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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3화『시련의 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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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5장 제 3화 『시련의 진의』


“그렇군……얼룩 산고양이라…….”


타츠미의 얘기를 들은 몰가나이크는 타츠미를 다시 가만히 쳐다봤다.


“너도 그 마수한테 도전하게 됐구나……이거 꽤나 실력이 올라갔는걸.”

“아, 아뇨, 그게……저 같은 건 아직 몰가 씨랑 비교해보면 한참 멀었는데요…….”


확실히 이 1년 동안 타츠미도 착실하게 수련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실력으로는 눈앞에 있는 《자유 기사》한테 미치지 못한다. 타츠미도 이 1년 동안 성장했으나, 몰가나이크도 놀고 있던 건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몰가 씨도 얼룩 산고양이랑 싸우신 적이 있으신 거죠?”

“그래. 나도 예전에 그 마수랑 싸웠었어.”

“그래서……처음 싸우실 때 그 마수한테 승리하셨나요?”

“처음엔 너처럼 졌었지……아니, 그건 아마 우리들만 그런 게 아닐 거야. 수많은 마수 사냥꾼들이 그 마수한테 도전하고 처음 싸울 땐 아마 패배했을 테지.”


과거 겨우 주변 사람들한테서 인정받기 시작했을 시절. 몰가나이크도 타츠미처럼 이 시련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이미 같이 활동하고 있던 칼세드니아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얼룩 산고양이한테 도전하고 타츠미 일행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는 몰가나이크도 칼세드니아도 지금의 타츠미처럼 매우 상심에 빠졌었다.


“하지만 그 후에 다시 싸우고……승리했지.”


조용한 몰가나이크의 한 마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확고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어, 어떻게……몰가 씨는 그 마수한테 어떻게 이기신 건가요!?”


타츠미는 무심코 몸을 앞으로 내밀고 질문했다. 그런 그를 몰가나이크가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억누르면서 바라봤다.

지금 타츠미의 기분은 몰가나이크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도 또한 얼룩 산고양이한테 패배한 후에 그 마수한테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아서 이것저것 고민했었다.

분명 주변에 있던 선배들도 과거의 자신을 지금 자신이 느끼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물론 웃음의 대상은 눈앞에 있는 타츠미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다.


“서두르지 마, 타츠미. 사실 마수 사냥꾼들 사이엔 전통 같은 게 내려오고 있는데 말이야.”


그건 얼룩 산고양이의 시련에 도전한 사람한테 선배 마수 사냥꾼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거나 조언해선 안 된다, 라는 것이라고 몰가나이크는 말했다.

누군가가 정한 엄격한 규칙인 건 아니지만, 어느 새 그런 풍습이 마수 사냥꾼들 사이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던가.


“얼룩 산고양이는 어엿한 마수 사냥꾼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련이니까 말이야.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시끄럽게 충고해 주는 것도 이상하잖아?”

“화, 확실히 그 말대로지만요…….”


그렇게 말하는 타츠미의 표정에는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몰가나이크가 얼룩 산고양이한테 이겼을 때의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돌파구 같은 걸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타츠미가 지금 있는 세계에선 「정보를 조사한다」라는 행위는 간단하지 않다.

현대 일본이라면 인터넷 같은 곳에서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에선 「조사할」 수단 그 자체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 세계의 책들은 전부 손으로 직접 썼기 때문에 비싼 귀중품이며, 일반 시민이 간단히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책이 쌓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궁정이나 각 신전, 혹은 부유한 집의 서고 정도이리라.

그 점에 있어서 타츠미는 신관이라는 신분에 있기 때문에 서바이브 신전의 서고에 들어갈 수는 있고, 신전의 서고에는 수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서바이브 신전에 쌓여 있는 수많은 책 안에서 얼룩 산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한다면 그 노고는 상당한 것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얼룩 산고양이에 관한 정보가 서바이브 신전 서고에 전혀 없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서고 외의 정보 수집 수단은 더 이상 「누군가한테 물어본다」 정도밖에 없으리라.

이번 경우엔 과거에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하는 데에 성공한 자——예를 들어 눈앞에 있는 몰가나이크 같은——한테서 그때의 마수의 상태나 행동 거지 등을 물어보면 타츠미 일행이 다음 번 얼룩 산고양이와 싸울 때 참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몰가나이크가 말했던 것처럼 선배 마수 사냥꾼들한테서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할 때의 충고를 들을 수 없다면 결국 서바이브 신전에 쌓여 있는 방대한 양의 책들 안에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얼룩 산고양이에 관한 기록을 뒤질 수밖에 없다.


저도 모르게 힘이 쭉 빠진 표정을 짓는 타츠미. 그리고 그런 타츠미를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몰가나이크.

이때가 되어서야 타츠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몰가나이크가 말한  「선배는 쓸데없는 충고는 하지 않는다」 라는 전통은 타츠미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전통을 지키면서 수많은 마수 사냥꾼들이 얼룩 산고양이의 시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개중에는 처음 싸우면서도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해 오는 맹자도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까지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마수 사냥꾼들이 처음 싸울 때엔 얼룩 산고양이한테 패배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시련은 그냥 단순히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하면 되는 게 아닌 걸지도 모른다.

이 시련의 뒷면엔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상하다는 듯이 몰가나이크를 쳐다보는 타츠미. 그리고 그런 타츠미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는 몰가나이크.

타츠미는 몰가나이크의 분위기에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떠올렸다. 방금 전 몰가나이크가 입에 담았던 말을.


“몰가 씨.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호오, 뭐지?”

“몰가 씨께서 방금 말씀하셨죠? 『다른 마수 사냥꾼들은 얼룩 산고양이에 관해서 자발적으로 협력해 주거나 조언해 줘선 안 된다』 라고요. 그건 바꿔 말하자면 자발적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뜻 아닌가요……?”


즉, 물어보지 않는 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질문 받으면 대답한다. 그런 의미인 건 아닐까. 그것이 타츠미가 도달한 생각이었다.


“어라?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입으로는 얼버무리는 몰가나이크였으나, 그 눈은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이 정답이다.

몰가나아키는 말없이 타츠미한테 그렇게 대답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너도 눈치 챈 모양이니까 말해 두겠는데, 얼룩 산고양이 시련은 단순히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본질이 아냐.”


시련의 본질을 눈치 챈 타츠미한테 몰가나이크는 다시 한 번 시련에 관해 설명했다.


“이 시련에서 중요한 건 사전에 얼룩 산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확실하게 모을 수 있을지 없을지지.”


처음 보는 마수에 대한 마음가짐. 사전 정보 수집의 중요함. 그리고 무엇보다 방심이나 자만심.

마수라는 강대한 적과 대치할 때 가장 중요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거나, 경계하는 것이 이 시련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몰가나이크는 말했다.


“특히 계속 사냥을 성공해서 자만심에 찬 젊은 녀석들일수록 이 시련은 실패하기 쉬워. 그렇게 자만심에 찬 녀석들의 코를 한 번 꺾어주는 것도 이 시련의 숨겨진 목적이지.”


듣고 보니 타츠미 일행도 방심하고 있었다.

소형 상대라고는 해도 계속 사냥을 성공하고 자만하고 있던 부분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시련에 성공하면 어엿한 마수 사냥꾼으로 인정해 주겠다」라는 표면상의 말에 놀아나 사전에 상대하게 될 상대 마수에 관한 정보를 모으지도 않고 마수에 도전하고, 패배했다.

그야말로 이번 시험의 목적대로였다고 말해야 하리라.


“게다가 우리들 마수 사냥꾼은 서로 연줄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결코 사이 좋은 집단은 아냐. 누군가가 사냥에 실패하면 그건 다른 사람한테 있어선 좋은 기회라 이거지.”


마수 사냥이 밥벌이인 게 마수 사냥꾼이다.

누군가가 마수를 사냥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건 다른 누군가한테 그 마수를 사냥할 찬스가 돌아왔다는 것이 된다.

누군가가 노리고 있는 마수를 옆에서 가로채는 마수 사냥꾼은 기본적으로 없다——그래도 전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하지만, 실패한 뒤라면 거리낌 없이 마수한테 도전할 수 있다.

따라서 마수에 관한 정보는 적극적으로 스스로 물어보고 다니지 않으면 주변 마수 사냥꾼들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충고해 주는 참견쟁이 마수 사냥꾼도 있거니와,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 성격 나쁜 마수 사냥꾼도 있으리라.

그래도 누군가가 질문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걸 가르쳐 주는 것도 또한 마수 사냥꾼들 사이의 암묵적 규칙이라는 듯하다.




몰가나이크의 얘기를 듣고 타츠미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얼굴을 빛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낸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타츠미한테 몰가나이크는 현실의 엄격함을 깨닫게 해 줬다.


“확실히 마수의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 건 전통이긴 하지만 그건 무조건 공짜로 주는 게 아니지.”

“…………그렇군요. 정보료라는 건가요.”

“그런 거지. 그리고 너는 나한테 이걸 물어보고 싶은 게 아닌가? 얼룩 산고양이라는 마수의 생태나 능력 등, 사냥에 빼놓을 수 없는 정보를. 그렇다면 나는 그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보수를 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거다.”


또다시 씨익 하고 웃는 몰가나이크. 그리고 타츠미는 한숨을 내쉬고 그한테 물어봤다.


“알겠어요. 그래서 정보료는 어느 정도 되면 되나요?”

“그렇군…….”


몰가나이크는 나무 컵 안에 담겨있던 술을 다 비우더니, 마침 지나가고 있던 종업원한테 술을 더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정보료는 오늘 이곳에서 마신 술값을 네가 낸다, 라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예? 그, 그것만 가지고 충분하시겠어요?”


대체 어느 정도 내면 되는 건지 긴장하고 있던 타츠미는 몰가나이크의 의외의 발언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몰가나이크는 장난에 성공한 아이처럼 웃었다.


“뭘, 정보료라고 해도 그 정도야. 술 한 잔이나 두 잔, 밥을 한 두 번 정도 쏴 주면 대부분의 마수 사냥꾼들은 기분 좋게 가르쳐 줄 테지. 하지만 주의하라고? 개중에는 남이 쏴 준다는 말에 혹해서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마시거나 먹는 녀석도 있으니까 말이야.”


몰가나이크의 농담에 타츠미가 웃는다. 그 미소는 정말로 오랜만에 그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을 수 있었던 미소였다.

그리고 종업원이 가져다 준 술을 손에 쥔 두 사람은 다시 잔을 부딪혔다.


“내가 알고 있는 얼룩 산고양이의 정보를 전부 알려주지. 그러니까 다음번엔 반드시 이겨라. 그리고 칼세를 안심시켜 줘.”

“네!”


이때 타츠미의 표정에 더 이상 망설임이나 우울함은 없었다.




며칠 후, 타츠미와 자독 그리고 미루일은 다시 숲 안에 있었다.

사냥감은 물론 얼룩 산고양이. 그리고 그 얼룩 산고양이는 지난번과 똑같은 암석 위에서 똑같이 누워 있었다.

얼룩 산고양이가 침입자인 타츠미 일행을 노려본다.

지난번엔 여기서 타츠미 일행은 움직임을 멈췄다. 마수한테서 느낀 공포 때문에 몸이 움츠러들고 말아서.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마수가 타츠미 일행을 노려보기도 전에 세 사람은 마수를 포위하듯이 전개했다.


“자독! 미루일! 마수의 눈을 보면 안 돼!”

“알고 있어! 마수의 시선에는 마력이 있다고 네가 조사해 왔으니까 말이야!”

“나도 똑같은 수법은 두 번 당하지 않아!”


타츠미가 몰가나이크한테서 얻은 정보. 그건 얼룩 산고양이의 시선에 상대한테 공포심을 일으키는 마력이 있다, 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마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안이야말로 지난번 타츠미 일행이 이상하게 공포를 느꼈던 정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얼룩 산고양이한테는 그 외의 위협적인 물건은 없다. 날카로운 송곳니나 손톱에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그건 얼룩 산고양이만 갖고 있는 위험 요소가 아니다. 마수라면 대다수가 손톱이나 송곳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안이 통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마수는 곧장 도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길 위로 방패를 쥔 타츠미가 전이해서 퇴로를 막는다. 


“미안하지만, 놓치진 않을 거야!”


창을 쥔 미루일이 도움 닫기로 기세를 붙여서 창끝을 마수의 옆구리로 찔러 넣는다. 타츠미 때문에 길이 막힌 마수가 무심코 그 움직임을 멈춘 순간을 노린 것이다.

날카로운 창끝은 간단히 마수의 가죽과 지방을 꿰뚫고 내장에 데미지를 주었다.


격통 때문에 포효를 내지르는 얼룩 산고양이. 그래도 마수의 질긴 생명력은 그것만으로 전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속임수가 들통난 마수의 힘으로는 지금 타츠미 일행의 맹공을 막아낼 수 없다.

자독의 전투 망치가 마수의 발을 노려 기동력을 없애고, 미루일은 재빨리 창으로 찔러 확실하게 타격을 먹였다.

그리고 타츠미는 두 사람한테서 몇 걸음 물러난 곳에서 전체의 동향을 확인하면서 마수가 마안을 사용할 것 같은 기색을 보이면 곧장 전이해 방패로 마수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이렇게 타츠미가 중간중간 끼어들면서 자독과 미루일이 마안에 휘둘리지 않게 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평소보다 더 멋진 연계를 보이며 마수를 궁지로 몰아세웠다.

점점 체력과 생명력이 깎여 나간 마수는 이윽고 제대로 서 있을만한 힘도 다 떨어져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위에서 크게 내리친 자독의 커다란 도끼가 그 목에 깊숙이 박혔을 때, 결국 얼룩 산고양이의 목숨은 끊어진 것이었다.



“건배—!!”


〔엘프의 쉼터〕에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은 타츠미와 자독, 미루일이 멋지게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할 수 있었던——시련을 뛰어넘은 축하 파티 날이다.

엘이나 이 가게의 종업원들을 포함해 단골 마수 사냥꾼들이 다들 자독과 미루일한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주었다.

그러던 중, 약간 취기가 돈 미루일이 타츠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타츠미, 어디 갔어?”


두리번두리번 가게 안을 둘러보는 미루일. 하지만 역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눈치 없는 소리 하지 마렴 미루일 짱. 타츠미 짱이 갈 곳은 한 곳밖에 없잖아?”


호쾌하게 술을 마시면서 자독이 능숙하게 네 개 있는 눈 중 하나만 감았다.


“아—, 칼세가 있는 곳이구나……그거야, 그 녀석의 기분도 이해는 가지만……조금 정도는 우리들이랑 놀아줘도 될 텐데…….”


쓸쓸해 하는 듯한, 안타까워하는 듯한. 그런 미루일의 목소리.


“그건 어쩔 수 없지 않겠니? 타츠미 짱한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칼세 짱이니까.”

“끄응…….”

“자, 침울해지지 말고 마시자. 다들 모처럼 우리를 축하해 주려고 만든 자리니까.”


쿵, 하고 눈앞의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 그걸 손에 쥔 미루일은 단숨에 술을 들이삼켰다.


“아주머니! 잔뜩 가져와요!! 오늘은 계속 마실 테니까요!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쏴 주는 날이니까!”


푸핫—하고 아저씨처럼 숨을 토해낸 그녀는 엘한테 술을 추가 주문했다.

그녀가 말하는 대로 오늘 파티는 주변 마수 사냥꾼들이 대신 쏴 주는 자리다. 얼룩 산고양이의 시련에 성공한 자한테는 알고 지내던 마수 사냥꾼들이 한 번 쏴 준다. 그것도 또한 그들의 전통이다.


“우후후. 그럼, 나도 사양 않고 먹어야지.”


들뜬 모습으로 자독도 주문을 추가했다.

그걸 보고 있던 주변 마수 사냥꾼들은 두 사람이 추가하는 그 양을 듣고 안색이 바뀌었다.

몰가나이크가 타츠미한테 농담 섞어 충고했던 것이 이런 곳에서 적중했을 줄은 상상조차 못한 그들이었다.



자신들의 집 안에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서로의 몸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미안. 치코. 걱정 많이했지?”

“아뇨……주인님이라면 분명 이번 시련을 해내실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타츠미의 가슴팍에 뺨을 비벼대면서 칼세드니아가 행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라? 포기해도 된다는 듯이 말했던 건 누구였더라?”

“아, 음, 그게, 그, 그건…………정말!! 주인님은 심술 궂어요!!”


타츠미의 가슴을 툭툭 주먹으로 치는 칼세드니아. 물론 힘이 그렇게 많이 담긴 것도 아니기에 아프지도 않다.

타츠미는 그런 칼세드니아의 머리를, 옛날——그녀의 지난 생애에서——그렇게 했던 것처럼 슥슥 하고 살짝 난폭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칼세드니아도 타츠미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뒀지만, 그 표정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언젠가 반드시 너랑 똑같은 곳으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 주인님이라면 금방 오실 거에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겹쳐지는 입술. 조금 뒤 그 입술이 떨어졌을 때, 칼세드니아의 입에서는 명백한 관능의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칼세드니아는 뺨을 붉히며 가만히 타츠미를 올려다 봤다.

타츠미도 그녀의 바람을 깨닫고 그 어깨를 끌어안으며 걸어갔다.


타츠미는 침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간 후————천천히 그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