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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2화『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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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5장 제 2화 『재회』


덜컹, 하는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자 칼세드니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서두르는 모습으로 현관으로 달려갔다.

현관에 도착한 그녀의 눈동자엔 그녀가 예상한 인물이 그곳에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다녀오셨어요, 서방님!!”

“응, 다녀왔어. 칼세.”


타치미는 싱긋 미소 지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온 부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미안. 그 시련, 실패했어.”


거실에 앉아 칼세드니아가 우려낸 차를 마시면서 타츠미는 시련 결과를 그녀한테 말했다.


“그러시군요…….”


역시 예상하고 있던 대로 타츠미 일행은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하는 데에 실패한 듯하다.

그 사실 자체는 미리 예상하고 있던 일이자, 칼세드니아도 타츠미가 사냥에 실패했다는 걸 알고도 낙담하진 않았다.

하지만 칼세드니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마물이라는 건 엄청나다니까. 그런 마물을 사냥할 수 있는 너나 선배 마수 사냥꾼들은 정말로 굉장해.”


타츠미는 명랑하게 얘기했다.

표면 상으로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타츠미다. 하지만 칼세드니아한테는——타츠미의 부인인 그녀한테는 그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챘다.

그래서.

그래서 칼세드니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타츠미한테 다가가더니 그대로 그를 끌어안았다.

마치 타츠미의 얼굴이 칼세드니아의 부드러운 가슴에 파묻히듯이.



“어, 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칼세드니아의 탄력 넘치면서 풍부하고 부드러운 가슴——굳이 표현하자면 역시 「출렁출렁」일 테지만——에 익사할 뻔하면서도 타츠미는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포함된 목소리에 무심코 몸을 경직시켰다.


“서방님이……아니, 주인님께서 이번 시련에 실패할 거라는 건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억지로 웃으실 필요는 없으세요.”


타츠미가 억지로 웃고 있던 건 물론 칼세드니아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타츠미의 서투른 연기 따윈 그의 부인한테 통하지 않는다.


“저 자신도 경험해 본 일이니까요……주인님께서 느끼신 공포는 저도 다 알아요.”


칼세드니아한테 껴안긴 타츠미의 몸이 움찔 하고 떨린다. 그의 마음 속에 얼룩 산고양이와 대치했을 때의 공포심이 되살아나고 있던 것이리라.


“괜찮잖아요. 딱히 퇴마사가 되지 않으셔도.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주인님 한 분 정도……아니, 저랑 주인님 사이에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전부 제가 길러 보겠어요.”


타츠미는 칼세드니아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그녀는 그녀가 가진 이명인 《성녀》 같은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성녀》의 미소는 그녀의 남편한테만 보여 주는 것이다.

마수한테 느낀 공포와 부인의 달콤한 속삭임에 타츠미의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마수 사냥꾼으로서의 자신감, 그리고 퇴사마가 되겠다는 목표가 무너지기 직전인 지금 타츠미한테 있어서 칼세드니아의 그 말은 그야말로 「악마의 속삭임」과 다를 바 없다.


이대로 그녀의 말을 받아들여도 되는 게 아닐까?

애초에 자신을 이쪽으로 부른 건 그녀가 멋대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대로 하더라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타츠미의 마음속에 몇 개나 솟아오른다.

그녀의 말에 따라 기둥 서방이 되어, 그녀의 이 부드러운 신체를 마음대로 탐닉하며 지낸다.

그런 인생이라도 그녀는 분명 행복하다고 말해 줄 게 틀림없다. 타츠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고 그렇게 말해줄 게 틀림 없다.

크게 흔들리는 타츠미의 마음은 자신한테 건네진 달콤한 유혹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타츠미의 손이 칼세드니아의 가슴을 붙잡더니 그대로 간질이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 흐에에에에에에엣!?”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칼세드니아는 반사적으로 타츠미를 떠밀치고 두 손으로 가슴을 끌어안았다.

얼이 나간 그녀가 타츠미를 살펴보니, 그곳에는 장난에 성공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그가 있었다.


“그러면 안 돼, 치코. 나한테 그런 달콤한 유혹은 하지 말아줘.”

“주, 주인님……?”

“그야, 치코 너처럼 아름다운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었다간 대부분의 남자는 그 말을 술술 받아들일걸? 이렇게 말하는 나도 조금만 더 있었다간 그렇게 될 뻔 했고. 그렇지만————.”


타츠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도 전에 말했지만, 기둥 서방이 될 생각은 없어.”


그림자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타츠미의 눈동자엔 약간 빛이 돌아와 있었다.

한 번 무너질 뻔 했던 자신감은 아직 되찾지 못했다. 하지만 칼세드니아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는 됐다.

애초에 타츠미가 퇴마사가 되려 했던 이유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지켜야 할 여자의 기둥 서방이 되다니 본말전도도 정도가 있다.

타츠미는 원래 목표의 근본적인 이유를 떠올리고 아주 약간이나마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인님…….”


타츠미의 모습이 바뀐 걸 보고 칼세드니아도 후우 하고 안도한다.

그와 동시에 살짝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타츠미를 바라봤다.


“하지만……조금 아쉬워요. 주인님이랑……그, 그게……매일……조금 게을리 생활해 보는 것도……나, 나쁘진 않다고 보는데요…….”

“그러니까!! 그렇게 사람을 타락시키는 언동을 하지 말라고!!”


뺨을 물들이고 머뭇거리면서 뭔가를 기대하듯이 힐끔힐끔 타츠미를 올려다 보는 칼세드니아한테 그녀의 남편은 지쳤다는 듯이 딴죽을 걸었다.




뭔가 집에 있기 거북해진 타츠미는 석양으로 붉게 물드는 발렌티스 도시를 걷고 있었다.

어째서 그가 자신의 집에 있기 거북해진 것인가. 그건 그가 사랑하는 부인한테 원인이 있었다.

아주 약간이나마 자신감을 되찾은 타츠미. 그렇지만 다시 그 마수와 대치할 것을 결심하진 못하고 , 내심으론 앞으로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다.

그런 타츠미한테 칼세드니아는 어떤 종류의 기대로 가득 찬 눈길을 보냈다.

그들은 정식으로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게다가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하기 위해 타츠미는 며칠 동안 집을 비우고 있었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온 타츠미한테 칼세드니아가 「기대」하는 건 무리도 아니리라.

하지만 타츠미 쪽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확실히 칼세드니아와의 정사는 기분 나쁜 사건을 일시적으로는 잊게 해 줄 것이다.

그 부드럽고도 뜨거운 신체와 피부를 섞는 건 타츠미한테 있어서도 기쁘면서 즐거운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이 가슴에 울적한 것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부인과 피부를 맞댈 마음은 솟구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심정으로 그녀를 안은 건 너무나도 그녀한테 실례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지, 아니면 헤아리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유혹하고 있는 건지. 부인이 그를 보는 시선은 뜨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대로는 어쩔 수 없이 칼세드니아를 안게 될 것 같았기 때문에 타츠미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안타갑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칼세드니아한테 거북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밖으로 나온 타츠미.


하지만 무슨 목적이 있어서 나온 건 아니다. 따라서 갈 곳도 없이 석양이 지는 도시를 걷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술집에라도 들어가서 조금 마시고 돌아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그의 옆에서 오크가 끄는 마차 아닌 저차(猪車)가 지나갔다.

짐칸에는 커다란 늑대를 닮은 마수로 보이는 시체. 아무래도 어떤 마수 사냥꾼이 처리한 사냥감을 옮기고 있는 중인 듯하다.

운전석에는 20대 정도 되는 남자가 있었다. 그 외에 저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 이 남자가 혼자서 늑대 같은 마수를 처리한 것이리라.

늑대 같은 그 마수는 얼룩 산고양이보다도 상위에 위치한 마수로 보인다. 그런 마수를 혼자서 사냥하다니, 지금 타츠미가 보기엔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혼자서 이 마수를 사냥한 건가 하는 생각에 타츠미는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를 바라봤다.


“어, 어라……?”


짧게 잘린 붉은 머리카락과 적갈색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잘생기고 당당한 용모를 타츠미는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도 또한 타츠미의 목소리가 들렸던 건지 그를 바라봤다.

남자가 가볍게 눈을 치켜 뜬다. 그리고 곧장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타츠미……? 타츠미 맞지?”

“모, 몰가……씨?”


그건 예전에 서바이브 신전의 신관 기사이자, 칼세드니아와 파티를 짜서 퇴마사로써도 활약하고 있던 《자유 기사》 몰가나이크 타이코르스, 그 사람이었다.


타츠미와 몰가나이크는 손에 든 목제 컵으로 건배를 했다.

탕 하는 작은 울림은 술집 안을 지배한 소음 속에 휩싸여 사라졌다.

몰가나이크는 타츠미를 그가 자주 가는 술집으로 갈 것을 제안했고, 타츠미도 또한 그 제안에 따랐다.

이리하여 타츠미가 몰가나이크를 따라 오게 된 건 〔엘프의 쉼터〕와 마찬가지로 마수 사냥꾼들이 마수 사냥꾼들이 이용하는 술집이었다.

몰가나이크는 저차를 가게 앞에 세우고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 저차를 그한테 맡긴 후, 타츠미한테 돌아왔다.

그리고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서로의 잔을 건배한 것이었다.


“오랜만이네요. 벌써……1년 정도 지났나요?”

“그래. 똑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도 제법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군.”

“이 도시는 넓으니까요.”

“뭐, 내 경우엔 마수를 사냥하기 위해 가끔씩 멀리 나가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두 사람은 서로 소리를 내며 웃곤 다시 건배를 했다.


“맞아. 늦긴 했지만 축하해. 칼세랑 결혼했다던 것 같던데. 나는 신년제 때 사냥을 위해 이 도시를 나가 있었는데, 소문은 들었거든.”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 나온 건가? 칼세는 어쩌고? 소문에 따르면 너희들은 늘 같이 붙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 그게……그, 그러니까……하하하.”


설마 「부인이 요염한 눈길로 쳐다보길래 집을 뛰쳐 나왔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타츠미였다.

거기다 자신과 칼세드니아에 대해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인지. 그 사실도 타츠미를 울적하게 만들었다.


“혹시, 결혼하자마자 싸움이라도 한 건가?”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말을 얼버무리는 타츠미한테 몰가나이크는 무슨 사정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때? 여기서 이렇게 재회할 수 있던 것도 무슨 연일 테니까 말이야. 고민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너도 알고 있을 테지만, 이래봬도 전 신관이니까 말이야.”


술을 마시면서 몰가나이크가 살짝 편해진 모습으로 타츠미한테 권한다.

타츠미도 몰가나이크도 확실히 한 번 칼을 맞댄 사이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마> 때문에 일어난 일이자, 딱히 상대를 원망하고 있던 건 아니다.


몰가나이크가 보기에 타츠미는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을 날치기 해간 인물이 되지만, 그 뒤로 이미 1년이 지났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선 타츠미에 대해서도 칼세드니아에 대해서도 선을 그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몰가나이크가 타츠미한테 그렇게 제안한 것도 전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타츠미가 보기에도 몰가나이크는 마수 사냥꾼으로써, 그리고 퇴마사로써도 선배다. 그 선배한테 고민을 상담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칼세드니아한테는 얘기하지 못하더라도 동성인 선배(몰가나이크)한테는 얘기할 수 있는 게 있는 것이다.

얼룩 산고양이를 보고 느낀 공포가 너무 커서 아직까지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사랑하는 부인한테 말할 수 있으랴. 타츠미도 남자로써의 긍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타츠미는 얼룩 산고양이 사냥에 실패한 경위를 천천히 몰가나이크한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