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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4장 쉬어가는 화『너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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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4장 쉬어가는 화 『너를 지지한다』


이건 타츠미가 칼세드니아와 정식으로 결혼한 직후의 이야기다.




“네가……타츠미 야마가타냐?”


신전 복도를 걷고 있자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 타츠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타츠미의 옆을 걸어가고 있던 바스도 마찬가지로 등 뒤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 끝. 그곳엔 험악한 표정을 한 남자 신관. 그런 그의 등 뒤에는 열 명이 넘는 남자 신관이 있다.

그들은 다들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가만히 타츠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고 있었다.


“네, 제가 타츠미가 맞는데요……?”


선두에 선 험악한 얼굴의 남자 신관. 몸에 걸치고 있는 성인과 신관복으로 보아 그가 사제 직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등 뒤에 있는 신관들의 계급은 제각각이지만, 선두의 남자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타츠미나 바스보다 두 계급이나 높은 인물. 게다가 타츠미는 그와 면식이 없다.

어째서 갑자기 그들이 말을 건 걸까, 하고 타츠미가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옆에 있던 바스가 살짝 귓속말을 해 주었다.


“……이 녀석들, 칼세드니아 님의 열성적인 신봉자들이야.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다.”


최근 서바이브 신전 안에선 그 《성녀》가 드디어 결혼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칼세드니아의 신봉자들인 그들의 귀에도 그 소문은 들어갈 게 틀림없다. 그 소문을 들은 그들은 이렇게 소문의 《성녀》의 상대——타츠미를 찾아 온 것이리라.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가 홱 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얼굴 말고도 덩치가 커다랗고 듬직했기 때문에 타츠미는 그가 한 걸음 앞으로만 나왔을 뿐인데도 자신이 느끼는 압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성녀》……아니, 칼세드니아 님과 결혼했다는 건 사실이냐……?”


역시 그런 건가, 하고 타츠미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그와 칼세드니아가 결혼한 건 두 사람의 동의 아래 합의된 것이며, 칼세드니아의 양아버지이자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인 쥬젯페모 인정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타츠미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 분명하게 대답했다.


“네. 저랑 칼세드니아는 쥬젯페 씨……아니, 최고 사제님의 입회 아래 정식으로 결혼했습니다만?”


타츠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선두에 있던 험악한 표정의 남자 뒤쪽에 있던 칼세드니아의 신봉자들이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털썩 무릎을 꿇으며 얼이 나간 표정을 짓는 사람이나, 눈물을 흘리면서 바닥에 주먹을 내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소문은……사실이었던 건가…….”


선두에 서 있던 험악한 표정의 남자도 또한 어딘가 허무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남자는 곧장 다시 험악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또다시 타츠미한테 다가갔다. 타츠미도 뒤로 물러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슴을 펴고 남자와 대치했다.

타츠미보다 머리 크기 하나 정도 키가 더 큰 남자는 험악한 시선으로 타츠미를 내려다 봤다.

한동안 그렇게 타츠미를 보고 있던 남자였으나, 갑자기 타츠미의 어깨에 두 손을 쿵 두고는 그런 말을 했다.


“……우리,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는……너……아니, 자네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겠네!”



——어……지금, 이 사람 뭐라고 한 거지?

남자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바로 이해할 수 없어서 타츠미는 무심코 얼빠진 표정을 보이고 말았다.

도움을 요청하듯이 옆에 있던 바스를 바라보는 타츠미. 하지만 바스도 또한 멍한 표정으로 타츠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만약 이게——눈앞의 험악한 얼굴의 남자——아마 그가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라는 곳의 단장인 것이리라——의 말이 “네놈이 《성녀》의 반려라니, 우리들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라고 말했더라면 타츠미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야 곧잘 있는 패턴이니.

하지만 설마 칼세드니아의 신봉자들이 『전면적으로 지지한다』 라는 말을 할 줄이야.

아무리 타츠미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칼세드니아와 정식적으로 결혼하고 나서 오늘까지, 계속 뒤쪽에서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 건 타츠미도 알고 있다.

개중에는 명백하게 타츠미한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험담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지금까지 어떤 귀족이나 왕족의 구혼도 완강하게 거절해 왔던 칼세드니아. 그런 그녀가 갑자기 나타난 이국이 남자와 결혼했다면 누구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있으리라.


물론 타츠미도 칼세드니아와 결혼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각오하고 있었고, 뒤쪽에서 누가 뭐라 하든 칼세드니아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견뎌 보이겠다고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예상 밖이다.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타츠미를 내버려 두고, 단장처럼 보이는 남자——일단, 단장(가칭) 이라고 호칭한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는 계속 그녀를……칼세드니아 님을 뒤쪽에서 지켜봐 왔다. 그래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네가 나타나고 나서의 그녀가 정말로 즐겁고 행복해 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단장(가칭)은 험악한 그 얼굴에 무척이나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타츠미는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칼세드니아를 걱정해 주고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남자가 좋아한다는 건, 솔직히 복잡한 심정이다. 하지만 나중에 나온 건 타츠미 쪽——적어도 그와 칼세드니아의 전생 관계를 모르는 그들이 보기엔——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점일 것이다.

아무래도 이 단장(가칭)은 외견은 둘째 치고 성격은 상냥한 인물인 모양이다.

그렇게 판단한 타츠미도 미소를 짓고 자신의 두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단장(가칭)한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옆에 있던 바스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단장(가칭)한테 질문했다.


“당신들……그러니까,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였나요?”

“그렇다. 우리는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다.”


그렇게 대답하는 단장(가칭)의 등 뒤에서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의 단워들이 가슴을 펴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대답하는 단장(가칭)의 등 뒤에서 『《성녀》를 지켜다 보는 단체』의 단원들이 가슴을 펴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말인데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 오신 건가요?”


상대 측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점도 있어서, 바스의 말투 자체는 정중했지만 어째선지 그 표정은 수상쩍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방인 단장(가칭)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건지, 그야말로 잘 물어봤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그 질문에 대답했다.


“우리들은 그 이름 그대로 매일 《성녀》 칼세드니아 님을 뒤쪽에서 지켜봐 왔다. 그 역사는 전통이 깊다. 정확히 말하자면 칼세드니아 님이 《성녀》 라는 이명으로 불리기 전, 크리소프레조 예하님의 양녀가 되셨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그 몸에 깃든 수많은 마법 재능을 예하께서 발견하시고, 그 분의 양녀가 되셨던 칼세드니아 님. 당시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처럼 순진무구한 모습이었다…….”


단장(가칭)은 그리운 표정을 지으면서 옛날 칼세드니아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단장(가칭)의 나이는 그 외견으로 보아 아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어쩌면 좀 더 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20대는 아니리라.

그런 나이의 남자가 아직 어린 티도 못 벗었을 적의 칼세드니아에 대해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타츠미의 단장(가칭)——및 그의 등 뒤에 있는 단원들도 포함하여——에 대한 평가는 방금 전의 『상냥한 사람』에서 『위험한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하님의 지도 아래, 그 마법 재능을 한없이 발휘하신 칼세드니아 님은 이윽고 주변 사람들한테서 《성녀》라고까지 불리게 됐다. 하지만 우리들이 보기엔 《성녀》라는 호칭 가지고는 전혀 성에 안 찬다! 그녀……아니, 그 분이야말로 서바이브 신이 지상에 보내신 사도! 《성녀》가 아니라 《천사》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다!”



주먹을 꽉 쥐면서 남자가 힘차게 설명한다.

하지만, 떠올려줬으면 한다.

지금 타츠미와 바스가 있는 곳은 서바이브 신전의 복도인 것이다.

당연히 그들 말고도 복도를 지나가는 신관들이 있다. 그들은 복도 한가운데에 모여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남자들——타츠미와 바스도 포함해——명백하게 당혹스러운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개중에는 어느새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와 합류해 단장(가칭)의 말과 함께 주먹을 치켜들 때마다 “옳소! 옳소!” 라던가, “그 말대로다!” 라면서 그 사람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한편 타츠미와 바스는 완전히 싫증이 난 표정.

옆에서 보면 그들도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의 동료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타츠미와 바스가 싫증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단장(가칭)의 설명은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들은 뒤쪽에서나마 칼세드니아 님을 지켜보고, 그분의 몸까지 지키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그날부로 우리들은 늘 칼세드니아 님을 지켜봐 왔다! 아니, 지켜 왔다! 어느 때엔 신전 안에서 여러 직무에 힘쓸 때에도! 또 어느 날엔 예배당에서 신의 말씀을 신봉자들한테 설파할 때도! 또 어느 날은 그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욕탕으로 가시는 때에도! 또 어느 날엔 불손한 사람들한테 갑자기 덮쳐지지 않도록 뒷간을 가실 때에도!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우리들 중 누군가가 조용히 그분을 지키고 있던 것이다!”

“잠깐 기다려어어어어어어어어!!!”


남자의 말 중에 흘려 들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눈치 채고 타츠미가 소리쳤다.

하지만 기세가 붙기 시작한 모양인 단장(가칭)은 타츠미가 소리치 정도로는 자신의 얘기를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칼세드니아 님은 신전을 나와 너와 함께 살기 시작했지. 우리들도 네 집 근처에서……그래도 좀 떨어진 곳이다만, 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지. 안심하게나! 정원에서 말리던 칼세드니아 님의 속옷을 누군가 훔쳐가지 않도록 우리들은 칼세드니아 님의 속옷을 거둬들일 때까지 열심히 감시를 하고 있으니 말이네!”

“완전히 스토커잖아, 그래선!!”


만약 이게 현대 일본이었더라면 아무 변명도 못하고 경찰서로 끌려갔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성희롱, 스토커라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게다가 아무래도 이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라고 해야 하나, 적어도 단장(가칭)은 악의가 있어서 하고 있는 짓은 아닌 모양이다.


“……쓸데없이 더 상황이 안 좋잖아…….”

“그보다 이 녀석들이 있다는 거, 눈치 못 챘던 거냐?”


어이없다는 듯이, 지친 기색의 바스의 질문에 타츠미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타츠미와 칼세드니아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것이리라. 게다가 두 사람만 있을 때엔 서로의 눈에 서로밖에 안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이웃 부인 분들한테 경고해 두자, 하고 남몰래 다짐하는 타ㅡ미였다.


“그런데, 타츠미 군? 방금 전 자네가 말했던 『스토어커』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추측해 보건데 자네의 고향 말인 것 같네만, 하고 단장(가칭)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거에요…….”


타츠미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던 단장(가칭)의 귀에는 그 말이 확실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호오, 우리들 같은 뒤쪽의 공로자들을 자네 고향에서는 『스토어커』라고 하는 건가……게다가 뭔가 강력해 보이는 울림의 단어로군……좋아, 마음에 들었네! 앞으로 우리들 『《성녀》를 뒤쪽에서 지켜다 보는 단체』는 그 호칭을 『《성녀》 스토어커 단체』로 변경하려고 하네만, 어떤가, 제군들!?”


단장(가칭)의 말에 등 뒤에 있던 단원들이 일제히 “이론 없음!” 하고 찬성한다.

이리하여.

스토커인 사실을 전면적으로 간판에 내건, 보기 힘든——타츠미의 주관으로는——스토커 단체가 여기에 탄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네한테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네만…….”


호칭을 바꾼 『《성녀》 스토어커 단체』의 단원들은 새로운 호칭에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단장(가칭)이 다시 그 커다란 몸을 타츠미한테 육박시켰다.


“……듣자하니, 그, 그게……뭐냐, 자네와 친하게 지내면 자네의 부인인 칼세드니아 님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던데……그, 그건 사실인가?”


아무래도 그들이 타츠미를 칼세드니아의 남편으로써 지지하는 진정한 이유는 단순한 속셈이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훗날, 『《성녀》 스토어커 단체』는 어째선지 해산했다고 한다.

해산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단원이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저렇게 달달한 장면만 보여주면…………못 해 먹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