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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1화『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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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5장 제 1화 『시련』


지금, 타츠미와 자독, 그리고 미루일의 눈앞에는 한 마리의 마물이 있었다.

크기는 소의 2배 정도 돼 보인다. 마수로써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형 마수라 부를 정도의 마수다.

타츠미 일행한테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암산 위에서 잠을 자는 그 모습은 우아하다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얼룩 산고양이. 그것이 눈앞에 있는 마수의 이름이다.


온몸은 엷은 잿빛. 그리고 얼룩 산고양이라는 이름이 나타내듯이 그 몸 이곳저곳에는 검정에 가까운 잿빛 반점이 있다.

형태로써는 지구의 표범과 비슷하다. 색깔 자체는 회색 계열이지만 형태도 비슷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크기 쪽은 표범은커녕 호랑이보다도 크다. 그 거대한 입은 인간의 목은 한입에 찢어버릴 테고, 그 날카로운 손톱도 나이프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타츠미가 대치한 마물들 중에선 거대 눈도마뱀이 가장 컸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비교도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징적인 건 금빛으로 빛나는 두 눈.

그 금빛 두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자마자, 타츠미는 몸 안쪽에 있는 것이 점점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것은, 공포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원시적 공포.

몸 안쪽이 사각사각 하고 뭔가한테 베여나가는 듯한 착각.

몸 안쪽에 차가운 얼음 기둥이 박혀 있는 듯한 감각.

몸 안쪽에서 뭔가가 흘러나올 것 같은 감각.

그 모든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 모든 것과 비슷하지 않다. 그런 처음 보는 감각이 타츠미의 온몸에 꽂혀 있었다.


저도 모르게 따닥따닥 하고 이빨이 맞부딪치고, 당장에라도 무릎이 무너질 것 같다. 타츠미가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건 너무나 엄청난 공포 때문에 몸이 움츠러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이것이 진정한 마수라는 것인가.

공포라는 사슬에 칭칭 감겨 있으면서도 머리 일부분은 냉정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물로써의 계급이 너무 다르다. 마수라는 절대자와 비교해 보면 인간 따윈 이 얼마나 연약한 생물인 것인가.


“으……끄으…….”


힐끔 눈만 움직여 옆을 보니 자독도 또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일부러 「그」 라고 부르겠다——정도의 전사라도 눈앞의 마수한테서 느껴지는 공포에는 저항할 수 없는 듯하다.

무기를 겨눈 네 개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건 결코 흥분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의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다.


“아……아아아아…….”


자독 옆에 있던 미루일이 공포에 버티지 못하고 다리 힘이 풀려 풀썩 하고 그곳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이질적인 냄새를 풍기는 물웅덩이.

아무래도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실금하고 만 모양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 타츠미는 웃을 생각은 없다. 아니, 웃을 수 없다. 그도 또한 당장에라도 실금할 것만 같은 걸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기에.

얼마나 공포라는 마물한테 휩싸여 있던 것일까.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그때까지 느껴졌던 공포가 깔끔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겨우 그 말만 입에 담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는 타츠미. 그리고 그때까지 마수가 누워있던 암석에서 마수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걸 겨우 깨달았다.


“…………도망쳤나……? 아니, 봐 준……건가?”


온몸에서 단숨에 힘이 빠지고, 타츠미는 그곳에 무너져 내렸다.

아마 얼룩 산고양이한테 있어서 타츠미 일행은 거들떠 볼만한 존재도 아니었던 것이리라.

이리하여 타츠미 일행의 첫 본격적인 대형 마수 사냥은 멋지게 실패로 끝난 것이었다.




“여러분도 상당히 많은 의뢰를 해내셨으니까요. 이쯤에서 대형 마수한테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떠시겠어요?”


그건 〔엘프의 쉼터〕의 여주인인 엘이 건넨 말이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본격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왕도 근처 숲 안에서도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모습을 보이게 됐고, 그걸 먹는 소형 마수도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소형 마수들은 마수 사냥꾼들한테 있어선 딱 좋은 사냥감이다.


물론 타츠미 일행도 그런 마물들을 사냥하러 나가 적지 않은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시장의 가죽 갑옷이나 무기였던 타츠미 일행의 장비도 마수 소재를 얻어서 더욱 강력한 것으로 바뀌어 있다.

특히 타츠미 일행이 입고 있는 방어구의 일부에는 바로 그 거대 눈도마뱀의 가죽이 쓰여져 있었다. 방어용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팀을 짜게 된 타츠미와 자독, 미루일한테 있어선 약간의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타츠미 일행한테 어느 날 엘이 말을 걸었다.

듣자 하니, 왕도 근처 숲 안에서 대형 마수를 발견했다는 정보가 들어온 모양이다. 그리고 그 형태로 보아 그 마물이 얼룩 산고양이라 불리는 마수라는 것도 확인됐다.


“사실은 마수 사냥꾼들 사이에는 전통이 돌고 있거든요. 이 얼룩 산고양이를 사냥할 수 있으면 처음으로 어엿한 마수 사냥꾼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뭐, 따지고 보면 통과 의례나 세례 같은 거네요.”


이 〔엘프의 쉼터〕에 모이는 마수 사냥꾼들, 그 중에서도 숙련자라 불리는 자들은 다들 이 시련을 빠져 나왔다고 엘이 설명해 주었다.


“칼세도……그 마수한테 도전한 거야?”



타츠미는 옆에서 살짝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인한테 물었다.


“네……저도 예전에 도전한 경험이 있어요. 아뇨, 일정한 기량을 가진 마수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다 도전한 경험이 있을 테죠.”


그건 즉 어엿한 사냥꾼으로써 인정 받기 위한 테스트였던 것이리라.

그렇다면 타츠미 일행이 피할 이유는 없다.


“나는 도전해 보고 싶은데……어쩔래?”

“타츠미 짱이 결정한 거라면, 나는 묵묵히 따를 뿐이야.”

“그래, 그걸로 어엿한 사냥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나도 꼭 도전해 보고 싶어.”


아무래도 동료들도 의욕이 있는 듯하다.


“서방님……얼룩 산고양이는 서방님과 일행 분들이 사냥꾼으로써 인정받기 위한 시련이니까……저는 동행할 수 없어요.”


칼세드니아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타츠미한테 말했다.

이게 타츠미 일행의 시련이라면 이미 시련을 클리어 한 칼세드니아가 동행하지 않는 건 당연한 흐름이리라.


“응, 알겠어. 너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줘.”

“네. 서방님네가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있을게요.”


타츠미 일행은 그 후 엘한테서 며칠 분의 보존 식량 같은 걸 사고, 장비를 확인한 후 의기양양하게 시련——얼룩 산고양이한테 도전하러 갔다.


타츠미 일행의 모습이 〔엘프의 쉼터〕 문 건너편으로 사라졌을 때, 칼세드니아와 엘은 얼굴을 마주보고 후우 하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거기서 일련의 대화를 보고 있던 이 가게의 필두 마수 사냥꾼 중 한 사람인 린트가 난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걔네들, 무구나 식량 준비만 하고 얼룩 산고양이한테 가 버린 건가?”

“네. 그것도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요. 요즘 타츠미 씨 일행 분들은 소형 상대라고는 해도 사냥에 계속 성공하고 있으니까요.”

“그래, 그런 시기는 누구나 다 한 번쯤 있는 거지만……그 녀석들은 좀 너무 자신만만해 하더군.”


엘이나 린트가 말하는 대로 타츠미 일행은 훌륭하게 사냥을 완수하고 있었다. 아니, 셋이서 파티를 짜서 행동한 오늘까지 사냥에 실패한 적이 없다.


“뭐, 그런 마음을 없애주기 위해서 있는 게 얼룩 산고양이 사냥이지만 말이야……《성녀》 씨, 당신한테는 안타깝겠지만 이번에 걔네들의 사냥은……틀림없이 실패일 거다.”

“네. 저도……그분들이 실패해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슬프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칼세드니아. 그런 그녀를 보고 린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기분도 이해하지만 이건 참아줬으면 하는군. 이것도 마수 사냥꾼의 규칙 같은 거니까 말이야. 게다가 얼룩 산고양이는 궁지에 몰리지 않는 한 반격하지 않는 마물이니까 그 녀석들이 다쳐서 돌아오는 경우도 없겠지. 뭐, 지금 저 녀석들로썬 얼룩 산고양이를 몰아세우는 것도 불가능할 테지만 말이야.”


린트가 말하는 「마수 사냥꾼의 규칙」 때문에 칼세드니아는 이번 사냥에는 쓸데없는 참견을 할 수 없다.

실패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냥에 타츠미를 보내는 건 그녀로써는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타츠미한테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칼세드니아는 타츠미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일에 실패해서 침울해져서 돌아오는 남편을 부인으로써 상냥하게 달래줘야겠군, 《성녀》 씨.”


린트가 크하하하 하고 호쾌하게 웃는다. 아무래도 살짝 침울해진 분위기를 날려버리려고 신경 써 주고 있는 듯하다.


“저도 뭔가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 드려야 할까요.”


아마 타츠미 일행이 돌아오게 되는 건 빨라도 내일 이후이리라. 넓은 숲 안에서 한 마리의 마수를 찾아내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발자국이나 남긴 음식, 혹은 떨어진 대변 같은 걸로 조금씩 마수가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한다. 그건 숙련된 마수 사냥꾼이라 하더라도 어지간히 운이 없는 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 것이다.

아마 침울해져 돌아올 타츠미를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칼세드니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프의 쉼터〕를 나왔다.





타닥타닥 타는 장작을 자독이 부지깽이로 쑤시며 약간씩 섞는다.

새롭게 공기가 들어간 화염은 아주 잠깐 크게 불타오르더니 주변에 불통을 튀겼다.

그 화염을 타츠미와 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타츠미는 고개를 들더니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봤다.


“…………미루일은……?”

“미루일 짱이라면 근처 호수야. 눈 좀 감아주렴.”


그 말을 듣고 타츠미도 깨달았다. 그녀는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간 것이리라.


“……혼자서 괜찮으려나?”

“솔직히 별로 좋지 못한 행위지만……지금은 어쩔 수 없지.”


곧 완전히 해가 저물 시간대. 그런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혼자 행동하는 건 위험하다. 그래도 그녀의 심정을 배려하려면 지금은 혼자 놔둬야 하리라.


“……마수는……진짜 마수는, 그렇게 무서운 거구나…….”

“솔직히 나도 깔보고 있었어. 지금까지 나 나름대로 꽤 많은 전투를 경험하면서 공포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었어. 근데…………그 마수를 봤을 때 느낀 공포는 처음으로 실전에 나왔을 때랑은 비교도 안 돼…….”


타츠미와 자독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홀로 춤추는 화염을 가만히 바라본 채로 말을 나눴다.


“……엘 씨가 말했던 것처럼, 그 마수를 사냥하는 게 어엿한 사냥꾼이 됐다는 증거라면…….”

“……앞으로 좀 더 무서운 마수와 대치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늘 타츠미 일행이 만난 얼룩 산고양이. 타츠미 일행의 마음에 강렬한 공포를 새겨 넣은 그 마수는 고작해야 어엿한 사냥꾼으로 인정받기 위한 증표에 불과하다. 그건 즉, 좀 더 무서운 마수가 그 외에도 잔뜩 있다는 것이다.

자독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마수 사냥을 계속해 나간다는 건 그런 얼룩 산고양이 이상의 마수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자신은 얼룩 산고양이를 본 후의 타츠미 일행한테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생각이었다.

나츠미의 경우엔 마수 사냥꾼은 어디까지나 수행의 일환이며, 장래 꿈은 칼세드니아와 똑같은 퇴마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 눈도마뱀 때처럼 <마>는 마수한테 빙의하는 경우도 있다. <마>가 빙의된 마수는 좀 더 무서운 위협이 되리라.

그런 무서운 적과 과연 싸울 수 있긴 한 것일까.

타츠미는 암울한 마음을 품으면서 그 이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화염을 바라보고 있었다.