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는데,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네.”

“……?”

“또, 조사해야 할 게 하나 더 늘었어.”


다른 사람을 잘못 봤거나, 마르크스의 동생, 혹은 친척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조사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다.


선정자를 이끌고 찾아온 류자스.

성도 근처에 살고 있는 고아원 노부부.

그리고 성당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남자.


“정말 이렇게까지 잘도 모여줬군 그래.”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오고 만다.

아무래도 교국에서 단숨에 복수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